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은 무너져 내린 고대 천문대의 잔해 속에 홀로 서 있었다. 붉은 흙먼지가 바람에 날려 희미하게 부서진 돔의 구멍을 통과하는 석양빛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수없이 많은 시간 축을 넘나들었지만, 이곳만큼 그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곳은 없었다. 그는 이곳에 대한 어떤 명확한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지, 뼛속 깊이 스며드는 익숙함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들 뿐이었다.
손가락으로 거친 돌벽을 쓸어보았다. 과거의 흔적들이 그의 손끝을 스쳤다. 누군가 이 벽에 새겨 넣었던 섬세한 별자리 문양은 세월의 풍파 속에서 거의 지워져 있었지만, 잔상을 따라 흐르는 미세한 에너지의 파동은 이안의 시간 장치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반쯤 무너진 제단 위, 흙먼지에 반쯤 묻혀 있는 작은 조약돌 하나에 멈췄다. 평범해 보이는 조약돌이었다. 아니, 평범해서는 안 되는 돌이었다. 그의 기억이 본능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이안은 천천히 몸을 숙여 조약돌을 집어 들었다. 손안에 느껴지는 매끄러운 감촉은 차갑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작은 손, 따뜻한 미소,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맑은 웃음소리… 그것은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방금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리아…”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온 이름이었다. 목이 메었다. 그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인지, 왜 그 이름이 이토록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희미한 얼굴은 잡으려 할수록 더욱 멀어졌다. 손안의 조약돌이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아니, 떨리는 것은 그의 손이었다. 모든 것을 잊은 채 홀로 떠도는 시간 속에서, 그는 간신히 붙잡았던 이성의 끈마저 놓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왜… 왜 기억나지 않는 거지?”
이안은 무릎을 꿇었다. 조약돌을 가슴에 품은 채, 그는 오랜 시간 잊고 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여행자에게 가장 잔혹한 형벌은 영원히 반복되는 상실의 고통이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떠오르는 조각난 기억들은 그를 희망과 절망의 끝없는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이곳은, 리아와 관련된 기억의 파편이 가장 강하게 응집된 장소였다. 분명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그는 리아와 함께 이곳에 서 있었을 것이다. 별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며…
그의 손목에 채워진 시간 장치가 경고음을 울렸다. 주변의 시간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의 격렬한 감정이 시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이대로 주저앉아 모든 기억의 홍수에 휩쓸려 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머릿속을 스쳐 가는 또 다른 희미한 이미지, 무언가 위험한 기계음과 번쩍이는 섬광이 그를 다시 붙잡았다. 그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리아를 찾아야 했다. 그가 누구인지, 왜 기억을 잃었는지 알아내야 했다.
조약돌이 그의 품속에서 갑자기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조약돌의 표면에 아주 희미하게, 흐릿하지만 분명한 형상이 떠올랐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별자리 지도였다. 그가 알고 있는 어떤 별자리와도 다른,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패턴이었다.
이안은 숨을 멈췄다. 이 조약돌은 단순한 추억의 파편이 아니었다. 어쩌면, 잃어버린 기억 속으로 통하는 마지막 열쇠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그를 감쌌다. 별자리의 끝이 가리키는 방향. 그곳에 그의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 그는 조약돌을 꽉 쥐었다. 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그 희미한 별자리를 따라, 이안은 다시 한번 미지의 시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별자리가 그를 어디로 이끌지는, 혹은 무엇을 드러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심지어 그 자신조차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