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 제256화

고요한 밤, 별빛이 스며드는 시간.
여기는 여러분의 밤을 지켜주는,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입니다.
진행자 김준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분의 소중한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눈길을 끈 한 통의 편지가 있었는데요.
익명의 ‘은하’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잠시 여러분과 함께 읽어볼까 합니다.

***

안녕하세요, DJ 김준님.

저는 스물아홉, 이름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하는 은하라고 합니다.
요즘 들어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져서, 김준님의 라디오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어주고 있어요.

사실 오늘 편지를 쓴 이유는, 오래전 잃어버린 한 사람을 다시 떠올려서입니다.
그는 제 어린 시절의 전부였던 친구였어요.
함께 낡은 옥상에 올라가 별을 세던 밤이면, 우리는 손가락으로 보이지 않는 선을 이으며 미래를 꿈꾸곤 했죠.
그는 늘 제가 꾸는 꿈은 꼭 이뤄질 거라고, 저보다 더 저를 믿어주던 아이였습니다.

열두 살 여름, 유난히 별이 쏟아지던 밤이었어요.
그날따라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자고 약속했죠.
그는 제게 작은 조약돌 하나를 주면서 말했어요. “이 돌에는 세상의 모든 별빛이 담겨 있어. 네가 길을 잃을 때마다 이 빛을 기억해.”
저는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서, 그에게 제가 가장 아끼던 색연필 한 자루를 주었습니다. 언젠가 멋진 그림을 그려달라는 소박한 바람과 함께요.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고, 마지막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죠.
그 조약돌은 여전히 제 서랍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지만, 가끔은 그 빛이 바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꺼내어 보기가 두려워집니다.

요즘 저는 제가 꿈꾸던 것들과 너무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가끔은 그때 그 아이가 저를 보며 얼마나 실망할까 하는 생각에 밤새 뒤척이곤 합니다.

오늘도 별이 쏟아지는 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쩐지 그 조약돌의 빛이 다시 반짝이는 것만 같았어요.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아직도 그 별빛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김준님, 저는 괜찮은 걸까요?
그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별빛 아래에서, 은하 드림.

***

은하님의 사연, 잘 들었습니다.

괜찮냐구요?
저는 은하님께서 누구보다 괜찮은 어른이 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그 별빛을 기억하고 계시니까요.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꿈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 순간을 마주하곤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꿈을 향해 얼마나 나아갔느냐가 아니라, 그 꿈을 꾸었던 순수한 마음을 여전히 가슴속에 품고 있느냐가 아닐까요?
은하님께서는 그 조약돌처럼, 그리고 그에게 주었던 색연필처럼, 빛바래지 않는 마음을 간직하고 계십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은하님의 옛 친구분도 어딘가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때 그 약속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별빛처럼, 우리의 소중한 인연과 기억들은 서로에게 닿아있으니까요.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별빛입니다.
은하님, 당신은 이미 빛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빛은 언젠가 당신의 길을 다시 밝혀줄 겁니다.

은하님과, 그리고 오늘 밤 잠 못 이루는 모든 분들을 위해 이 노래 띄워드립니다.
[음악 재생: 제목 미정, 잔잔하고 위로가 되는 곡]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내일 밤 같은 시간, 같은 주파수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