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첫사랑을 찾는 탐정 – 제414화




잃어버린 첫사랑을 찾는 탐정 – 제414화

김지훈은 차가운 돌 난간에 기댄 채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 저택을 응시했다. 무수한 밤을 새워가며 쫓아왔던 그림자의 끝, 마침내 도달한 종착역이 눈앞에 있었다. 거대한 철문 뒤로 펼쳐진 정원은 너무나 완벽하게 손질되어 있었고, 그 한가운데 고고하게 솟아 있는 백색의 저택은 마치 신화 속 궁전 같았다. 그러나 지훈의 눈에는 그 모든 화려함이 그녀를 가두는 차가운 감옥처럼 느껴졌다. 무려 15년이었다. 단 한 번의 단서, 희미한 목소리, 우연히 잡힌 사진 한 장에 매달려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저 안에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제 한서연이 아니었다. 정윤아.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머리색은 물론, 앉는 자세, 사용하는 언어, 심지어 표정까지. 몇 달 전 처음 그녀의 사진을 보았을 때, 지훈은 자신의 심장이 온몸의 피를 역류시키는 듯한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그 눈빛. 너무나도 변했지만, 그 깊이를 아는 지훈에게는 여전히 서연이었다. 그의 첫사랑, 그의 전부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 지훈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땀방울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걸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는 품속에서 작고 낡은 오르골을 꺼내 엄지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었다. 이 오르골은 둘만의 추억이 담긴 유일한 물건이었다. 언젠가 그녀에게 직접 건네주리라 수없이 다짐했었다.

오후에 받은 정보에 따르면, 저택에서는 조촐한 비공개 미술품 경매가 열리고 있었다. 정윤아, 즉 서연은 그 경매의 기획자이자 호스트였다. 어둠이 짙게 깔릴수록 저택의 불빛은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지훈은 경비의 눈을 피해 저택 뒷편의 숲을 통과했다.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첫 데이트를 앞둔 소년처럼 불안하고 설렜다.

불안한 조우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재즈 선율과 고급 향수 냄새, 그리고 낮게 속삭이는 대화 소리가 뒤섞여 흘러나왔다. 지훈은 능숙하게 군중 속에 스며들었다. 검은색 수트를 입은 경비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지만, 그의 눈은 오직 한 사람만을 쫓았다. 저 멀리, 그림 같은 드레스를 입고 손님들과 우아하게 대화하고 있는 그녀. 정윤아.

그녀는 예전의 서연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강인해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깊은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지훈은 심장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의 서연은 이렇게 차갑고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따뜻하고, 해맑게 웃던 소녀였다. 그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는 늘 별이 박혀 있었다.

그녀는 경매를 알리는 종을 울리기 위해 연단으로 향했다. 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녀의 가는 뒷모습을 보며, 15년 동안 억눌러왔던 그리움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손이 떨리고, 목이 말라왔다.

그녀가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존경하는 컬렉터 여러분, 그리고 귀한 발걸음 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지만, 지훈은 그 미묘한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저건 서연의 목소리였다. 변했지만, 분명 서연이었다.

경매가 시작되고, 지훈은 한쪽 구석에 서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능숙하게 경매를 진행했고, 그녀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 순간,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을 보았다. 이강철. 이 저택의 실질적인 주인이며, 그녀의 후견인이라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소문으로는 정윤아와의 약혼이 임박했다는 말도 있었다.

지훈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 남자의 손을 쳐내고 싶었지만, 애써 분노를 삭였다. 때가 아니었다. 섣불리 행동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단 하나의 시선

경매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그녀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저택의 발코니로 향했다. 지훈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뒤따랐다. 바깥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의 심장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발코니 난간에 기댄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지훈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발소리가 그녀의 귀에 닿았을 때,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그녀의 눈이 지훈의 얼굴에 닿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찰나의 순간, 지훈은 보았다. 그 안에 숨어 있던 한서연의 흔적을.

“정윤아 씨.” 지훈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새로운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경계심과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누구시죠? 혹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신가요?”

지훈은 그녀의 차가운 질문에도 굴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아니. 나는 당신을 알아요. 한서연.”

그의 입에서 나온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에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녀는 순간 숨을 멈췄고, 그 짧은 침묵은 지훈에게 수천 개의 단어처럼 들렸다. “무슨 소리이신지 모르겠군요. 저는 정윤아입니다.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차갑게 선을 그었다.

“착각이 아니야. 나는 김지훈이야. 기억나지 않아? 우리, 함께 자랐잖아. 그 오래된 골목길, 학교 앞 떡볶이 가게, 그리고… 우리만의 비밀 아지트. 거기서 너는 늘 이 오르골을 보고 행복해했지.”

지훈은 품속에서 낡은 오르골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격렬하게 흔들렸다. 오르골을 본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은 듯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순간, 발코니 문이 열리며 이강철이 등장했다. 그는 상황을 파악하고 차갑게 웃었다. “윤아 씨, 무슨 일이십니까? 낯선 분과 대화하고 계시더군요.” 그의 시선이 지훈에게 날카롭게 꽂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분이 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서연은 재빨리 가면을 쓰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오르골에서 시선을 거두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강철은 지훈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웃듯이 말했다. “그렇군요. 허락 없이 들어온 분은 경비에게 인계하는 것이 저택의 규칙입니다만.”

지훈은 이강철의 시선을 무시하고 오직 서연만을 바라봤다. “서연아, 제발. 나는 너를 잊은 적이 없어. 단 하루도….”

“닥쳐!” 이강철이 단호하게 외쳤다. “당신은 이 저택에서 나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그 순간, 서연의 눈이 지훈과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과 체념, 그리고 지훈만이 읽을 수 있는 슬픈 경고로 가득했다. ‘더 이상은 안 돼.’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 시선에 지훈은 무릎이 꺾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녀가 자신을 밀어내고 있었다.

지훈은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이강철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경비! 이 남자를 끌어내.”

건장한 경비원 두 명이 발코니로 들어서 지훈의 양팔을 잡았다. 지훈은 저항하지 않았다. 저항한다 해도 소용없을 것임을 알았다. 다만, 마지막으로 서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오르골을 든 그의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훈의 눈에, 그녀의 눈가에 맺힌 미세한 물방울이 포착되었다. 착각일까? 아니,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훈의 심장이 다시금 격렬하게 요동쳤다. 희미하지만 확실한 희망의 빛이었다. 그 희망을 붙들고 그는 경비들에게 이끌려 저택을 나섰다.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얼굴을 때렸다. 저택의 불빛은 여전히 찬란했지만, 그 안에는 그의 서연이 슬픔을 간직한 채 갇혀 있었다. 지훈은 주머니 속 오르골을 꽉 쥐었다. 비록 그녀가 그를 밀어냈지만, 그 눈물의 의미를 그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었다. 탐정 김지훈의 길고 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진정한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