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심연의 부름

‘새벽별’은 인류의 지도를 벗어난 지 1년 3개월 하고도 7일째였다. 망망대해라는 비유조차 초라할 지경의 심우주, 항성 하나 없는 암흑 속을 떠돌며 낡은 먼지처럼 쌓여가는 시간들을 모두가 감내하고 있었다. 함선 내부는 그 거대한 적막을 견디기 위한 각자의 방식으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홀로그램 체스를 두었고, 누군가는 고향의 사진을 무한히 돌려보았으며, 또 누군가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장만 응시했다.

김현수 박사, 이 탐사선의 수석 과학 책임자는 대개 후자였다. 그는 캡슐 형태의 개인 연구실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아, 눈앞의 투명 스크린에 띄워진 알 수 없는 수학적 모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공중에 떠다니는 수식을 휘저어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한 미지 앞에서 그는 종종 무력감에 빠지곤 했다. 이것이 심우주 탐사의 숙명이었다.

“박사님, 너무 그러고만 있지 마세요. 눈 나빠집니다.”

현수의 등 뒤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민준 기관장이었다. 낡은 작업복을 입은 그는 언제나 기름때 냄새를 희미하게 풍겼지만, 그 냄새는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했다. 그는 현수 옆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손에 들고 있던 렌치를 내려놓았다.

“별일 없으세요, 기관장님?” 현수가 나른하게 물었다.

“별일요? 이 지루한 우주에서 별일이 생기면 그게 더 이상하죠. 그나저나… 박사님 연구실은 여전히 미스터리 투성이네요. 저 까만 화면에 뜨는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박사님 머릿속이랑 닮은 것 같아요.”

민준은 농담처럼 말하며 현수의 어깨를 툭 쳤다. 현수는 픽 웃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우주 저편 어딘가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지식이 있을 거예요.”

그들의 대화는 끊어질 듯 이어졌다. 마치 심우주의 정적을 깨뜨리기 위한 작은 시도처럼. 그 순간, 함선 전체를 진동시키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연구실을 꿰뚫었다.

**— 삐이이익! 비상! 미확인 물체 감지! —**

민준은 벌떡 일어섰다. “젠장, 이게 무슨 소리야? 고장인가?”

현수의 얼굴에서도 나른함이 사라졌다. 그는 자동적으로 메인 스크린으로 손을 뻗어 경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장거리 스캐너가 포착한 알 수 없는 물체. 그것의 크기, 속도, 에너지 패턴은 현수의 모든 과학적 지식을 비웃는 듯했다.

“고장이 아니에요, 기관장님. 이건… 정말로 무언가를 감지한 겁니다.”

메인 브릿지는 이미 혼란의 도가니였다. 박지민 소위는 땀으로 축축한 손으로 조종간을 꽉 쥐고 있었고, 이한솔 함장은 침착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 속에는 명백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현수 박사! 민준 기관장! 브릿지로 와요!” 이한솔 함장의 목소리가 함선 내부 통신망을 통해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서둘러 브릿지로 향했다. 현수가 도착하자마자 함장은 그에게 메인 스크린을 가리켰다.

“저것 좀 봐요, 박사. 스캐너가 미쳤나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메인 스크린에는 검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작은 점 하나가 확대되어 있었다. 점은 점이었지만, 그 점을 둘러싼 데이터는 경악 그 자체였다. 질량은 행성급인데, 크기는 소행성만 하고, 발산하는 에너지 패턴은 그 어떤 자연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게… 뭐죠?” 현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걸 박사에게 묻고 있는 거예요. 행성도, 항성 잔해도, 블랙홀도 아니에요. 그 어떤 천체 물리 모델에도 들어맞지 않습니다.” 함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움직임이에요.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우리 쪽으로.”

“그 속도라면… 충돌 경로인가요?” 박 소위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충돌은 아니야.” 현수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함선보다 더 빨리 가속하고 있어요. 하지만… 목적지가 우리 함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우리를 노리고 오는 것처럼.”

브릿지에 침묵이 흘렀다. 우주선은 고요했지만, 내부에 감도는 긴장감은 폭풍전야 같았다.

“회피 기동 준비!” 함장이 명령했다. “접근할 때까지 최대한 속력을 내서 벗어난다. 박 소위, 궤도 계산해.”

“예, 함장님!”

하지만 스크린 속의 점은 그들의 가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젠장, 함장님! 녀석이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충돌합니다!” 박 소위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안 돼!”

그 순간, 메인 스크린의 점이 거대한 형체로 변모하며 ‘새벽별’의 전방을 완전히 가렸다. 엄청난 크기의 검은 그림자가 함선을 덮쳤다. 육중한 충격음과 함께 함선 전체가 흔들렸다. 경고음이 더욱 요란하게 울렸다. 모든 것이 암전 되는가 싶더니, 비상등이 깜빡이며 간신히 시야를 확보해주었다.

“피해 상황 보고!” 함장이 소리쳤다.

“방어막 50% 손실! 주동력 출력 저하! 보조 엔진 손상!” 민준 기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충돌했나?” 현수가 더듬거렸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돌’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새벽별’은 무언가에 부딪힌 것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거대한 물체에 휘감겨 있었다.

선체 외부 카메라 영상이 메인 스크린에 띄워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우주선 바로 앞, 그리고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형상. 그것은 인류가 만든 어떤 건축물과도 달랐다.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 형태는 기존의 수학 법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 한 점 흡수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모든 빛을 삼키는 듯한 기이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흡사 검은 수정 같았으나, 그 표면은 어떤 반사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뭐지?” 박 소위의 목소리가 넋 나간 듯 흘러나왔다.

현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과학자로서의 모든 지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저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무언가가, 만들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무엇으로?

그때, 거대한 물체의 표면에서 얇고 푸른 선들이 섬광처럼 번쩍이더니, 이내 정교한 문양을 그리며 깜빡였다. 그 문양은 마치 살아있는 신경망처럼 꿈틀거렸다. 동시에, ‘새벽별’ 함선의 모든 시스템이 일제히 경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통신 두절, 센서 오류, 동력 불안정.

“함장님! 저 물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습니다! 우리 시스템을 간섭하고 있어요!” 민준 기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현수는 메인 스크린에 잡힌 물체를 응시했다. 그 거대한 어둠 속에서 푸른 빛이 깜빡이는 모습은 신비롭고도 끔찍했다. 인류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지의 존재가 만들어낸 유물. 그것은 그들을 붙잡고 있었고, 그들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현수의 머릿속에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들리는가? —*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현수의 의식 속으로 직접 파고드는 듯한 울림이었다.

*— 깨어난다… —*

현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환청인가?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거대한 검은 유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유물의 푸른빛 섬광이 더욱 격렬해졌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현수는 희미하게 무언가를 보았다. 유물의 표면이 일렁이더니, 마치 검은 물결처럼 갈라지며… 안쪽에서, 알 수 없는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함장님…!” 현수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더욱 거대한 에너지 파동과, 함선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음 속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새벽별’은 미지의 품 속에서 격렬하게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