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버린 시간 여행자 – 제246화

망각의 심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서하는 시간의 심장부, 차가운 에테르가 흐르는 돔형 공간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키를 입력했다. 수십 년, 아니 어쩌면 수백 년을 헤매며 찾아다닌 바로 그 장소.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들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회귀의 전당’이었다. 금빛 섬광이 흐릿한 돔 내부를 가득 채웠고, 중앙의 거대한 수정 구체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서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는 잃어버린 시간 여행자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을 떠돌아다니는지 알지 못한 채, 오직 가슴속 깊이 새겨진 공허감과 단편적인 이미지들만을 쫓아왔다. 이제 그 모든 것의 끝이 보였다. 혹은, 또 다른 시작일지도.

깨어나는 진실의 잔영

수정 구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서하의 심상으로 파고들었다. 그것은 기억이 아니었다. 마치 오래된 홀로그램처럼, 그녀의 눈앞에 선명한 영상이 펼쳐졌다. 영상 속에는 서하 자신과 꼭 닮은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옛 모습인 듯했다. 그 여인은 처절하게 슬퍼하며, 동시에 비장한 결의에 찬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듯한 자신의 모습, 즉 현재의 서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나?” 서하는 숨을 들이켰다. 영상 속 과거의 자신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파동처럼 서하의 영혼을 울렸다.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균열이 너무 깊어져 모든 시간이 뒤틀리기 전에… 모든 것을 바로잡을 유일한 방법은… 오직 나만이 가능했어.”

균열? 무엇의 균열이란 말인가. 서하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은 계속 말을 이었다.

“내 기억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 그 진실의 무게는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거야. 아니, 감당해서는 안 돼. 진실을 알면 너는 움직일 수 없어. 주저하게 될 거야. 망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져버려.”

과거의 서하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고통이 서하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그러니, 나는 너에게서 나를 지워야만 해. 가장 중요한 기억을… 스스로 잊어야만 해. 네가 누구인지, 네가 무엇을 잃었는지 알지 못해야만… 너는 진정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오직 기억 없는 너만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어.”

스스로 택한 짐

충격이었다. 그녀의 기억 상실은 사고가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한 망각. 자신을 지우고, 스스로를 ‘열쇠’로 만들어 이 무한한 시간 속에 던져 넣은 것이었다. 왜? 무엇 때문에? 그만큼 거대한 재앙이 임박했던 것일까?

영상 속의 과거 서하는 마지막 힘을 짜내듯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는 듯했다.

“기억 없는 너는… 오직 이 공허감만을 쫓아 움직일 거야. 그리고 언젠가, 가장 큰 균열 앞에서… 너는 기억을 되찾을 필요 없이, 본능적으로 내가 숨겨둔 ‘그것’을 찾게 될 거야. 그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

그리고 그녀는 손을 들어올려, 눈물을 머금은 채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

“이곳에 모든 진실이 잠들어 있어. 하지만 지금은 보지 마. 때가 되면, 네 영혼이 비명을 지를 때… 그때 비로소, 네가 찾아 헤매던 유일한 진실이 깨어날 거야.”

빛이 사라지고, 영상 속 과거의 서하는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 서하는 주저앉았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는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의 무게,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짊어졌던 슬픔과 결의의 무게를 동시에 느꼈다. 그녀는 망각의 피해자가 아니었다. 스스로 망각을 택한, 가장 고통스러운 주동자였다.

잃어버린 기억이 그녀의 무기였고, 그 무지로 인해 그녀는 지금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알았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자신을 지웠는지. 그 ‘균열’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녀의 심장이 가리키는 방향, 즉 그녀가 애타게 그리워했던 그 깊은 공허감이 향하는 곳이 바로 모든 진실의 중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 깊은 곳에서 차가운 기운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동시에 솟아올랐다. 마치 봉인된 문이 열리듯, 단 하나의 이름, 단 하나의 장소, 단 하나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것은 그녀가 잊어버린 모든 것의 시작이자, 그녀가 감히 마주할 수 없었던 가장 거대한 비극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은…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