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본 회차는 <페넘브라의 별> 23화입니다.)

**23화: 붉은 달의 그림자**

정화 기지 7호의 관측 데크는 죽은 듯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가스 행성 페넘브라가 거대한 물감 통처럼 오렌지와 보라색으로 뒤섞여 있었고, 그 위에 위성 이카루스가 피처럼 붉은 윤곽을 드리우고 있었다. 낡고 거친 금속 벽에서 스며 나오는 한기보다 더 날카로운 긴장감이 시아의 등골을 타고 흘렀다.

칼릭스의 자세는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의 비늘은 평소의 차분한 청록색 대신, 위협과 불안을 알리는 핏빛 홍옥색으로 격렬하게 일렁였다. 여러 마디로 이어진 그의 팔다리는 거대한 몸통에 바싹 붙어 있었는데, 이는 그의 종족이 극도의 불편함이나 억눌린 분노를 느낄 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복합적인 그의 눈동자는 멀리 떨어진 주 기지의 희미한 불빛에 고정되어 있었다.

“너무 위험해, 시아.” 칼릭스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의 발성 기관은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기 위해 미세하게 떨렸고, 그와 동시에 희미한 황색의 생체 발광이 그의 목덜미에서 솟아났다. 피어 오르는 유독 가스처럼, 이는 명백한 경고의 신호였다.

“알아.” 시아는 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녀의 심장이 마치 드럼처럼 불규칙하게 고동쳤다. “하지만… 달리 만날 곳이 없잖아.” 그녀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곳은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지만, 언제까지일지는 미지수다. 내 종족의 감찰관들이 우리 흔적을 쫓고 있어.” 칼릭스는 천천히 몸을 돌려 시아를 마주 보았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걱정과 애정, 그리고 깊은 고뇌가 뒤섞인 복잡한 빛깔의 파동이 그의 비늘을 스치고 지나갔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비늘로 전하는 그의 언어였다.

시아는 무심코 손을 뻗어 그의 단단한 앞다리 중 하나에 닿으려다 멈칫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공중에서 망설였다. 그의 피부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고 거칠었지만, 그녀는 그 감촉을 사랑했다. 마치 살아있는 갑옷 같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섬세한 생명력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와의 첫 접촉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들의 사랑은, 이종족 간의 편견과 적대를 넘어선 기적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칼릭스. 인류 통제국도 우리를 주시하고 있어. 이 행성, 이 기지 자체가 거대한 덫이야.” 시아는 결국 손을 거두고, 대신 자신의 팔을 감싸 안았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인류와 칼리아 종족의 평화는, 우리의 희생 위에 세워진 유리성 같아.”

“유리성이었지.” 칼릭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후각 기관이 시아의 체취를 깊게 들이마시는 듯했다. 그들의 종족은 서로 다른 행성의 공기를 호흡하는 것조차 위험할 수 있었다. 칼릭스는 인간형 생체 여과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들의 짧은 만남에 허용된 사치처럼 지금은 잠시 벗어둔 상태였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유리에 그려진 허상이었는지도 모르지. 우리의 관계가, 그 허상을 깨뜨릴 마지막 균열이 될 수도 있다.”

시아는 그의 말에 침묵했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 종족의 오랜 역사를, 그들이 지켜온 엄격한 사회적 질서를, 그리고 그들이 애써 유지해온 위태로운 평화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였다.

“두렵지 않아?” 칼릭스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부드럽게 울렸다. 이번에는 보라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잔잔한 물결이 그의 비늘을 따라 흘렀다. 위로와 이해의 빛이었다.

시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두려워. 내 종족의 광기, 네 종족의 냉혹함. 이 모든 게 우리를 삼킬까 봐. 하지만…” 그녀는 한 걸음 다가가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비늘 아래로 미약한 온기가 전해졌다. “너를 잃는 것이 더 두려워.”

칼릭스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의 네 개의 팔 중 하나를 들어 시아의 어깨를 감쌌다. 그의 손가락 끝은 날카로웠지만, 그녀에게 닿는 움직임은 세상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인간의 방식으로 그녀를 안는 법을 배웠다. 그들의 신체 구조는 너무나 달랐지만,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방식을 찾아냈다. 따뜻하고 묵직한 그의 체온이 그녀에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렇다, 시아.”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고뇌와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그의 종족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었고, 종족의 번영을 저해하는 비합리적인 감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아와 함께하며, 그는 그 모든 것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금지된 감정이자, 동시에 유일하게 그를 온전하게 하는 힘이었다.

그때였다.

정적을 찢고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멀리 떨어진 주 기지 방향에서였다. 붉은색 비상등이 깜빡이며 어두운 복도를 잠시 비추더니, 이내 다시 꺼졌다. 정전인가? 아니, 이런 경보는 처음이었다. 마치 누군가 기지 전체의 시스템을 흔들어 깨우려는 듯한, 불길한 외침이었다.

칼릭스의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그의 비늘은 순식간에 불꽃처럼 붉게 타올랐다. 극심한 위협을 감지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시아, 이건…” 그의 목소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일반적인 비상 상황이 아니다. 우리를 노리고 있어.”

시아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칼릭스의 뒤로 물러섰다. “누가? 인류 통제국이야? 아니면 네 종족?” 떨리는 목소리가 불안하게 메아리쳤다.

칼릭스는 고통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알 수 없다. 하지만 감시망이 뚫린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어.” 그의 다부진 팔이 시아를 뒤로 밀어내며 경계 태세로 바뀌었다. 그의 비늘 사이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튀어나오고, 그의 복합적인 눈은 주변의 모든 움직임을 탐색하듯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온몸에서 섬뜩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창밖의 풍경도 변했다. 페넘브라의 대기가 갑자기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에너지 방출과 함께 거대한 번개가 가스 구름을 꿰뚫었다. 그것은 자연 현상이 아니었다. 분명, 전투의 신호였다. 대기권 밖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교전이었다.

“전투가 시작됐어.” 시아가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그들이 만나는 동안 외부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들 때문인가?

칼릭스는 시아의 어깨를 붙잡고 강하게 흔들었다. “도망쳐야 한다, 시아. 내가 시간을 벌겠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명령이자, 간절한 애원이었다.

“무슨 소리야? 칼릭스, 너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시아는 그의 단단한 팔을 붙들었다. 차가운 비늘 아래로 흐르는 그의 근육은 마치 강철 같았다.

“우리는 함께 있으면 더 큰 표적이 된다. 이건 명령이다.” 그의 비늘이 다시 붉게 타올랐다. 그의 종족의 마지막 방어 기제, 격렬한 분노와 자기희생의 신호였다. “여기서 북쪽으로 뻗은 폐쇄된 환기 통로가 있다. 거기로 숨어라. 내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메인 기지 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진동이 관측 데크의 강화 유리창을 뒤흔들었다. 금이 간 유리창 위로 거미줄처럼 균열이 실금처럼 번졌다. 그리고 그 균열 너머로, 기지의 돔형 지붕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거대한 함선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칼리아 종족의 전함. 그러나 그것은 아군이 아니었다. 주포에서 발사된 녹색 섬광이 기지 상공을 가르고, 인간의 전투기들이 불타는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옥이 별빛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칼릭스의 눈이 섬광에 번뜩였다. “아니… 이건… 칼리아 평의회 소속이 아니다. 이들은… ‘망각의 그림자’!”

시아는 ‘망각의 그림자’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온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칼리아 종족 내에서도 이단으로 불리는 극단주의자 집단이었다. 모든 타 종족과의 교류를 끊고,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잔혹한 파벌. 그들이 여기 왜? 그리고 왜 칼릭스의 기지를 공격하는 거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답을 찾을 시간은 없었다.

칼릭스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시아를 자신의 몸 뒤로 숨기고, 그의 비늘은 마치 살아있는 불꽃처럼 격렬하게 타올랐다. 그의 손톱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그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복도 전체를 뒤흔들었다.

“시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비할 데 없이 강렬했다. “살아남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순간, 관측 데크의 자동 잠금장치가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육중한 금속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너머로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여러 개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칼리아 종족의 특수 병사들이었다. 그들의 복장은 칼릭스의 것과 비슷했지만, 어둠을 닮은 짙은 남색 비늘과 살의로 가득한 눈빛은 확연히 달랐다.

그들은 칼릭스와 시아를 동시에 향해 무기를 겨눴다.

“배신자 칼릭스! 이단에게 붙잡힌 인간도 함께 처단한다!” 쩌렁쩌렁 울리는 기계음 같은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그들의 압도적인 숫자가 드러났다.

시아는 칼릭스의 등 뒤에서 얼어붙었다. 그의 비늘은 이제 순수한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마치 마지막 작별 인사처럼, 힘주어 잡았다.

‘망각의 그림자’ 부대원들의 무기에서 에너지 충전음이 섬뜩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그들의 총구에서 뿜어져 나왔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