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심연의 메아리

은하수호는 칠흑 같은 심우주를 가르고 있었다. 인간의 발길이 닿은 적 없는, 아니, 애초에 발길이라는 개념조차 무색할 만큼 광활하고 차가운 미지의 영역. 은하수호는 인류 최초의 초광속 탐사선 중 하나였지만, 이곳에서는 그 어떤 기록된 문명도, 예상된 항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무수한 별들이 영원히 타오르는 침묵의 우주만이 그들을 맞이할 뿐이었다.

“선장님, 에너지 패턴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선장 강하준의 귀에 들어온 목소리는 항해사이자 과학관인 이수연의 것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의 차분함과는 달리 미세한 떨림이 띠고 있었다. 강하준은 거대한 주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눈앞에는 수만 광년 떨어진 어느 은하의 팔이 은빛 안개처럼 아른거리고 있었지만, 수연의 말은 그 광경보다 더 강렬하게 그의 주의를 끌었다.

“이상 징후라고? 수연 박사, 무슨 일이지?”

“네, 데이터는 명확하지 않지만, 기존의 어떤 자연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인위적인 신호인 것 같습니다.”

인위적인 신호. 그 단어는 은하수호의 모든 승무원들의 심장을 움켜쥐는 듯했다. 인류가 초광속 항해를 시작한 지 백 년이 넘었지만, 지성을 가진 외계 문명과의 조우는 아직 꿈같은 이야기였다. 수많은 외계 생명체를 발견했지만, 그들은 모두 행성의 생태계 일부일 뿐, 우주를 유영할 문명을 건설할 수준은 아니었다.

“좌표 찍어. 근접 분석 들어간다.” 강하준 선장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그의 눈빛은 이글거리는 불꽃 같았다.

“예상 소요 시간은… 현재 속도로 12시간입니다.” 수연이 데이터를 주화면에 띄웠다. 예상 소요 시간 아래에는 불확실한 에너지 신호의 진동 그래프가 섬뜩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12시간. 그 시간 동안, 은하수호의 브릿지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함내의 모든 감지기가 활성화되었고, 보안팀장 김민준은 보안팀을 비상 대기 상태로 전환했다. 기관장 박찬우는 엔지니어링 데크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모든 시스템을 점검했다.

“선장님, 목표물 육안 확인 가능합니다.” 수연의 목소리에 드디어 옅은 흥분감이 묻어났다.

강하준은 숨을 들이켰다. 주화면은 아득한 어둠 속, 하나의 거대한 그림자를 확대하고 있었다.

그것은… 돌기둥이었다.

검고, 거대하며, 완벽하게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거대한 돌기둥. 그 어떤 인공적인 구조물도 이토록 완벽한 형태로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최소한 인류의 기술로는 불가능했다. 마치 심연의 한 조각을 잘라내어 정교하게 다듬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며, 그 자체로 어둠을 구현한 듯했다.

“맙소사… 이건 대체….” 박찬우가 탄성을 내질렀다. 그의 얼굴에는 경외감과 함께 공포가 서려 있었다.

“규모 측정.” 강하준이 명령했다.

“높이… 측정 불가. 현재 시야로 확인되는 부분만으로도 최소 30킬로미터 이상입니다. 폭은 약 5킬로미터….” 수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표면은 기존의 어떤 물질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스캐너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감마선, X선, 중성자 스캔 모두 무의미한 결과만 내놓습니다.”

“그럴 리가. 모든 스캐너를 최대로 가동해.”

수연은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주화면에는 ‘데이터 불확실’, ‘물질 미확인’ 같은 경고 문구만 가득했다.

“외부 에너지를 전혀 감지할 수 없습니다. 자체 발광도 없고, 열원도 없는데… 아까 그 신호는 어디서 온 거죠?” 수연은 혼란스러워했다.

“신호는 계속되고 있나?” 강하준이 물었다.

“네, 미약하게… 아주 미약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처럼요.”

그 순간, 김민준이 정적을 깼다. “선장님, 저 구조물 주변에 이상한 중력장 왜곡이 있습니다. 우리 함선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마치 저 구조물 자체가 공간을 휘어 놓은 것 같습니다.”

강하준은 한숨을 쉬었다. 이 모든 것이 상식 밖이었다.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미지의 존재.

“최대한 근접한다. 하지만 안전거리는 유지해. 비상 시 즉각 이탈할 수 있도록.”

은하수호는 거대한 검은 돌기둥을 향해 서서히 전진했다. 가까워질수록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더욱 거대해졌다. 돌기둥의 표면은 아무리 확대해도 아무런 질감도, 이음새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인 것처럼.

“함선 근접, 500미터.” 수연이 보고했다. “선장님, 신호 강도가 급격히 강해지고 있습니다!”

주화면의 그래프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동시에, 돌기둥의 표면에서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박찬우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검은 돌기둥의 중앙에서, 아주 희미한 빛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심연 속에 잠들어 있던 존재가 눈을 뜨는 것처럼. 빛은 얇은 실금처럼 퍼져나가며 돌기둥 전체를 감쌌다. 빛은 단순한 백색광이 아니었다. 무지개색을 머금은 듯한 오색찬란한 빛이자, 동시에 모든 색을 빨아들이는 듯한 혼돈의 빛이었다.

“각 포지션, 상황 보고!” 강하준이 긴급히 외쳤다.

“함선 전력 계통 불안정! 보조 발전기 가동!” 박찬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함선 내부의 조명이 깜빡였다.

“내부 감지기 오작동! 외부 스캐너 완전히 먹통입니다!” 수연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보고했다.

김민준은 무기를 움켜쥐고 주화면을 노려봤다. “무기 시스템은 정상입니다만… 저건 물리적인 공격으로 해결될 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빛이 돌기둥 전체를 완전히 뒤덮자, 돌기둥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맥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은하수호의 브릿지에 있는 모든 승무원의 의식 속으로, 하나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왔는가.*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뇌를 직접 울리는 듯한, 언어 이전의 개념. 존재의 심연에서부터 솟아나는 듯한 고대의 파동.

강하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이 쩌렁쩌렁 울리는 듯한 고통과 함께, 잊고 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린 시절, 우주를 꿈꾸던 순수한 열망. 훈련소의 혹독한 나날들. 첫 우주 비행의 벅찬 감격.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 그리고… 인류가 걸어온 길, 수많은 희생과 발전의 역사.

다른 승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찬우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고, 수연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김민준마저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워했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두 번째 파동이 뇌리를 강타했다. 이번에는 고통보다 더 강렬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끝을 알 수 없는 그리움, 슬픔, 그리고… 절박함. 그 감정들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돌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지의 존재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주화면에 나타난 광경은, 그들의 모든 상식을 뒤엎었다.

검은 돌기둥의 빛이 최고조에 달하자, 돌기둥의 표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균열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패턴을 그리며, 미지의 기하학적 문양들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 문양들이 하나로 모이자, 돌기둥의 한 면이 마치 투명한 막처럼 변했다.

막 너머로는… 우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초록빛으로 뒤덮인 거대한 대륙이었다. 높이 솟은 산맥과 굽이치는 강물, 울창한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모든 풍경은 은하수호가 탐사했던 어떤 행성과도 달랐다. 너무나도 생생하고,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마치 창문 밖으로 다른 차원의 풍경이 펼쳐진 듯했다.

그리고 그 풍경의 한가운데,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하늘을 뚫을 듯 솟아 있는 첨탑들, 빛을 발하는 구조물들이 미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생명체가 있었다. 마치 인간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우아하고 빛나는 존재들이 도시를 거닐고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은 단 몇 초 만에 펼쳐졌다. 돌기둥은 이 모든 것을 그들에게 보여준 후, 다시 서서히 빛을 거두기 시작했다. 투명했던 막은 다시 검은 표면으로 돌아왔고, 균열은 사라졌다. 돌기둥은 다시 처음처럼,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게… 대체….” 수연이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광기로 빛나고 있었다. “봤어요? 선장님? 다른 차원… 혹은 다른 시공간의 문을 보여준 겁니다! 아니, 이건… 이건 단순한 유물이 아니에요!”

강하준은 멍하니 주화면을 응시했다. 심장 박동이 격렬하게 울렸다.
그는 방금 본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들의 손에 들어온 것은 단순한 외계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모든 역사를 뒤흔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문’이었다.
어쩌면 인류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혹은 두려워하던 ‘접촉’의 시작일지도 몰랐다.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은하수호의 임무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심연의 메아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메아리는 인류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