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가족 여행기 – 제225화

깊은 산골짜기, 구불구불 이어지는 비포장도로의 끝에 다다랐을 때였다. 낡은 내비게이션은 기어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엉뚱한 안내를 뱉어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첩첩산중과 그 사이에 외딴 한옥 한 채뿐. 아빠의 낡은 SUV는 겨우 몸을 뉘일 공간을 찾았고, 덜컹거리는 소리가 멎자마자 차 안을 가득 채웠던 짜증과 기대감이 뒤섞인 공기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우와! 여긴 진짜 산골이네!”

뒷좌석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초등학교 3학년 사랑이가 튀어나왔다. 종달새처럼 재잘거리며 풀밭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엄마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랑아! 위험해, 조심해!”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린 건 엄마였다. 허리춤을 잡고 길게 기지개를 켜는 엄마의 얼굴엔 피로가 역력했다. “아이고, 허리야. 대체 여길 어떻게 찾아서 예약을 한 거야, 여보?”

아빠는 의기양양하게 짐칸 문을 열며 외쳤다. “하하, 어때? 자연 친화적이고 운치 있지 않아? 스마트폰도 안 터지는 진정한 힐링!”

그 순간, 차 뒷좌석에서 고등학생 준이가 휴대폰을 흔들며 불평했다. “아빠, 진짜 폰이 안 터져요. 와이파이도 없어요? 나 오늘 과제 제출해야 하는데!”

스물두 살 대학생인 첫째 하나는 조용히 헤드폰을 벗었다. 그녀의 표정은 ‘또 시작이군’ 하는 체념에 가까웠다. “그래도 공기는 좋네. 이제 짐 좀 옮길까요?”

가족이 예약한 한옥은 ‘고요한 쉼터’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도착과 동시에 시끌벅적한 소음으로 가득 찼다. 마루에 놓인 신발장 위에는 사전에 도착한 옆방 손님들의 등산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우리 가족의 알록달록한 운동화와 슬리퍼는 마치 전투를 벌이듯 흩뿌려졌다. 이불과 베개가 쌓여 있는 방을 본 사랑이는 신이 나서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자기만의 ‘성’을 쌓기 시작했다. 준이는 한쪽 구석에서 겨우 잡히는 미약한 신호라도 찾아보려 애쓰며 휴대폰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엄마는 방 배정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사랑이는 하나 언니랑 잘 거고… 준이는 혼자 쓰고 싶다고 했지? 그럼 아빠랑 나랑 다른 방을 쓸까?”

“무슨 소리야, 여보!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오랜만에 우리 둘만의 밤을… 콜록, 아니,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자야지! 정 없게 무슨 따로 자!” 아빠가 허둥지둥 말을 돌렸다. 사실 아빠는 코골이가 심해서 엄마가 가끔 따로 자자고 제안하는 편이었다.

하나가 조용히 말했다. “저는 혼자 쓰고 싶어요. 논문 읽을 것도 있고,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결국, 아빠와 준이 한 방, 엄마와 사랑이, 하나가 다른 방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방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견 충돌이 일었다. 사랑이는 온 이불을 펼쳐놓고 그 위에서 뒹굴었고, 준이는 자기 침낭을 가져왔다며 바닥에 펴놓더니 바로 이어폰을 꽂았다.

저녁은 아빠의 제안으로 바비큐를 하기로 했다. “산골까지 왔으니 제대로 된 바비큐를 맛봐야지! 내가 오늘 셰프다!” 아빠는 팔을 걷어붙였지만, 현실은 엄마와 하나가 고기를 손질하고 쌈 채소를 씻는 동안, 아빠는 숯불을 피우다가 연기를 뒤집어쓰고 콜록거리는 신세였다.

“아빠, 불 피우는 것도 못 하면서 무슨 셰프야.” 준이가 휴대폰을 힐끗 보며 말했다.

“이 녀석이! 아빠는 원래 연기파 배우였다고!” 아빠는 애써 허세를 부렸지만,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은 영락없는 초보 캠퍼였다.

사랑이는 숯불 옆에서 재밌다며 나뭇가지로 불을 툭툭 건드렸다. “사랑아, 뜨거워! 저리 가 있어!” 엄마의 잔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가 정신없는 와중에, 하나는 조용히 깻잎을 씻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씩 엄마와 아빠의 티격태격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시끄럽지만, 이런 것이 가족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고기가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가 온 마당을 채웠다. 아빠는 익지도 않은 고기를 뒤집으며 호들갑을 떨었고, 엄마는 “아직이야, 여보!”를 외쳤다. 준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휴대폰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사랑이는 “나도! 나도!”를 외치며 자기가 먹을 고기부터 찜했다.

첫 쌈을 싸서 아빠에게 건네는 엄마의 손길, 고기 한 점을 사랑이 입에 넣어주는 하나의 다정한 눈빛, 그리고 어색하게 준이에게 고기를 권하는 아빠의 모습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살아 있는 가족의 풍경이었다.

“음~ 맛있다!” 사랑이가 고기를 오물거리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한 마디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산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한옥 마당은 고즈넉한 정취를 더해갔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마루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하나가 작게 속삭였다. 그녀의 눈빛은 별빛처럼 반짝였다.

준이도 어느새 휴대폰을 내려놓고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별은 무슨 별이에요, 아빠?”

아빠는 으스대며 아는 별자리를 몇 개 설명해주려 했지만, 결국 “음… 그건 아마… 저쪽 어딘가에 있겠지?” 라며 얼버무렸다. 엄마는 아빠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사랑이는 이미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밤의 정적을 부드럽게 감쌌다.

시끌벅적했던 하루가 저물었다. 완벽하게 계획된 여행도 아니었고, 평화롭기만 한 순간도 아니었다. 때로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오가고, 때로는 서로에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모든 소음과 혼란 속에서, 가족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말없이 어깨를 기댄 가족의 모습은 그 어떤 완벽한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여보, 그래도 좋지?” 엄마가 아빠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아빠는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고말고. 우리 가족이 함께라면 어디든 최고지.”

그들의 눈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깊고 따뜻하게 빛났다. 시끌벅적한 가족 여행은 그렇게,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조용히.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