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정오의 햇살조차 뚫지 못하는 네오 아크 테크놀로지의 심장부, 72층 연구동은 늘 그랬듯 침묵과 효율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 완벽한 질서는 날카로운 비명에 산산조각 났다.

“발견자: 연구원 김도진. 시간: 오전 11시 37분. 장소: 제로닉스 박사 개인 연구실. 현장 통제!”

경비용 센티넬 메카들의 차가운 음성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다급히 달려온 경비 총괄 강형사는 최첨단 강화복의 헬멧을 벗어 던졌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닦을 새도 없이 그의 시선은 연구실 문에 고정됐다.

“젠장! 대체 무슨 일이….”

제로닉스 박사의 개인 연구실은 ‘퀀텀 쉴드 도어’로 봉쇄되어 있었다. 두께 50센티미터의 특수 합금과 그 위에 덧씌워진 에너지 쉴드가 외부의 모든 물리적, 전자적 침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구조였다. 박사의 생체 인식과 고유 코드가 없으면 열 수 없는, 말 그대로 난공불락의 요새. 그런데 안에서 박사가 살해당했다?

“김 연구원, 다시 설명해 봐. 자네가 어떻게 발견했나?” 강형사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잔뜩 겁에 질린 김도진 연구원이 더듬더듬 말했다. “박사님께… 보고할 내용이 있어서… 호출했는데 응답이 없었습니다. 평소와 달라서… 제가 강제로 비상 프로토콜을 가동하려 했지만… 박사님 코드로 잠겨 있어서… 경비팀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럼 문은 어떻게 열었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강제로 에너지 쉴드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고 특수 장비로 물리적인 잠금장치를 해제했습니다. 내부에 아무도… 움직임이 없어서….”

강형사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의 경비팀 소속 전투형 메카, ‘타이탄-01’이 육중한 몸을 옆에 세운 채 대기하고 있었다.

“내부 상황 보고!”

선발대 중 한 명이 무전으로 보고했다. “시신 확인. 제로닉스 박사. 사망 원인 미상. 외부 침입 흔적 없음. 방사능 수치 및 유독성 물질 미검출. 방어 시스템 완벽하게 유지 중. 모든 센서 정상 작동합니다. 밀실입니다.”

밀실. 그 단어가 강형사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완벽한 보안 속에서 어떻게? 그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낡은 통신 단말기를 꺼냈다. 마지막 보루였다.

“연결해.”

수화기 너머에서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또 밀실입니까, 강 반장님? 그럴 일 없다고 그렇게 장담하시더니.”

“시끄러워, 하이런. 이건 진짜다. 네오 아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야. 제로닉스 박사… 우리 회사 핵심 브레인이야. 이 손으로 직접 네 부서 출입 코드도 넣어줬지 않냐?”

“알겠습니다. 움직이죠.”

짧은 통화를 마치자마자 강형사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그가 올 것이다. 비정상적인 사건을 쫓아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 ‘카론’.

***

한 시간 후, 네오 아크 본부 옥상 헬리패드에 퀀텀 엔진 특유의 미미한 진동을 내는 검은색 개인 드론이 사뿐히 착륙했다. 드론의 해치가 열리자, 긴 검은색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느릿하게 걸어 나왔다. 하이런. 사람들은 그를 ‘카론’이라 불렀다. 죽음의 강을 건너는 뱃사공 카론처럼, 그는 언제나 기이하고 절망적인 사건의 마지막 해결사였다.

그는 평범한 외모였지만,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는 맑고 깊은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 날카로웠다. 그의 뒤를 따라 항상 같은 표정의 청년, 리온이 태블릿을 든 채 조용히 움직였다.

“카론 씨, 이쪽입니다!”

강형사가 저 멀리서 손짓했다. 강형사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함께 미약한 안도감이 스쳤다.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까?” 카론은 72층으로 향하는 고속 엘리베이터 안에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예리함은 강형사를 긴장시켰다.

“완벽한 밀실입니다. 퀀텀 쉴드 도어는 내부에서만 해제 가능하고, 외부에서는 박사님의 생체 인식과 암호화된 키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공기 순환계, 배기 덕트, 심지어 극미세 입자 전송 시스템까지 모든 것이 정상이었어요. CCTV는 고장 나 있었지만, 이 문은 CCTV 없어도 못 뚫는 문입니다.” 강형사가 침을 꿀꺽 삼키며 설명했다.

“재미있군요.” 카론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 그가 ‘재미있다’고 말할 때마다 사건은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것을 강형사는 잘 알고 있었다.

72층, 제로닉스 박사의 개인 연구실 앞은 이미 통제선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수십 명의 경비팀과 과학수사팀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당혹감이 역력했다.

“카론 씨.”

카론은 강형사의 인사를 가볍게 묵살하고 연구실 내부로 들어섰다. 리온이 그 뒤를 따르며 태블릿에 데이터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내부는 박사의 성격을 반영하듯 극도로 깔끔했다. 층고가 높아 웅장함을 자랑하는 연구실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워크스테이션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제로닉스 박사가 의자에 기댄 채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의 시신은 마치 잠든 것처럼 편안해 보였지만, 셔츠 중앙에 뚫린 작은 구멍과 그 주위로 희미하게 그을린 자국이 치명적인 상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피해자는 제로닉스 박사, 58세. 사망 시각은 대략 11시 30분에서 40분 사이로 추정됩니다. 사인은… 저 작은 구멍으로 인한 내부 장기 손상. 어떤 종류의 무기인지 아직 파악이 안 됩니다. 날카로운 칼날이라기보다는… 고밀도 에너지 압축탄에 가까워 보입니다.” 과학수사팀장이 보고했다.

카론은 시신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방을 훑었다. 벽면 가득 채워진 첨단 장비들, 복잡한 회로도, 그리고 한쪽 벽에 우뚝 서 있는, 아직 외피가 입혀지지 않은 거대한 뼈대뿐인 전투 메카 ‘프로토타입-제우스’. 이 모든 것이 박사의 죽음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였다.

“퀀텀 쉴드 도어가 열렸을 때, 내부 온도는 어땠습니까?” 카론이 뜬금없이 질문했다.

“네? 평소와 같았습니다. 22도 유지되고 있었고요.” 강형사가 대답했다.

“음…” 카론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그의 눈이 다시 떠졌을 때는 마치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섬뜩한 빛을 띠었다. 그는 천천히 워크스테이션으로 걸어가 박사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박사의 손은 키보드 위에 놓여 있었는데, 특히 오른손 검지가 특정 키 위에 얹혀 있었다.

“박사는 사망 직전, 이 키를 누르려 했거나… 이미 누른 상태였습니다.” 카론이 말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강형사가 물었다.

“이 방은 완벽한 밀실입니다.” 카론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하지만… 내부의 누군가에게는 가능했습니다.”

“내부의 누군가라니요? 박사님 혼자였습니다! 그리고 박사님은 메카 조종사가 아닙니다. 이 방에 있는 프로토타입-제우스는 아직 완성도 안 된 상태고요!” 강형사가 흥분해서 말했다.

카론은 고개를 젓고는 천천히 거대한 ‘프로토타입-제우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아니요, 강 반장님. 이 방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가 방을 나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리온에게 손짓했다. “리온, 제우스의 기동 기록을 조회해 봐. 그리고 방 전체의 미세 진동 패턴도.”

“네, 카론님.” 리온은 빠르게 태블릿을 조작했다.

잠시 후, 리온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카론님, 제우스의 내부 시스템 로그에… 사망 추정 시각 전후로 미미한 에너지 흐름 변동이 감지되었습니다. 극히 미세한 수준이라 보통 분석으로는 놓치기 쉬운 데이터입니다.”

“역시.” 카론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다시 제로닉스 박사의 시신, 그리고 그 손가락이 얹혀 있던 키보드, 더 나아가 그 키보드 아래의 바닥을 향했다.

“강 반장님.” 카론이 몸을 숙여 바닥에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는, 미세한 스크래치 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 작은 흠집을 보십시오. 그리고 이 방의… 진정한 ‘트릭’을요.” 카론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제로닉스 박사는 스스로 문을 열어줬습니다. 그것도… 범인에게 완벽하게 협력한 채로 말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범인이 그 ‘메카’를 이용해 박사를 조종한 거죠.”

강형사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카론과 바닥의 흠집, 그리고 거대한 프로토타입-제우스 메카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어떻게…!”

“이 방은 완벽하게 밀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닫혀 있지 않은 채로 닫혀 있었던’ 겁니다.” 카론은 그렇게 말하며 제우스 메카의 거대한 다리 아래를 응시했다. “범인은… 이 방을 ‘열어준’ 존재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카론의 시선이 메카의 발치에서 천천히 위로 올라가 메카의 거대한 어깨, 그리고 그 너머의 공조 시스템으로 향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박사는 자신의 손으로… 이 살인을 ‘완성’시켰습니다. 아주 치밀하고, 역설적인 방식으로 말이죠.”

강형사는 카론의 수수께끼 같은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 이 완벽한 밀실에서, 어떻게? 메카가? 박사가 스스로?

카론은 연구실을 한번 더 둘러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 반장님, 트릭은 이미 깨졌습니다. 이제 남은 건… 그 트릭을 사용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뿐.”

그의 눈은 냉철하게 빛났고, 그 안에는 이미 이 복잡한 퍼즐의 해답이 담겨 있는 듯했다.

밀실은 열려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카론이 마주한 강철 미궁의 첫 번째 모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