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12화. 심연의 서곡

청람 학원의 고요는 기만이었다. 칠흑 같은 밤하늘 아래, 대리석으로 지어진 웅장한 도서관은 언제나처럼 수많은 마법 서적으로 가득 찬 채 묵직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낡은 종이 냄새와 먼지, 그리고 희미하게 풍기는 마나의 기운이 뒤섞인 이곳에서, 이현우는 길고 긴 양피지 마법진 도면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빌어먹을. 여기는 또 왜 이래.”

그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뻑뻑한 눈을 비볐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매끄럽게 이어지던 마나의 흐름이, 갑자기 그림자처럼 일그러졌다. 평소에는 느껴본 적 없는 불길한 파장. 마치 거대한 짐승이 심장 박동을 놓치기라도 한 듯, 주변의 마나가 순간적으로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젠장, 환청인가?”

창밖은 달도 없는 어둠에 잠겨 있었고, 멀리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창문을 긁는 듯했다.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피로 때문이겠지. 최근 일주일간 학원 전체에 미묘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기말고사 시즌의 마나 응집 현상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현우의 직감은 달랐다. 이건 단순한 마나의 밀도 증가가 아니었다. 끈적하고, 어둡고, 바닥 모를 심연에서 기어 나오는 듯한…… 그런 종류의 기운이었다.

그때였다. 닫힌 도서관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잔뜩 상기된 얼굴의 박서진이 안으로 들어섰다. 항상 정갈했던 그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안경은 콧등에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현우야! 너도 느꼈지? 방금 그 진동!”

서진은 다급하게 외치며 현우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차분함 대신 노골적인 불안감이 배어 있었다.

“진동? 무슨 진동? 그냥 마나 흐름이 좀 이상했던 것뿐인데.”
현우는 시치미를 뗐다. 굳이 서진을 더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상했던 것뿐이라고? 야, 나 방금 열역학 마법의 안정성 계산하다가 차트가 통째로 날아갔어! 학원 전역의 마나 측정기가 동시에 오류를 뿜어냈다고! 이건 단순한 노이즈가 아니야!”

서진은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의 눈빛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계속 그랬잖아, 일주일 전부터. 처음엔 미약한 잡음인 줄 알았는데,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다고. 마치…… 마치 땅 밑에서 뭐가 꿈틀대는 것처럼!”

“땅 밑?” 현우는 문득 섬뜩한 예감을 느꼈다. 서진의 말은 그가 느꼈던 끈적한 기운과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어. 내가 예전에 도서관에서 찾은 고문서 말이야. 학원 설립 초기에 기록된 거라고 추정되는 건데, ‘하단(下段)의 그림자’라는 단어가 자주 나와. ‘금기로 봉인된 심연이 흔들릴 때, 학원의 기초는 무너질 것이다’ 뭐 이런 내용인데, 그때는 그냥 허황된 미신인 줄 알았거든.”

서진은 안경을 고쳐 쓰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교내에서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이 발생해. 마법 실험 중 폭발 빈도도 늘었고, 밤마다 기숙사에서 악몽을 꾸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심지어는 아무 이유 없이 감정적으로 격앙되는 경우도 많아졌어. 어제는 1학년 애 하나가 수업 중에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어를 중얼거렸다고.”

현우는 차가운 시선으로 서진을 응시했다. “그래서, 네 말은 지금 이 모든 게 그 ‘하단의 그림자’ 때문이라는 거야?”

“확신은 못 해. 하지만 이건 확실해. 학원 지하 깊은 곳에…… 뭔가가 있어. 금지된 구역이라고 지정된 곳이 몇 군데 있잖아? 그중에서도 ‘제7 봉인지’라고 불리는 곳. 마나 흐름을 추적해보니, 이 모든 이상 현상의 근원이 그곳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어.”

서진은 주머니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손때 묻은 지도는 학원의 복잡한 지하 시설을 대략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붉은색 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곳에는 ‘제7 봉인지’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적혀 있었다.

“여기야.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낡은 급수관 통로를 따라가면 나오는 곳. 교수님들이나 선배들은 그곳에 접근하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어. 어째서인지 이유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엄격한 경계 마법이 쳐져 있다고만 들었지.”

현우는 지도를 받아 들었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거길 가보자는 거야? 미쳤냐? 들키면 퇴학 정도가 아니라, 기억 소거 마법이라도 당할 걸.”

“알아.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 학원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없는데. 우리가 졸업하면 끝이겠지만, 이대로 놔두면 나중에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어. 게다가, 궁금하잖아! 대체 뭘 숨기고 있길래 저렇게 쉬쉬하는 건지!”

서진의 눈은 열기로 이글거렸다. 학구적인 호기심이 공포심을 압도하고 있었다. 현우는 한숨을 쉬었다. 이 고집 센 친구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자신 또한 가슴 한편에서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 불길한 기운의 정체를 확인해야만 했다.

“좋아. 대신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 해.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는 거야. 알았지?”

서진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그들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마주쳤다.

***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학원 내부의 순찰 마법사들이 순회를 도는 틈을 타, 현우와 서진은 도서관의 비밀 통로를 통해 지하로 내려왔다. 낡은 석조 계단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냈다. 축축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현우가 손에 든 간이 발광 마법 구슬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빛은 겨우 발밑을 비출 뿐, 주변의 모든 것을 어둠 속에 감추었다. 벽에는 오래된 이끼가 얼룩덜룩 피어 있었고, 거미줄이 쳐져 있어 사람이 오랫동안 드나들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이쪽이야.” 서진이 낡은 지도를 따라 방향을 가리켰다.
그들은 급수관이 연결된 좁은 통로를 따라 기어갔다. 차가운 쇠 파이프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는 더욱 무겁고 차갑게 변했다. 일반적인 지하 공간과는 다른,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느껴졌다.

“쉿.” 현우가 손을 들어 서진을 멈춰 세웠다.
귓가를 스치는 희미한 소리. 불규칙하고 낮은 진동음. 마치 거대한 심장이 먼 곳에서 천천히 박동하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발광 마법 구슬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점차 선명해지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 시야가 트인 곳에는 거대한 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굳게 닫힌 거대한 강철 문이 서 있었다. 문은 새까만 철과 알 수 없는 재질의 금속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 표면에는 섬뜩한 고대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상형문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이게…… 제7 봉인지의 문인가?” 서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문 주변의 공기는 다른 곳과는 확연히 달랐다. 끈적하고, 눅눅하며,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 압박감은 현우가 도서관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종류의 불길한 마나의 파동이었다.

현우는 문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기 직전, 그의 손에서 섬뜩한 전류가 튀었다.
“젠장! 강력한 봉인 마법이 걸려 있어.”
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마나의 장벽이 느껴졌다. 단순히 막는 것을 넘어, 접근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듯한 배척감.

“여기 봐, 현우야.” 서진이 바닥에 웅크려 앉아 벽면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곳에는, 벽면 깊숙이 파인 작은 틈새가 있었다. 금이 간 것인지, 아니면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틈새 안쪽에서는 붉은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안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서진은 조심스럽게 마법 구슬을 틈새에 가까이 댔다.
희미한 푸른빛이 안으로 스며들자, 어둠 속에 잠겨 있던 문 너머의 공간이 잠시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동시에 숨을 삼켰다.

문의 안쪽에는 거대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공간의 중앙에는 마치 거대한 관처럼 보이는 거무칙칙한 석조 구조물이 놓여 있었고, 그 주위로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양이 복잡하게 새겨진 기둥들이 솟아 있었다. 그 모든 것을 휘감는 것은, 틈새를 통해 언뜻 보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피를 얼어붙게 만드는 기운이었다.

그때, 석조 관의 틈새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고, 그 빛이 닿는 곳마다 고대의 문자들이 활활 타오르는 듯했다. 그리고 그 빛 너머로, 현우의 눈에 맺힌 것은… 수없이 많은 손이었다. 마치 석조 관에서 뻗어 나오는 듯한, 사람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길고 창백하며 기형적인 수십 개의 손들이 서로 얽혀 관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

‘이건 대체… 뭐야?’

그 광경은 너무나 이질적이고 끔찍하여 현실감이 없었다. 손들이 꿈틀거리는 사이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속삭임이 있었다. 수많은 목소리가 동시에 중얼거리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는 저음의 혼란스러운 소리. 그 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마치 그 소리 자체가 듣는 이의 영혼을 갉아먹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그 순간, 봉인지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발생했다.
**쿠우우우웅-!**
문이 맹렬하게 흔들렸고, 새겨진 상형문자들이 미친 듯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틈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은 더욱 강렬해졌고, 속삭임은 비명처럼 커져 갔다.

“도망쳐, 현우야! 지금 당장!”
서진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터져 나왔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현우는 서진의 팔을 잡아끌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심장이 발밑까지 떨어지는 듯했다. 그의 등 뒤에서, 제7 봉인지의 문이 격렬한 진동과 함께 울부짖는 것 같았다. 마치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 듯한… 강렬한 살기와 함께.

달아나는 그들의 뒤로, 학원 지하 깊은 곳에서 거대한 존재의 서곡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서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파멸의 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