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어둠은 늘 그의 가장 오래된 친구였다. 아니, 친구라기보다는 익숙한 그림자였다. 카엘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조종석 창밖을 응시했다. 수백만 개의 별들이 검은 벨벳 위에 박힌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그의 마음속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의 작은 고물 수색선, ‘별똥호’는 버려진 우주선의 잔해들을 비집고 나아가고 있었다. 낡은 금속과 고철 부스러기들이 파편처럼 흩뿌려진 이곳은, 한때 번성했던 문명의 무덤이었다.

“젠장, 오늘도 꽝이군.”

카엘은 거친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벌써 며칠째였다. 쓸만한 고철은커녕, 값나가는 부품 하나 찾지 못했다. 연료는 바닥을 향하고 있었고, 식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통장 잔고는 더 처참했다. 행성계 최외곽의 잊혀진 구역, ‘망각의 바다’는 이름처럼 모든 것이 잊혀진 곳이었다. 한때는 거대한 전쟁의 격전지였다지만, 이제는 우주 쓰레기들만 떠다니는 거대한 폐기물 처리장과 다름없었다.

“다음은, 저거다.”

별똥호의 스캔 장치가 거대한 그림자를 포착했다. 길게 뻗은 함교, 뭉툭한 선체, 그리고 찢겨나간 엔진 부분. 영락없는 고대 문명의 유적선이었다. 이런 종류의 함선들은 보통 오래전에 모두 약탈당해 껍데기만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카엘은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했다. 어쩌면 아주 작은, 단 하나의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약한 기대감에 그의 손이 조종간을 움직였다.

별똥호는 묵직한 유적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근접 센서가 반응하며 유적선의 규모가 계기판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길이만 해도 5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선체. 겉보기에는 아무런 에너지 반응도, 생체 신호도 없었다. 완벽하게 죽은 배였다.

카엘은 유적선의 가장 큰 파손 부위를 찾아 별똥호를 조심스럽게 착륙시켰다. 에어록이 열리자 우주복의 산소 공급 장치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진공의 차가운 정적이 온몸을 감쌌다. 헬멧 내부의 조명등을 켜고, 카엘은 거대한 유적선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내부는 예상대로 폐허였다.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었고, 먼지와 잔해들이 무중력 상태로 부유하고 있었다. 한때 이 거대한 함선을 채웠을 생명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카엘은 고철 탐지기를 작동시키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삑, 삑, 삑… 탐지기는 드문드문 작은 금속 조각에 반응할 뿐, 특별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다간 오늘 밤엔 물도 못 마시겠는데.”

카엘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그의 탐지기가 평소와는 다른, 묘한 파동을 감지했다. 일반적인 금속 반응이 아니었다. 주파수가 불규칙했고, 특정 부분에서 매우 강렬한 신호가 잡혔다. 그것도 유적선의 가장 깊숙한 곳, 선체의 핵심부에서였다.

“이게 뭐야?”

카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고대 유적선에서 이런 반응은 드물었다. 보통은 에너지 코어가 완전히 파괴되어 아무런 반응도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는 방향을 틀어 신호의 근원지를 향해 움직였다. 헬멧 내부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복잡한 선체 내부 지도를 그리며 최단 경로를 제시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녹슨 통로와 부서진 잔해들을 헤치고 나아가자, 카엘은 마침내 신호가 가장 강하게 잡히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곳은 일반적인 구역과는 확연히 달랐다. 주변의 모든 문이 녹슬어 주저앉았거나 완전히 파괴된 것과 달리, 이곳에는 완벽하게 보존된 거대한 철문 하나가 서 있었다. 문에는 어떤 문양도,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그저 밋밋하고 거대한 금속 덩어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탐지기는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었다.

“흥미롭군.”

카엘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는 자신의 수색 장비에서 고출력 절단기를 꺼냈다. 레이저 날이 금속 문에 닿자 맹렬한 불꽃이 튀었다. 단단한 문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보통 유적선의 강철은 수천 년의 세월 앞에 부스러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 문은 마치 어제 만들어진 것처럼 견고했다. 카엘은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문의 가장자리를 조금씩 녹여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몇 시간은 족히 지났을 터였다. 마침내 굉음과 함께 문이 안쪽으로 쓰러졌다. 진공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귀에는 금속이 긁히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일었다. 헬멧 조명등이 비추는 문의 안쪽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카엘은 조심스럽게 문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이전의 폐허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 공기는 희박했지만, 놀랍게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먼지 한 톨 없었고, 벽면은 부드러운 유기체 같은 재질로 되어 있었다. 바닥은 마치 별빛을 담은 듯 은은하게 반짝였다.

“대체… 뭐야, 여긴?”

그의 시선은 곧바로 방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구조물로 향했다. 그것은 웅장하고 기묘한 형태였다. 중심에는 수정처럼 투명한 거대한 구체가 떠 있었고, 그 구체를 둘러싸듯 여러 개의 고리가 회전하고 있었다. 고리들은 금속 같기도 하고, 액체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빛을 반사하며 오묘한 색을 띠었다. 가장 신기한 것은, 그 구체 내부에서 작은 별이 떠 있는 것처럼 강력한 에너지가 응축되어 빛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카엘의 탐지기는 이제 격렬하게 경고음을 울렸다. 그 어떤 물질도 아닌, 측정 불가능한 에너지가 그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었다.

그는 천천히 구체에 다가갔다.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손을 뻗어 구체에 닿으려는 순간, 삑, 삑, 삑… 경고음이 더욱 격렬해졌다. 그의 몸 안에서 알 수 없는 충동이 일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무언가를 만나는 듯한, 강렬한 이끌림이었다.

망설이던 카엘은 결국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차가운 구체 표면에 닿는 순간, 방 안의 모든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은은하게 반짝이던 바닥은 눈부신 광채로 물들었고, 회전하던 고리들은 맹렬한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그의 몸 안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밀려들어왔다.

콰아앙!

마치 수백만 개의 별이 그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폭발하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의 의식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수많은 이미지였다. 고대 문명의 흥망성쇠, 별들의 탄생과 소멸,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거대한 생명체들, 그리고…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차가운 푸른색으로 빛나며 우주를 지배하는 모습. 그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법이었다.

카엘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몸이 구체와 하나가 된 듯한 감각이었다. 정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그 정보는 언어의 형태가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지식, 순수한 에너지의 흐름이었다. 그의 뇌는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정보를 흡수하며 과부하가 걸리는 듯했다.

이때였다. 그의 정신 속에서 차가운, 그러나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드디어… 찾아왔군, ‘선택받은 자’여.

그 목소리는 수십만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들려오는 듯했다. 카엘의 의식은 간신히 파편처럼 흩어진 정신을 그러모았다.

— 너는… 이 우주에 잠들어 있던 가장 오래된 힘을 깨웠다. ‘별의 심장’이 너에게 반응했다. 이제 너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카엘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비틀거렸다. 그의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헬멧 내부의 센서가 그의 심박수와 뇌파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렸다. 구체의 빛이 완전히 사라진 후, 방 안은 다시 은은한 별빛 같은 광채로 채워졌다.

카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바닥에는 방금까지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과 똑같은 푸른색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마치 타고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의 정신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그 목소리가, 그리고 압도적인 지식의 파편들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이… 이건 대체…”

카엘은 주저앉았다. 그는 단순한 고철 수색꾼이었다. 오늘 밤 먹을 한 끼 식사를 걱정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손에는 고대의, 믿을 수 없는 마법의 힘이 새겨져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우주는, 더 이상 그가 알던 우주가 아니었다.

망각된 유적선에서, 새로운 전설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그리고 카엘은 그 전설의 시작점에 서 있었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낯선 힘이 가져다줄 미지의 미래에 대한… 전율이었다.

**[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