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하아, 망할. 또 잡초 뽑기라니.

강운은 손바닥에 잡힌 거친 흙과 질긴 풀뿌리의 감촉을 느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청운각의 막내 제자이자, 사실상 잡무를 도맡아 하는 머슴이나 다름없는 신세. 다른 사형들은 아침 일찍부터 도법 수련에 열중하거나, 기의 흐름을 다스리는 명상에 잠기지만, 강운의 하루는 언제나 이런 육체노동으로 시작하고 끝났다.

“강운아! 거기 묵은 땅도 좀 갈아엎어라! 게으름 피우지 말고!”

멀리서 들려오는 사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강운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사부, 아니 장로라고 불리는 저 노인은 젊은 시절 뛰어난 재능으로 한때 청운각을 이끌었으나, 지금은 고목처럼 시들어버린 문파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는 데 급급한 처지였다. 그리고 강운은 그런 청운각의 마지막 희망이자, 동시에 가장 무능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에게는 영기(靈氣)를 느끼는 감각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심법을 외고 명상을 해도, 그의 몸 안에는 마치 텅 빈 동굴처럼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다. 다른 제자들이 손쉽게 기운을 끌어모아 작은 돌을 들어 올리거나 나뭇잎을 띄울 때, 강운은 그저 손가락을 꼼지락거릴 뿐이었다. 열 살에 청운각에 들어온 후 칠 년, 강운은 이제 어엿한 열일곱 청년이 되었지만, 그의 기해(氣海)는 여전히 메마른 사막 같았다.

“젠장… 정말 평생 이럴 수는 없는데.”

강운은 불평을 중얼거리며 손에 든 괭이로 땅을 힘껏 내리찍었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괭이 끝이 딱딱한 무언가에 부딪혔다. 돌인가? 싶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괭이가 닿은 지점의 흙에서 희미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강운은 호기심에 괭이를 치우고 손으로 흙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장로가 시킨 잡초 제거 구역은 청운각 뒤편의 오래된 폐허와 맞닿은 곳이었다. 옛 선조들이 수행하던 제단 터였지만, 문파가 쇠락하면서 관리되지 않고 버려진 지 오래였다. 이런 곳에 무엇이 묻혀있을까.

흙을 파낼수록 빛은 점점 선명해졌다. 푸른색과 은색이 뒤섞인 오묘한 광채였다. 그의 손이 닿은 흙은 기이하게도 따스했다. 마침내 흙더미 속에서 드러난 것은 한 손에 움켜쥘 만한 크기의 돌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돌과도 달랐다.

정육면체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표면은 검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그 안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 은빛의 작은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법의 룬 문자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 것도 아니었고, 보석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요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존재감을 뿜어내는 듯했다. 마치 수만 년의 세월을 응축한 듯한 기운.

강운은 홀린 듯 그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차가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의 손에 닿는 순간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인 미약한 진동과 함께 따뜻한 기운이 손바닥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강운의 머릿속을 벼락처럼 강렬한 메시지가 꿰뚫고 지나갔다.

`잃어버린… 기억… 깨어나라…`

환청인가? 아니면 뇌리에 직접 새겨진 음성인가? 혼란스러웠지만, 강운은 본능적으로 그 돌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따뜻한 기운은 이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손바닥을 넘어 팔뚝을 타고 심장으로 향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니, 그의 심장이 아니라 돌멩이가 그의 심장 박동과 함께 진동하는 것 같았다.

“으윽…!”

갑작스러운 고통에 강운은 돌멩이를 놓칠 뻔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마치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돌멩이를 놓지 못했다. 뜨거워지는 기운은 고통을 넘어선 황홀경으로 변해갔다. 메말랐던 그의 기해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강운은 걷잡을 수 없는 이미지의 홍수에 휩쓸렸다. 거대한 산맥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하늘을 가르는 푸른빛 용이 포효하며 대지를 찢는 모습, 별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장엄한 광경…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감히 그려낼 수 없는 태고의 힘과 지혜가 그의 의식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건… 뭐야…?”

환영 속에서 강운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몸은 이제 더 이상 그만의 것이 아닌 듯했다. 존재 자체가 뒤흔들리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무의식중에 돌멩이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손바닥 안의 돌멩이는 이제 더 이상 그저 빛을 내는 돌멩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박동에 맞춰 강운의 몸속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단 한 번도 꿈틀거리지 않았던 메마른 기해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깨어나기 시작했다.

환영은 빠르게 지나갔고, 고통과 황홀경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강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다. 손안의 돌멩이는 아까처럼 잔잔하게 빛날 뿐이었다. 그러나 강운은 변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시야였다. 늘 흐릿하게만 보이던 세상의 풍경이 마치 막을 걷어낸 듯 선명하게 다가왔다. 멀리 떨어진 나뭇잎의 떨림, 벌레들의 움직임, 심지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영기의 흐름까지도 어렴풋이 감지되는 듯했다.

그리고 그의 몸. 메말랐던 기해는 여전히 비어 있는 듯했지만, 그 안쪽에 아주 작은 실오라기 같은 기운이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약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었지만, 강운은 그것이 자신의 몸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경악했다. 칠 년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게… 영기인가?”

강운은 조심스럽게 돌멩이를 품속 깊이 숨겼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늘 풀 죽어 있던 시선에는 생기가 돌았고, 절망뿐이던 마음속에는 처음으로 희미한 희망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는 잡초 뽑는 일을 마저 해치웠다. 그러나 그의 손놀림은 아까와 달랐다. 괭이를 휘두를 때마다, 그 미세한 기운이 손끝에 모여들어 더 강력하고 정확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을 느꼈다. 힘든 육체노동도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해 질 녘,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는 강운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문파의 다른 제자들은 그의 달라진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전히 잡초나 뽑는 무능한 막내 제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강운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오늘,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태고의 힘과 마주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힘이, 자신의 메마른 운명을 뒤흔들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는 것을.

품속의 돌멩이가 희미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맥동하고 있었다. 강운은 그것이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더 이상 그의 삶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제, 깨어난 고대의 힘과 함께, 미지의 길을 걷기 시작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