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첫 번째 별이 떨어지던 밤

별무리시는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도시였다. 수많은 불빛들이 하늘의 별빛과 어우러져 지상에 또 다른 은하수를 수놓는 듯했다. 고작 열여덟 해를 살아온 유하에게 이 도시는 늘 반짝이는 꿈과 희망의 공간이었다. 특히 오늘은 더 그랬다.

“유하야, 이 부분은 명암을 더 확실하게 줘야 해. 그래야 별빛이 뚫고 나오는 느낌이 살지.”

유하의 옆자리에서 캔버스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섬세하게 붓질을 하던 서현이 나긋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서현의 손에서 스케치되던 밤하늘은 유하가 그린 것보다 훨씬 깊고 입체적이었다. 유하는 자신의 캔버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역시 서현이네. 난 아무리 해도 너처럼 표현이 안 돼. 내 별들은 다 그냥 반짝이는 점일 뿐이야.”

“아니야, 유하 그림은 유하만의 생기가 있잖아. 봐, 이 별들은 당장이라도 톡 터질 것 같아. 나는 절대 그리지 못할 거야.”

서현이 유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환하게 웃었다. 서현의 미소는 늘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반짝이는 갈색 머리카락과 부드러운 눈매는 서현을 인형처럼 예쁘게 만들었고, 차분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은 유하가 늘 동경하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미술 동아리에서 만난 후 줄곧 단짝이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유하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 특히 이번 교내 미술 대회는 두 사람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1등 상품이 유명 화가의 개인전 티켓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꼭 1등해서 같이 전시회 가자, 서현아!”

유하가 의욕적으로 붓을 놀리며 말했다. 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응, 꼭 그래야지.”

그날 밤, 유하와 서현은 늦은 시간까지 그림을 그리다 동아리실을 나섰다.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하는 길은 늘 익숙하고 평화로웠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났고,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오늘따라 별이 더 많아 보인다. 그렇지?”

유하가 고개를 젖히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서현도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게. 곧 유성우라도 쏟아질 것 같아.”

그때였다.
갑자기 도시 전체의 불빛이 일제히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경련하는 듯한 불안한 섬광이 반복되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도시의 모든 조명이 동시에 명멸하고, 거리의 자동차들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요란한 경적을 울렸다.

**콰앙!**

멀지 않은 곳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유하와 서현은 놀라 서로를 마주 보았다. 불길한 예감이 스치듯 지나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방금 전까지 반짝이던 별들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이내 검은 먹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덮이는 느낌이었다. 마치 거대한 그림자가 도시 전체를 갉아먹는 것처럼.

“뭐, 뭐야? 지진인가?”

유하가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서현은 유하의 손을 꽉 잡으며 주위를 경계했다.

“아니, 이건… 지진이 아니야.”

서현의 눈빛에 낯선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때, 운동장 구석에 있던 가로등이 섬뜩하게 깨지면서 어둠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림자들은 연기처럼 흐느적거리면서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그림자들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풀잎들이 시들고, 심지어 땅바닥의 돌멩이마저 생기를 잃고 회색빛으로 변했다.

“흐읍… 저게 뭐야…?”

유하의 심장이 공포로 빠르게 뛰었다. 그림자들은 학교 건물로 향하더니,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비명소리를 들은 것인지 일제히 교실 쪽으로 몰려들었다.

“안 돼! 저 안에 아직 학생들이 남아있을 수도 있어!”

유하가 본능적으로 그림자들이 향하는 곳으로 발을 떼려 하자, 서현이 유하의 팔을 붙잡았다.

“유하야, 위험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그냥 두고 볼 수 없잖아!”

유하의 눈에는 두려움과 함께 정의감이 불타올랐다. 서현은 유하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망설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결심한 듯 유하의 팔을 놓았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서현의 말에 유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결코 빠를 수 없었다. 공포가 발목을 붙잡는 듯했다.

교실 복도에 다다르자, 어둠의 그림자들이 이미 교실 안으로 침투해 있었다. 몇몇 학생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림자들은 그들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빛을 흡수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점점 시들어가는 꽃처럼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에 유하는 이를 악물었다.

“안 돼! 멈춰!”

유하가 소리치자, 그림자들이 일제히 유하와 서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형태 없는 눈동자가 두 소녀를 향해 번뜩이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유하의 몸을 마비시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가빠왔다.

바로 그때, 유하의 눈앞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휘잉-!**
황금색과 은색이 섞인 빛의 기둥이 하늘에서 내려와 유하와 서현을 감쌌다. 온몸이 따뜻해지는 동시에, 존재 자체가 새로워지는 듯한 강렬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이 밤의 어둠에 맞설, 별의 조각들이여… 너희에게 힘이 깃들리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비롭고 웅장한 목소리. 목소리는 유하의 심장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빛이 걷히자, 유하와 서현의 모습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유하는 순백색과 하늘색이 조화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가슴에는 작은 별 문양이 박혀 있었고, 머리에는 맑은 빛을 내는 티아라가 얹혀 있었다. 손에는 별이 박힌 지팡이, ‘스텔라 스틱’이 들려 있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빛은 주변의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서현은 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날렵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은빛으로 반짝였고, 허리에는 섬세한 보석이 박힌 검, ‘루나 블레이드’가 매달려 있었다. 서현의 눈빛은 이전보다 더욱 강렬하고 날카롭게 빛났다.

“이게… 뭐야…?”

유하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믿을 수 없어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마법의 힘은 이미 그녀의 몸속에서 끓어오르고 있었다.
교실 안의 그림자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하야! 정신 차려! 싸워야 해!”

서현의 목소리가 유하를 흔들었다. 서현은 이미 루나 블레이드를 뽑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별빛이여, 어둠을 정화하라! **스텔라 클렌징!**”

유하가 스텔라 스틱을 들어 올리자, 스틱 끝에서 눈부신 하늘색 빛줄기가 뿜어져 나와 그림자들을 향해 뻗어 나갔다. 빛이 닿은 그림자들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림자들이 흡수했던 생명력의 빛이 다시 학생들에게로 돌아가는 듯했다.

“잘했어, 유하!”

서현은 유하의 마법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그림자들 사이로 달려들어 루나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검이 지나간 자리마다 그림자들이 갈라지고 소멸했다. 서현의 움직임은 유하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했다.

유하의 ‘정화’ 마법과 서현의 ‘파괴’ 마법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유하는 그림자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주변 학생들을 치유하고, 서현은 그 틈을 파고들어 그림자들을 베어냈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직 친구를 지켜야 한다는 강렬한 의지와 사명감이 유하를 지배했다.

“마지막이다! **루나 슬래시!**”

서현이 높이 뛰어올라 검에 보라색 마력을 집중시키자, 초승달 모양의 빛이 거대한 그림자 무리를 향해 날아갔다. **쉬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들이 산산조각 나며 완전히 사라졌다.
교실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고, 학생들은 무사히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유하와 서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바라봤다. 몸은 힘들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온몸을 감쌌다.

“우리… 해냈어, 서현아!”

유하가 활짝 웃으며 서현에게 달려갔다. 서현도 환한 미소로 유하를 맞이했다.

“응, 네 덕분이야, 유하.”

서현은 유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유하는 서현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힘들었던 전투가 끝나고,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친구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

그 순간이었다.
유하의 등 뒤에서 섬뜩한 한기가 느껴졌다.
따뜻했던 서현의 팔이 갑자기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날카로운 고통.

**푹-!**

유하의 심장을 꿰뚫는 듯한 통증이 전신을 찢어발겼다. 유하는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서현을 올려다봤다. 서현의 눈동자는 이전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이 차갑고 깊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서현의 손에는 유하의 스텔라 스틱이 들려 있었다. 정확히는, 스텔라 스틱의 끝부분이 유하의 등 뒤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그녀의 마력이 담긴 스틱이 유하의 심장을 직접 꿰뚫은 것이다.

“서… 서현아…?!”

유하의 입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충격과 배신감,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유하의 온몸을 잠식했다.

서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유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잔인할 정도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유하. 하지만… 네가 너무 눈부셨어.”

서현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유하의 스텔라 스틱을 감쌌다. 스틱에 담겨 있던 유하의 마력이 서현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유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점점 약해지더니, 서현의 몸으로 흡수되는 듯했다.

“이… 이건… 안 돼…!”

유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며 저항하려 했지만, 온몸의 기력이 쭉 빨려 나가는 듯한 감각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순백색 드레스는 피로 물들어 붉게 변해갔다.

“고마워, 유하. 네 빛은… 내가 잘 쓸게.”

서현은 스텔라 스틱을 유하의 몸에서 뽑아냈다. 유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점점 더 강렬하고 어두운 빛을 발하며 멀어져 가는 서현의 뒷모습이었다. 서현의 실루엣은 어둠과 함께 사라져갔다.

유하는 차가운 복도 바닥에 버려진 채 신음했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보다,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내 모든 것을 믿고 의지했던 유일한 친구. 함께 어둠에 맞서 싸웠던 동지.
그 친구의 손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유하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서현아…!”

유하의 목에서 찢어지는 듯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빛을 잃어가는 시야 속에서, 그녀의 몸에서 다시 미약한 빛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빛은 이전의 순수하고 맑은 빛이 아니었다. 차갑고, 날카롭고, 지독히도 어두운 빛이었다.

유하의 눈동자에 맺힌 것은 더 이상 슬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지옥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맹렬한 복수의 의지였다.

“내가… 너를… 반드시… 찾아낼 거야…”

유하는 마지막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어둠이 드리운 복도,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그녀의 주변으로, 검붉은 마력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멀리서,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또 다른 존재의 섬뜩한 미소가 번뜩였다.

첫 번째 별이 떨어지던 밤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어둠이 시작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