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13화: 찢어진 비명

밤은 깊고 검었다. 낡은 고택, ‘밤의 서재’를 덮친 폭풍은 마치 분노한 심해의 괴물처럼 울부짖었다. 번개가 번뜩일 때마다 고풍스러운 벽에 걸린 촛대와 앙상한 그림자들이 기괴한 춤을 추었고, 빗방울은 창문을 두드리며 애원하는 손가락처럼 기어 다녔다. 거대한 저택의 한가운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은 바로 주인의 서재였다.

강태호는 늘 그랬듯, 말없이 서재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 위로 번개 불빛이 스치며 날카로운 턱선을 부각시켰다. 잿빛 눈동자는 감정의 흔적 없이 고요했지만, 그 깊이를 아는 이라면 감히 그 시선과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옆에 선 김 형사는 초조하게 손을 비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 선생, 자네는… 정말 괜찮은 건가? 안색이 말이 아니군. 이런 날씨에 이런 사건이라니. 죽을 맛이야.”

김 형사의 투박한 위로에도 강태호는 미동도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육중한 서재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놋쇠 손잡이는 차갑게 빛났다. 그 안에서, 몇 시간 전 저택의 주인 백선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밀실 살인. 그것도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말씀드렸다시피, 문은 안에서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이중 잠금장치에, 빗장까지 걸려 있었죠. 창문은 죄다 쇠살로 막혀 있었고, 그마저도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유리창은 깨진 흔적도 없고요.”

박 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덧붙였다. 백선생의 오랜 그림자처럼 저택을 지켜온 그는 충격으로 인해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강태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코끝으로 희미하게 느껴지는 곰팡이와 낡은 종이 냄새, 그리고… 무언가 다른, 섬뜩한 향기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것은 썩은 고기의 비린내도, 피비린내도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틀린 공간’의 냄새랄까. 몽롱하고 아득하며, 동시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심장을 찌르는 듯한.

“문은… 언제 마지막으로 열렸습니까?” 강태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어제 저녁 7시경, 제가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저녁을 가져다드렸습니다. 그때까진 아무 이상 없었지요. 선생님께서는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고, 저는 그 명에 따라 문을 잠그고 나왔습니다. 오늘 아침, 선생님께서 나오지 않으시기에 걱정되어 찾아갔다가…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 집사의 눈가가 붉어졌다.

김 형사가 거친 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시신은… 보시다시피. 직접 보시죠.”

강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굳게 닫힌 서재 문을 열고 들어섰다. 퀴퀴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서재는 거대하고 어두웠다. 사방의 벽은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 안에는 제목조차 읽기 힘든 고서들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중앙에는 떡갈나무로 만든 묵직한 서재 책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잉크병과 깃펜, 그리고 펼쳐진 고문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시선은 곧바로 바닥으로 향했다.

백선생은 책상 앞에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쓰러져 있었다’는 표현만으로는 그의 상태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은 마치 물컹한 점토 인형처럼 뒤틀려 있었다. 팔다리는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여 있었고, 등은 활처럼 휘어 마치 무언가가 그의 뼈를 부러뜨려 다시 조립한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극심한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고, 벌어진 입에서는 비명조차 터져 나오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눈은 광기 어린 경련을 담은 채 천장의 한 지점을 꿰뚫고 있었다.

시신에는 외상도, 피 한 방울도 없었다. 단지, 몸 자체가 비틀린 채 굳어버린 것이다.

김 형사가 침음했다. “국과수에서는… 사인 미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변사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강태호는 묵묵히 시신 주위를 돌았다. 그의 시선은 백선생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천장으로, 그리고 서재의 구석구석으로 움직였다. 번뜩이는 눈빛이 어둠 속을 헤치며 보이지 않는 실마리를 찾아 헤매는 듯했다.

“혹시… 목격자나 이상한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습니까?”

“밤새 폭풍이 몰아쳐서… 아무도 듣지 못했습니다. 저택이 워낙 넓고 외진 곳이라 이웃도 없고요.” 박 집사의 목소리가 힘없이 가라앉았다.

강태호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김 형사만이 알아챘다.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파장에 반응하는 것처럼.

그의 시선이 천장의 한 지점에 멈췄다. 백선생의 눈이 향했던 그곳.
언뜻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낡은 벽지, 세월의 흔적이 묻은 나무 기둥. 하지만 강태호는 그곳에서 미묘한 무언가를 포착했다. 아주 희미한,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 불가능한 흔적.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 지점을 어루만졌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마치 무언가가 뜨겁게 타올랐다가 순간적으로 식은 듯한.
“이것은…” 강태호의 중얼거림이 서재의 고요를 깨뜨렸다.

“강 선생? 뭘 발견한 건가?” 김 형사가 다가왔지만, 강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희미한 무지개빛 잔광이 보였다. 마치 기름때처럼 번져 있지만, 만져도 묻어나지 않는. 그리고 그 잔광들이 모여, 불완전하고 기묘한 문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문자의 일부 같기도, 어떤 추상적인 기호 같기도 했다.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형태.

강태호는 그 문양에 손을 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순간, 그의 정신 속으로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백선생의 비명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시각과 촉각, 후각까지 동원된 극도의 공포. 공간 자체가 뒤틀리고, 현실의 장막이 찢어지며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백선생의 몸을 으깨는 끔찍한 감각이 강태호의 의식을 휩쓸었다.

그는 짧게 신음하며 손을 뗐다. 그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강 선생! 괜찮은 건가?” 김 형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강태호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잠겨 있었다. “이제… 알겠습니다. 밀실의 트릭을요.”

김 형사와 박 집사의 시선이 동시에 강태호에게 향했다.

강태호는 천장의 희미한 문양을 다시 한번 응시했다. “이 문양은… 연기나 그을음이 아닙니다. 이 방에 잠시 열렸던 ‘문’의 잔상입니다. 우리가 아는 문이 아니라, 이 세계와 다른 어딘가를 잇는 문이죠.”

“그게 무슨…!” 김 형사가 경악했다.

“백선생은 이 방 안에서 무언가와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우리가 아는 물리적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현실의 벽을 비집고 들어왔고, 그 결과 백선생의 몸은… 이런 형태로 뒤틀린 것입니다.”

강태호는 백선생의 시신을 가리켰다. “밀실은 트릭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밀실은, 백선생이 필사적으로 이 문을 닫으려 했던 결과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존재가 이 세계로 완전히 넘어오지 못하게 막으려던 마지막 발버둥이었겠지요. 이 안에서 일어난 ‘살인’은 우리가 아는 살인이 아닙니다. 공간 자체가, 현실 자체가 순간적으로 찢어졌던 현상입니다.”

그의 말은 논리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의 헛소리 같았다. 그러나 강태호의 잿빛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 존재는 이 문을 통해 들어왔고, 백선생을… 아니, 백선생의 ‘존재’ 자체를 비틀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라졌죠. 이 방의 문은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살인자는 문을 통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았으니까요.”

강태호는 다시 한번 천장의 희미한 문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것은… 이 세계에 남은 상처입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서재 안에는 폭풍 소리만이 가득했다. 김 형사와 박 집사는 강태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가 내뿜는 섬뜩한 확신에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그들의 등골로 차가운 냉기가 기어올랐다.

강태호는 고개를 들어 백선생의 시선을 따라 천장의 한 점을 응시했다. 마치 그곳에 아직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머물러 있는 것처럼.

밤은 더욱 깊어지고, 서재는 차가운 침묵에 잠겼다. 밀실의 진실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강태호는 알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밤의 서재’에서 열린 균열은, 언젠가 온 세상을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