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하늘에 별들이 흩뿌려진 듯 반짝이는 시간입니다. 여기는 여러분의 밤을 밝히는,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지기입니다.
오늘 밤은 유난히 더 깊은 색을 띠고 있네요. 창밖을 내다보면, 도시의 불빛 사이로도 가느다랗게 빛을 내뿜는 저 작은 별들이 마치 우리 각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저마다의 궤적을 그리며,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가는 이야기들 말이죠.
어떤 노랫말이 당신의 밤을 밝히나요?
최근 서연님께서 보내주신 사연 하나가 제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는지 모릅니다. 서연님은 오래 전,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동네의 작은 헌책방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해주셨어요.
“지기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연이라고 합니다. 밤마다 지기님의 목소리에 위로를 받고 있어요. 오늘 문득, 어릴 적 제가 가장 좋아했던 헌책방 ‘꿈의 서가’가 생각났습니다. 그곳은 책 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뒤섞인, 마치 시간마저 멈춘 것 같은 공간이었죠.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부모님의 불화로 마음이 몹시도 불안하고 외로웠던 시기였습니다. 어느 날 그 책방 구석에서, 낡고 빛바랜 표지의 시집 한 권을 발견했어요.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시집의 한 구절이 아직도 제 마음속에 선명합니다.”
서연님은 잠시 숨을 고르셨다가 계속해서 글을 이어가셨습니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별이 가장 밝게 빛난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어린 제 가슴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그때 옆에 앉아 책을 읽던 한 아주머니가 제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 주셨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따뜻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시며 미소 지어 주셨죠. 그 아주머니의 이름은 유진이었어요. 책방 주인이셨던 유진 아주머니는 그 시집을 제게 선물해주셨고, 제가 힘들 때마다 그 시집을 펼쳐 보곤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제가 성장하는 동안, 말없이 든든한 등대가 되어 주셨어요. 하지만 ‘꿈의 서가’는 재개발로 인해 사라졌고, 유진 아주머니와의 연락도 자연스럽게 끊겼습니다.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볼 때면, 그 시집의 구절과 유진 아주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워져요. 그분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실까요? 어린 저에게 빛이 되어주셨던 유진 아주머니에게, 이 방송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라지는 것들, 그리고 남는 것들
서연님의 사연을 읽으며 저 역시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저에게도 ‘꿈의 서가’ 같은 곳이 있었죠. 바로 동네 어귀에 있던 작은 레코드 가게였습니다. LP판 특유의 바늘 긁는 소리와 먼지 쌓인 진열장, 그리고 가게를 지키던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할아버지. 그곳에서 저는 처음으로 음악이라는 위로를 만났습니다.
그 레코드 가게도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생겨나지만, 그와 동시에 수많은 소중한 것들이 우리의 곁을 떠나갑니다. 하지만 과연 그 모든 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요?
저는 서연님의 사연을 들으며,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결국 남는 것들이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꿈의 서가’는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서연님이 얻은 위로와 유진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서연님의 내면에 깊이 각인되어 하나의 별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서연님을 통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도 있겠죠. 그것이 바로 사라지지 않는, 영원히 이어지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밤하늘에 부치는 편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꿈의 서가’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어쩌면 그 서가는 단 한 권의 시집일 수도 있고, 단 한 줄의 노랫말일 수도 있으며, 혹은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조각들은 우리가 길을 잃거나 지쳐 쓰러질 때마다, 밤하늘의 작은 별처럼 우리를 비춰주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연님, 그리고 유진 아주머니, 이 밤, 부디 이 방송이 아주머니께 닿기를 바랍니다. 비록 시간과 공간이 우리를 갈라놓았을지라도, 따뜻한 마음과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저 역시 이 밤, 오래 전 저에게 음악이라는 선물을 주셨던 레코드 가게 할아버지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어쩌면 할아버지도 저 높은 곳 어딘가에서, 별이 되어 빛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모든 분들의 이야기가, 이 밤하늘의 별들처럼 영원히 반짝이기를 바라며,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는 다음 사연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잠시 후 다시 만나요. 지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