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EPISODE 1: 심연의 입맞춤**

**#1. 망각의 숲 (Forest of Oblivion)**

**[1컷]**
어둠이 짙게 깔린 숲의 입구. 거대한 고목들이 하늘을 가려 낮인데도 햇빛 한 줄기 비치지 않는다. 나무뿌리들은 기괴하게 뒤틀려 바닥을 기고, 검은 덩굴과 눅눅한 이끼가 온 사물을 집어삼킨 듯 뒤덮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덩굴에 가려져 희미하게 보이는, 마치 거대한 입처럼 벌어진 지하로 향하는 균열이 보인다. 안쪽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다.
**나레이션(엘라):** 사람들은 이 숲을 ‘망각의 숲’이라 불렀다. 모든 것이 잊히고, 모든 것이 삼켜지는 곳.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망각의 숲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스스로를 덮은, 거대한 장막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장막 너머에… 우리가 찾던 진실이 잠들어 있다는 것도.

**[2컷]**
엘라가 낡았지만 견고해 보이는 랜턴을 높이 들고 지하 입구를 비춘다. 그녀의 얼굴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깊은 눈동자에는 탐험가 특유의 냉철한 결의와 피로가 섞여 있다. 허리에는 손때 묻은 단검과 함께 알 수 없는 고대 장치들이 매달려 있다. 옆에는 잔뜩 긴장한 표정의 카이가 낡은 활을 움켜쥐고 서 있고, 그의 등 뒤에는 화살통이 매달려 있다. 그들 뒤편에는 커다란 배낭을 멘 채 고서적을 뒤적이는 리오넬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침을 삼키고 있다.
**엘라:** (나지막이, 숨을 고르며)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지독하게도 멀리 돌아왔지만.
**카이:** (긴장한 목소리, 주변을 살피며) 누님, 정말 이곳이 맞아요? 으스스한 기운이… 좋지 않아요. 꼭 뭔가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잖아요.
**리오넬:** (고서적의 한 페이지를 가리키며, 흥분과 경외가 뒤섞인 목소리) 기록에는 분명히 ‘잊혀진 자들의 대지는 핏빛 달이 뜨는 밤, 늙은 숲의 가장 깊은 심장에서 그 입을 열리라’고… 이끼 낀 거대한 형상과, 이 끈적하고 축축한 냄새… 틀림없어! 전설로만 전해지던 ‘심연의 나락’이야!
**SFX:**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소리) 스아아아…

**[3컷]**
입구 안쪽, 랜턴 빛이 닿는 곳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거대한 돌문. 오랜 세월 풍화되어 닳고 닳았지만, 그 위로 새겨진 섬세하고 복잡한 고대 문양의 흔적이 고대 문명의 역사를 역력히 보여준다. 문양의 중앙에는 뱀의 형상을 한 기괴한 눈동자가 새겨져 있다.
**엘라:** (손으로 문양을 더듬으며, 감탄한 듯) 이 문양… 어디선가 본 적 있어. 사라진 고대 왕국 ‘아케나’의 양식과 흡사해. 그들이 사용했던 봉인술의 흔적도 보이고…
**리오넬:** (엘라의 말에 경악한 듯) 아케나는… 전설 속의 왕국입니다! 모든 역사가들은 아케나가 단지 신화 속 존재라고 치부했죠! 설마… 정말 아케나의 유적이란 말입니까? 그렇다면 이 안에…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할 고대 지식이 잠들어 있을 겁니다!
**카이:** (어깨를 으쓱하며) 전설이든 뭐든, 일단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밖에서 이러고 덜덜 떨고 있을 순 없잖아요. 안에서 괴물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요. 벌써부터 등에 식은땀이 흐르네요.
**SFX:** (작은 돌멩이가 발밑에서 굴러가는 소리) 또르르…

**[4컷]**
엘라가 랜턴을 단단히 잡고 망설임 없이 먼저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랜턴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미약한 길을 만든다. 카이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활시위를 고쳐 잡고, 리오넬은 고서적을 품에 안은 채 엘라의 뒤를 따른다. 입구는 그들을 삼키듯 서서히 뒤로 멀어진다.
**엘라:** (단호하게) 조심해. 발밑을 잘 보고, 어떤 소리도 놓치지 마. 이곳은 우리를 환영하지 않을 거야.
**나레이션(엘라):** 발을 내딛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망각의 숲이 그토록 감추려 했던 진실이, 이제 우리 앞에 그 거대한 어둠을 드러내고 있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압도적인 침묵 속에서.
**SFX:** (발걸음 소리, 습한 바닥에 닿는 소리) 터벅… 터벅…
**SFX:** (점점 멀어지는 숲의 바람 소리) 스아아… (소실)

**#2. 어둠 속의 길 (Path in the Dark)**

**[5컷]**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 엘라의 랜턴 빛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불안하게 흔들린다. 벽면은 거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곳곳에 알 수 없는 모양의 균열이 깊게 나 있다. 공기가 마치 납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어 숨쉬기조차 힘들다. 축축한 곰팡이 냄새와 흙먼지 냄새가 섞여 코를 찌른다.
**카이:** (숨을 헐떡이며, 얼굴이 창백하다) 읏… 숨이 막히는 것 같아요. 공기가 너무 무거운데요? 제길, 언제까지 내려가야 하는 거예요?
**리오넬:** (역시 숨을 헐떡이며, 안경을 고쳐 쓴다) 지하 깊숙이… 내려올수록… 대기의 압력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중요한 건… 이 어둠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느냐겠죠. 역사 속에서 사라진 왕국이라면… 그들의 기록만이 아니라… 어둠 속에 봉인된 무언가도… 있을 겁니다.
**SFX:** (거친 숨소리) 흐읍… 흐읍…

**[6컷]**
벽 한쪽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오래된 벽화. 알아보기 힘든 상형문자와 함께,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존재가 작은 인간들을 억압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벽화는 오랜 세월로 인해 심하게 훼손되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잔혹하고 섬뜩한 분위기만은 선명하다. 뱀의 눈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던 듯, 희미하게 붉은 흔적이 남아있다.
**엘라:** (손전등으로 벽화를 비추며, 뱀의 눈에 시선이 멈춘다) 저게… 뭐야.
**리오넬:** (눈을 가늘게 뜨고 벽화를 자세히 살피며) 흐음… 아케나 왕국의 기록은 전무하지만, 주변 고대 문명의 설화에는 종종 ‘심연의 지배자’라는 존재가 언급됩니다. 뱀의 형상을 한… 악신(惡神)으로요. 그들은 심연의 지배자에게 대항하려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전해지죠.
**카이:** (몸을 움츠리며) 악신? 이런 곳에 악신이 잠들어 있기라도 한 거예요? 소름 돋게… 빨리 나가고 싶어요, 누님.
**엘라:** (벽화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악신이든 뭐든, 중요한 건 이 벽화가 이 유적의 주인, 즉 아케나 왕국과 깊은 관련이 있을 거라는 거야. 어쩌면… 이 유적 자체가 그 악신을 가두기 위한… 거대한 감옥이었을 수도 있지.

**[7컷]**
엘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통로 바닥에 금이 가더니, 그 틈새로 섬뜩할 정도로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 나온다. 빛은 희미하지만 기이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SFX:** (돌이 깨지는 소리, 크게) 쩌저적!
**카이:** (비명에 가깝게) 으아악! 뭐지?! 땅이 꺼지는 거예요?!
**엘라:** (재빨리 카이의 팔을 잡아당겨 뒤로 물러서게 한다) 조심해!
**리오넬:** (놀라 들고 있던 랜턴을 떨어뜨릴 뻔하며) 맙소사! 균열인가?! 아니, 단순한 균열이 아니야!

**[8컷]**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일렁인다. 그 빛을 받은 주변 암석들이 미세하게 떨리는 듯 보이고, 공기 중에도 정전기 같은 기묘한 기운이 감돈다. 푸른 빛은 차갑고 신비로우면서도 동시에 위협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레이션(엘라):** 차갑고 신비로운 빛. 살아있는 것 같기도, 죽어있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에너지가 우리를 감쌌다. 위험을 알리는 경고였을까, 아니면 이 유적이 품고 있는 비밀의 속삭임이었을까. 내 안의 오랜 탐험 본능이, 이 빛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었다.
**SFX:** (낮게 울리는 진동음) 우우웅…

**#3. 심연의 침묵 (Silence of the Abyss)**

**[9컷]**
균열을 피해 더 깊은 곳으로 들어선 일행. 좁은 통로가 끝나는 지점에, 거대한 돔형의 공간이 나타난다. 엘라의 랜턴 빛으로는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넓고 장엄하다. 중앙에는 깨진 석상들과 부서진 제단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먼지가 수천 년의 세월을 말해주듯 쌓여 있다. 이곳의 공기는 앞선 통로보다 훨씬 더 무겁고, 심장을 짓누르는 듯한 침묵이 모든 소리를 삼키는 듯하다.
**카이:** (경탄과 함께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 젠장… 이렇게 큰 공간이 지하에 있었다니… 대체 뭘 숨기려고 이런 걸 만든 거죠?
**리오넬:** (전율하며, 떨리는 목소리) 아케나… 정말 아케나였어! 이 거대한 건축 양식은… 전설 속 아케나의 신전 양식과 너무나 흡사해! 이 부서진 제단, 그리고 이 웅장함… 감히 상상조차 못 했던 규모입니다!
**엘라:** (경계하며 사방을 천천히 둘러본다) 하지만 너무 조용해. 생명체의 기척이 전혀 없어. 마치 모든 것이 숨죽이고 있는 것 같아. 이 침묵이… 오히려 더 불길해.

**[10컷]**
엘라가 부서진 석상 중 하나를 살핀다. 석상은 무언가를 숭배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얼굴을 비롯한 상징적인 부분은 전부 파괴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이해할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음각되어 있는데, 일부는 역시 훼손되어 있다. 엘라의 손가락이 파괴된 부분을 스친다.
**엘라:** 이 석상… 누군가 의도적으로 파괴했어. 얼굴과 특정 문양들만 골라서. 단순한 약탈이 아니야.
**리오넬:** (무릎을 꿇고 문자를 해독하려 애쓴다) 파괴된 문양은… ‘지혜’와 ‘영원’을 상징하는 것 같군요. 그리고 이 남아있는 부분들은… ‘속박’, ‘희생’, ‘어둠’… 대체 무슨 의미지? 왜 이토록 중요한 기록을… 의도적으로 지운 걸까요? 분명 감추고 싶은 진실이 있었을 겁니다.
**SFX:** (작은 돌이 굴러가는 소리, 희미하게) 사르륵…

**[11컷]**
카이가 발밑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칫한다. 그것은 먼지 속에 파묻혀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하는 작은 수정 조각이었다. 마치 갓 깨진 것처럼 날카로운 단면을 가지고 있다.
**카이:** (조심스럽게 수정 조각을 집어 들며) 누님, 이거… 뭐죠? 예쁘긴 한데… 왠지 좀 싸늘한데요.
**엘라:** (카이에게서 수정 조각을 받아들고 유심히 살핀다) 이건… 마나석의 일종인데, 이렇게 순수하고 강렬한 건 처음 봐. 하지만 어째서 여기 이렇게 흩어져 있는 거지?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부서진 조각처럼…
**나레이션(엘라):** 수정 조각은 손바닥 위에서 미약하게 떨렸다. 마치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이제 막 깨어나려는 듯이. 심장 박동처럼 미세한 진동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12컷]**
갑자기 거대한 공간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천장에서 수천 년 묵은 먼지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부서진 석상들이 더욱 요란하게 흔들리며 균열이 더 크게 벌어진다. 바닥에서도 웅장한 진동이 느껴진다.
**SFX:** (지진 같은 격렬한 흔들림, 바위 부서지는 소리) 쿠르르르릉! 콰콰쾅!
**카이:** (겁에 질려 몸을 웅크리며) 으아악! 뭐야! 무너지는 거야?! 젠장, 이제 정말 끝인가요?!
**리오넬:** (고서적을 든 채 비틀거리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아니… 이건… 지진이 아니야! 유적이… 유적이 반응하고 있어! 이 마나석의 기운… 심상치 않아!
**엘라:** (재빨리 주변을 살피며, 흔들림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벽면에! 저 문양들!

**[13컷]**
격렬한 흔들림 속에서, 거대한 돔형 공간의 벽면을 가득 채운 고대 문양들이 푸른빛을 띠며 서서히 떠오른다. 그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복잡하게 움직이며 재조합되는 듯 보인다. 특히 뱀의 형상과 유사한 문양들이 두드러지게 빛나며 공간을 압도한다. 바닥의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 빛도 더욱 강렬해진다.
**엘라:** (숨을 들이켜며, 경악과 함께 뭔가를 깨달은 듯) 저건… 경고야… 아니면… 봉인된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다는…
**나레이션(엘라):**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가, 이제 막 그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았다. 망각의 유적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아니, 무엇을 삼키려 하는가.
**SFX:** (문양들이 빛나며 울리는 소리) 쉬이이이이잉… (점점 더 크고 위압적으로)
**카이:** (온몸을 떨며, 겁에 질린 목소리) 누님… 저거… 설마… 진짜 악신이…

**[14컷]**
엘라가 격렬하게 빛나는 벽면을 올려다본다. 그녀의 눈빛은 엄청난 위험 앞에서 경악과 두려움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는 이 모든 것의 근원을 기어코 파헤치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와 탐험가로서의 본능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녀의 그림자가 푸른빛에 길게 드리워진다.
**나레이션(엘라):** 망각은 진실을 삼키지 못했다. 그저, 더 깊이 가둬두었을 뿐. 그리고 이제, 그 진실이 비명을 지르며, 거대한 어둠의 심장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그 비밀의 파편들이, 우리를 향해 손짓하며… 심연의 입맞춤을 강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