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잿빛 유성

어둠은 익숙한 벗이었다. 망가진 잔해들이 거대한 뼈대처럼 박혀 있는 소행성 궤도 전초 기지 ‘낙원’의 심장부에서 카이론은 그 어둠과 함께 숨 쉬었다. 한때는 은하계의 가장 밝은 별을 자처했던 자들이 버려지고 잊힌 곳. 먼지 낀 콘솔의 희미한 비상등만이 카이론의 굳게 다문 입술과 강철 같은 턱선을 비췄다. 그의 손은 낡은 스패너를 쥐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은 마치 정교한 외과 의사의 칼처럼 정확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수년째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폐기된 드론의 심장에서 꺼낸 동력 코어를 해체하고, 고장 난 항법 장치의 회로를 뜯어내며, 잊힌 시대의 함선 잔해에서 희귀한 합금 파편을 수집하는 일. 그의 옆에는 거대한 뼈대만 남은 구형 스텔스 폭격기가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검은 혜성’이라 불리던, 한때는 적의 심장에 공포를 심어주던 기체. 이제는 먼지와 녹으로 뒤덮인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지만, 카이론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그건 복수의 칼날이었고, 동시에 그의 모든 것이었다.

“상태 보고.” 카이론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다. 쇳가루와 오존 냄새가 섞인 공기를 가르며, 그의 말은 기체 내부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의 정적 후, 조종석에 설치된 작은 보조 스크린이 푸른빛으로 깜빡였다. 그리고 이내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 엔진 코어 재결합률 87%. 동력 효율 91%. 현재 상태로는 초광속 도약 시 안정성 보장이 어렵습니다, 카이론. 최소 95% 이상이 필요합니다.』

카이론은 스패너를 내려놓고 거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알고 있어, 셀레네. 완벽해야만 해. 단 한 번의 실수는 곧 모든 걸 잃는다는 의미니까.”

『그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단 하루도 당신이 완벽하지 않은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셀레네의 목소리에는 미약한 비아냥거림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가 직접 설계한 인공지능이자, 가장 끔찍했던 지옥 속에서 유일하게 그의 곁을 지킨 존재였다.

카이론은 무표정한 얼굴로 코어의 냉각 시스템을 다시 확인했다. 그의 뇌리에는 언제나 그날의 잔상이 선명했다. 제이든의 차가운 눈빛, 배신으로 얼룩진 미소, 그리고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폭발음. 은하 연합의 기함, ‘정의의 심장’이 산산조각 나던 순간, 그는 제이든의 함선이 무사히 벗어나는 것을 보았다. 제이든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누구보다 그를 이해한다고 믿었던 유일한 동료였다. 함께 연합의 최전선을 누비며 수많은 위기를 넘겼던 동지. 그의 손에 의해, 카이론은 모든 것을 잃었다. 조국, 동료, 명예, 그리고 미래. 오직 죽음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살았다. 지옥 같은 아수라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그 후 모든 시간은 복수를 위한 그림자로 변모했다.

“완벽해질 거야. 반드시.” 카이론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오랜 시간 이 잿더미 속에 갇혀 있었어. 이제는 날아오를 때가 됐지. 그 빌어먹을 배신자의 목을 조르러.”

『과거를 곱씹는 것은 현재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셀레네가 침착하게 말했다. 『현재 당신의 신체 컨디션은 최상입니다. 지연 회복 장치 덕분에 지난 주 발견한 잔해에서 얻은 새로운 나노 섬유는 팔의 만성 피로도를 15% 감소시켰습니다.』

“과거는 내 심장을 움직이는 연료야, 셀레네.” 카이론은 허공에 주먹을 쥐었다 펴며 말했다. “제이든, 이젠 은하 연합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그 녀석이 나에게 남긴 유일한 선물이지.”

그는 조종석으로 올라가 낡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차가운 금속과 땀 냄새가 섞인 좁은 공간. 하지만 이곳은 그의 성채이자 전함이었다. 메인 콘솔의 스위치를 올리자, 꺼져 있던 스크린들이 일제히 깨어나듯 푸른빛을 뿜어냈다. 수십 개의 데이터 스트림이 화면을 가로질러 빠르게 움직였다. 복구된 항해 기록, 무기 시스템 상태, 쉴드 충전량,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이든의 이동 경로 추적 데이터.

『새로운 정보가 감지되었습니다.』 셀레네의 목소리에 미묘한 긴장감이 실렸다. 『은하 연합의 주요 정보망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된 메시지입니다. 보안 등급은 최상위입니다.』

카이론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스크린을 노려봤다. “해독해, 셀레네. 어떤 정보든 놓치지 마.”

『네트워크 구조가 매우 복잡하며, 다수의 가짜 경로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해독에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얼마나.”

『최소 27분 13초.』

27분 13초. 그 짧은 시간 동안 카이론은 숨도 쉬지 않는 듯했다. 그의 시선은 해독률을 표시하는 숫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심장이 불안정하게 뛰기 시작했다. 마침내, 초록색 ‘COMPLETE’ 메시지가 화면에 깜빡였다.

『해독 완료. 내용은… 은하 연합 총사령관 제이든의 일정. 다음 주 ‘에덴 17’ 행성에서 열리는 연합 창설 50주년 기념식 주관. 연합의 모든 고위 인사가 참석할 예정입니다.』

카이론의 입술이 비틀렸다. 에덴 17. 행성 전체가 휴양 시설이자 고위층 전용 구역으로 지정된 곳. 경비는 삼엄하겠지만, 제이든이 가장 빛나는 순간, 가장 많은 눈이 자신을 주시할 때를 노려야 했다. 바로 그것이 카이론이 원했던 그림이었다.

“에덴 17이라.” 그의 목소리에서 핏빛 갈증이 느껴졌다. “제이든, 너는 그 화려한 가면 뒤에서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상상조차 못 할 거다.”

그는 조종간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의 손아귀에 스며들었다.
『계획을 변경하시겠습니까, 카이론?』 셀레네가 물었다.

“아니.” 카이론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이건 변경이 아니야. 마침내 시작된 것뿐이지. ‘검은 혜성’, 이제 네 엔진에 복수의 불꽃을 담을 때다.”

그의 눈은 에덴 17의 좌표가 깜빡이는 홀로그램 우주 지도를 응시했다. 그곳에는 은하계의 빛나는 별들 사이로, 오랫동안 숨겨져 왔던 잿빛 유성 하나가 빠르게 궤도를 바꾸고 있었다. 이제 그 유성은 더 이상 어둠 속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불태우며 추락할 준비를 마친 채. 복수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