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습기는 축축했고, 공기 중에는 먼지 대신 정체 모를 미세 입자들이 둥둥 떠다니는 듯했다. 리아누는 빛바랜 홀로그램 패널 위를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그의 마법 지팡이 끝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구슬이 간신히 앞길을 밝힐 뿐이었다.
“리아누, 여기 정말 맞는 거야?”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동으로 울리는 벽 너머에서, 그녀의 질문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이 아래는… 학술원의 기록 어디에도 없는 곳이잖아.”
“어둠의 장막이 너무 두꺼워서 마법으로도 내부 지형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어.” 리아누는 이마를 짚었다. “하지만 이 에너지 파동은 확실해. 수십 년 전, 사라졌다고 알려진 ‘에테르 연산 엔진’의 잔여 에너지가 여기서 감지되고 있어.”
그들이 걷는 통로는 이전까지 학술원 지하에서 보았던 것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거친 암반을 그대로 노출시킨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매끈한 회색 금속 패널로 마감되어 있었다. 이따금 고장 난 듯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비상등만이 이곳이 한때는 활발히 운영되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에테르 연산 엔진이라니, 그거 전설 속의 물건 아니었어? 마력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증폭시킨다는…” 세라가 한 걸음 다가서며 속삭였다. 그녀의 표정에는 공포와 경외심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 걸 여기서 만들려고 했다고?”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아마… 사용했던 흔적 같아. 이 어마어마한 마력의 잔재는 단순한 연구 시설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리아누는 텅 빈 콘솔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금속에서 미약한 전류가 느껴지는 듯했다. “게다가 이곳, 우리의 마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그때였다. 쩌억,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리아누와 세라는 동시에 몸을 움츠렸다. 소리가 난 곳은 그들이 지나온 통로의 끝, 견고한 강철 문이었다. 녹슬었지만 거대한 잠금장치가 달린 문은 마치 무언가를 영원히 가둬두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젠장, 문이… 움직여?” 리아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잠금장치의 톱니바퀴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천천히 후퇴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단단히 봉인되어 있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 너머는 암흑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끈적하고 깊은 심연의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이 깜빡였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규칙적이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떨림을 동반한 빛이었다.
“리아누, 기다려… 위험해 보여.” 세라가 리아누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리아누는 이미 홀린 듯 한 발자국을 내디딘 상태였다. 그의 눈은 오직 저 푸른 빛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마력의 파동. 학술원 지하 전체를, 아니, 어쩌면 이 위대한 마법 학술원 전체를 지탱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대한 마력의 근원.
천천히, 문이 완전히 열렸다.
그들은 거대한 돔형 공간의 입구에 서 있었다. 공간은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푸른 빛의 근원은 하나의 거대한 존재였다. 아니, 존재였던 것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투명한 원통형 컨테이너 안에, 거대한 촉수들이 뒤엉킨 채 규칙적으로 맥동하고 있었다. 촉수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지만, 그 움직임에는 생기 대신 처절한 고통이 배어 있었다. 촉수들의 표면은 섬세한 막으로 덮여 있었고, 그 막 아래로 복잡한 신경망 같은 것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이것은 생명체였다.
그리고 그 생명체는… 마치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간 채, 강제로 이 컨테이너 안에 구겨 넣어지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착취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컨테이너의 바닥에는 수많은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케이블들을 통해 생명체의 푸른 에너지가 뽑혀져 나와 천장의 복잡한 관들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이게 대체… 뭐야?” 세라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리아누의 입술도 바짝 말라붙었다. “학술원의… 마력원? 말도 안 돼. 이 모든 마력이… 저 생명체로부터… 뽑아낸 것이라고?”
그 순간, 컨테이너 안의 생명체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푸른빛이 더욱 강렬하게 번뜩였고, 동시에 끔찍한 고통의 파동이 온몸을 강타하는 듯했다. 마법 지팡이의 구슬이 미친 듯이 깜빡이다가 불꽃을 튀기며 꺼져버렸다.
그리고, 침묵.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한, 깊은 침묵.
이어 들려온 것은 컨테이너 안 생명체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발소리였다. 규칙적이고 차가운 금속성의 발소리. 그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열려 있던 문이 굉음과 함께 닫히고 있었다. 그들의 비명도 삼켜버릴 듯한 무거운 소리였다.
“누구냐!”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명령 없이 구역 C-7에 침입한 자는, 학술원 보안 규약에 따라 즉결 처분된다.”
동시에, 그들에게 겨누어진 수십 개의 붉은 레이저 포인터가 어둠 속에서 섬광처럼 번뜩였다. 그들이 들어온 길은 이미 차단되었고, 그들 앞에는 알 수 없는 생명체가 고통받으며 맥동하고 있었으며, 등 뒤에서는 학술원의 가장 깊은 어둠이 그들을 조여오고 있었다.
“리아누! 어떡해?!” 세라의 절규가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컨테이너 안의 생명체가 다시 한번 격렬하게 맥동했다. 이번에는 컨테이너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파동이었다. 그 푸른빛 속에서, 리아누는 잠시 끔찍한 환상을 보았다. 수천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는 환상을. 아니, 환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눈앞에는 이제, 학술원의 금기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금기는, 어쩌면 그들 자신을 영원히 이곳에 가둬버릴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이건… 함정이야…” 리아누의 입에서 간신히 흘러나온 말은,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