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 작은 빵집의 기적 – 제138화

따뜻한 위로의 밤식빵

산모퉁이 빵집의 아침은 늘 분주했지만, 오늘은 유독 지혜의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볕 좋은 창가에는 아침 햇살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지만, 지혜의 시선은 자꾸만 창밖을 향했다.
곧 있으면 올 작은 단골손님, 하나 때문이었다.

며칠 전부터 하나는 평소의 활기찬 모습을 잃었다.
까르르 웃으며 달려와 “이모, 햇살 듬뿍 치즈빵 주세요!” 하고 외치던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조용히 카운터 앞에 서서 눈을 내리깔고 빵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어제는 겨우 한 조각을 먹고 남은 빵을 봉투에 넣는 모습을 보며 지혜는 마음이 아팠다.
늘 밝고 맑은 아이였기에 그 그림자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지혜는 하나 엄마가 멀리 해외로 파견근무를 떠나게 되어, 하나가 잠시 할머니와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씩씩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던 아이였지만, 매일 먹던 빵 한 조각에도 엄마의 빈자리가 드리워진다는 것을 지혜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 작은 어깨에 드리운 외로움이 빵집의 따뜻한 공기마저 식히는 듯했다.

“어떤 빵이 하나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지혜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저 맛있는 빵이 아니라, 엄마의 따뜻한 품처럼 안아주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네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빵.
오랜 시간 빵 반죽을 치대고 성형하며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다름 아닌 ‘밤식빵’이었다.
어릴 적 엄마가 집에서 직접 삶은 밤을 듬뿍 넣어 만들어 주시던, 달콤하면서도 포근한 그 밤식빵.
그 속에는 단순한 맛을 넘어선, 사랑과 추억이 가득했다.

지혜는 곧바로 반죽을 시작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부드럽고 쫄깃하게, 버터를 아끼지 않고 넣어 깊은 풍미를 더했다.
그리고 설탕에 절인 밤 대신, 갓 찐 밤을 직접 으깨어 꿀과 함께 버무렸다.
시중에 파는 밤보다 훨씬 담백하고 부드러운, 엄마의 정성이 느껴지는 밤이었다.
반죽을 길게 밀어 그 속에 밤을 가득 채워 넣고, 조심스럽게 돌돌 말아 식빵 틀에 넣었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듯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오븐 속에서 빵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빵집 안은 어느새 밤의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로 가득 찼다.
지혜는 빵이 다 구워지자마자, 아직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빵을 조심스럽게 꺼내 식힘망 위에 올렸다.
겉은 황금빛으로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틈새로 보이는 밤알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지혜는 이 빵에 ‘별똥별 밤식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멀리 있는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하나가 품고 있는 작지만 간절한 소원들이 이 빵을 통해 하늘로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딩동-

예상했던 시간에 맞춰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여전히 작은 어깨는 처져 있었고, 눈빛은 전처럼 빛나지 않았다.
지혜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하나를 맞았다.

“하나야, 어서 와. 이모가 오늘 특별한 빵을 구웠는데, 하나 생각나서 만들었어.”

지혜는 따뜻한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별똥별 밤식빵을 하나에게 내밀었다.
하나의 작은 코끝이 빵 냄새를 따라 킁킁거렸다.
조심스럽게 빵을 받아 든 하나의 얼굴에 아주 미미한 변화가 스쳤다.
평소처럼 시무룩하던 표정 대신, 어렴풋한 궁금증이 스쳐 가는 듯했다.

“이모… 이거 밤 냄새 나요.”

하나가 빵을 품에 안듯 꼭 쥐었다.
그 순간,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빵 한 조각을 쭉 찢어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식감,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밤의 맛,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버터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맛.
그 맛에 하나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참고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엄마… 엄마가 해주시던 밤 맛이에요…”

지혜는 아무 말 없이 하나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빵은 그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었다.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때로는 잊었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 되기도 한다.
오늘, 산모퉁이 작은 빵집에서 구워진 이 별똥별 밤식빵은 하나에게 엄마의 따뜻한 품을 선물했다.
작은 빵 한 조각이 일으킨 기적이었다.
하나의 작은 어깨에서 외로움의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는 것을 보며, 지혜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것이 바로 빵집의 작은 기적, 그녀가 매일 마주하는 소중한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