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재의 도시, 일렁이는 그림자

**[장면 1: 잿빛 거리, 해 질 녘]**

**# 1컷**
* **배경:** 잿빛 안개가 자욱한 폐허의 도시. 해 질 녘이라 붉은 노을이 안개와 섞여 기괴한 색을 띠고 있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고층 빌딩들이 스산하게 서 있고, 지면과 벽에는 검붉은 덩굴들이 거미줄처럼 뒤덮여 있다. 가끔씩 굉음과 함께 섬광이 번뜩이지만, 그 외에는 소름 끼치는 정적만이 감돈다.
* **인물:** 낡은 방독면과 깊게 눌러쓴 후드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두 사람, 지은과 준이 묵묵히 걷고 있다. 지은은 한 손에 낡은 나이프를 든 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고, 준은 작은 배낭을 멘 채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지은 (내레이션):**
이곳에 발을 들인 지 얼마나 되었을까.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진 세상에서, 우리가 쫓는 것은 오직 하루하루의 생존이었다.

**# 2컷**
* **배경:** 낡은 버스가 길 한가운데 엎어져 있고, 그 위로 검붉은 덩굴이 기괴하게 자라나 버스 전체를 집어삼킨 듯하다.
* **인물:** 덩굴을 피해 좁은 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준이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준:**
젠장… 또 언제까지 걸어야 해요, 누나? 벌써 며칠째 식량도 거의 바닥인데. 물도 아껴 마셔서 혓바닥이 거칠거칠해요.

**지은:**
(낮고 침착한 목소리)
조금만 더 가면 돼. 지도에 표시된 곳이 맞다면… 이제 곧이야.

**준:**
‘곧’이라는 말은 지겹도록 들었어요. 그 지도가 제대로 된 지도인지는 또 어떻게 알아요? 엉터리 정보 때문에 며칠을 헤맨 적도 있잖아요!

**# 3컷**
* **배경:** 멀리서 불규칙한 섬광이 번뜩인다. 그 빛에 그림자들이 길게 왜곡되어 드리워진다. 덩굴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 **인물:** 지은이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쓱 훑어본다. 그녀의 눈빛은 방독면 너머로도 날카롭게 빛난다.

**지은:**
(차갑게)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에 주변이나 경계해. 저 덩굴들이 그냥 식물로 보이는 건 아니겠지?

**준:**
(움찔하며)
아, 알아요. 알아요. 뭐, 그 정도는… 눈에 보이는 것만 조심하면 되죠, 뭐. 보이지 않는 게 문제지.

**# 4컷**
* **배경:** 검붉은 덩굴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정체불명의 물질이 보인다. 그 물질은 마치 살아있는 세포처럼 불규칙하게 팽창하고 수축한다.
* **인물:** 지은이 준의 팔을 붙잡고 벽 쪽으로 바짝 붙어 선다. 멀리서 마치 금속이 긁히는 듯한, 혹은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기이한 소리가 들려온다.

**지은:**
쉿.

**준:**
(귓속말로)
뭐예요? 또 그 소리… 아까부터 계속 들리는데.

**지은:**
(낮게 읊조리듯)
이번엔 좀 더 가까워졌어. 조심해. 우리가 찾는 ‘구원의 조각’이 있는 곳이라면… 이런 것들이 들끓는 게 당연해.

**준 (내레이션):**
‘구원의 조각’. 폐허가 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희망이라 불리는 것. 어떤 이는 에너지를, 어떤 이는 질병의 치료법을, 또 어떤 이는 그저 안식을 가져다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오래된 기록 속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단서만을 쫓아 헤맬 뿐이었다.

**[장면 2: 낡은 백화점 입구]**

**# 5컷**
* **배경:** 잿빛 안개 너머로 거대한 건물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한때 화려했을 유리 외벽은 산산조각 나거나 녹아내려 기형적인 얼룩무늬를 만들고 있다. ‘루비나 백화점’이라는 낡은 간판은 녹슬어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입구는 거대한 균열이 난 채 반쯤 무너져 내려, 그 안으로 깊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인물:** 지은과 준이 백화점 입구 앞에 멈춰 서 있다.

**준:**
(눈을 가늘게 뜨며)
여기가… 우리가 찾아 헤매던 곳이라고요? 으스스한데요. 옛날에는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던 곳이었다니… 상상이 안 가네요.

**지은:**
(나이프를 고쳐 잡으며)
세상이 바뀌었으니, 장소도 바뀌는 법. 중요한 건 이 안에 우리가 필요한 게 있느냐 없느냐야. 준비됐어?

**준:**
(침을 꿀꺽 삼키며)
네… 어서 들어가 보죠. 이런 데 오래 서 있는 것도 영 찝찝하네요.

**# 6컷**
* **배경:** 백화점 내부. 한때 빛나던 대리석 바닥은 먼지와 이물질로 뒤덮여 있고, 천장은 곳곳이 무너져 내려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다. 매장 디스플레이는 부서진 채로 기괴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희미한 빛만이 간신히 내부를 밝히고 있다.
* **인물:** 지은이 먼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고, 준이 뒤를 따른다.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먼지가 풀썩인다.

**지은:**
(낮게 속삭이듯)
각 층의 에너지가… 달라. 1층은 정적, 2층은 희미한 일렁임, 그리고 3층… 그곳이 제일 위험해 보여.

**준:**
(주변을 둘러보며)
정적? 일렁임?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냥 낡은 건물인데요, 뭐.

**지은:**
(준을 노려보며)
이곳은 보통 건물이 아니야. 이 세상의 균열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라고. 에너지가 뒤틀리고, 공간이 왜곡돼. 촉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냐.

**# 7컷**
* **배경:**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멈춘 지 오래된 에스컬레이터의 계단에는 검붉은 덩굴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다. 2층에서는 마치 수면 위로 빛이 일렁이듯, 공간 자체가 흔들리는 듯한 착시 현상이 보인다.
* **인물:** 지은이 멈춰 선 에스컬레이터를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준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다.

**준:**
구원의 조각이 3층에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굳이 가장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해요?

**지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준을 돌아보며)
희귀한 것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기 마련이야. 이런 세상에서 안전한 곳에 대놓고 놓여 있을 리 없잖아. 게다가… 가장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이 3층이야.

**# 8컷**
* **배경:** 3층 입구. 3층으로 통하는 통로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검은 그림자들로 뒤덮여 있다. 그림자들은 희미한 빛 아래서도 짙은 어둠을 유지하며 미세하게 움직인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앞선 층들과는 확연히 다른, 불길하고 음산한 기운이다.
* **인물:** 3층 입구에 선 지은과 준. 준은 본능적인 공포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뒷걸음질 치려 한다.

**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기는… 여긴 좀 이상해요. 뭔가… 살벌한 기운이 느껴져요.

**지은:**
(권총을 꺼내 들며)
그래. 제대로 된 곳에 온 것 같군.

**[장면 3: 3층의 그림자]**

**# 9컷**
* **배경:** 3층 내부. 사방이 짙은 어둠에 잠겨 있다. 희미한 비상등만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공간의 윤곽을 드러내지만, 그마저도 그림자에 삼켜지는 듯하다. 바닥에는 부서진 진열장 파편과 알 수 없는 검은 흙먼지가 쌓여 있다.
* **인물:** 지은과 준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림자들이 벽과 천장에서 스멀스멀 기어 내려와 그들을 감싸는 듯하다.

**지은:**
숨죽여. 그림자들이… 움직여.

**준:**
(잔뜩 움츠린 목소리)
움직인다니요? 그냥 그림자 아니에요?

**# 10컷**
* **배경:** 준의 등 뒤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그림자 하나가 손톱처럼 날카로운 형태로 변하여 준의 목을 겨냥한다.
* **인물:** 지은이 재빨리 나이프를 휘둘러 그림자를 쳐낸다. 그림자는 잠시 흐트러지는 듯하더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지은:**
(이를 악물며)
움직여! 이건 단순한 그림자가 아냐. 이 세상의 어둠이 형체를 가진 거야.

**준:**
(겁에 질려 뒤로 넘어질 뻔하다가 겨우 중심을 잡는다)
으악! 저게 뭐야! 진짜 살아있잖아!

**# 11컷**
* **배경:** 사방에서 그림자들이 밀려들어온다. 그들은 점차 사람의 형상, 혹은 기괴한 짐승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며 그들을 포위한다. 눈은 없지만, 마치 응시하는 듯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 **인물:** 지은이 권총을 난사하지만, 총알은 그림자를 그대로 통과할 뿐이다. 그림자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더욱 빠르게 덮쳐온다.

**지은:**
젠장! 물리적인 공격은 소용없나…!

**준:**
(배낭을 뒤지며)
어떡해요, 누나! 도망칠까요? 그냥 다른 곳을 찾아봐요!

**지은:**
(이를 악물며)
이대로는 안 돼! 이 많은 그림자들을 뚫고 나갈 순 없어!

**# 12컷**
* **배경:** 그림자들이 지은과 준을 완전히 포위한 상태. 그림자의 손길이 지은의 어깨를 붙잡으려 한다.
* **인물:** 위기의 순간, 준이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다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것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조약돌 모양의 작은 야광석. 희미한 빛을 내는 야광석이 바닥에 부딪히자 주변의 그림자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난다.

**준:**
(놀란 눈으로 야광석과 그림자들을 번갈아 본다)
어? 이거… 그림자들이 빛을 싫어하나?

**지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빛… 그래, 빛이야! 이 어둠은 빛에 약해!

**# 13컷**
* **배경:** 지은이 주변을 둘러본다. 무너진 진열장 뒤편에 부서진 네온사인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네온사인 안에는 아직 희미한 빛을 내는 잔여 에너지가 남아있는 듯하다.
* **인물:** 지은이 망설임 없이 네온사인 조각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림자들이 그녀를 막으려 하지만, 그녀는 기민하게 피한다.

**지은:**
(준에게 소리친다)
준! 그 야광석으로 시야를 확보해! 내가 길을 열게!

**준:**
(야광석을 흔들며)
네, 누나!

**# 14컷**
* **배경:** 지은이 네온사인 조각들을 모아 부서진 금속 파편에 고정시키자, 짧지만 강렬한 빛이 번쩍인다. 그 빛에 닿은 그림자들이 마치 재처럼 연기처럼 사라지는 듯 흐트러진다.
* **인물:** 그림자들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틈새로 지은이 탈출할 길을 만들어낸다.

**지은 (내레이션):**
결국, 빛은 어둠을 이긴다. 이 세계가 완전히 어둠에 잠식당하지 않은 이유는, 어딘가에 작은 빛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 15컷**
* **배경:** 빛에 의해 일시적으로 물러난 그림자들 사이로, 준의 시야에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수정 조각이 포착된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조각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 **인물:** 준이 숨을 멈추고 그 빛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주변의 그림자들이 그 푸른 수정에 격렬하게 반응하며 더욱 사납게 달려든다.

**준:**
(떨리는 목소리로)
누나! 찾았어요! 구원의 조각… 여기 있어요!

**지은:**
(그림자들을 막아내며)
젠장, 준! 지금 당장 들고 도망쳐! 내가 시간을 벌게! 망설이지 마!

**준:**
하지만 누나…!

**지은:**
(강렬한 눈빛으로)
도망쳐!

**# 16컷**
* **배경:** 준이 망설임 없이 푸른 수정을 움켜쥐고 전력으로 달린다. 지은은 남아서 네온사인 조각들을 휘두르며 그림자들의 발을 묶는다. 그림자들은 끊임없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맞선다.

**[장면 4: 재회와 다음 여정]**

**# 17컷**
* **배경:** 백화점 외부. 붉은 노을이 거의 사라지고 어스름이 깔린 시간. 지은이 간신히 백화점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녀의 몸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생겨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벽에 기댄다.
* **인물:** 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푸른 수정이 빛나고 있다.

**준:**
(지은에게 달려가 부축하며)
누나!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

**지은:**
(숨을 고르며)
콜록… 하아… 네가… 무사하면 됐어. 조각은… 무사히 가져왔어?

**# 18컷**
* **배경:** 준이 손을 펼쳐 푸른 수정을 보여준다. 수정은 주변의 어둠을 밀어내고 따뜻한 푸른빛을 발산한다. 그 빛은 희망의 상징처럼 주위를 밝히며, 지은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낸다.
* **인물:** 지은이 그 수정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녀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동시에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준:**
봐요, 누나! 이거 진짜 예쁘죠? 이걸로 우리가… 이제 살 수 있는 거죠?

**지은:**
(수정을 받아들고)
글쎄. 이 조각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될 리는 없겠지. 하지만… 적어도 한 발짝 나아간 건 분명해.

**# 19컷**
* **배경:** 붉은 노을이 완전히 사라지고, 푸른 수정의 빛만이 유일하게 주위를 밝히는 폐허의 거리. 멀리서 여전히 굉음과 섬광이 이어진다.
* **인물:** 지은과 준이 나란히 서서 푸른 수정을 바라본다. 지은의 눈빛에는 지친 기색과 함께 새로운 결의가 엿보인다.

**지은:**
(낮게 중얼거리듯)
이 조각이 어디에 쓰여야 할지… 그걸 찾아야 해. 이걸로 세상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순 있을 거야.

**준:**
(지은을 올려다보며)
그럼 이제 어디로 가요?

**지은:**
(수정을 소중히 품에 넣으며)
글쎄. 아무도 없는 곳은 아니겠지. 빛이 있는 곳, 어쩌면…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아봐야 할지도.

**# 20컷**
* **배경:** 두 사람의 실루엣이 어스름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등 뒤로 폐허가 된 도시의 그림자들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푸른 수정의 희미한 빛이 그들의 발걸음을 비춘다. 그들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지은 (내레이션):**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매 순간이 전쟁과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은 빛이, 어쩌면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의 시작일지도 모르니까.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