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침묵의 전당, 심장을 울리는 미지

(내면의 독백)
젠장, 젠장, 젠장! 분명히 그 고서에는 이런 언급이 없었다. ‘침묵의 전당’이라니, 그저 고요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 진짜 침묵, 생명마저 앗아가는 그런 종류의 침묵인가?

***

“이유진 씨, 진도가 너무 더딘 거 아닙니까? 이러다 제가 여기서 화석이 될 것 같아서 말이죠.”

낮게 깔리는 강민의 목소리에 유진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거대한 석문 앞에 바짝 붙어 고대 문양을 눈으로 훑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렸다. 땀으로 축축한 앞머리가 볼에 달라붙어 거슬렸다.

“강민 씨는 좀 조용히 하면 안 돼요? 이 문양들, 기존에 알려진 아스타니아 문명어랑 조금 달라요. 완전히 새로운… 아니, 어쩌면 변형된 형태일지도 몰라요.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고요!”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되받아쳤다. 강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네, 네. 박사님의 고뇌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 천장에서 떨어지는 모래 알갱이 보이십니까? 제가 보기엔 이 대단한 문양이 아니라 천장이 먼저 무너져 내릴 것 같습니다만.”

강민의 말에 유진은 그제야 주변을 둘러봤다. 그들이 들어선 ‘침묵의 전당’은 이름과는 달리 끊임없이 삐걱거리고 있었다. 어두운 천장에서는 자잘한 흙먼지가 비 오듯 떨어지고, 바닥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간혹 묵직한 돌덩이가 멀리서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강민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 유적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불안정했다.

“알아요, 알긴 아는데… 이 문은 단순한 돌문이 아니에요. 그들의 지혜가 담긴 동시에… 아마도 경고가 담겨 있을 거예요. 그걸 해독하지 않고 억지로 열면 더 큰 위험이 닥칠 거라고요.”

유진의 손가락이 석문의 거친 표면을 스치며 문양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의 눈은 마치 레이저라도 쏘는 듯 날카로웠다. 강민은 그런 유진의 옆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여 석문을 찬찬히 살폈다. 그의 시선은 문양보다는 문의 이음새나 구조적인 취약점을 찾는 듯했다.

“그래서, 그 경고문이 뭐라고 하는 것 같습니까? ‘어서 와, 죽음의 문은 처음이지?’ 이런 건 아니겠죠?”

강민의 능글맞은 목소리에 유진은 기가 막혔다.

“정말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당신이야말로 그 잘난 힘으로 문이나 좀 열어보지 그래요?”

“어이쿠, 저보고 무식하게 힘만 쓰라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박사님의 고귀한 지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묵묵히 보디가드 역할이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능청스럽게 말하면서도 강민의 눈은 주변을 끊임없이 살폈다. 그의 손은 어느새 허리에 찬 나이프의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유진은 강민의 장난기 가득한 말과 달리 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알아차렸다. 이 남자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려 애쓰지만, 가장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대비하는 본능적인 야수 같은 면모가 있었다.

(내면의 독백)
젠장, 저 남자 때문에 괜히 심장이 더 뛰잖아. 긴장감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사실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건 순전히 유적 때문이야!

유진은 다시 석문에 집중했다. 거대한 문양들 사이에서 유독 빛을 잃은 듯한 작은 문자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른 문양들이 곡선 위주의 유려한 형태인 반면, 그 문자는 마치 쐐기 같은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찾았다…!”

유진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 문양… 이건 지명이에요! 그리고 이 옆에 붙은 건… 시간, 아니, 주기를 나타내는 건가?”

그녀는 흥분하여 손가락으로 문양을 가리켰다. 강민도 유진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서, 그 지명이 뭔데요? 설마 그들이 ‘여기 함정이 있음’이라고 적어놨을 리는 없을 텐데요.”

“강민 씨! 이건… ‘빛의 심장이 멎는 순간, 대지는 숨을 쉰다.’ 라는 뜻이에요.”

유진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그녀는 문장을 되뇌며 미간을 찌푸렸다.

“빛의 심장? 해가 지는 시간, 혹은… 아스타니아 문명에서 숭배했던 특정 별의 움직임을 말하는 걸까요? 대지가 숨을 쉰다… 이건 아마 지진 같은 지각 변동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문은 특정 천문 현상과 지각 변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에만 열린다는 뜻인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이 크게 한번 요동쳤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진동이었다. 천장에서 굵은 돌멩이들이 툭, 툭,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유진 씨!”

강민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울렸다. 그는 순식간에 유진의 허리를 잡아 제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유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의 바닥이 거대한 균열을 내며 아래로 푹 꺼졌다. 먼지와 잔해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유진은 강민의 품에 안겨 휘청거렸다. 그의 단단한 팔이 자신을 강하게 붙들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흙먼지 냄새와 함께 강민 특유의 시원한 향이 느껴졌다. 그녀의 심장이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미친 듯이 뛰어댔다.

“괜찮습니까? 다친 곳은 없고요?”

강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유진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먼지로 얼룩져 있었지만, 눈빛은 진지하고 날카로웠다.

“네, 네… 괜찮아요. 강민 씨는요?”

“저는 뭐, 이 정도는 익숙해서 말이죠. 그것보다… ‘빛의 심장이 멎는 순간, 대지는 숨을 쉰다.’ 그게 지금 이 상황을 말하는 거라면… 우리가 지금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이곳에 온 거로군요.”

강민의 시선은 다시 석문으로 향했다. 그들의 발밑에서 붕괴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석문은 여전히 굳건히 서 있었다. 아니, 굳건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닫혀 있던 거대한 석문의 중앙에서부터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그 빛은 천천히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동시에, 전당 전체를 가득 채우는 웅장하면서도 서늘한 저음의 울림이 시작되었다.

우우우우웅-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온몸의 세포를 진동시키는 듯한, 거대한 존재의 숨결 같은 울림이었다. 유진은 강민의 품에서 벗어나 석문을 향해 비틀거리며 한 발 내디뎠다. 그녀의 눈은 푸른빛에 홀린 듯 일렁였다.

“이건… 빛의 심장…! 그리고 대지의 숨결이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푸른빛은 점점 강렬해지며 석문의 문양들을 하나하나 밝히기 시작했다.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듯했다.

그리고 이윽고, 길고 긴 침묵을 깨고, 거대한 석문이 마침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돌과 돌이 마찰하는 끔찍한 굉음이 전당을 뒤흔들었다. 먼지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고, 유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석문 너머에 펼쳐진 것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어둠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밝은 은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빛은 너무나 강렬하여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빛과 함께, 이제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고대의 언어로 된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했다.

강민은 유진을 다시 한 번 자신의 뒤로 숨기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얼굴에는 경계심과 함께 미지의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스쳐 지나갔다.

“유진 씨, 저 안에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강민의 질문에 유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무서워하던 붕괴의 위험도 잊은 채, 오직 석문 너머의 빛만이 그녀의 모든 감각을 지배했다.

(내면의 독백)
저 빛… 저 속삭임… 이 모든 것이 말하는 건 단 하나였다. 우리가 드디어, 아스타니아 문명의 가장 깊은 비밀, 그들이 감추고자 했던 진실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는 것을. 하지만, 이 빛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일까?

유진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세상이 상상도 못 할… 어떤 ‘기록’일 거예요. 아니면….”

그녀의 시선은 강렬한 은백색 빛 속으로 사라지는 석문 너머의 공간을 향했다. 그곳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한 푸른빛의 물결이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오싹한 그 물결은 유진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니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어떤 ‘존재’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푸른 물결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고대의 전설 속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형상이었다.

(내면의 독백)
세상에, 이건 대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공포 영화잖아!

강민은 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의 얼굴에는 드디어 장난기가 사라지고, 탐험가의 날카로운 본능만이 빛나고 있었다.

“어이쿠, 아무래도 다음 장은 좀 시끄럽게 될 것 같군요. 이유진 씨, 단단히 붙들어야 할 겁니다.”

강민의 입가에 비장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그 순간, 푸른 물결 속 그림자가 그들을 향해 포효했다. 전당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