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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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그림자의 포식자**

어둠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대의 전당이었다. 무너진 기둥들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마저도 검게 오염된 듯, 모든 것이 침묵과 죽음의 기운에 잠겨 있었다. 한때 성스러웠던 이곳은 이제 저주받은 그림자의 심장이 되어 맥동하고 있었다.

그 침묵을 깨고, 한 남자가 그림자처럼 전당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검은 장포가 그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들었으나, 그가 내뿜는 냉혹한 기운은 숨길 수 없었다. 그의 발걸음은 돌바닥 위에서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닳고 닳은 가죽 장갑 사이로 드러난 손가락은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후드를 깊이 눌러쓴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두 눈동자는 칠흑 같은 심연과 같아, 감히 누구도 직시할 수 없었다.

그의 이름은 카인. 한때는 정의와 빛을 따르던 자였으나, 이제는 오직 복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그림자의 포식자였다.

전당의 중앙, 부서진 제단 앞에 핏빛 마법진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위로 일그러진 형상의 몬스터 잔해가 널브러져 있었고,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갑옷 위로 흐르는 그림자의 기운, 손에 들린 거대한 미늘창은 그의 존재감을 더욱 위협적으로 만들었다. 엘리안의 충실한 개, 칼릭스였다.

카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칼릭스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드디어 왔군, 카인.” 칼릭스의 목소리는 묵직하고 거칠었다. “아니, 이제는 그 이름마저 네게 어울리지 않는군. 피와 어둠에 물든 추악한 망령이여.”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칼날보다 날카로운 경고였다. 전당 안의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졌다. 그림자들이 카인의 발치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말이 없나?” 칼릭스가 비웃듯 말했다. “엘리안 님께서는 네가 여기까지 올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지.” 그는 미늘창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네놈의 복수극은 여기까지다.”

“엘리안은 어디 있나.” 카인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갑게 전당을 울렸다. 짧고 건조한 질문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무시무시한 살의는 칼릭스마저 움찔하게 만들었다.

칼릭스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엘리안 님의 위대한 계획을 감히 네놈이 알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분께서는 이미 새로운 시대를 열 준비를 마치셨다! 너 같은 과거의 잔재는 더 이상 필요 없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칼릭스가 미늘창을 휘둘렀다. 묵직한 쇠사슬이 달린 미늘창이 공기를 찢으며 카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 속도와 무게에 의해 단숨에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카인은 이미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어디에!” 칼릭스가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당 안의 그림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일렁였다.

콰아앙!

카인의 그림자 발톱이 칼릭스의 어깨를 강타했다. 검은 그림자의 파편이 튀었고, 칼릭스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휘청거렸다. 그의 갑옷이 깊게 파이고 찢겼다. 그는 즉시 반격하려 했으나, 카인은 이미 그림자 속으로 다시 사라진 후였다.

“비겁한 놈!” 칼릭스가 포효하며 미늘창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쇠사슬이 돌기둥을 때려 부수고, 바닥을 깊게 파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카인은 그림자 자체였고, 그림자는 그의 전장이었다.

카인은 칼릭스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분노에 찬 공격은 예측 가능했고, 힘은 넘쳤으나 정교함이 부족했다. 엘리안은 강했지만, 그의 부하들은 카인에게 있어 한낱 장애물에 불과했다.

‘엘리안, 네가 나를 배신하고 이 모든 힘을 독차지하려 했을 때부터, 네 부하들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카인의 눈에 비친 과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함께 맹세했던 성스러운 서약, 꿈꿨던 이상,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든 엘리안의 잔혹한 미소. 그의 심장은 복수라는 불길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스스스스…

전당의 모든 그림자가 카인을 향해 움직이는 듯했다. 그것들은 살아있는 촉수처럼 뻗어나가 칼릭스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칼릭스는 필사적으로 미늘창을 휘둘러 그림자들을 베어냈지만, 그림자는 끊임없이 재생하며 그의 몸을 조여왔다.

“크으윽!” 칼릭스의 팔다리가 그림자에 붙들려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의 거대한 몸이 공중에 매달렸고, 미늘창이 바닥으로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카인이 칼릭스 앞으로 걸어 나왔다. 후드 아래 그의 얼굴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으나, 그의 눈빛은 지옥에서 솟아난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엘리안은 어디 있나.”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더 차갑고, 모든 희망을 앗아가는 저승사자의 속삭임 같았다.

“젠장… 네놈이… 감히…!” 칼릭스가 이를 악물고 저항하려 했지만, 카인은 그의 말을 마저 끝낼 시간을 주지 않았다.

카인의 손끝에서 검은 실타래 같은 그림자 기운이 뻗어 나와 칼릭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단순한 물리적 공격이 아니었다. 그림자 기운은 칼릭스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고통스러운 기억과 공포를 끄집어냈다. 그의 눈은 공포에 질려 크게 벌어졌고, 입에서는 의미 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통스러울 것이다.” 카인이 읊조렸다. “하지만 네 고통은 내가 겪었던 지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엘리안이 너희에게 준 힘은 너희의 영혼을 좀먹었을 뿐. 이제 진실을 말해라.”

그림자 촉수들이 칼릭스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초점을 잃었다. 강제로 끌려 나오는 정보의 파편들이 카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엘리안의 마지막 봉인.
잃어버린 고대의 힘, ‘심장의 핵’.
라그나르 산맥의 심연.

카인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곳이었다. 엘리안이 자신을 배신하고 홀로 차지하려 했던, 세계를 뒤흔들 고대의 힘이 잠든 곳.

“엘리안….” 카인의 입술에서 그 이름이 맴돌았다. 그 안에는 증오와 복수심이 뒤섞인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칼릭스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림자 촉수들이 스르륵 풀리자, 그는 피와 어둠에 절어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눈은 여전히 공포에 질린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육신은 살아있었으나, 그의 정신은 이미 파괴된 지 오래였다.

카인은 칼릭스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에게 칼릭스는 그저 엘리안에게 이르는 길에 놓인 썩어가는 이정표일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전당의 출구를 향했다. 전당을 채우고 있던 어둠은 그를 위해 길을 열어주었고, 그의 그림자 발자국은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라그나르 산맥.

그곳에 엘리안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카인의 복수가 완성될 것이었다.

카인의 눈빛은 고요했지만, 그 깊은 곳에서는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격렬한 파멸의 의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기다려라, 엘리안.”

그의 목소리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다음 사냥감을 향한 냉혹한 전율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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