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 제346화

밤이 깊어질수록 빗방울은 더 거세졌다. 창밖으로는 낡은 아스팔트 위로 쏟아지는 불빛들이 길게 번져나갔다. 미나는 작업실의 스탠드를 끄고 오직 라디오의 희미한 주파수 불빛에만 의존한 채 캔버스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은 붓을 쥐고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심장이 먹먹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서른네 번째 별자리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잊혀진 멜로디’라는 제목으로 도착한 사연을 읽어드릴게요.”

잔잔한 목소리의 DJ 별은 언제나처럼 밤의 적막을 부드럽게 감쌌다. 미나는 눈을 감았다. 사연이 시작되기 전 흘러나온 짧은 기타 선율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지우가 자주 흥얼거리던 멜로디였다. 별들이 쏟아지던 여름밤, 낡은 옥상 위에서 그의 기타가 만들어내던 첫 음표.

“안녕하세요, DJ 별님. 저는 오늘, 아주 오래된 멜로디 하나를 찾아 이 밤 라디오를 두드립니다. 10년 전, 저는 별을 보며 꿈을 꾸던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는 늘 제게 ‘우리가 만드는 음악은 저 별들처럼 영원히 빛날 거야’라고 말했죠. 함께 만든 작은 멜로디들이 수도 없이 많았는데, 그중 유독 한 곡이 제 마음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제목은 없었고, 그저 우리가 서로의 손을 잡고 걷던 어느 밤, 그의 기타 줄 위에서 즉흥적으로 태어난 곡이었어요. 그 곡을 들으면 모든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 밤의 별빛도, 그의 미소도, 그리고… 그에게서 멀어진 저의 뒷모습까지도요.”

미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손에 쥐고 있던 붓이 파르르 떨렸다. 사연은 계속 이어졌지만, 그녀의 귀에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단어가 마치 거울처럼 그녀의 기억을 반사하고 있었다. ‘잊혀진 멜로디’… 아니, 결코 잊을 수 없는 멜로디였다. 지우와의 모든 것이 그 선율 속에 담겨 있었다. 헤어짐의 아픔마저도.

“어떤 이는 사랑은 추억으로 먹고 산다고 했습니다. 저는 가끔 그 추억이 너무 아파서, 차라리 잊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저는 다시 그 멜로디를 듣고 싶어요.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가 이 라디오를 듣고 있다면… 그가 만든 별빛 멜로디가 아직도 저의 밤을 비추고 있음을, 그리고 여전히 그 멜로디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 여기에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요. DJ 별님, 그 멜로디를 찾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DJ 별은 잠시 침묵했다. 그 짧은 정적은 미나의 심장을 더욱 강하게 옥죄었다. 이토록 완벽하게 그녀의 사연 같을 수가 있을까. 10년 전 헤어진 지우가 보낸 사연일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득 지우도 어딘가에서 이 라디오를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그가 이 사연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추억을 떠올릴지… 비에 젖은 밤, 그녀의 마음속은 폭풍이 휘몰아쳤다.

“네, 참으로 아름답고 애틋한 사연입니다. 잊혀진 멜로디… 아마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잊혀진 멜로디’가 있을 겁니다. 저도 이 멜로디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아주 소중하게 보관된 음원을 발견했습니다.”

DJ 별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작업실의 낡은 스피커에서 익숙한 기타 전주가 흘러나왔다. 청량하면서도 어딘가 아련한 선율. 미나가 지우와 함께 만들었던,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들의 노래. 빗소리조차 잦아들게 만드는 마법 같은 멜로디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라디오 볼륨을 높였다. 그리고 스탠드를 켰다. 캔버스 위에, 아직 미완성인 별들 사이에, 그녀의 눈에서 떨어진 투명한 물방울이 번져갔다.

미나는 붓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은 여전히 비에 젖어 있었지만, 밤하늘은 보이지 않는 별들로 가득 차 있을 터였다. 이 멜로디는 잊혀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잠시 숨어 있었을 뿐. 그리고 오늘 밤, 이 라디오를 통해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작업실 문을 열었다. 빗소리가 더 가까이 들려왔다. 문득, 10년 전 그 여름밤의 별똥별처럼, 어떤 강렬한 예감이 그녀의 심장을 스쳤다. 마치, 이 멜로디가 다시금 누군가를 움직이게 할 것만 같은.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오늘 밤 당신의 멜로디는 어떤가요?”

DJ 별의 마지막 멘트가 빗소리 사이로 아련하게 울렸다. 미나는 우산을 든 채 거친 빗속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그녀의 밤은 이제 막 새로운 멜로디를 시작하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