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첫사랑을 찾는 탐정 – 제527화

흔적의 그림자

밤은 깊었고, 탐정 사무실의 유일한 불빛은 낡은 스탠드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후는 지친 눈으로 오래된 필름 사진 한 장을 응시했다. 사진 속에는 희미하게나마 어린 수아가 작은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몇 년 전, 한 고아원 기록 보관소에서 겨우 찾아낸 유일한 단서였다. 흐릿한 배경 너머, 마치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비치는 작은 간판. 그는 그 간판의 글자를 해독하기 위해 수백 번을 확대하고 또 확대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래게 했지만, 정후의 마음속 수아의 모습만은 선명했다. 그의 삶은 오직 그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다른 사건들을 해결하며 생계를 유지했지만, 그의 영혼은 언제나 이 끝없는 미로 속을 헤매었다. 527번째 밤, 수아를 향한 그의 그리움은 여전히 살아있는 불꽃 같았다.

그때, 잠잠하던 전화기가 낡은 소리를 내며 울렸다. 늦은 시간의 전화는 보통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왔지만, 정후는 어쩐지 이번엔 다를 것 같은 예감에 휩싸였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며칠 전, 그가 수아의 어린 시절을 캐묻기 위해 찾아갔던 작은 시골 마을의 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탐정님… 죄송해요, 너무 늦게 전화 드려서요. 그게요… 그 아이… 수아 말이에요. 제가 깜빡하고 있었던 게 있는데…”

정후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수많은 헛된 정보와 실망에 단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귀는 할머니의 목소리 한 음절 한 음절에 집중했다. “그 아이가 아주 잠깐, 아주 잠깐이었지만… 김씨 성을 가진 아주머니 집에서 지낸 적이 있어요. 그 아주머니가 동네에서 떡집을 하셨지. 아주 정이 많으셨던 분이었어.”

떡집. 정후는 사진 속 희미한 간판을 다시 들여다봤다. 불현듯, 수백 번이나 보았음에도 지나쳤던 간판의 가장자리, 알아보기 힘든 글자의 일부가 마치 ‘떡’이라는 글자와 겹쳐 보이는 듯했다. 우연일까, 아니면 드디어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하는 걸까.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둠 속에서, 희망의 실낱같은 빛이 다시 한 번 그의 앞에 드리워졌다. 수아, 그 이름 석 자가 그의 입술 위에서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