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장: 피안의 격전, 첫 번째 제물

공기는 무거웠다. 안개도, 짙은 흙먼지도 아니었다. 그저 실체가 없는 거대한 압력처럼,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천룡산의 웅장한 봉우리들은 피멍이 든 하늘을 꿰뚫고 서 있었지만, 그 모습은 숭고함 대신 말없이 고대적인 악의를 내뿜는 듯했다. 봉우리 중 가장 높고 평평한 정상, 그곳에 인간의 손이 아닌 시간과 어떤 잊힌 어둠의 힘이 천천히 깎아 만든 듯한 비무장이 펼쳐져 있었다.

스무 명의 인영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스러져가는 석양빛 아래, 그들은 모두 무림의 정점에 선 고수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이곳에 명예나 영광을 위해 온 이는 없었다. 각자의 얼굴에는 비장함과 함께 깊은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무를 겨루는 장소가 아니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윤은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했다. 수년간 단련한 심장마저 이토록 격렬하게 북을 치듯 울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시선은 묵묵히 서 있는 다른 고수들을 훑었다. 저들 중 몇이나 이 밤을 넘길 수 있을까? 아니, 자신은? 온몸의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발밑의 땅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이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침묵을 깬 것은 섬뜩할 정도로 낮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마치 얼어붙은 대지 아래서 길고 긴 겨울잠을 자던 거대한 존재가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그대들, 천하의 운명이 오늘 이 자리에서 결정될지니.”

검은 비단옷을 입은 늙은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은 마치 오랜 시간 바람과 비에 깎인 바위처럼 무표정했고, 눈은 깊은 우물처럼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을 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현암 장로’라 칭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듣는 이들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 비무는 하늘이 내린 시험이며, 땅이 명하는 서약이다. 오직 최후의 승자만이 피안의 봉인을 손에 넣을 자격이 있다.” 현암 장로가 든 지팡이 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허공에서 오싹한 형태로 꿈틀거렸다. “그리고 패자는… 이 땅의 일부가 될지니.”

하윤의 등골로 차가운 전율이 흘러내렸다. ‘피안의 봉인’. 그것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동시에 지옥의 문을 닫는 열쇠라고 했다. 하지만 그 봉인을 얻기 위한 대가는 너무나 잔혹했다. ‘이 땅의 일부가 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자들은 모두 침묵했다. 그 침묵은 고통스러운 인정이었다.

현암 장로의 마른 손에서 뼈로 된 명패 두 개가 떠올랐다. 명패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하나는 ‘묵강’, 다른 하나는 ‘소우’. 이름이 불리자마자, 비무장 한편에서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묵강. 그는 바위처럼 굳건한 몸집과 짐승처럼 날카로운 눈을 가졌다. 그의 그림자는 달빛에 길게 늘어져 거대한 괴수 같았다. 그에게서는 무공의 기운과 함께 알 수 없는 음산한 기운이 풍겨져 나왔다.

그의 맞은편에는 ‘청룡문’의 젊은 재사, 소우가 나섰다. 소우는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청년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만년설처럼 차가웠고, 허리에 찬 쌍도에서는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쌍도를 뽑아 들었다. 칼날이 달빛을 받아 서늘하게 번뜩였다. 하윤은 소우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젊지만 강했고, 재능이 넘쳤다. 그러나 지금 그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현암 장로가 팔을 들어 올렸다. “시작하라.”

그 한마디에 침묵이 깨지고 긴장이 폭발했다. 묵강은 한 발짝 내딛는 순간 이미 소우의 눈앞에 도달해 있었다. 그의 주먹은 마치 거대한 바위가 굴러오는 듯했다. 공기마저 찢어발기는 굉음이 울렸고, 땅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그것은 단순한 주먹이 아니었다. 주먹을 감싼 검붉은 기운에서 섬뜩한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소우는 날렵하게 몸을 비틀어 주먹을 피하고는 번개처럼 쌍도를 휘둘렀다. 그의 쌍도는 마치 춤을 추듯 묵강의 급소를 노렸다. 하지만 칼날은 묵강의 단단한 피부에 닿는 순간, 쨍하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갔다. 작은 흠집조차 남기지 못했다. 소우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환골탈태’의 경지를 넘어선 육체인가? 아니, 그 이상이었다.

묵강은 감정 없는 눈으로 소우를 노려보며 연이어 주먹을 날렸다. 그의 동작은 느려 보였지만, 엄청난 무게와 속도를 담고 있어 피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비무장 전체가 묵강의 기운에 짓눌리는 듯했다. 하윤은 숨죽여 그 광경을 지켜봤다. 묵강의 공격은 단순히 육체의 힘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생명을 갉아먹는 듯한 어두운 기운이 배어 있었다. 그것은 분명 무공의 극의가 아니었다. 악의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소우는 필사적으로 방어하며 반격을 노렸다. 그의 쌍도는 바람처럼 날렵했고, 번개처럼 빨랐다. 하지만 묵강은 마치 산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소우가 공격할 때마다 묵강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공격을 막아냈다. 그 기운은 소우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고, 그의 힘을 갉아먹는 듯했다.

묵강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더욱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고, 비무장 전체가 오싹한 어둠에 잠기는 것 같았다. 땅이 더욱 격렬하게 진동했다. “이제 끝이다, 젊은이.” 묵강의 목소리에서 기이한 울림이 느껴졌다.

소우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냈다. 그는 전신에 푸른 기운을 두르고 묵강에게 돌진했다. 쌍도가 섬광처럼 빛나며 묵강의 심장을 꿰뚫으려 했다. 그것은 소우의 모든 것을 건 일격이었다.

그러나 묵강은 팔을 휘둘러 소우의 쌍도를 쳐내고는, 그대로 소우의 목을 잡았다. 순식간이었다. 소우의 몸이 허공에서 축 늘어졌다. 묵강의 손아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기운이 소우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소우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두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마치 몸속의 모든 기운과 생명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하윤의 눈앞에서 소우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이내, 축 늘어진 시신이 땅에 떨어졌다.

핏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소우의 시신은 마치 안개처럼 희미해지더니,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의 마지막 흔적마저 사라지는 순간, 비무장의 땅이 더욱 깊은 어둠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마치 땅 자체가 소우의 생명을 전부 빨아들이고 더욱 거대한 생명력을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하윤은 숨을 들이켰다. 저것이… ‘이 땅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였다.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다. 존재의 소멸이었다.

현암 장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욱 냉랭하고, 더욱 힘이 실린 듯했다. “첫 번째 제물이 바쳐졌다. 다음은…”

하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심장은 북처럼 울렸다. 이 피비린내 나는 비무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아야 했다. 무엇을 위해서든, 살아남아 이 끔찍한 비무의 진정한 목적을 알아내야만 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묵강은 이미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고, 그의 눈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 없이 다른 고수들을 훑고 있었다. 다음은 누구의 차례일까. 그 의문이 하윤의 가슴을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