#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심연의 기록 (Records of the Abyss)
**장르:** 심리 스릴러, 고고학 미스터리
**시놉시스:**
오래전 인류의 기억에서 지워진 고대 지하 유적. 고집불통 고고학자 현우는 전설처럼 전해지던 고대 지도를 쫓아 외딴 오지를 헤맨다.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잊혀진 문명의 흔적을 품고 있는 거대한 지하 미궁. 현우와 그의 동료 지수는 압도적인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고, 그곳에서 발견되는 유물과 기록들은 단순한 역사가 아닌, 인간의 정신을 잠식하는 섬뜩한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미궁의 깊숙한 곳으로 갈수록 현실과 환상은 뒤섞이고, 그들을 옥죄는 것은 고대의 저주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갉아먹는 광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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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시간:** 밤, 늦은 시간
**장소:** 현우의 연구실 – 고색창연한 서재, 온갖 고문서와 지도들이 쌓여 있다.
**캐릭터:** 현우 (30대 후반, 날카롭고 지적인 인상, 피곤한 기색 역력), 지수 (30대 초반, 냉철하고 현실적인 탐사 전문가)
**(액션)**
[어두컴컴한 연구실. 스탠드 조명 하나만이 현우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의 앞에는 낡고 해진 고문서와 거친 종이에 그려진 듯한 고대 지도가 펼쳐져 있다. 지도의 문양들은 기이하고 비현실적이다. 현우의 눈은 지독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번뜩이는 집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돋보기를 들고 지도의 특정 부분을 응시한다. 그의 손가락이 지도의 한 점을 짚는 순간, 화면이 흔들리며 짧은 플래시백 – 알 수 없는 문양의 거대한 석문이 어둠 속에 서 있는 이미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현우 (독백, 낮고 쉰 목소리):** (중얼거림) …결국, 이곳이었어. 모든 것이 시작되고, 또 끝나는 곳.
[책상 위 커피잔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지만, 이미 식어버린 지 오래다.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다. 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 위에 흩어진 자료들을 거칠게 그러모은다. 그의 움직임은 어딘가 초조하고 불안하다.]
[다음 날 아침, 같은 연구실. 지수가 들어온다. 그녀는 깔끔한 탐사복 차림에, 어깨에는 장비를 둘러메고 있다. 현우는 여전히 밤새 잠들지 못한 듯, 초췌한 모습으로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화면에는 고대 지도를 3D로 재현한 듯한 복잡한 지형도가 떠 있다.]
**지수:** (무미건조하게) 또 밤샜군. 벌써 며칠째야? 이러다 쓰러져.
**현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이제 됐어. 모든 조각이 맞춰졌어. 저들이 찾던 곳. 신화 속에만 존재한다고 여겨졌던 그 유적이… 현실에 존재했어.
**지수:** (한숨 쉬며) ‘저들’이라니? 현우 씨, 제발. 당신이 말하는 그 환각 같은 기록에 나오는 사람들은 몇 천 년 전 사람들이야. 그리고 ‘신화 속 유적’은 그냥 전설로 남아있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봐.
**현우:** (고개를 돌려 지수를 직시한다. 그의 눈에는 확신과 광기가 뒤섞여 있다.) 아니. 이번엔 달라. 이 지도를 봐. 이 문양들… 단순한 장식이 아니야. 이 모든 게 좌표를 가리키고 있어. 어젯밤, 드디어… 완벽한 해독에 성공했어.
[현우는 화면을 지수에게 돌린다. 지수도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지수:** (화면을 훑어보며) 여긴… 지도상으로도 인간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오지 중의 오지잖아. 그리고 이 표식들, 그저 거대한 자연 동굴일 가능성도 있어. 당신이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거 아니야?
**현우:** (낮게 으르렁거린다) 자연 동굴? 그럴 리 없어. 이 정교함은 인공적인 거야. 이 거대한 지하시스템… 분명히 숨겨져 있었던 거야.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로.
**지수:** (짐짓 진지하게) 좋아. 백번 양보해서 당신 말이 맞다고 쳐. 그럼 그게 뭔데? 고대 제국의 보물창고? 아니면 잊혀진 문명의 흔적? 현우 씨, 당신의 집념은 존경하지만… 이번 탐사는 좀 지나쳐. 솔직히, 내 직감은 계속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어.
**현우:** (자신감에 차서) 위험? 지수 씨가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면, 우린 아직도 저 미개한 곳에 틀어박혀 고대 유물을 보물이나 쫓는 수준으로만 봤을 거야. 이건 인류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꿀 발견이 될 거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 실마리일 수도 있어.
[현우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킨다. 그 부분에는 섬뜩하리만큼 정교한, 알 수 없는 형상의 그림자가 마치 심연을 응시하는 눈처럼 그려져 있다.]
**현우:** 이곳이야. 모든 것이 시작될 장소. 어서 준비해. 시간이 없어.
**지수:** (현우의 눈을 깊이 들여다본다. 그녀는 그의 광기 어린 눈빛에서 진실된 집념을 읽어낸다. 그리고 마침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 대신 내 규칙대로 움직여야 해.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후회하지 마. 이번엔… 정말 미친 짓이야.
**(액션)**
[지수는 현우의 어깨를 툭 치고 연구실을 나선다. 현우는 다시 지도를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 비치는 조명은 그의 깊은 눈 그림자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낡은 지도 위의 기이한 문양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일렁이는 착시 현상과 함께, 장면이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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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시간:** 낮
**장소:** 오지 숲 속 – 거대한 폭포 아래 숨겨진 입구
**캐릭터:** 현우, 지수
**(액션)**
[정글처럼 우거진 숲, 거대한 폭포수가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린다.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습한 공기가 가득하다. 현우와 지수는 폭포 근처의 암벽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 그들은 로프와 전문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주변에는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시야가 좋지 않다. 마치 자연이 그 입구를 숨기려는 듯하다.]
**지수:** (이어폰을 통해) 물보라가 심해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 GPS 신호도 불안정하고. 현우 씨, 당신 지도… 정확한 게 맞겠지?
**현우:** (이어폰 너머로) 분명해. 이 폭포 뒤편에… 인공적인 구조물이 존재해. 오랜 세월 침식되어 자연처럼 보일 뿐이야.
[현우는 손전등을 들어 폭포 뒤편의 암벽을 비춘다. 폭포수의 장막 너머로,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는 검은 그림자가 언뜻 보인다. 그것은 자연적인 암벽의 결과는 확연히 다른, 매끄럽고 거대한 석조 구조물의 일부처럼 보인다.]
**지수:** (놀란 듯) 말도 안 돼… 저게 설마…
**현우:** (흥분한 목소리로) 봤지? 내가 뭘 봤는지. 저 폭포는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야. 거대한 수문을 가장한 자연의 위장술이었던 거야.
[둘은 조심스럽게 폭포 뒤편으로 접근한다. 물보라를 뚫고 들어가자, 폭포수 아래에는 예상대로 거대한 석벽이 나타난다. 석벽은 인공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으며, 가운데에는 거대한 틈이 벌어져 있다. 그 틈새로 칠흑 같은 어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마치 거대한 입을 벌린 괴물 같다.]
**지수:** (석벽을 만져본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 그녀의 얼굴에는 경이로움과 동시에 깊은 불안감이 스친다.) 이런 곳에 이런 구조물이… 정말 상상 이상이네. 공기 흐름이 느껴져.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아.
**현우:** (숨을 고르며) 그래. ‘심연의 기록’이 시작되는 곳. 들어가자.
[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로프를 암벽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현우는 탐사용 조끼에 달린 랜턴을 켜고, 빛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다. 그들은 거대한 어둠의 틈새로 몸을 던진다. 폭포의 굉음이 서서히 멀어지고, 대신 그들을 감싸는 것은 기분 나쁜 정적과 차갑고 습한 공기 뿐이다.]
**(액션)**
[카메라가 서서히 어둠 속으로 따라 들어간다. 랜턴 빛이 닿는 곳은 고작 몇 미터 앞. 거대한 석벽이 양쪽으로 솟아 있고, 그 사이로 끝없는 나선형 통로가 아래로 향한다. 통로의 벽면에는 고대 문자들이 조각되어 있지만, 너무 오래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벽면 곳곳에는 이끼가 피어 있고, 축축한 물방울이 맺혀 있다. 간혹 알 수 없는 기계적인 소음이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것마저도 어둠 속에서 왜곡되어 들린다. 그들은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내려간다.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는 것을 느끼는지, 지수가 산소통의 압력계를 확인한다. 현우는 마치 홀린 듯 주변 벽면을 응시하며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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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시간:** 미정 (지하 세계 속 시간)
**장소:** 지하 유적 내부 – 나선형 통로, 중앙 홀 입구
**캐릭터:** 현우, 지수
**(액션)**
[수백 미터를 내려왔을까. 끝없이 이어지던 나선형 통로가 마침내 넓은 공간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랜턴 빛이 닿는 곳은 거대한 홀의 일부를 겨우 비출 뿐이다. 홀의 천장은 아득하게 높아서 빛이 닿지 않는다. 기둥들은 어둠 속에 거대한 괴물처럼 서 있다.]
**지수:** (목소리를 낮춰) 이 정도 규모라니… 대단하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너무 어두워.
**현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기다려 봐. 뭔가 있을 거야. 이런 거대한 공간을… 그저 비워두지는 않았을 테니까.
[현우는 자신의 랜턴을 가장 밝게 조절하고, 사방을 비춘다. 마침내 랜턴 빛이 홀 중앙에 닿는 순간, 그곳에 거대한 석상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드러난다. 석상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얼굴은 기묘하게 왜곡되어 있고, 팔은 여러 개의 촉수처럼 뻗어 있다. 석상의 눈은 텅 비어 있지만, 마치 자신들을 응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석상 주변의 바닥에는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그 문양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지수:** (숨을 들이쉰다) 저건… 대체…
**현우:** (석상에 압도된 듯)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이들의 예술은… 미학을 넘어선 무언가를 추구했어. 봐. 이 문양들… 이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야. 이 모든 게 의미를 가지고 있어.
[현우는 석상 주변의 문양을 따라 손가락으로 훑는다. 그때, 그의 손끝에 닿은 문양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을 지수가 목격한다.]
**지수:** 현우 씨, 봤어? 방금… 빛났어!
**현우:** (눈을 크게 뜨며) 빛? 설마…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건가?
[현우는 더욱 주의 깊게 문양들을 살펴보며 특정 부분을 건드린다. 그러자 홀 전체를 감싸던 정적이 깨지고, 웅웅거리는 낮은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석상의 텅 빈 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고, 홀의 벽면 곳곳에 숨겨져 있던 고대 문양들이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홀의 진정한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벽면에는 거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이다.]
**(액션)**
[벽화는 기괴한 형상들로 가득하다. 인간처럼 보이는 존재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그림자, 그리고 그 그림자에 의해 서서히 흡수되거나 변형되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림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선, 압도적인 공포와 절망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의 색감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탁하며, 일부 붉은색과 검은색이 강렬하게 대비되어 더욱 섬뜩함을 자아낸다.]
**지수:** (입을 틀어막는다) 저건… 저게 대체… 무슨 의미야? 학살… 아니면…
**현우:** (넋을 잃은 듯 벽화를 응시한다) 이건… 단순한 역사가 아니야. 경고야. 그들은 무언가를 보았어. 그리고… 그것을 기록했어. 이 벽화는… 어떤 존재에 대한 기록이야.
[벽화의 끝부분에는 다시 한번 섬뜩한 눈동자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 문양은 마치 자신들이 벽화 속 사건의 진정한 목격자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순간, 지수는 자신의 등 뒤에서 서늘한 한기를 느낀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자신들의 랜턴 빛이 닿지 않는 거대한 어둠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누군가에게 응시당하고 있다는 기분 나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수:** (불안한 목소리로) 현우 씨, 우리… 너무 깊이 들어온 것 같아. 이곳은… 왠지 모르게 불길해.
**현우:** (벽화에서 눈을 떼지 않고) 불길하다니? 이건 인류가 꿈꾸던 지식이 담겨 있는 곳이야. 우리가 밝혀야 할 진실이 여기에 있어.
[그때, 홀의 한쪽 벽면에서 낮은 진동과 함께 거대한 석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석문 너머에는 더욱 짙은 어둠이 펼쳐져 있다. 그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낮게 읊조리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존재가 깨어나는 듯한 소리였다.]
**지수:** (석문을 보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멈춰… 멈춰, 현우 씨! 더 이상은… 안 돼!
**현우:** (마치 홀린 듯 석문이 열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보다는 섬뜩한 호기심이 가득하다.) 아니… 이제 시작이야.
**(액션)**
[현우는 지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석문 너머의 어둠을 향해 걸어간다. 석문이 완전히 열리자,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기운이었다. 그 기운이 현우를 감싸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지수는 공포에 질려 현우를 부르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어둠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지는 듯하다. 카메라는 석문 너머의 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알 수 없는 소음과 함께 장면이 급격히 암전된다. 마지막으로 들리는 것은 지수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현우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이었다.]
**현우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나직하게) 드디어… 만났군… 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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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시간:** 미정 (지하 유적 심층부)
**장소:** 심층부 회랑 – 정신을 교란하는 공간
**캐릭터:** 현우, 지수
**(액션)**
[현우가 석문 안으로 사라진 직후, 지수는 필사적으로 그를 쫓아 들어간다. 그녀가 들어선 곳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이었다. 사방이 거울처럼 반사되는 검은 석재로 이루어진 회랑. 랜턴 빛은 사방으로 산란되어 수많은 자신들의 그림자와 잔상들을 만들어낸다. 공기는 더욱 무겁고 탁하며, 알 수 없는 향내가 코를 찌른다. 이 모든 것이 감각을 교란시킨다.]
**지수:** (현우를 찾으며) 현우 씨! 현우 씨! 어디 있어?!
[지수의 목소리가 수십 개의 메아리로 돌아온다. 거울 같은 벽면에는 지수의 모습이 끝없이 비춰지지만, 그 모습들이 점차 왜곡되고 길게 늘어진다. 그녀는 자신의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낀다. 어딘가에서 웅웅거리는 낮은 음파가 들려오고, 그 소리는 그녀의 뇌를 직접 울리는 듯하다.]
**지수:** (머리를 감싸 쥐며) 젠장… 대체… 무슨…
[지수의 눈앞에 환상이 펼쳐진다. 멀리 현우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가 검은 석재 벽을 향해 손을 뻗자, 벽면이 일렁이며 그를 안으로 빨아들이는 듯하다. 지수는 현우를 향해 달려가려 하지만, 발이 바닥에 달라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현우의 뒷모습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지수:** (절규한다) 현우 씨! 가지 마!
[그때, 지수의 어깨를 누군가 강하게 잡는다. 지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현우가 서 있다. 하지만 그의 눈은 텅 비어 있고, 얼굴에는 기이한 미소가 번져 있다. 그의 손은 지수의 어깨를 강하게 쥐고 있다.]
**현우 (환상):** (낮고 음침한 목소리로) 진실은… 여기에 있어.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지수:** (현우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너… 당신… 누구야?! 현우 씨가 아니잖아!
[현우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기괴하게 변형되기 시작한다. 그의 피부가 검게 변하고, 눈은 안으로 움푹 꺼진다.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른다. 지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친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랜턴을 들어 사방을 비춘다. 거울 같은 벽면에는 여전히 수많은 그녀의 잔상들이 비춰지고, 그 모든 잔상들이 그녀를 노려보는 듯하다.]
[그때, 또 다른 현우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현우의 모습이다. 그가 지수를 향해 손을 뻗지만, 곧이어 그의 몸도 검은 그림자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지수는 혼란에 빠진다. 대체 어느 것이 진짜 현우인가? 아니, 애초에 ‘진짜’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지수:** (숨을 헐떡이며) 이게… 대체… 무슨…
[그녀의 귀에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수많은 목소리가 동시에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그녀의 과거를 들춰낸다. 그녀가 겪었던 실패, 후회, 그리고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두려움들이 환상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그녀는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는다.]
**목소리들 (속삭임):** (아득하게 들려온다) 두려워하는구나… 약한 존재… 너의 진실을 마주해라… 너는 홀로… 버려질 것이다…
[지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랜턴을 흔든다. 빛이 사방으로 번지며 왜곡된 이미지들을 잠시나마 흩어놓는다. 그녀는 벽면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사방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그녀를 조롱하는 듯하다. 이 회랑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그것은 정신을 붕괴시키는 미로였다.]
[지수는 벽면에 기대어 겨우 몸을 지탱한다. 그때, 그녀의 눈에 회랑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문이 들어온다. 그 문은 이전의 석문보다 훨씬 고풍스럽고, 중앙에는 섬뜩한 심장 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그 문에서는 붉은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다. 마치 무언가가 그 안에서 고동치고 있는 것처럼.]
**지수:** (이를 악물고) 현우… 씨…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문을 향해 걸어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이 흔들리고, 사방의 벽면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일그러진다. 랜턴의 빛이 깜빡이며 그녀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 회랑을 벗어나야 한다. 그곳에… 모든 진실이 있을 테니까.]
**(액션)**
[지수가 문에 가까워질수록, 붉은빛은 더욱 강렬해지고, 심장 문양은 실제로 뛰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등 뒤에서 여전히 환영과 목소리들이 그녀를 따라붙는다. 그녀는 문 앞에 다다라 손을 뻗는다. 문은 차갑고 축축하다. 그녀가 문을 여는 순간, 강렬한 붉은빛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동시에 알 수 없는 울림과 비명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오며 장면이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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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시간:** 미정 (지하 유적의 가장 깊은 곳, ‘진실의 방’)
**장소:** 거대한 원형 공간 – 섬뜩한 에너지의 근원
**캐릭터:** 현우, 지수, 그리고…
**(액션)**
[눈을 뜬 지수의 시야는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녀가 있는 곳은 거대한 원형의 공간이다. 사방의 벽면은 붉은 수정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에서 희미하게 맥박처럼 빛이 고동친다. 공간의 중앙에는 거대한 검은색 구체가 떠 있다. 그 구체에서는 미세한 전기가 흐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낮게 웅웅거리는 진동이 느껴진다. 구체 주변으로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끊임없이 떠오르며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이 현실 같지 않은,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지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현우가 서 있다. 그는 검은 구체를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마치 무언가와 교감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이지만, 눈빛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다. 동공은 풀려 있고, 섬뜩한 쾌감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간다. 그의 주변에는 아지랑이처럼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다.]
**지수:** (목소리를 잃은 듯, 희미하게) 현우… 씨…
[현우는 지수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검은 구체를 응시하며, 알 수 없는 고대어를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의 목소리에는 메아리가 섞여 있어 기괴하다. 구체 주변에 떠다니던 문자들은 현우의 중얼거림에 맞춰 더욱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지수는 그제야 깨닫는다. 이 구체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무언가’의 근원이자, 정신을 잠식하는 ‘존재’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현우는 이미 그 존재에게 사로잡힌 것이다.]
**현우:** (중얼거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망각되었던 진실이… 깨어나고… 인간의 모든 의식은… 하나로 합쳐진다… 고통도… 기쁨도… 사라지고… 오직… 순수한… 의식만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수의 정신을 갉아먹는 듯하다. 지수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려 하지만, 공간 자체가 그녀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붉은 수정 벽면에서 빛이 더욱 강렬하게 터져 나오고,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이 현우의 몸을 완전히 뒤덮는다. 현우의 형체가 서서히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지수:** (절규한다) 안 돼! 현우 씨! 정신 차려! 저건 당신이 찾던 진실이 아니야! 저건… 저건… 저주야!
[지수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장비에서 비상용 신호탄을 꺼낸다. 마지막 남은 희망이었다. 그녀는 신호탄을 작동시켜 하늘로 쏘아 올린다. 신호탄은 거대한 원형 공간의 천장을 뚫고 나아가, 어둠 속으로 붉은빛을 뿌리며 사라진다. 하지만 이곳은 지하 심층부. 외부로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호탄이 터지는 순간, 검은 구체와 현우의 몸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폭발한다. 붉은빛과 검은 기운이 뒤섞이며 공간을 뒤흔든다. 지수는 폭발의 충격에 나가떨어진다. 그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현우를 바라본다. 현우는 더 이상 인간의 형체가 아니었다. 검은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고, 그의 눈은 완전히 검은 심연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져 있다.]
**현우 (뒤틀린 목소리):** (지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리 와… 지수… 너도… 깨어나야 해… 진정한 의미를… 느껴야 해…
[현우는 검은 기운의 촉수를 뻗어 지수를 향해 다가온다. 촉수는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린다. 지수는 필사적으로 랜턴을 들어 현우의 얼굴을 비춘다. 랜턴 빛이 닿는 곳에서 현우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섬뜩한 미소를 되찾는다.]
**지수:** (눈물을 흘리며) 현우 씨… 내가 알던 현우 씨는… 여기에 없어… 이건… 이건 내가 찾던 게 아니야!
[지수는 주저앉아 눈을 감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현우와 함께 했던 수많은 탐사의 기억, 즐거웠던 순간들, 그리고 그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현우는… 그녀의 모든 기억을 부정하는 존재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탐사용 칼을 꽉 쥔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 이곳에서 벗어나도, 그녀는 이미 이 심연의 기록을 마주한 자가 될 것이었다. 그녀의 눈빛에 결연한 의지가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현우에게서 멀어지는 대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촉수를 응시한다.]
**(액션)**
[카메라는 지수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그녀의 눈빛은 공포와 절망을 넘어선, 차갑고 단호한 결의로 빛난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칼이 붉은빛을 반사하며 섬뜩하게 빛난다. 화면은 현우에게서 뻗어 나오는 검은 촉수와, 그 촉수를 향해 칼을 치켜드는 지수의 모습이 교차하며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마지막으로, 검은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파동과 함께 공간 전체가 무너지듯 흔들리고, 모든 것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완전히 하얗게 터지며 암전된다. 그리고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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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장면 6)**
**시간:** 미정 (수개월 후, 혹은 수년 후)
**장소:** 폐쇄된 정신병원 – 창살이 있는 작은 방
**캐릭터:** 지수 (머리가 길게 자라 있고,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한다), 간호사 (희미한 실루엣으로 등장)
**(액션)**
[고요한 정신병원의 작은 방. 창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얀 하늘만이 펼쳐져 있다. 지수는 창살 너머의 하늘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얼굴에는 생기가 없다. 마치 모든 감정을 잃어버린 듯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길게 자라 어깨를 덮고 있다. 그녀의 무릎 위에는 찢겨진 고대 지도의 일부가 놓여 있다. 그 지도에는 섬뜩한 눈동자 문양이 그려져 있다.]
[간호사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녀는 지수의 식사를 트레이에 담아 건넨다. 지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간호사:** (온화한 목소리로) 지수 씨, 식사 시간이에요. 조금이라도 드셔야…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지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듯하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의 하늘에 고정되어 있다. 간호사는 한숨을 쉬고는 지수의 앞에 트레이를 놓아둔다. 그리고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지도를 발견한다.]
**간호사:** (지도를 보며) 이건… 계속 이걸 보고 계시네요. 꿈에서도 이걸 찾으시는 건가요?
[간호사가 지도를 집어 올리려 하자, 지수의 눈동자가 일순간 흔들린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움직여 지도를 낚아챈다. 그녀의 눈빛에는 한때 현우에게서 보였던 광기 어린 집념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곧 다시 멍한 표정으로 돌아온다.]
**지수:** (아주 작게 중얼거린다) …기록… 심연의…
**간호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수 씨…
[지수는 간호사를 올려다본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텅 비어 있지만, 어딘가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일렁이는 듯하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간호사의 존재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간호사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한 걸음 물러선다.]
[지수는 다시 창밖의 하늘을 응시한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이 아니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것은 끝없는 지하의 어둠, 붉게 고동치는 수정 벽,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던 검은 촉수였다. 그녀의 입가에 섬뜩하리만큼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지수 (독백, 나직하게, 메아리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진실은… 이미… 내 안에… 영원히…
**(액션)**
[카메라는 지수의 얼굴에서 멀어져 창밖의 하얀 하늘을 비춘다. 하얀 하늘은 서서히 붉은색으로 물들고, 그 붉은색은 다시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검은 화면 위로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천천히 떠오르며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깊고 낮은 진동음이 길게 울려 퍼지며 모든 것이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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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