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아이들 – 제271화

어둠은 늘 그렇게 찾아왔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대지 위로, 칠흑 같은 장막이 드리워지면 비로소 낮 동안 타오르던 회색빛 태양의 잔재마저 스러져갔다. 민준은 관측소의 차가운 금속 난간을 붙잡고 멀리, 저 무수한 점들이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십, 수백 개의 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무심하게 반짝였다. 그 속에서 그들이 쫓는 별, 엘리시움은 여전히 희미한 꿈의 파편처럼 아득했다.

“오늘도 별다른 신호는 없습니다, 대장.”

뒤에서 들려오는 지우의 목소리는 희망보다는 체념에 가까웠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폐 속으로 파고드는 공기는 텁텁하고 무거웠다. 그들 주위를 둘러싼 이 황무지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감옥이었다. 이곳에 정착한 지 벌써 15년.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 그들은 열기로 가득 찬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우리는 별을 쫓는 아이들이다!”

아이들. 이제는 모두가 어른이 되었다. 그 눈빛에는 빛바랜 꿈의 흔적과 함께 지울 수 없는 상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유나… 그녀의 희생은 그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동력이었지만, 동시에 영원히 갚을 수 없는 빚으로 민준의 심장을 짓눌렀다. 유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선명했다. ‘민준아, 잊지 마. 저 별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된 곳이 있어.’

그 이야기,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잊고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대장,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지우는 이번에는 조금 더 단호한 어조였다. 민준은 몸을 돌려 관측소 내부로 들어섰다. 낡은 패널의 불빛들이 간신히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에너지 코어가 거의 한계입니다. 예비 전력도 며칠 버티기 힘들 겁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관측소는 그들의 눈이자 귀였고, 생존의 마지막 보루였다. 이 코어마저 멈추면,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암흑 속에 고립될 터였다.

“수색대는?”

“어제 보낸 3팀도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쓸 만한 자원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민준의 입술에서 쓰디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현실이 비수처럼 가슴을 꿰뚫었다. 수많은 밤을 이 자리에서 지새우며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그 희망조차 연료처럼 소진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유나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귓가를 맴돌았다. ‘잊지 마…’

그때, 지우가 갑자기 굳은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대장… 이 데이터를 좀 보시죠.”

민준은 지우의 옆으로 다가섰다. 낡은 화면에는 복잡한 수치들이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아주 미약하지만 규칙적인 패턴의 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관측해온 어떤 신호와도 달랐다. 너무나 희미해서 그저 노이즈로 치부될 수도 있었지만, 지우의 눈은 그것이 미묘하게 비정상적임을 읽어냈다.

“이게… 뭐지?”

민준의 심장이 오랜만에 날카로운 경종처럼 울렸다. 잠시 망각했던 희망이라는 단어가 다시 고개를 드는 듯했다.

“엘리시움 방향에서 온 겁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포착했던 신호와는 파장이 완전히 달라요. 마치… 오래된 데이터 코드를 해독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지우의 손가락이 스크린 위를 맴돌았다. 화면 속 희미한 패턴은 마치 잠자던 거인이 아주 느리게 눈을 뜨는 것처럼 느껴졌다.

“해독 가능한가?”

“아직은요. 너무 미약합니다. 하지만… 이걸 계속 추적하려면 지금의 에너지로는 불가능합니다.”

지우의 시선이 코어의 잔여 전력을 보여주는 수치로 향했다. 며칠. 고작 며칠. 이 신호를 더 깊이 파고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지쳐있었다. 더 이상의 희생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민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들 사이로, 엘리시움의 희미한 흔적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유나의 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처음 이 꿈을 꾸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반짝이는 눈동자들, 세상을 다 가질 듯한 확신에 찬 목소리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아이들이었지만, 그 어떤 어른보다도 큰 꿈을 꾸었다.

민준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거칠고 주름진,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손.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짊어진 책임의 무게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지우야.”

“네, 대장.”

“남은 예비 전력 전부를 이 신호 해독에 투입해.”

지우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시스템들이 멈출 겁니다. 난방, 급수… 심지어 생명 유지 장치마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알고 있어.” 민준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도 좋다. 오직 이 신호에만 집중해.”

그것은 도박이었다. 최후의 도박. 이 한 줄기 빛이 진정한 희망일 수도 있고, 그저 절망으로 향하는 마지막 유혹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선택해야 했다. 포기하고 서서히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걸고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들 것인가.

그때, 관측소 외부에서 낮은 굉음이 들려왔다. 코어의 전력이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었다. 벽면의 불빛들이 깜빡이며 사그라들었다. 지우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스쳤지만, 이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빠르게 명령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민준은 다시 창가로 다가섰다. 이제는 희미해진 조명 아래,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유나야….’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죽음과도 같은 고요였다. 그러나 민준의 가슴속에는 알 수 없는 뜨거운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불씨는 오랜 침묵 끝에 깨어난 작은 희망이었고, 수많은 상실에도 불구하고 아직 죽지 않은, 별을 쫓는 아이들의 마지막 꿈이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신호는 더욱 간절하게 깜빡였다. 그들은 모든 것을 걸고, 이 마지막 별의 속삭임을 해독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들을 어디로 이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비행이 될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