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불의 노래 (Song of Wild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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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SCENE 1: 잿빛 하늘 아래 (Beneath a Grey Sky)**
**[적야평원 – 해 질 녘]**
**VISUAL:**
광활하게 펼쳐진 적야평원(赤野平原)의 전경. 황혼이 짙게 깔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고, 멀리 보이는 제국의 수도는 어둠 속에 거대한 그림자처럼 잠겨 있다. 평원은 메마르고 갈라진 흙밭, 허리까지 오는 마른 풀들로 가득하다. 앙상한 나무들이 그림자처럼 서 있고, 그 사이로 희미하게 촌락의 불빛이 점멸한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를 날리고, 마른 풀을 스치며 스산한 소리를 낸다. 화면은 천천히 평원의 황량함을 훑어 내려오며, 삶의 고통이 묻어나는 풍경을 클로즈업한다.
**BGM:** 낮고 음울하며 애잔한 현악기 선율. 이따금씩 깊은 한숨 같은 관악기 소리가 섞인다.
**NARRATION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나지막한 목소리):**
천룡제국(天龍帝國)의 영화는 끝없이 높고 강대했으나, 그 그림자 아래 백성들의 삶은 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제국의 변방, 적야평원은 제국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닿은 탐욕의 손아귀에 짓눌려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황혼이 지고 나면, 이곳은 진정 ‘붉은 밤의 평원’이 되었다. 백성들의 피눈물이 대지를 적시고, 그들의 절규는 밤마다 바람에 실려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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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탐욕의 발굽 소리 (Hooves of Greed)**
**[적야촌 – 한낮]**
**VISUAL:**
뜨거운 햇살이 작열하는 적야촌(赤野村)의 한낮. 그러나 활기 대신 무거운 침묵과 체념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흙먼지 날리는 길거리, 앙상한 노인과 야윈 아이들이 힘없이 오간다. 밭에서는 몇몇 청년들이 허리가 끊어질 듯 곡식을 거두고 있지만, 그들의 등은 고통으로 굽어있다. 모두의 얼굴에는 희망보다는 포기와 굶주림의 흔적이 역력하다.
밭 주변에는 천룡제국의 병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성인다. 그들의 갑옷은 햇빛에 번쩍이고, 창은 날카로운 위협을 내뿜는다. 병사들은 한 손으로는 몽둥이를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빈 자루를 들고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며 닦달하고 있다.
**SFX:** 쨍한 매미 소리, 거친 쟁기질 소리. 간간이 들리는 병사들의 거친 말소리와 채찍 소리.
**병사 1 (거만하게 팔짱을 끼며 비웃는다):**
이런! 어르신, 일손이 굼뜨시구려! 이러다가는 폐하께 바칠 군량이 모자랄 텐데, 제국의 진노를 감당할 수 있겠나?
**VISUAL:**
늙은 농부(60대 후반)가 허리춤을 잡고 겨우 몸을 일으킨다. 그의 얼굴엔 굵은 주름이 깊게 패어 있고, 눈은 이미 삶의 고통에 무뎌져 있다. 등에 멘 곡식 자루는 너무 무거워 보여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늙은 농부 (작게 쉰 목소리로, 간신히 숨을 고르며):**
죄, 죄송합니다 나리… 이놈의 몸이 늙어서… 올해는 가뭄까지 심하여 수확이 영 좋지 못합니다… 이미 먹을 양식도 줄였습니다…
**병사 2 (늙은 농부의 멱살을 잡으며 거칠게 흔든다):**
뭐라? 제국의 병사들이 피땀 흘려 너희를 지키거늘, 고작 가뭄 핑계로 군량을 줄이겠다? 너희 같은 미물들이 감히! 이 대역죄인 같은 놈!
**VISUAL:**
병사 2가 늙은 농부를 거칠게 밀친다. 늙은 농부는 휘청거리다 메마른 밭고랑에 고꾸라진다.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비웃음을 터뜨린다. 몇몇 병사들은 주변의 곡식 자루를 발로 툭툭 차며 약탈할 것을 고르고 있다.
화면은 류진(20대 중반, 평범한 농부의 옷차림이지만 다부진 체격과 깊은 눈매)에게로 향한다.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밭을 갈고 있다. 그의 눈빛은 굳어있으나, 주변의 참혹한 광경을 살피는 데 게으르지 않다. 그의 쟁기질이 멈춘다. 그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어깨와 팔의 근육이 미세하게 떨린다.
**병사 3 (주변을 둘러보며 경박하게 웃는다):**
저기 저 계집은 꽤 쓸만하게 생겼군. 군량 창고에 일손이 부족하다던데, 오늘 밤은 저 아이를 데려가볼까? 어떠냐, 예쁘장한 아가씨?
**VISUAL:**
병사 3의 시선이 한 소녀(10대 초반, 낡은 옷차림이지만 맑은 눈을 가진)에게 향한다. 소녀는 겁에 질려 파르르 떨며 뒷걸음질 치고, 어머니(40대, 초췌하지만 강인해 보이는)가 황급히 소녀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긴다.
**어머니 (애원하듯이, 거의 울부짖는 목소리로):**
제발! 제발 저희 아이는 안 됩니다! 아이는 아직 어립니다! 차라리 제가, 제가 가서 일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병사 3 (조롱하듯이 비웃으며 어머니를 거칠게 밀친다):**
흥. 늙은 년은 필요 없다. 썩 물러서라. 역겨운 냄새가 나는군.
**VISUAL:**
어머니가 바닥에 쓰러지고, 병사 3이 소녀에게 한 발짝 다가간다. 소녀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려 한다. 류진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그의 얼굴에 분노가 끓어오른다.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난다.
**류진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자신도 모르게):**
…그만둬라.
**VISUAL:**
병사 3과 다른 병사들이 일제히 류진을 돌아본다. 병사들은 처음에 놀란 듯하다가, 이내 비웃는다.
**병사 1 (코웃음 치며, 류진을 업신여기듯이):**
이런 시골뜨기 농부가 감히? 네놈이 뭔데 낄낄대느냐?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류진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단호하게):**
…너희들의 탐욕으로 이 마을은 이미 초토화되었다. 더 이상 빼앗을 것도, 가져갈 것도 없다. 저 아이만큼은… 안 된다.
**병사 2 (류진에게 창을 겨누며 위협한다):**
건방진 놈! 당장 무릎 꿇지 못할까! 제국의 위엄을 모르는 어리석은 농부 같으니! 네놈의 목숨이 몇 개냐!
**VISUAL:**
병사 2가 류진에게 달려들며 창을 찌른다. 류진은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어 창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그의 움직임은 농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민첩하고 날렵하다. 병사들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짓는다.
**SFX:** ‘휙!’ 하는 창날 스치는 소리. ‘크아악!’ 하는 류진의 기합 소리.
**병사 1 (흥미로운 듯 입꼬리를 올리며):**
오호라? 제법인데? 하지만 고작 농부가 뭘 어쩌겠다고! 당장 저놈을 붙잡아라!
**VISUAL:**
나머지 병사들도 달려든다. 류진은 손에 든 쟁기를 내던지고 맨몸으로 맞선다. 그의 움직임은 유려하면서도 강맹하다. 단순한 농부의 격투라기보다는, 동물적인 감각과 타고난 힘에서 우러나오는 무술에 가깝다. 주먹과 발길질이 병사들의 갑옷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낸다. 훈련된 병사들과 달리 그는 정식 무예를 배운 것 같지 않지만, 타고난 힘과 재빠른 반사신경으로 병사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빈틈을 노려 반격한다.
한 병사가 방심한 틈을 타 류진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려 한다. 류진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창날을 맨손으로 잡아챈다. 그의 손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지만, 그는 고통을 무시하고 창을 빼앗아 병사를 제압한다.
**SFX:** ‘컥!’ 하는 병사의 신음 소리. ‘콰앙!’ 하는 타격음. ‘찌이익!’ 하는 창날이 살을 찢는 소리.
**VISUAL:**
순식간에 병사 셋이 쓰러진다. 병사 3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고, 쓰러진 병사들은 고통에 신음한다. 류진의 눈은 마치 들짐승처럼 이글거린다. 손에서 흐르는 피가 그의 분노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그의 땀과 피가 섞여 얼굴에 흘러내린다.
**병사 3 (덜덜 떨며,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크, 큰일이다! 이놈이 미쳤다! 제국의 병사를 공격하다니! 반란이다!
**류진 (숨을 헐떡이며, 하지만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
더 이상은, 안 된다. 너희들의 탐욕 때문에… 이 땅의 백성들이 더 이상 죽어가게 둘 순 없다.
**VISUAL:**
마을 사람들이 두려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류진을 바라본다. 그들의 눈에는 체념 너머의 희미한 희망이 싹트는 듯하다. 쓰러져 있던 늙은 농부도, 소녀를 감싸던 어머니도 류진을 멍하니 본다.
멀리서 말을 탄 다른 병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병사 3이 도망치며 그들을 향해 손짓한다.
**SFX:** 말발굽 소리가 점점 커진다, 병사들의 고함 소리.
**류진:**
(주변을 둘러보며, 마을 사람들에게 크게 외친다)
모두, 피하시오! 빨리!
**VISUAL:**
류진은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뒤편의 울창한 숲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병사 3은 재빨리 도망치며 다른 병사들에게 상황을 알리러 간다. 숲으로 향하는 류진의 뒷모습. 그의 손에 묻은 피가 흙길에 붉은 점을 찍으며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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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감춰진 지혜 (Hidden Wisdom)**
**[적야촌 인근 숲속 – 밤]**
**VISUAL:**
어둠이 짙게 깔린 숲 속, 깊숙한 곳에 허름한 오두막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두막 안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류진이 피투성이 몸으로 오두막 문을 두드린다. 그의 얼굴은 고통과 피로로 얼룩져 있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백영감(60대 후반, 희끗한 머리와 수염, 깊고 형형한 눈빛을 가진 노인)이 류진을 발견한다. 그의 눈은 놀라움보다는 걱정과 연민, 그리고 숙연함이 섞여 있다.
**백영감 (나지막한 한숨을 쉬며):**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들어오너라, 류진아. 다치지 않았느냐…
**VISUAL:**
류진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선다. 오두막 안은 좁지만 정갈하다. 벽에는 낡은 서책과 이름 모를 약초들이 걸려 있고, 희미한 등불 아래 작업대가 놓여 있다. 백영감이 능숙하게 류진의 상처를 치료한다. 류진은 아픔을 참으며 묵묵히 앉아 있다.
**백영감 (류진의 찢어진 옆구리 상처를 보며):**
이런 무모한 짓을 하다니. 혼자서 제국 병사들을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모르는가? 죽을 수도 있었다.
**류진 (낮게 읊조리듯, 억누르지 못하는 분노와 회한이 섞인 목소리):**
어르신…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어린 소녀에게까지 손대려 했습니다… 그들의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습니다.
**백영감 (고개를 끄덕이며, 류진의 눈을 지그시 응시한다):**
알고 있다. 천룡제국은 이미 썩어 문드러진 거목과 같다. 뿌리부터 줄기까지, 모든 것이 병들어 있다. 하지만 썩은 나무라고 해서 쉽게 쓰러지지는 않는 법. 오히려 단단한 껍질에 가려 속은 더 곪아 들어가는 것이지. 이 땅의 백성들은 그 곪은 곳에서 나는 독으로 죽어가고 있다.
**류진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목소리로):**
그럼… 그저 이대로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저희는 그저 그들의 발밑에서 짓밟히며 살아야만 합니까? 제 아버지도, 어머니도, 제 동생도… 모두 제국이 앗아갔는데도요?
**VISUAL:**
백영감은 치료를 멈추고 류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의 눈빛에는 오랜 세월의 지혜와 슬픔, 그리고 결단이 서려 있다. 등불의 흔들리는 불빛이 그들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백영감:**
아니. 결코 아니다. 너처럼 정의를 위해 뜨겁게 타오르는 불씨가 있다면, 그 불씨가 들불이 되어 썩은 거목을 태워버릴 수도 있다. 허나 명심해라. 혼자서는 안 된다. 들불은 바람을 타고, 마른 장작을 만나야 비로소 거대한 화염이 되는 법.
**류진 (백영감의 말을 이해하려 애쓰며, 혼란스러운 듯):**
들불… 마른 장작이라니요…? 저는 그저 평범한 농부에 불과합니다.
**백영감 (옅은 미소를 짓는 듯 하지만 슬픈 표정):**
오랜 세월, 이 제국의 어둠 속에서 백성들은 고통받아왔다. 너는 그들의 고통을 보았고, 분노했다. 네 마음속의 불씨가 바로 그 증거다. 이 땅 곳곳에 너와 같은 불씨가 숨어 있다. 다만, 감히 나서지 못할 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뿐. 우리는 그 불씨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싸울 용기와 지혜를 주어야 한다.
**VISUAL:**
백영감이 낡은 나무 상자를 열어 오래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낸다. 두루마리는 세월의 흔적으로 바래고 닳아 있지만, 그 안에 그려진 알 수 없는 도형과 글자들은 신비로운 기운을 풍긴다.
**백영감:**
수십 년 전, 나 또한 너와 같은 길을 걷고자 했다. 미물 같은 백성이라도 뭉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믿었지. 하지만 당시의 나는 너무 어렸고, 너무 성급했다. 결국 동지들을 잃고 숨어 지내야 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두루마리 속에는… 비록 희미하지만, 썩어가는 제국에 맞설 지혜와 힘의 단초가 담겨 있다.
**류진 (두루마리를 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만진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백영감 (두루마리를 류진에게 건네며, 그의 눈을 깊이 들여다본다):**
평범한 백성들이 칼을 들고 제국에 맞설 수 있었던… 사라진 무술과 지략의 흔적이다. 옛 선조들이 남긴 필사의 기록이지. 나는 이 숲속에서 반평생을 그 가르침을 익히며 너와 같은 불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제, 네가 그 불씨를 들불로 키워야 할 때다.
**VISUAL:**
류진이 두루마리를 받아든다. 그의 눈빛은 혼란스럽게 흔들리지만, 이내 강렬한 결단과 뜨거운 의지로 가득 찬다. 그의 심장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오르는 듯한 표정.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절망이 아닌, 새로운 희망의 빛이 스친다.
**류진 (결의에 찬,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어르신… 제가…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십시오. 이 땅의 백성들이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도록… 제가, 제가 그 들불이 되겠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백영감 (옅은 미소와 함께, 류진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좋다. 네 결심, 하늘도 알겠지. 허나 명심해라. 들불은 무모하게 타오르면 쉬이 꺼진다. 바람을 읽고, 마른 가지를 찾아, 가장 적절한 순간에 모든 것을 태울 불길이 되어야 한다. 이 숲은 너의 첫 스승이 될 것이다.
**VISUAL:**
백영감이 류진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류진은 두루마리를 꽉 움켜쥔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어둠 속 숲은, 이제 그가 나아가야 할 미지의 길,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날 거대한 변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그의 눈빛은 희망과 비장함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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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4: 불꽃을 품은 씨앗 (Seeds Embracing Fire)**
**[적야촌 인근 숲속 – 며칠 후, 밤]**
**VISUAL:**
어둠이 내린 숲 속, 작은 공터. 달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들어와 땅에 얼룩진 그림자를 만든다. 류진과 백영감, 그리고 서너 명의 마을 청년들이 모여 있다. 모두들 낡은 농기구(쇠스랑, 괭이, 삽 등)를 들고 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각오와 함께 아직은 익숙지 않은 두려움이 뒤섞여 있다.
**청년 1 (망설이는 듯, 목소리에 불안감이 서려 있다):**
류진 형님… 정말 저희 같은 평범한 농부들이 저 강대한 제국에 맞설 수 있을까요? 병사들은 너무나 강하고… 저희는 싸워본 적도 없는데…
**류진 (굳건한 목소리로, 청년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 본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라면, 작은 불씨들이 모여 큰 불길을 만들 수 있다. 백영감님의 말씀이 옳다. 우리는 더 이상 짓밟히는 민초가 아니다. 더 이상 가족을 잃고 눈물 흘릴 수는 없다.
**VISUAL:**
류진이 두루마리에서 배운 몇 가지 간단한 동작들을 시연한다. 이는 정교한 무술이라기보다는, 농기구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약점을 노리는 실용적인 격투술에 가깝다. 그는 쇠스랑을 휘둘러 허공을 가르고, 괭이로 땅을 찍으며 가상의 적을 상대한다. 청년들은 류진의 동작을 따라하며 진지하게 훈련에 임한다. 그들의 움직임은 아직 어설프지만, 점차 익숙해지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는 표정이다.
**백영감 (훈련을 지켜보며, 류진에게 가끔 조언을 건넨다):**
힘으로만 맞서려 하면 안 된다. 제국 병사들은 훈련된 살수들이다. 그들의 허점은 방심과 오만이다. 우리는 그들의 오만을 역이용해야 한다. 가장 약한 고리를 노리고,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공격해야 한다.
**VISUAL:**
류진이 청년들과 함께 숲 속 지형을 이용한 기습 전술을 의논한다.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지도를 그리고, 돌멩이로 병사들의 위치를 표시하며 설명한다. 그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결연하다. 백영감은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류진:**
내일 새벽, 마을로 들어오는 물자를 운반하는 제국 군마대가 올 것이다. 그들은 항상 적은 수로 움직인다. 그곳을 노린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기회다.
**청년 2 (놀란 듯, 침을 꿀꺽 삼키며):**
군마대요?! 저희 겨우 몇 명으로 그들을 상대한다구요? 그들 모두 칼과 활을 가지고 있는데…
**류진 (결연하게, 그의 눈에서 강한 빛이 난다):**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숲의 이점을 이용할 것이다. 기습으로 혼란을 주고, 그들이 방심한 틈을 노려 무기를 빼앗고, 다시 숲으로 숨는다. 우리의 목표는 그들을 섬멸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탈취하고, 우리의 존재를 제국에 알리는 것이다. 그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VISUAL:**
청년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여전히 두려움이 스치지만, 류진의 눈빛에서 강한 의지를 읽는다. 그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을 굳힌다.
**류진:**
내일부터, 우리는 더 이상 짓밟히는 민초가 아니다. 우리는… 들불이다. 이 땅을 태워 새로운 세상을 만들 들불이다.
**SFX:** 바람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청년들의 굳은 다짐이 담긴 낮은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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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5: 들불의 서막 (Overture of Wildfire)**
**[적야촌 외곽 숲길 – 다음 날 새벽]**
**VISUAL:**
여명이 막 밝아오는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숲길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류진과 청년들이 길가의 빽빽한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군마대를 기다린다. 모두들 얼굴에 흙을 바르고, 낡은 옷차림에 농기구를 든 채 잔뜩 긴장해 있다. 류진의 손에는 날카롭게 간 쇠스랑이 들려 있다. 그의 눈빛은 고요하지만, 그 안에 강렬한 결의가 담겨 있다.
**BGM:** 긴장감 넘치는 낮은 북소리가 깔리고, 현악기가 불안한 선율을 연주한다.
**SFX:**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말발굽 소리. 점점 가까워진다.
**VISUAL:**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이내 제국 병사 5명이 탄 군마대가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징발한 곡식 자루와 무기 꾸러미를 실은 수레를 끌고 있다. 병사들은 방심한 채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나간다. 그들의 표정에는 오만함이 가득하다.
**병사 A (하품하며):**
젠장, 이놈의 적야촌은 올 때마다 기분만 더러워진다니까. 다 해먹어서 없어. 곡식도 시원찮고.
**병사 B (코웃음 치며):**
그러게 말이야. 다음 달에는 더 쥐어짜야 할 텐데. 굶어 죽든 말든 우리가 알 바 아니지. 어차피 벌레 같은 놈들인데.
**VISUAL:**
군마대가 매복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류진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낸다. 청년들의 눈빛이 번뜩인다. 류진이 먼저 튀어나간다. 그의 움직임은 번개처럼 빠르다.
**류진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며):**
지금이다! 불을 지펴라!
**SFX:** 류진의 기합,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말들의 히힝거리는 소리, 병사들의 놀란 비명 소리.
**VISUAL:**
청년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군마대를 기습한다. 병사들은 혼비백산한다. 말들이 놀라 날뛰고, 수레가 흔들리며 곡식 자루들이 떨어져 나간다.
류진은 능숙하게 쇠스랑으로 병사 A의 말 다리를 후려쳐 미끄러뜨린다. 병사 A가 땅에 떨어지자마자, 류진은 그의 허리춤에 찬 검을 빼앗아든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은 마치 원래부터 그의 것이었던 양 자연스럽다.
**SFX:** ‘쩌렁!’ 하는 쇠스랑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 ‘쨍강!’ 하는 검집이 벗겨지는 소리, ‘크윽!’ 하는 병사의 고통 소리.
**VISUAL:**
다른 청년들도 각자의 농기구를 이용해 병사들을 공격한다. 그들은 병사들을 쓰러뜨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무기를 빼앗거나 말에서 떨어뜨려 무력화하는 것에 주력한다. 혼란 속에서 병사 B가 활을 꺼내려 하자, 청년 한 명이 재빨리 달려들어 활시위를 끊어버린다. 다른 청년들은 삽으로 병사의 방패를 찍어 떨어뜨리거나 괭이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SFX:** ‘파바박!’ 하는 격투음, ‘흐읍!’ ‘악!’ 하는 병사들의 고통 소리, ‘우당탕!’ 하는 말이 넘어지는 소리.
**VISUAL:**
순식간에 군마대는 아수라장이 된다. 병사들은 농기구를 든 평민들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하며 우왕좌왕한다. 류진은 빼앗은 검으로 병사들의 진형을 헤집고 다닌다. 그는 상대의 치명상을 노리기보다, 무기를 무력화시키고 제압하는 데 집중한다.
세 명의 병사가 쓰러지고 무기를 빼앗긴다. 나머지 두 병사는 겁에 질려 말을 돌려 도망치려 한다.
**병사 D (패닉에 질려, 목이 터져라 외친다):**
도망쳐! 이놈들 미쳤어! 반란이다! 적야촌에 반란이 일어났다!
**VISUAL:**
류진은 도망치는 병사들을 쫓지 않는다. 그는 거친 숨을 고르며 쓰러진 병사들의 무기를 회수하는 청년들을 바라본다. 청년들은 두려움과 함께 생애 첫 승리에 대한 희열이 뒤섞인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손에는 제국의 무기들이 들려 있다.
병사들이 버리고 간 수레 위에는 쌀자루와 함께 제국 병사들의 검, 창, 방패 등이 널브러져 있다. 전리품이다.
**류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지만 단호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이것이… 첫걸음이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싸울 수 있음을… 저들에게 알린 것이다.
**VISUAL:**
류진이 빼앗은 검을 높이 치켜든다. 여명이 밝아오는 하늘 아래, 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한 농부가 아니다. 그의 뒤로, 무기를 든 청년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들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나약한 민초가 아닌, 불꽃을 품은 전사들의 모습이다.
멀리서 도망친 병사들이 외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반란이다! 적야촌에 반란이 일어났다!” 그들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있다.
**BGM:** 웅장하고 결의에 찬 선율이 고조된다. 희망과 비장함이 뒤섞인 오케스트라 사운드.
**NARRATION (힘 있고 확신에 찬 목소리):**
그날 새벽, 적야평원의 작은 불씨는 마침내 그 존재를 세상에 드러냈다. 메마른 땅에 떨어진 작은 불씨가 과연 거대한 들불이 되어 천룡제국의 오랜 압제를 태워버릴 수 있을까.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더 이상 그 누구도 적야평원의 백성들을 쉬이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피 묻은 검을 든 농부들의 눈빛에는, 이미 새로운 세상의 씨앗이 심어져 있었다. 들불의 노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장면 전환 – 검은 화면]**
**END OF SEG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