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버린 시간 여행자 – 제317화

사라진 고대의 흔적, 그리고 끔찍한 진실의 조각

서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욱한 모래 먼지가 춤추는 적막한 고원 정상에 섰다. 붉은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저물며, 금속성 모래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눈앞에는 낡고 부서진 망원경 관측소의 거대한 돔이, 무너진 문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수백 년의 풍파가 깎아내린 듯한 건축물은 마치 시간의 상흔 그 자체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시간 추적 장치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곳, 망각된 시간의 가장자리에 그녀의 다음 단서가 있다고 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뛰어넘고, 수없이 많은 위협을 피하며 여기까지 왔다. 오직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을 찾기 위해. 그녀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관측소 내부로 발을 들여놓자,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그녀를 감쌌다. 깨진 유리 파편과 녹슨 금속 조각들이 뒹구는 바닥을 조심스럽게 지나자, 돔 중앙에 놓인 낡은 제어판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 있는 인영이 보였다.

“왔군, 기억을 잃은 방랑자여.”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카인. 그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정보상이자, 때로는 은인, 때로는 가장 위험한 적이었다. 그의 눈은 서하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상실감 위로 꿰뚫어 보는 듯했다.

“내가 찾던 것을 가져왔나?” 서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카인은 피식 웃었다. “네가 찾고 있는 것이 네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지.”

그는 낡은 가죽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장치를 꺼내 서하에게 내밀었다. 닳고 낡은 홀로그램 기록 장치였다. 작고 투박했지만, 그 안에 서하의 잃어버린 과거의 파편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끝이 저릿했다.

“경고하지. 네가 찾고 있는 기억은… 달콤하지만은 않을 게다. 어떤 기억은 차라리 잃어버리는 편이 나을 때도 있지.”

서하는 망설임 없이 장치를 받아들고 활성화 버튼을 눌렀다. 희미한 빛이 터져 나오며 허공에 홀로그램 영상이 일렁였다.

파괴자의 그림자

영상은 혼란스러웠다. 어둡고 긴박한 공간,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여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서하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지금과는 달랐다. 절박함과 동시에 차갑게 가라앉은 듯한 결의가 뒤섞여 있었다. 주변에서는 비상등이 깜빡이고, 알 수 없는 언어로 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들렸다. 기계음 같은 목소리. “카운트다운… 5… 4… 3…”

서하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영상 속의 자신은 피로 얼룩진 얼굴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망설임 없이 붉은색 버튼을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마치 당연한 임무라도 되는 듯.

‘내가… 내가 저 버튼을 누르는 건가?’

그리고… 엄청난 섬광이 화면을 집어삼켰다. 귀를 찢는듯한 폭발음, 알 수 없는 비명소리. 모든 것이 뒤섞인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영상은 끊겼다. 홀로그램 장치에서 빛이 사라졌다.

서하의 손에서 장치가 떨어졌다. 그녀는 주저앉을 뻔했다. 자신이… 무엇을 했던가? 그 버튼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파괴는… 나의 짓이었단 말인가? 온몸의 피가 식는 듯했다.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은 달콤한 재회의 순간이 아니라, 파괴자의 그림자를 드러냈다.

“봤나? 모든 조각이 네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지는 않는 법.”

카인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순간, 관측소 바깥에서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돔의 금속판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였다.

“너무 늦었군. 그들이 냄새를 맡았어.” 카인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사냥꾼들이다.”

서하는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직감이 경고했다. 이들은 단순한 추격자들이 아니었다. 그녀가 지난 시간 동안 마주했던 어떤 존재보다 더 집요하고 잔혹한, 시간의 파편을 사냥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생존, 그리고 새로운 질문

“이쪽으로!” 카인이 외치며 관측소의 비상 통로로 향했다. 서하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뒤를 따라야 할까? 이 모든 것이 함정은 아닐까? 그러나 이미 찢어진 돔의 틈새로 섬광탄이 터지고, 무장한 사냥꾼들이 진입하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하는 카인의 뒤를 따랐다. 좁고 어두운 통로를 내달리며, 그녀의 머릿속에는 방금 본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었다. 붉은 버튼, 카운트다운, 그리고 파괴. 내가 그 모든 것의 원인이었다면? 내가 정말로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면, 나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통로의 끝에는 작은 출구가 있었다. 카인이 먼저 몸을 던졌고, 서하가 뒤를 따랐다. 그들이 발을 디딘 곳은 거대한 절벽의 모서리였다. 발아래로는 아득한 심연이 펼쳐져 있었다.

“네 기억은…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을지도 몰라.” 카인이 멀어지는 서하에게 외쳤다. “하지만 살아서 그 진실을 마주해야만 해. 네 존재의 무게를 견뎌내야만 한다!”

진실? 내가 파괴자였다는 진실인가? 서하의 심장이 고통스럽게 울렸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생존해야 했다. 살아남아 이 진실의 모든 조각을 맞춰야만 했다. 그녀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의 시간 왜곡 장치를 움켜쥐었다.

절벽 끝에서 터져 나오는 사냥꾼들의 에너지 파동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서하는 심연으로 몸을 던졌다. 공중에서 그녀의 몸이 잠시 흔들리더니, 이내 흐릿해지며 시간의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저지른 일은 무엇인가?”

어둠 속을 내달리며, 서하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었다. 새로운 단서는 끔찍한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영웅인가, 아니면 과거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파괴자인가? 다음 기억의 조각은 어떤 진실을 드러낼까? 그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그녀의 고독한 시간 여행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