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흩뿌려진 검은 벨벳 같은 밤하늘 아래,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스튜디오에는 익숙한 온기가 감돌았다. DJ 별지기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밤의 공기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랬듯, 길 잃은 이들에게 작은 등불처럼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입니다. 오늘 밤, 유난히 밝게 빛나는 저 별들을 보셨나요? 쌍둥이자리입니다. 두 개의 밝은 별이 서로를 의지하듯 나란히 빛나는 모습은, 어쩐지 우리 인생의 동반자를 떠올리게 하죠. 홀로 빛나는 별도 아름답지만, 둘이 함께일 때 더 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별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별자리는 어떤 이야기를 속삭여주고 있나요?”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동안, 별지기는 오늘 도착한 사연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어느 한 통의 편지에 멈췄다. 봉투에는 손으로 그린 듯한 서툰 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고 글을 읽어 내려가자, 그의 심장이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했다.
‘별지기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세아라고 합니다. 어릴 적 할머니는 밤마다 저에게 별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저 멀리 빛나는 모든 별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고,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도 저 하늘 어딘가에 쓰여 있다고 말이죠. 저는 그 말을 믿었어요. 특히 제 친구 하준이와 함께 쌍둥이자리를 올려다보던 밤에는요.’
‘하준…’ 그 이름이 그의 뇌리에서 메아리쳤다. 별지기는 숨을 들이켰다. 그의 본명이었다. 아니, 그의 오래전 이름이었다.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다음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하준이와 저는 약속했었죠. 아주 먼 훗날, 우리가 서로 길을 잃게 되더라도, 저 쌍둥이자리를 보면 서로를 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요. ‘우리의 이야기는 저기에 쓰여 있어.’ 그게 우리의 암호였어요. 그런데 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면서, 작별 인사도 없이 하준이의 곁을 떠났죠. 저는 너무 어렸고, 두려웠어요. 어쩌면 하준이는 저를 원망했을지도 몰라요. 아니면… 이제는 저를 완전히 잊었을까요?’
그의 목구멍이 바싹 말랐다. 잊었냐고?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었다. 밤하늘의 쌍둥이자리를 볼 때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온통 세아의 웃음소리와 반짝이는 눈빛으로 채워졌다. 그녀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그는 매일 밤 그 별자리를 올려다보며 그녀를 불렀다. 언젠가는 그녀가 돌아올 거라고, 언젠가는 그의 목소리가 저 별을 넘어 그녀에게 닿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이 라디오를 시작했다. 어쩌면… 어쩌면 그녀가 그의 목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희망 때문에.
‘별지기님의 목소리에서 늘 어쩐지 모를 그리움을 느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그저, 하준이가 괜찮은지, 그리고 혹시 아직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저희가 가장 좋아했던 자장가, ‘은하수 별자리’를 듣고 싶어요. 너무 뻔한 신청곡인가요? 그래도, 이 노래를 들으면 어쩐지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별지기는 마이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세아. 그의 마음속에 깊이 묻어두었던 이름. 그가 이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목소리, 이제야 사연으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 순간, 그의 심장은 멈출 듯 격렬하게 뛰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르려 애썼다. 그의 목소리는 모든 이들의 위로가 되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 자신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것은 슬픔보다는 벅찬 희망에 가까웠다.
“세아님의 사연, 정말 아름답고도 애틋합니다. 어린 시절의 약속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누군가에게 등대가 되어주었다는 이야기는, 이 밤하늘만큼이나 깊은 감동을 주네요. 쌍둥이자리가 다시 빛나는 이 밤, 어쩌면 그 약속은 아직도 유효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별이,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이것은 단순한 DJ의 멘트가 아니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선, 그들만의 암호였다.
“그리고 세아님, 당신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한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이 밤하늘 아래에서 기다려왔던 노래일 겁니다.”
스튜디오에 ‘은하수 별자리’의 익숙한 선율이 울려 퍼졌다. 어릴 적, 세아의 할머니가 불러주던 그 곡. 하준이와 세아가 매일 밤 쌍둥이자리를 보며 흥얼거리던 그 자장가. 별지기는 두 눈을 감았다.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 그들의 잊힌 약속을 다시금 비추는 별빛이었다. 세아는 이 노래를 들으며 그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의 심장이 거세게 울렸다. 길고 긴 밤의 기다림이 마침내 끝을 향해 가는 걸까.
음악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로 흘러나갔고, 수많은 질문과 한 줄기 희망을 담은 채 제78화는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