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버린 시간 여행자 – 제367화

깊은 도시의 잔해, 희미한 메아리

차원의 틈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이안의 몸은 중력 없는 공간에 갇힌 듯 허우적거렸다. 수백, 수천 개의 빛의 파편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익숙한 혼돈이었다. 이제는 시간 이동의 격렬한 여파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새로운 차원의 벽을 뚫을 때마다 영혼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고통이 수반되었다.

옆에서 아린의 작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안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더욱 강하게 잡았다. 서로의 온기가 어둠 속에서 유일한 이정표인 양 느껴졌다. 마침내 모든 것이 멈추었을 때, 그들은 차가운 금속 바닥 위로 쓰러졌다. 몸의 모든 세포가 지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괜찮아, 아린?” 이안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네… 네, 이안님. 하지만 여긴 대체…” 아린은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은 경외감과 두려움으로 동시에 흔들렸다.

그들이 착지한 곳은 거대한 지하 돔의 한쪽 구석이었다. 천장을 뚫고 솟아오른 듯한 거대한 기둥들이 도시를 지탱하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수많은 발광선과 공중 부양체가 지나다녔다. 머리 위로는 돔 전체를 아우르는 홀로그램 스크린이 형형색색의 광고와 알 수 없는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곳은 ‘넥서스 시티’의 하층부였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천루들이 마치 거대한 생명체처럼 숨 쉬고 있는 미래 도시, 그러나 그 아래는 잊힌 과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안의 눈은 자동적으로 이곳의 모든 정보를 스캔하려는 듯 움직였다. 그러나 그 어떤 정보도 그의 기억 속 빈칸을 채워주지 못했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떠돌았지만, 자신의 이름 세 글자 외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은 여전히 빈 껍데기 같았다. 367번째의 여정, 그리고 367번째의 실망감.

그는 도시의 풍경을 응시했다. 무채색의 건물들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옛 건축물의 잔해들,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는 기술의 찬란함. 문득 그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돔의 가장자리, 거대한 원형 건물의 상층부에 새겨진 문양. 세 개의 원이 얽혀 있는 듯한, 단순하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문양이었다.

쿵. 심장이 순간적으로 내려앉았다. 잊고 있던, 그러나 어딘가 깊숙이 박혀 있던 감각이 희미하게 깨어났다. 저것은… 저 문양은 대체?

“이안님, 괜찮으세요?” 아린이 이안의 굳어진 표정을 읽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문양에 고정된 채였다. 머릿속에서 파편 같은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래된 연구실, 푸른색 작업복, 그리고 낮은 속삭임.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낮은 음성의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공간을 부유하는 공중 광고판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잔잔하고, 조금은 슬픈 듯한 음색.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어우러진 연주였다.

그 멜로디가 이안의 귓가에 닿자마자,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오래된 숲… 빛나는 별… 맹세…’

단어들이, 감각들이, 영상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너무나 강력해서 그는 무릎을 꿇을 뻔했다. 아린이 놀라 그를 부축했다.

“이안님!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왜 이러세요?”

이안은 아린의 손을 뿌리치고 주변을 둘러봤다.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곳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그의 시선이 마침내 한 작은 노점상에 닿았다. 그곳은 오래된 음반과 고물들을 파는 듯했다. 한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 그것은 그가 알고 있는 멜로디였다. 기억은 없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그 멜로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안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노점상으로 향했다. 노점의 주인은 늙은 할머니였다. 그녀는 마치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 이 노래… 이 곡 이름이 무엇입니까?” 이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할머니는 낡은 레코드판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아, 이 곡 말이니? ‘별의 자장가’라는 곡이야. 아주 오래된 곡이지.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시간 여행자가 남긴 곡이라고 해.”

‘시간 여행자’. 그 단어가 이안의 심장을 후려쳤다.

그는 레코드판을 받아들었다. 낡은 종이 케이스에는 멜로디를 들었을 때 보았던 것과 똑같은, 세 개의 원이 얽힌 문양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문양은… 대체 무엇입니까?”

“이 문양 말이지? 옛 기록에는 ‘시간의 고리’라고 불렸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는 그냥 사라진 문양일 뿐이야. 이 도시에 건설될 당시, 어떤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실에 새겨 넣었다는 설도 있지.”

이안은 레코드판을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손끝에서부터 전율이 흘러왔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도시의 문양, 멜로디, 그리고 시간 여행자. 모든 조각이 하나의 거대한 퍼즐을 향해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이 잃어버린 과거의 퍼즐을.

“이안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아린은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절박한 희망과 함께, 오래된 슬픔이 가득했다.

“아린… 나, 기억해야 해. 이 노래… 이 문양… 모두 나를 부르고 있어. 내가 누구였는지,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말이야.”

그의 손에 쥐인 레코드판이 희미하게 떨렸다. 어쩌면, 이 도시가 그의 잃어버린 기억의 마지막 조각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그를 압도했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위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도 함께 피어올랐다.

그때였다. 도시의 상층부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에 경고 문구가 떴다.

“불법 차원 간 이동체 감지. 즉시 위치 파악 및 제압 작전 개시.”

그리고 이안과 아린이 서 있는 곳을 향해 수십 대의 감시 드론이 무섭도록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이안은 다시 한번 굳게 아린의 손을 잡았다. 그의 기억을 향한 여정은, 또 다른 추격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