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아이들 – 제309화

밤은 유독 깊었고, 바람은 뼈를 에는 듯 차가웠다. 고요한 설원의 끝, 낡은 오두막의 작은 창문 밖으로 희미한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 빛은 오두막 안의 오래된 테이블 위에 놓인 빛바랜 지도를 비추었다. 지도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채, 알 수 없는 상형문자와 별자리 기호들로 가득했다.

하은은 지친 눈으로 지도를 응시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은 지도 위를 천천히 더듬었다. 수백, 아니 수천 밤을 이 지도를 붙들고 씨름해왔을 터였다. 이제 그 종이 한 장은 그녀의 영혼처럼 닳아 있었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누나?”
지훈의 목소리는 희미한 불꽃처럼 떨렸다. 그는 모닥불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온몸에 감긴 두툼한 외투도 그의 불안을 다 가려주지 못하는 듯했다. 소년의 얼굴에는 오랜 방랑과 끊이지 않는 실망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웃음 짓는 법을 잊어버린 아이 같았다.

하은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모르겠어.”
그녀의 목소리 또한 어딘가 갈라져 있었다. 오랜 시간 희망과 절망의 파도 속에서 헤매다 지쳐버린 뱃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작은 조약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조약돌은 다른 돌멩이들과 달리,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반짝이는 푸른 빛을 머금고 있었다. ‘별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그들이 쫓는 별의 가장 작은 조각이었다. 이 조약돌을 따라 그들은 이 불모의 땅까지 흘러들어 왔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걸 잃었는지 알아?”
지훈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아린도, 준영이 형도… 모두 이 빌어먹을 별을 쫓다 사라졌어. 이젠… 지쳤어, 누나.”

오두막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들의 잃어버린 친구들의 이름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유리처럼 부서졌다. 그 이름들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자, 동시에 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은은 조약돌을 쥔 손을 꽉 쥐었다. 푸른 빛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스며 나왔다. “알아. 나도 알아, 지훈아. 매일 밤 그들의 얼굴이 꿈에 나와. 내가 과연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수없이 되묻고 또 되물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의 어둠을 응시했다. 저 어둠 너머에,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별이 정말 있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환상에 불과한 걸까.

“하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어.”
하은의 목소리는 다시 단단해졌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 조약돌을 넘겨줬고, 이 지도를 남겼어. 그들이 마지막까지 붙잡았던 희망이 바로 여기에 담겨 있어.”

그녀는 다시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문득, 지도 한구석에 새겨진 작은 문양에 시선이 멈췄다. 너무나 희미해서, 수없이 스쳐 지나갔던 문양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섬세하게 이어진 고대 문자의 조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닳아빠진 펜던트를 꺼냈다. 펜던트에는 하은의 할머니가 물려주신 오래된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놀랍게도, 그 각인은 지도의 문양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게… 뭐지?”
하은은 숨을 들이켰다. 지훈과 다른 아이들이 그녀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지도와 펜던트를 번갈아 보며 경외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이 문양은… 우리 부족의 가장 오래된 기록에도 나와. 잊혀진 별을 찾아 나선 첫 번째 아이들이 남긴 것이라고 했어.”
가장 나이가 많은 원로인 ‘노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지혜와 함께 오랜 기다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럼 이 지도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야? 어쩌면… 처음부터 별을 쫓았던 아이들이 남긴 메시지일지도 몰라.”
하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불길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조약돌을 지도의 특정 지점에 올려놓았다. 펜던트의 각인과 지도의 문양, 그리고 조약돌의 위치. 이 세 가지가 완벽하게 맞물리는 순간, 지도 전체에서 푸른 빛이 서서히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낡은 종이 위로 희미한 선들이 생겨나더니, 이내 하나의 완벽한 별자리 지도를 완성했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길과 표시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건… 우리가 찾던 ‘별의 길’이야.”
하은은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녀의 눈가에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수많은 밤을 헤매고, 수많은 것을 잃었지만, 마침내 그들의 여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지훈은 하은의 옆에 다가와 지도를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고, 그 자리에는 놀라움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빛이 스며들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게 된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생기가 깃들어 있었다.

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다음 길을 알게 됐어. 우리가 찾던 별은… 처음부터 여기에 길을 남겨두었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오두막 밖 설원에는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그들의 심장 속에는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길고 고된 여정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일까.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들은 다시 걸을 것이다. 잃어버린 자들의 염원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처럼, 그들은 멈추지 않는 희망의 아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