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첫사랑을 찾는 탐정 – 제299화

지훈은 고요한 밤의 공기 속, 자신의 탐정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낡은 책상 위에는 며칠 전 경매에서 어렵게 손에 넣은 앤티크 오르골이 놓여 있었다. 삐걱이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는 오르골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시간의 장막을 뚫고 잊었던 기억을 불러왔다.

그것은 은채가 그토록 좋아했던 오르골과 완벽하게 똑같은 것이었다. 어린 시절, 둘은 손을 맞잡고 낡은 상점의 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오르골을 바라보곤 했다. 은채의 눈빛에는 별이 박혀 있었고, 지훈은 언젠가 저 오르골을 선물하리라 다짐했었다. 그 다짐은 사라진 첫사랑의 흔적을 쫓는 긴 여정의 시작이 되었고, 벌써 299번째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오르골 안쪽, 벨벳 바닥에 숨겨진 작은 종이 조각을 발견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빛바랜 콘서트 티켓 조각이었다. 낡은 클래식 공연 티켓. 발권지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도시와는 한참 떨어진, 이름조차 생소한 소도시였다. 그의 심장이 다시금 쿵, 하고 크게 울렸다. 수많은 허탕과 실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희미한 불씨가 다시금 활활 타오르는 듯했다.

“팀장님,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어요?”

노크 소리와 함께 미라이가 따뜻한 차를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지훈의 유일한 조력자이자, 오랜 시간 그의 옆에서 지친 어깨를 지탱해준 든든한 존재였다. 미라이는 지훈의 얼굴에 드리워진 피로와 함께, 그가 발견한 새로운 단서가 가져온 희미한 기대감을 읽어냈다.

“이걸 봐, 미라이.” 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티켓 조각을 내밀었다. “은채일지도 몰라.”

미라이는 티켓을 받아 들고는 능숙하게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콘서트 날짜,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된 몇 안 되는 기록들. 그녀의 눈이 한 이름에서 멈췄다. ‘김은채’. 하지만 생년월일과 주소가 미묘하게 달랐다. 혹시, 신분을 위장하려 했던 흔적일까? 미라이의 표정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수많은 가짜 은채들과 마주하며 지훈이 겪어야 했던 실망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팀장님, 너무 섣불리 기대하지 마세요. 또 실망하실까 봐….”

미라이의 걱정 어린 말에도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엔 달라. 오르골은 우연이 아니야. 그리고 그 티켓이 발권된 공연장이 어딘지 알아봤어?”

미라이는 곧바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공연장은 티켓 발권 당시 이미 재개발이 예정되어 곧 철거될 운명이었다. 왜 은채는, 그곳에 갔던 것일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음 날 새벽, 지훈은 오래된 세단을 몰고 티켓이 가리키는 소도시로 향했다.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낀 도로를 달리며, 그는 지난 세월을 되짚었다. 수없이 많은 길을 헤매고,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으며, 수없이 많은 거짓과 마주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은채의 해맑은 미소가 떠오를 때마다, 그는 다시 일어섰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도시 외곽의 허름한 동네였다. 그곳에는 낡고 을씨년스러운 콘서트홀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주변은 이미 재개발로 인해 폐허가 된 상태였다. 철거를 앞둔 건물은 마치 숨을 멎은 거대한 유령 같았다. 지훈은 차에서 내려 녹슨 철문 안으로 들어섰다.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삐걱이는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과거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텅 빈 객석을 지나 무대로, 그리고 무대 뒤편의 낡은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 한쪽, 썩어가는 코르크 보드에 뭔가 희미하게 붙어 있었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것은 낡고 빛바랜 스케치였다. 별을 향해 손을 뻗는 소녀의 모습. 어린 시절 은채가 공상하던 그림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림 아래,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시들었지만 완벽하게 보존된 꽃잎 하나가 붙어 있었다. 그들이 어릴 적 함께 뛰놀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작고 하얀 들꽃의 꽃잎. 지훈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 순간, 등 뒤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삐걱이는 마룻바닥 소리. 누군가 빠르게 움직이는 그림자가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지훈은 숨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의 심장은 북처럼 울렸다. 은채일까? 아니면 그녀와 관련된 누군가?

그는 망설일 틈도 없이 그림자를 쫓아 달려나갔다. 복도를 가로질러 코너를 돌았지만,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뒷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황혼의 빛이 그 틈새로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지훈은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섰다. 텅 빈 거리. 그러나 저 멀리, 스카프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누군가가 빠르게 골목 안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뒷모습, 걸음걸이… 너무나 익숙했다. 너무나.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은채야!’ 하고 외치려 했지만, 목소리가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한 발자국 내딛다 멈춰 섰다. 손에 들린 오르골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 작은 멜로디는 이미 그의 마음속 아련한 울림이 되어 있었다. 스케치와 꽃잎. 부정할 수 없는 그녀의 흔적.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섰지만, 그녀는 다시금 그의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미끄러져 사라졌다.

차가운 황혼 속, 지훈은 망연자실한 채 서 있었다. 필사적인 희망과 사무치는 외로움이 뒤섞인 감정이 그를 덮쳤다. 하지만 이제 그는 확신했다. 이 길의 끝에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의 잃어버린 첫사랑을 찾는 여정은, 다시금 격렬하게 시작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