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지글거리는 아지랑이가 춤을 췄다. 잿빛 먼지가 가득한 공기는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만들었다. 망가진 고층 건물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대로변을 따라, 우리는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벌써 사흘째다. 변변한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이 폐허를 뒤지고 있었다. 희망 대신 절망만이 잔뜩 쌓인 곳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가장 큰 절망일지도 모른다.

“이쪽은 더 이상 없어.”

준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먼지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며칠 밤낮으로 이어진 수색에 지쳐 눈꺼풀이 무거워 보였다. 우리는 낡고 녹슨 승용차들 사이를 기어가듯 빠져나와 버려진 버스 정류장 뒤에 몸을 숨겼다. 깨진 유리 파편이 뒹구는 바닥에 주저앉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수진이 석궁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야 해. 이대로는 안 돼.”

수진이 텅 비어버린 물통을 흔들었다. 짤랑이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마치 우리의 남은 식량처럼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영호는 말없이 허리춤에 찬 손도끼를 만지작거렸다. 언제나처럼 그의 눈은 무표정했지만, 피로와 갈증이 그를 갉아먹고 있음이 분명했다.

“지도상으로 이 근처에 작은 주택가가 있었어. 외진 곳이라 아직 털리지 않은 상점이 있을지도 몰라.”

준호가 찢어진 종이 조각을 꺼내 들었다. 붉은 펜으로 대충 그려진 지도는 빗물에 번져 희미했지만, 그가 가리키는 방향은 확실했다. 남동쪽으로 뻗은 좁은 골목길.

“주택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어. 밀집 구역은…” 영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알아. 하지만 선택지가 없어. 며칠 더 버티려면 뭐라도 찾아야 해. 여기선 더 이상 나올 게 없어. 아까 저쪽 마트에도 시체만 한가득이었잖아.”

준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 그는 리더였다. 비록 스스로 원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모두가 그를 따랐다. 준호가 먼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했다.

“가자.”

골목으로 들어서자, 대로변과는 다른 음산한 분위기가 우리를 감쌌다. 깨진 간판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고, 쓰러진 자전거 위에는 썩은 나뭇잎들이 쌓여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짐승 소리가 우리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그것은 짐승의 소리이기도 했고, 굶주린 인간의 소리이기도 했다.

“젠장, 냄새.”

영호가 코를 틀어막았다. 썩어가는 고기 냄새, 먼지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역한 핏비린내가 뒤섞여 숨통을 조여왔다. 우리는 모두 익숙한 냄새였다. 죽음의 냄새.

“여기야.”

준호가 걸음을 멈췄다. 작은 사거리에 위치한 낡은 상점 하나. ‘행운 슈퍼’라는 빛바랜 간판이 힘없이 매달려 있었다. 유리창은 깨지지 않은 채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굳게 잠긴 철문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텅 비어 있는 듯했다.

“혹시 알아? 기적처럼 뭐가 남아있을지.” 수진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녀의 눈빛에는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영호가 손도끼를 고쳐 쥐고 문으로 다가갔다. 그는 먼저 귀를 기울여 내부의 소리를 들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적. 오히려 그 정적이 더 섬뜩했다.

“안쪽은 조용해. 하지만 함정일 수도 있어.”

준호가 손짓으로 문을 부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영호가 문고리 부분을 손도끼로 힘껏 내리찍자,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부서졌다. 녹슨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철문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차갑고 어두운 내부가 드러났다. 텅 비어 있는 듯한 매장은 먼지로 가득했고, 진열대의 물건들은 엎어져 있거나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계산대 위에는 바싹 마른 쥐 시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조심해.” 준호가 속삭였다. 그의 총이 조용히 겨누어졌다.
수진이 석궁의 시위를 당겼다. 영호는 손도끼를 든 채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매장 안쪽의 창고 문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은 없어.”

텅 빈 진열대만 보며 수진이 허탈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쿵! 쿵!*

창고 안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였다. 영호의 몸이 굳었다. 그는 손짓으로 우리가 다가오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영호의 뒤를 따랐다. 좁은 통로를 지나 창고 문 앞에 섰을 때, 썩은 살덩이 냄새가 더욱 강렬해졌다.

“셋.”
준호가 손가락으로 카운트하기 시작했다.
“둘.”
수진이 석궁을 단단히 잡았다.
“하나!”

영호가 발로 창고 문을 걷어찼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고, 그 순간, 굶주린 짐승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에는 네 마리의 ‘그것들’이 있었다. 썩어가는 시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특히 그중 하나는,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이빨을 드러낸 채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시체를 향해, 준호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둔탁한 총성이 좁은 창고 안을 가득 메웠다. 달려들던 시체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맥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다른 세 마리가 이미 코앞까지 들이닥쳐 있었다. 영호가 괴성을 지르며 손도끼를 휘둘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가장 가까이 있던 시체의 머리가 어깨까지 깊숙이 갈라졌다.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동시에 수진의 석궁 화살이 날아갔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시체의 목에 정확히 박혔다. 시체는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지만,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축 늘어진 몸을 꿈틀거리며 우리 쪽으로 기어오려 했다.

“젠장, 한 마리 더!” 준호가 소리쳤다.
가장 깊숙한 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마지막 시체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빨이 빠진 입에서는 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가락이 우리를 향해 더듬거렸다.

“뒤로 물러서!” 준호가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그 시체는 예상보다 빨랐다. 뼈가 드러난 팔로 진열된 박스를 밀치며 달려들었다. 영호가 그 시체를 막아섰다.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도끼가 시체의 팔을 강타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시체는 잠깐 휘청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광폭하게 영호를 물어뜯으려 달려들었다.

“영호 형!” 수진이 비명을 질렀다.
준호는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을 장전하며 조준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영호가 시체와 뒤엉켜버려 정확한 조준이 어려웠다. 만약 빗나가기라도 한다면, 영호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그 순간, 영호가 마지막 힘을 다해 시체를 벽 쪽으로 밀쳐냈다. 시체가 벽에 부딪혀 휘청이는 찰나, 준호의 총이 불을 뿜었다.

*탕!*

명중이었다. 시체의 머리가 박살나며 벽에 피와 살점이 튀었다. 마지막 시체마저 바닥으로 쓰러졌다.

창고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썩은 피 냄새와 화약 냄새가 뒤섞여 역겨웠다. 우리 모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싸움은 짧았지만,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긴장감에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괜찮아?” 수진이 영호를 부축하며 물었다.
영호는 축 늘어진 팔을 부여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팔뚝에는 시체에게 긁힌 듯한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 상처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일단… 치료해야 해.” 준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서둘러 창고 안쪽을 살폈다. 엉망진창이 된 선반 아래에서, 먼지가 쌓인 박스 몇 개를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어보니, 의외로 온전한 통조림과 몇 개의 빵, 그리고 약품들이 들어있었다. 기적 같았다.

“찾았어…!” 수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내 사라졌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비록 당장의 위기는 넘겼고, 귀한 보급품도 얻었지만, 영호의 상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늘 그랬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시련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지옥이었다.

준호는 통조림을 주워들었다. 묵직한 무게가 그의 손안에서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갔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잃어야 할까. 알 수 없었다. 그저 다시 한 번, 해가 지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만이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