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붉은 노을 아래, 폐허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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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배경]**
빛바랜 금속과 녹슨 잔해가 뒤섞인 작은 오두막 내부. 삐걱거리는 합판으로 덧댄 창문으로는 온통 붉게 물든 노을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온다. 실내는 먼지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희미한 기계 오일 냄새가 뒤섞여 있다. 한쪽 벽면에는 낡은 공구들이 어설프게 걸려 있고, 다른 한쪽에는 간이 침대와 함께 몇 개의 구호 물품 상자가 쌓여 있다. 전력은 불안정한 태양광 패널 덕분에 간신히 유지되는 상태다.
**[인물]**
‘제로’. 닳고 닳은 가죽 재킷과 낡은 전투복 바지를 입고 있다. 한쪽 어깨에는 녹슨 나이프가 달린 개조된 소총을 메고 있다. 얼굴은 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주변을 끊임없이 살핀다. 그의 손에는 깡통 하나가 들려 있다.
**[내레이션 – 제로]**
“다섯. 이게 마지막이야. 놈들은 어제보다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어.”
**[효과음]**
[찌그럭- 깡통 따는 소리]
**[제로]**
(깡통 속 말라비틀어진 비스킷 조각을 입에 넣으며)
“고작 이걸로 하루를 버티라고? 웃기는군. 이 젠장할 세상은 언제쯤 제정신을 차릴까.”
**[배경]**
제로의 시선이 오두막 벽에 걸린 낡은 지도에 닿는다. 지도는 구겨지고 찢어진 흔적이 역력하며, 여기저기 붉은색 펜으로 위험 지역이 표시되어 있다. 그의 손가락이 지도의 한 지점, 희미하게 ‘수처리 시설’이라고 쓰여진 곳을 짚는다.
**[제로]**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서쪽 폐허 구역… 오래된 수처리 시설. 며칠 전, 떠돌이 상인이 그곳에서 아직 작동하는 필터 모듈을 봤다고 했지. 거짓말일 확률이 높지만… 확인해 볼 가치는 있어.”
**[효과음]**
[삐빅- (오두막 내 불안정한 전력으로 켜진 패널에서 나는 소리)]
**[제로]**
(패널을 힐끗 보며)
“젠장, 전력도 거의 바닥이군. 물과 전력. 둘 중 하나라도 먼저 확보하지 못하면… 이 오두막도 길 위처럼 무덤이 될 거야.”
**[행동]**
제로는 깡통을 내려놓고 침대 밑에서 낡은 배낭을 꺼낸다. 배낭 안에는 최소한의 식량과 의료 용품,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부품들이 들어있다. 그는 배낭을 어깨에 메고, 소총의 탄창을 확인한다. 몇 발 안 남은 실탄이 그의 불안감을 더한다.
**[제로]**
“그래, 가는 거야. 붉은 노을이 완전히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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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배경]**
끝없이 펼쳐진 폐허. 부서진 고층 빌딩들이 마치 거대한 비석처럼 붉은 노을을 등지고 서 있다. 곳곳에는 버려진 차량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잔해들이 쌓여 거대한 미로를 형성하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찢겨진 천막과 금속 조각들이 펄럭이며 음산한 소리를 낸다. 멀리서 날아다니는 거대한 그림자가 보인다.
**[인물]**
제로는 건물 잔해 사이를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그의 발걸음은 조용하고 신중하다. 주변을 끊임없이 주시하며, 귀는 작은 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한다.
**[효과음]**
[휘이잉- (바람 소리)]
[철컥- (소총 장전 소리)]
[삭삭- (제로의 발걸음 소리)]
**[내레이션 – 제로]**
“이곳은 죽은 도시가 아니다. 숨 쉬는 모든 것이 서로를 노리는 살아있는 지옥이지. 놈들은 어디든 있고,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
**[행동]**
제로는 갑자기 멈춰 선다. 그의 시선이 멀리 떨어진 폐건물 지붕 위로 향한다. 거대한 까마귀 떼가 앉아 있다가, 이내 일제히 날아오르며 끔찍한 울음소리를 낸다.
**[효과음]**
[까악- 까악- (까마귀 떼 울음소리)]
[푸드덕- (날개 짓 소리)]
**[제로]**
(낮게 읊조리며)
“젠장, 놈들이 뭘 봤을까. 좋은 징조는 아니군.”
**[배경]**
제로가 몸을 숨긴 폐차 잔해 뒤편. 거대한 까마귀 떼가 날아오른 방향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땅이 미세하게 진동한다.
**[효과음]**
[쿵- 쿵- (멀리서 들리는 육중한 발소리)]
**[제로]**
(숨을 죽이며)
“빌어먹을… 설마… 벌써?”
**[행동]**
제로는 소총을 단단히 움켜쥐고 폐차 잔해 틈새로 눈을 가져간다. 멀리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낡은 기계 부품과 뼈대, 그리고 알 수 없는 액체로 엉겨 붙어 만들어진, 흡사 거대한 곤충의 모습을 한 괴물이었다. 곳곳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인다.
**[괴물]**
(기계적인 울음소리)
[키이이익- 칙- (쇠 긁는 소리와 증기 빠지는 소리)]
**[내레이션 – 제로]**
“구형 로봇 경비병이 변이한 ‘고철 거미’. 이놈이 벌써 여기까지 내려왔다면, 수처리 시설 근처는 더욱 위험해졌다는 뜻이겠지.”
**[행동]**
고철 거미는 주변을 훑어보듯 느릿하게 움직이며, 거대한 다리로 폐차들을 짓밟아 뭉갠다. 제로는 몸을 바짝 웅크린 채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것을 느낀다. 그는 자신이 숨어있는 폐차마저 고철 거미의 발에 짓밟힐까 두려워한다.
**[제로]**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젠장… 저 덩치에 한 번 걸리면 바로 끝장이야. 무사히 지나가야 해… 제발.”
—
**[장면 3]**
**[배경]**
수처리 시설의 외곽. 녹슨 철제 담장이 위태롭게 서 있고, 곳곳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바람에 흔들린다. 건물 외벽은 시커먼 그을음으로 뒤덮여 있고, 깨진 창문 안으로는 어둠만이 가득하다. 주변에는 고철 거미가 짓밟고 지나간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인물]**
제로는 고철 거미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수처리 시설 입구로 다가온다. 그의 소총은 여전히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효과음]**
[삐걱- (녹슨 철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슥슥- (제로가 발로 흙먼지를 치우는 소리)]
**[내레이션 – 제로]**
“상인의 말이 맞다면, 이 안에 있을 거야. 하지만… 너무 조용해. 보통 이런 곳엔 놈들이 득실거려야 정상인데.”
**[행동]**
제로는 철제 담장의 벌어진 틈새로 몸을 구겨 넣는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처참하게 파괴된 수처리 설비들이었다. 거대한 파이프들은 갈가리 찢겨 있고, 제어판은 폭발로 인해 녹아내린 상태다.
**[제로]**
(탄식하듯)
“이런… 완전히 폐허잖아. 상인 그 자식… 거짓말쟁이 같으니.”
**[배경]**
제로는 실망감을 뒤로한 채, 혹시라도 쓸만한 것이 있을까 하여 내부를 더 깊숙이 수색한다. 어둠 속에서 그의 플래시라이트가 길을 비춘다. 녹슨 밸브, 끊어진 전선, 그리고 오래된 물탱크들이 보인다.
**[효과음]**
[삐걱- (제로가 낡은 문을 여는 소리)]
[쉬이익-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 소리)]
**[행동]**
제로는 가장 깊숙한 곳, 거의 완전히 무너진 듯 보이는 제어실까지 다다른다. 그곳에는 파괴되지 않은 몇 개의 사물함이 벽에 붙어 있었다.
**[제로]**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지.”
**[행동]**
제로는 조심스럽게 사물함 하나를 열어본다. 안에는 찢어진 유니폼 조각들과 먼지 쌓인 서류들뿐이다. 그는 두 번째 사물함을 연다. 이번에도 별다른 것은 없다. 마지막 사물함… 문은 녹슬어 뻑뻑하게 열리지 않는다.
**[효과음]**
[낑낑- (제로가 문을 여는 데 힘쓰는 소리)]
[덜컹- (사물함 문이 마침내 열리는 소리)]
**[배경]**
마침내 열린 사물함 안. 그의 예상과는 달리, 안에는 작은 냉장 보관함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낡고 먼지가 쌓였지만, 여전히 기능하는 듯 희미한 냉기가 느껴진다.
**[제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런… 이런 곳에 이게?”
**[행동]**
제로는 조심스럽게 냉장 보관함을 연다. 안에는 놀랍게도, 몇 개의 밀봉된 ‘정제수 팩’과 비상식량 바가 들어있었다. 그 위에는 손으로 쓴 낡은 메모지가 놓여 있다.
**[메모지 내용]**
“나머진 너에게 맡긴다. 부디 살아남아라. – M”
**[제로]**
(정제수 팩을 꺼내 들며)
“정제수… 비상식량… 그리고 M이라니. 어떤 미친놈이 이런 곳에 이런 보물을 남겼을까.”
**[내레이션 – 제로]**
“이건 단순한 생존 물자가 아니었다. 이 황폐한 세상에서, 그 어떤 장비보다도 귀한 희망의 증거였다.”
**[효과음]**
[쨍그랑- (멀리서 들리는 유리 깨지는 소리)]
[으르렁-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
**[행동]**
제로의 얼굴에서 기쁨의 미소가 사라진다. 그의 귀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잔해 파괴가 아니다. 거대한 존재가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짐승의 냄새.
**[제로]**
(급히 정제수 팩과 식량을 배낭에 넣으며)
“젠장… 설마 고철 거미가 다시 돌아온 건가? 아니… 이건 다른 놈이야. 더 지독한 냄새가 나.”
**[배경]**
제어실 입구 쪽에서 어둠 속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섬뜩한 붉은색 눈동자 두 개가 어둠 속에서 빛나고,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괴물의 그림자가 점점 더 커진다.
**[효과음]**
[킁킁- (무언가 냄새를 맡는 소리)]
[그르릉- (짐승의 낮은 포효)]
**[내레이션 – 제로]**
“새로운 위협. 폐허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선물을 안겨주지. 하지만 이제… 난 혼자가 아니야. 이 물과 식량이 있으니까.”
**[행동]**
제로는 재빨리 소총을 어깨에 메고, 플래시라이트를 그림자를 향해 비춘다. 불빛에 드러난 것은 기존의 괴물들과는 다른, 뼈와 근육이 뒤틀린 거대한 ‘돌연변이 늑대’의 모습이었다. 녀석의 입에서는 끈적한 침이 흘러내린다.
**[돌연변이 늑대]**
(거대한 울음소리)
[아우우우- (포효)]
**[제로]**
(숨을 들이쉬며, 눈은 돌연변이 늑대를 노려본다)
“그래… 덤벼 봐. 이번엔… 쉽게 당해주지 않을 테니.”
**[배경]**
돌연변이 늑대가 제로를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며 몸을 낮춘다. 제로는 소총을 겨누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다. 붉은 노을이 완전히 사라진 폐허에, 두 생명체의 격돌이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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