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챕터 1: 잿더미 위를 떠도는 그림자**

우주선 ‘방랑자’는 낡고 지친 몸뚱이였다. 끝없이 펼쳐진 암흑 속에서, 그나마 숨통이라도 붙어 있는 행성이라고는 잿빛으로 변색된 푸른 구슬 하나뿐인 이곳에서, ‘방랑자’는 생존의 유일한 보루였다. 카이의 손에 잡힌 조종간은 땀으로 축축했다. 낡은 금속과 엔진의 기름 냄새, 그리고 삭아버린 산소 정화 장치에서 희미하게 풍겨오는 곰팡이 냄새가 그의 코끝을 맴돌았다. 익숙한 불쾌감이었다.

전면창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절망 그 자체였다. 한때 인류의 요람이었던 행성은 이제 거대한 쓰레기장이자 방사능 구름이 소용돌이치는 지옥이었다. 그 잿빛 구름 위, 셀 수 없이 많은 잔해들이 느릿하게 춤추고 있었다. 폭발로 파괴된 우주 정거장의 잔해, 반파된 수송선, 심지어는 거대한 콜로니선의 뼈대까지, 인류 문명의 오만했던 흔적들이 차갑고 고요한 망각 속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카이, 왼쪽 3시 방향. 간격 좁아진다. 피해야 해.”

조수석에 앉아 전방 스캐너를 주시하던 리나의 목소리가 삑삑거리는 경고음과 함께 날아들었다. 고철 덩어리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지만, 매번 심장이 조이는 듯한 긴장을 안겨주었다. 카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조종간을 틀었다. 낡은 엔진이 삐걱이며 비명을 질렀고, 선체 전체가 강철 이빨이 갈리는 듯한 마찰음을 토해냈다.

“알고 있어. 어차피 이 망할 고철 덩어리로는 더 빠르게도 못 움직여.”

그의 목소리에는 신경질적인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리나는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푸른 작업복은 얼룩투성이였고, 옆머리를 짧게 깎은 은색 머리카락은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했다. 열아홉, 아직 어리지만 그녀는 ‘방랑자’의 엔진만큼이나 핵심적인 존재였다. 이 작은 배를 유지하고 작동시키는 데 카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좌표는 맞아, 카이. ‘망각의 별’은 저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스캐너 반응이 잡히기 시작했어. 아주 희미하지만.”

리나의 말에 카이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전방을 주시했다. ‘망각의 별’. 인류 멸망 직전, 마지막으로 건조되었다는 거대 수송선. 소문으로는 미개봉 상태의 고대 기술, 특히 강력한 동력원이 실려 있다고 했다. 그 동력원이라면 ‘방랑자’를 단순한 고물 덩어리에서 진짜 생존선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터였다. 혹은, 한때 인류가 꿈꿨던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도 있었다.

“희미하다고? 그 망할 스캐너는 멀쩡한 잔해도 제대로 못 읽잖아.”

“어쨌든 뭔가 있다는 뜻이잖아. 감마선 방출 패턴이 일반적인 고철 잔해랑은 달라. 아주 미묘하지만… 예전에 우리가 찾던 것과 비슷한 신호야.”

리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카이는 그녀의 감을 믿었다. 여러 번의 생사 고비를 넘겨오면서 리나의 직감은 단순한 기술적 분석을 넘어선 통찰력으로 입증되었다. 그 직감이 없었다면 그들은 진작에 이 우주 쓰레기장에서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잔해장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수록 주위는 더욱 어두워졌다. 멀리서 보이던 푸른 행성의 희미한 빛조차 가려질 정도였다. 조종실 내부의 희미한 비상등만이 그들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찾았다.”

카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스캐너 화면에 갑자기 거대한 형상이 나타났다. 반쯤 부서져 거대한 소행성과 뒤엉켜 있는 거대한 선체. 과거의 영광을 잃은 채, 검은 우주 속에서 뼈대만 남은 채 떠다니는 망령과도 같았다. ‘망각의 별’.

“젠장… 저렇게 클 줄이야. 꽤 손상된 것 같지만… 저 정도면 내부까지 온전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 리나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섞였다.

‘방랑자’는 조심스럽게 ‘망각의 별’에 접근했다. 외벽에는 운석 충돌과 알 수 없는 폭발의 흔적이 역력했다. 거대한 화물칸이 통째로 뜯겨 나간 곳도 있었다. 카이는 안정된 도킹 포트를 찾기 위해 배의 주위를 맴돌았다.

“접근 구역을 찾았어. 화물칸 연결 통로 쪽에 비상 에어록이 있는 것 같아. 손상도가 제일 덜해.” 리나가 스캐너가 보여주는 데이터를 읽었다.

‘방랑자’는 고요히 거대한 잔해의 옆구리에 달라붙었다. 철컥,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킹 완료 신호가 울렸다. 이제 고요함만이 남았다. 무중력 상태의 도킹 통로를 지나 ‘망각의 별’ 내부로 향하는 문 앞에 섰을 때, 카이와 리나는 각자의 낡은 강화복 헬멧을 조였다.

“내부 전원 상태는?” 카이가 물었다.

“음… 주 전원은 나간 것 같고, 비상 전원이 아주 희미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아. 대기 압력은… 거의 없거나 독성 물질일 가능성이 커. 방사능 수치도 높아.”

“예상했던 대로군.”

카이는 허리춤의 만능 공구 키트를 확인하고, 리나는 작은 레이저 커터를 들었다. 두꺼운 강철 문에 새겨진 거대한 문양은 그 배가 얼마나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었는지 암시하는 듯했다. 녹이 슬고 부식된 문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카이가 문에 달린 수동 레버를 돌리자, 끽, 끽, 거친 금속음이 정적을 찢었다. 그리고 마침내,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내부는 암흑 그 자체였다. 강화복의 헤드라이트를 켜자, 춤추는 우주 먼지들 사이로 삭아버린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에서부터 늘어진 케이블들은 마치 거대한 거미줄 같았다. 바닥에는 알 수 없는 장비들의 잔해와 오랜 시간 쌓인 먼지가 발자국 하나 없는 과거를 증명했다.

“젠장, 냄새 봐. 썩은 금속이랑… 이산화탄소 냄새인가? 강화복 안이라도 역겹네.” 리나가 중얼거렸다.

“주의해. 여기서 뭘 만날지는 아무도 몰라. 다른 생존자들이 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나쁜 것일 수도.”

카이는 앞장서서 복도를 탐색했다. 낡은 복도는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았다. 한때 번성했을 인류 문명의 정교함과, 이제는 폐허가 된 현실이 기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그들은 스캐너가 가리키는 가장 큰 에너지 반응을 따라 움직였다. 그곳은 ‘망각의 별’의 핵심부, 동력 제어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중력 장치가 아주 약하게 작동하고 있어… 걸을 때마다 몸이 뜨는 것 같아.” 리나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복도 끝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깜빡이는 문이 나타났다. 비상 전원이 공급되는 곳이었다. 카이는 조심스럽게 문에 다가섰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쪽에서는 기계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이가 문을 밀고 들어가자, 거대한 동력 제어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개의 거대한 전력 케이블이 엉켜 있고,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원통형 구조물이 서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찾아 헤매던, ‘망각의 별’의 심장이자 그들의 희망이었다. 희미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고요히 잠들어 있는 동력 코어.

“세상에… 정말 여기 있었어.” 리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카이는 코어에 손을 뻗었다. 표면은 놀랍도록 차가웠다. 하지만 스캐너는 강력한 에너지 반응을 표시하고 있었다. 망가지지 않은, 살아있는 동력원. 그들은 드디어 생존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었다.

그때였다.

정적을 찢고, 섬뜩한 금속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쉬이이익- 틱! 쉬이이익- 틱!** 기계음과 함께, 방 한쪽 구석의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붉은 센서등이 번뜩였다. 거대한 금속 팔을 가진, 녹슨 구형 보안 드론이었다. 그들의 존재를 감지한 드론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 몸체를 부들부들 떨며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보안 시스템이 작동해?” 카이의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저건… 완전 자동 방어 시스템이야! 주 전원이 나간 상태에서도 자체적으로 동력을 공급받아 작동하게 설계된 구형 모델 같아! 망할!” 리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드론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그 거대한 몸체는 위협적이었다. 육중한 발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텅 빈 공간에 울려 퍼졌다. 붉은 센서등은 오직 그들만을 겨냥하고 있었다. 고대 기술의 보물은 이제 죽음의 덫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카이는 주저할 틈도 없이 허리춤의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의 손은 이미 여러 번 살육을 저질렀지만, 그가 죽여 온 것은 주로 식량을 노리는 변종 생물들이었다. 차가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자동 살상 병기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위협이었다.

“리나, 뒤로 물러서! 동력 코어에 손대지 마!”

“하지만…!”

“지금은 저걸 상대해야 해!”

카이가 방아쇠를 당겼다. 레이저 광선이 어둠을 가르고 드론의 몸체에 명중했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의 표면에서 불꽃이 튀었지만, 드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빠르게 그들을 향해 돌진해왔다. 붉은 센서등이 격렬하게 깜빡였다. 그리고 그 순간, 드론의 거대한 팔에서 숨겨져 있던 기관총이 튀어나오며 차가운 굉음을 토해냈다.

**타다다다다!**

납탄이 강철 복도를 찢어발기며 쏟아져 나왔다. 카이는 리나를 밀치고 강화복 헬멧이 깨질 듯한 충격 속에서 몸을 날렸다. 그들의 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