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첫사랑을 찾는 탐정 – 제585화

차가운 밤공기가 서준의 뺨을 스쳤다. 핸들을 쥔 손에는 오래된 가죽 장갑이 씌워져 있었지만, 손끝에서 전해져오는 한기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낡은 SUV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느리게 나아갔고,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친 길은 끝없이 구불거렸다. 멀리, 산봉우리 너머로 희미하게 빛나는 ‘별똥별 언덕’의 옛 천문대가 그의 마지막 희망이요, 어쩌면 끝없는 절망의 시작일 수도 있었다.

수백 번을 되뇌었던 은하의 이름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벌써 585번째 밤. 이 기나긴 탐색의 여정 속에서 서준은 셀 수 없는 밤을 지새웠고, 수많은 얼굴 속에서 은하의 그림자를 쫓았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한 발짝 앞서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았다. 이번만은 달랐으면 했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은하가 어린 시절에 직접 그린, 별자리 대신 그들의 추억이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별 지도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기적처럼 발견된 그녀의 오래된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 쓰여 있던 한 줄의 문장. ‘그곳에서 다시 시작될 길.’

마침내 차는 낡은 철제 대문 앞에 멈춰 섰다. 녹슨 경첩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다. 서준은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천문대는 한때 별을 향한 인류의 꿈을 품었으나, 지금은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깨진 유리창, 담쟁이덩굴이 뒤덮인 벽, 그리고 거대한 망원경 돔의 지쳐 보이는 실루엣. 모든 것이 서글프게 아름다웠다.

안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먼지 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서준은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주 망원경이 자리했던 중앙 홀로 향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망원경 받침대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망원경 자체는 이미 철거되고 없는 듯했다. 그러나 서준의 눈은 텅 빈 공간이 아닌, 받침대 옆에 놓인 낡은 나무 상자를 향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누구… 시죠?”

어둠 속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준은 화들짝 놀라 불빛을 비췄다. 허름한 외투를 걸친 백발의 노인이, 그림자처럼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짙은 피로와 함께 오랜 기다림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천문대의 전직 관리인 ‘김 노인’이었다. 서준은 그를 만날 수도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다.

“김 선생님이시죠? 저는… 찾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윤은하’라는 이름을 아시는지요?” 서준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김 노인은 말없이 서준을 응시했다. 마치 그의 영혼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긴 침묵 끝에, 노인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은하… 아, 그 아이. 별을 볼 때마다 눈물이 마르지 않던 아이였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생각했는데… 또 누가 찾아왔군.”

‘또 누가?’ 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은하가 이곳에 왔었습니까? 언제… 마지막으로 보신 건 언제입니까?”

김 노인은 비틀거리며 낡은 의자에 앉았다. “오래되었어. 천문대가 문을 닫고 몇 년이나 지났을까. 그래도 가끔 찾아왔지. 조용히 혼자서. 늘 낡은 수첩에 무언가를 그리더군. 별을 향한 간절함이 느껴졌어. 꼭… 너와 같았지.”

서준은 자신이 들고 있는 은하의 사진을 내밀었다. “이 아이입니다. 제가 찾는 첫사랑입니다. 그녀가 여기에 흔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노인의 시선이 사진에 머물렀다. 그의 눈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맞아. 이 아이였어. 늘 이 자리에 앉아 저 낡은 망원경 받침대를 쓰다듬곤 했지. 마치 잃어버린 친구를 찾는 것처럼.”

“망원경 받침대요?” 서준의 눈이 빛났다. 그는 즉시 망원경 받침대로 다가가 손으로 더듬었다. 쇠와 나무가 섞인 받침대의 표면은 오랜 시간의 흔적으로 거칠었다. 그때, 손끝에 미세한 틈이 느껴졌다. 작은 홈을 따라 손을 움직이자, 뻑뻑한 소리와 함께 나무 패널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그 안에는 작은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낡았지만 조각이 섬세하게 새겨진 상자였다. 서준은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꺼냈다. 김 노인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 안에… 뭔가 있었어. 아이가 떠난 뒤에 내가 우연히 찾았지. 하지만 너무 소중한 것 같아서… 차마 열어보지 못했어.” 김 노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서준은 숨을 죽이고 상자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말라붙은 꽃잎 하나가 조심스럽게 놓여 있었다. 은하가 특별히 아끼던 별 모양의 꽃잎.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장의 작은 종이가 있었다. 종이에는 익숙한 필체로 작은 별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어린 시절 은하가 그려주었던 그들의 ‘추억의 별 지도’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러나 그 지도의 가장자리에는 익숙하지 않은 좌표와 함께, 흐릿하게 적힌 날짜가 있었다. 아주 최근의 날짜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 ‘새로운 별이 뜨는 곳에서 길을 잃지 마.’

서준의 손에서 상자가 떨어졌다. 나무 상자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혔고, 내용물은 흩어졌다. 그녀가 살아있었다! 그녀가 여기에 왔다! 그러나 그 기쁨은 순식간에 공포로 변했다. ‘길을 잃지 마.’ 그 문장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경고였다. 그녀가 위험에 처했거나, 혹은 그녀를 찾으려는 그에게 보내는 섬뜩한 메시지였다.

“은하… 너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니?”

서준은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솟아났다. 수없이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 그러나 결코 놓을 수 없었던 실낱같은 희망이 지금, 그의 눈앞에서 살아있는 증거가 되었다. 하지만 그 증거는 동시에 더욱 깊은 미스터리와 위험을 암시하고 있었다. 천문대 전체에 침묵이 내려앉았고, 이내 희미하던 전등이 깜빡이더니 완전히 꺼져버렸다.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서준은 손에 든 좌표와 경고의 메시지를 꽉 쥐었다. 새로운 별이 뜨는 곳. 그곳에서 그는 과연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 그의 탐색은 끝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