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천하제일 무도회 본선 16강전, ‘절대강호(絕代江湖)’의 운명을 가를 경기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꽉 채운 수십만 군중의 함성이 천장을 뚫고 하늘로 치솟을 듯했다. 비단 휘장과 용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귀빈석에는 각 문파의 수장들과 강호의 원로들이 숨죽인 채 앉아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이번 대회의 결과가 가져올 파란(波瀾)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자, 주목하십시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비운의 천재, 강휘 선수와… 무림을 뒤흔든 신성! 광풍신녀, 설아 선수의 대결입니다!”

경기장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수정 구슬에서 중계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화려한 연기 효과와 함께 두 선수가 입장했다.

먼저 등장한 것은 푸른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설아였다. 그녀의 등장에 경기장이 또 한 번 들썩였다. 매서운 눈매와 도도한 표정, 그리고 등에 맨 한 자루의 보검은 그녀가 얼마나 강력한 무인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광풍신녀’라는 별명처럼, 그녀가 지나가는 길에는 차가운 바람이 이는 것만 같았다.

“와아아아! 설아 님! 이겨라! 광풍신녀!”
“설아! 설아!”

그녀를 향한 환호가 쏟아졌다. 설아는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시크하게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녀의 몸놀림 하나하나에서 강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등장한 것은…
“저… 저게 강휘라고? 설마…”
“어째서 저런 자세로 입장하는 거지?”

사람들의 환호는 순식간에 의아함과 웅성거림으로 바뀌었다. 강휘는… 하품을 크게 하며 나타났다. 그것도 아주 길게, 마치 일주일 내내 밤샘 훈련을 한 사람처럼 축 늘어진 어깨로. 그의 덥수룩한 머리는 방금 잠에서 깬 사람처럼 헝클어져 있었고, 도포는 어딘가 모르게 구겨져 있었다. 그는 한 손에 만두 찐빵을 들고 아적아적 씹어대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강휘 선수! 경기 시작 10분 전입니다! 지금 식사하시는 겁니까?!” 중계진의 목소리가 당황으로 물들었다.

“크흠, 크흠… 아,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아, 아니, 방금 새벽에 수련을 좀 과하게 해서… 배가 너무 고파서요.” 강휘는 만두를 볼에 가득 넣은 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졸음이 가득한 듯 게슴츠레했다.

객석의 누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이내 전염되어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인간, 정말….”

귀빈석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유진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새하얀 비단 도포를 입고 얼굴에는 늘 서릿발 같은 표정을 띠고 있는 그녀였지만, 지금만큼은 차마 감출 수 없는 짜증을 내비쳤다. 그녀는 강휘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아니, 정확히는 ‘어쩔 수 없이’ 엮여버린 악연이었다.

‘저 놈이 또! 아니, 천하제일 무도회 16강전인데 저딴 태도로… 내가 괜히 걱정했지! 그 놈은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변하지 않을 거야!’

유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강휘가 만두를 다 먹고 빈 종이컵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버리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미간은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자, 양 선수! 결투 준비!”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설아는 강휘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흐흥. 비운의 천재라더니… 겨우 이 정도인가? 꼴이 말이 아니군.”

강휘는 하품을 한 번 더 하며 설아를 흘끗 봤다. “아… 설아 님이었군요.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서… 혹시 경기 전에 따뜻한 차 한잔 괜찮을까요?”

경기장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설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것은 분노 때문이었다.

“뭐… 뭐라고? 이 건방진 놈이! 지금 나를 농락하는 건가?!” 설아의 기세가 순식간에 폭풍처럼 거세졌다. 그녀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경기장 바닥의 돌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농락이라뇨? 진심인데… 아, 그럼 그냥 시작하시죠.” 강휘는 어깨를 으쓱였다.

“결투, 시작!”

심판의 선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설아가 검을 뽑아 들었다. 쉬쉬쉭! 바람을 가르는 칼날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허공을 갈랐다. 마치 한 마리의 푸른 제비가 나는 듯, 그녀는 강휘의 주위를 빠르게 돌며 잔상을 남겼다.

“광풍십삼식(狂風十三式)!”

설아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검기가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강휘를 덮쳤다. 관객들은 숨을 멈추고 그 장면을 지켜봤다. 회오리가 강휘를 통째로 삼키는 듯했다.

“크어억!”

회오리 속에서 강휘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려왔다.

“꼴좋다, 저 놈!”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미묘한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강휘라도 저 기술을 맨몸으로 받아내면… 위험할 텐데.’

회오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강휘가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그의 도포는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큭… 꽤 아프네요.” 강휘는 연신 콜록거렸다.

설아는 비웃었다. “겨우 이 정도인가? 그래놓고 천하제일 무도회에 출전한 것이냐? 다음 공격으로 끝내주마!”

설아가 다시 한번 기세를 끌어올리려는 순간, 강휘가 불쑥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또 무슨 수작이냐?!” 설아가 짜증을 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제가 아까 먹던 만두… 속에 고기 말고 야채만 들었던 것 같아서요. 혹시 경기장 안에 만두 장사하는 분 계시면… 고기 만두 좀 한 접시 갖다 주실 수 없을까요? 급하게 기운이 빠져서.”

경기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폭소와 당황이 뒤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뭐야 저 선수!”
“진심인가?!”

설아의 얼굴은 새빨개지다 못해 보라색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이… 이 건방진 놈이! 지금 사람을 가지고 노는구나! 고기 만두 타령이라니! 죽어라!”

그녀는 분노에 차서 역대급 위력을 가진 광풍신녀의 필살기, ‘질풍참(疾風斬)’을 강휘에게 날렸다. 칼날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하고 빠르게 강휘의 심장을 향해 쇄도했다.

‘아니, 저건 진짜 위험한데!’ 유진의 눈이 커졌다. 강휘가 저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는 만두 타령을 하느라 방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강휘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잠시나마 졸음이 가셨는지, 그의 눈동자에서 깊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몸을 숙이는 대신, 오히려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강휘 선수, 이건 자살행위입니다!” 중계진이 소리쳤다.

질풍참은 강휘의 발밑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강휘는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빙글 돌리며, 설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것도 아주…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흐읍!”

강휘는 마치 높은 곳에서 발이 미끄러진 사람처럼,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설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의 양손은 균형을 잡으려는 듯 허공을 휘저었고, 그 과정에서 그의 손바닥이 설아의 정수리를 ‘탁!’ 하고 때렸다. 마치 아이가 친구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때리는 것처럼.

“응? 으아아아아아아악?!”

예상치 못한 충격에 설아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그녀의 검은 저만치 날아가 땅에 박혔다. 관중들은 경악과 웃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 장면을 지켜봤다.

강휘는 쓰러진 설아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왜 쓰러지시죠? 혹시 제가 너무 세게 만졌나요? 죄송합니다. 균형을 잃어서… 아, 혹시 아까 말씀드린 고기 만두라도 드실래요?”

설아는 기절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물리적인 충격보다는 정신적인 충격이 더 컸으리라. 광풍신녀라 불리는 그녀가, 그것도 천하제일 무도회에서 상대방의 ‘어쩌다 보니’ 나온 장난 같은 일격에 쓰러지다니!

“승… 승자! 강휘 선수!”

심판의 선언이 끝나자마자, 경기장은 환호와 폭소의 도가니가 되었다. 이 경기는 역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명승부로 기록될 터였다.

강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 고기 만두… 진짜 아무도 안 파나요? 배고픈데…”

그의 엉뚱한 말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폭소를 터뜨렸다.

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짜증과 함께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 바보 같은 놈! 정말이지! 저렇게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 만두 타령이나 하고! 다음 상대는 훨씬 강할 텐데… 저러다 진짜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녀는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섰다.
‘젠장. 괜히 신경 쓰게 하잖아, 저 바보!’

유진은 터져 나오는 한숨을 억누르며 경기장을 나섰다. 그녀의 목적지는 단 하나였다. 강휘가 쉴 선수 대기실. 뭔가 말도 안 되는 잔소리라도 퍼부어 주지 않으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훨씬 더 빠르고, 왠지 모르게 조금은 설레는 것 같았다.

천하의 운명을 건 무도회.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피어나는, 한없이 엉뚱하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의 서막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다음 상대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강휘를 상대하게 될까? 그리고 유진은 강휘에게 어떤 만두로 잔소리를 퍼부을까? 모든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