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의 불꽃
**프롤로그: 망각된 그림자**
**장면 1**
**배경:** 잿빛 구역. 도시 카리엘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버려진 주거지. 오래된 건물들은 검은 곰팡이와 이끼로 뒤덮여 있고, 부서진 잔해들이 길을 막고 있다. 희미한 석양빛이 먼지 낀 공기를 가른다. 한때 번성했을 거리는 이제 검은 부패에 잠식되어 마치 거대한 괴물의 뼈대처럼 음산하게 서 있다.
**컷 1 (와이드 샷):**
[잿빛 구역의 전경. 거대한 고층 빌딩들이 뼈대만 남은 채 하늘을 찌르고 있고, 그 사이를 검은 ‘부패’가 촉수처럼 집어삼키고 있다. 붉은 노을이 그 위에 드리워져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류 (내레이션):** 도시는 서서히 죽어간다. ‘정화단’의 불길은 밤마다 타올랐지만, 그것은 단지 썩어가는 상처를 도려내는 것일 뿐, 병의 근원을 없애지는 못했다. 아니, 아마 그들도 알았을 거다. 이 어둠은… 너무 오래되고, 너무 깊다는 것을.
**컷 2 (미디엄 샷):**
[10대 후반의 마른 체격의 청년, 류가 폐허 속에서 찢어진 천 조각을 발견하고 주워든다. 낡고 해진 옷을 입고, 붕대로 감은 한 손에 낡은 철봉을 쥐고 있다. 실망한 표정.]
**류 (독백):** 또 허탕인가. 이러다간 오늘 밤도 굶겠군. 어머니의 약값은…
**컷 3 (클로즈업):**
[류의 손에 들린 천 조각. 아무 쓸모 없는, 그저 낡은 넝마일 뿐이다.]
**효과음:** 바스락…
**컷 4 (롱 샷):**
[류가 폐허 깊숙이 더 들어간다. 발밑의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바스락거린다. ‘정화단’의 순찰병들이 자주 오지 않는, 더욱 위험한 지역이다.]
**류 (내레이션):** 금지 구역의 경계는 날마다 넓어졌다. 사람들은 잿빛 구역을 ‘죽은 자들의 땅’이라 불렀지만, 나 같은 산 자들에게는… 그저 또 다른 사냥터였다. 어쩌면 마지막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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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배경:** 잿빛 구역의 가장 깊은 곳. 오랜 시간 붕괴된 건물 잔해 아래 숨겨진 지하 통로 입구. 덩굴과 흙먼지로 뒤덮여 있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컷 5 (미디엄 샷):**
[류가 낡은 철근 더미 사이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호기심 어린 눈빛.]
**류:** 이건…?
**컷 6 (클로즈업):**
[류가 손으로 철근과 흙더미를 치우자,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가려진 좁은 틈새가 드러난다. 그 안에서 어렴풋이 푸른 빛이 새어 나온다.]
**류 (독백):** 설마… 정화단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틈인가?
**컷 7 (클로즈업):**
[류의 얼굴. 어딘가 경계심과 탐욕이 섞인 표정. 폐허에서 이런 ‘미개척지’를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효과음:** 스스스… (류가 틈새로 몸을 구겨 넣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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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배경:** 지하 통로 끝에 있는 고대의 방. 거친 돌로 된 벽과 천장은 어떠한 부패의 흔적도 없이 깨끗하다. 방 한가운데에는 훼손되지 않은,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검은 돌 제단이 놓여 있다. 그 위에는 손바닥 크기의 푸른빛 조약돌이 놓여 있다.
**컷 8 (와이드 샷):**
[류가 어두운 통로 끝에서 고대의 방으로 들어서는 모습. 방 안은 제단 위의 푸른 조약돌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하다. 바깥의 잿빛 세상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공간.]
**류 (내레이션):**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바깥세상의 모든 비극과 오염이, 단 한 점도 이곳에 닿지 못한 듯했다.
**컷 9 (클로즈업):**
[제단 위에 놓인 조약돌. 투명한 푸른색이며, 그 안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한 빛이 맥박처럼 뛰고 있다. 주변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효과음:** 웅… (희미한 진동음)
**컷 10 (미디엄 샷):**
[류가 조약돌에 홀린 듯 천천히 다가간다. 낡은 철봉은 이미 손에서 놓았다.]
**류 (독백):** 이게… 뭐지? 이토록 오랫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건가?
**컷 11 (클로즈업):**
[류의 떨리는 손이 조약돌을 향해 뻗어간다. 조약돌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그의 손가락을 감싼다.]
**효과음:** 스르륵… (빛이 손가락을 감싸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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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배경:** 고대의 방.
**컷 12 (클로즈업):**
[류가 조약돌을 움켜쥐는 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조약돌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류의 몸 전체를 휘감는다.]
**효과음:** 콰아아앙-! (강렬한 에너지 방출음)
**류 (비명):** 으아아악!
**컷 13 (와이드 샷):**
[고대의 방 전체가 푸른빛으로 폭발하듯 밝아진다. 제단 주변의 고대 문자들이 빛을 발하며 공중으로 떠오른다. 류의 몸에서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류 (내레이션):** 통증은 없었다. 다만… 내 안의 모든 것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압도적인 감각이었다. 동시에…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
**컷 14 (클로즈업):**
[류의 얼굴. 고통과 혼란, 그리고 경외심이 뒤섞인 표정. 그의 눈동자가 순간 푸르게 빛난다.]
**류 (독백):** 이게… 뭐야…?
**컷 15 (미디엄 샷):**
[류의 몸을 감싼 푸른빛이 사그라들자, 그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형체처럼 일어선다. 그것은 마치 류의 그림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류의 팔에 휘감긴다. 조약돌은 여전히 그의 손에 쥐어져 푸르게 빛나고 있다.]
**류 (내레이션):** 그림자… 그것은 분명 내 그림자였지만, 동시에 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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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배경:** 고대의 방 밖, 잿빛 구역의 지상. 밤이 깊어가고 있다.
**컷 16 (와이드 샷):**
[잿빛 구역의 지상. 멀리서 ‘정화단’ 병사 셋이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그들은 방패와 검, 그리고 등에 ‘정화의 불꽃’을 뿜는 장치를 메고 있다. 방금 전의 푸른빛 섬광을 본 듯, 고개를 들어 폐허 깊은 곳을 바라본다.]
**정화단 병사 1:** 방금… 저건 뭐였지?
**정화단 병사 2:** ‘부패’의 기운과는 달라… 하지만, 분명 강력한 마력의 잔재다. 즉시 보고해야 해.
**컷 17 (클로즈업):**
[정화단 병사 1의 손에 들린 탐지기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붉은빛이 깜빡인다. 액정에는 ‘마력 감지: 고강도. 출처 불명’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
**효과음:** 삐비빅-! (탐지기 소리)
**컷 18 (미디엄 샷):**
[병사들이 서둘러 류가 숨어있는 폐허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의 얼굴에는 경계와 동시에 섬뜩한 결의가 서려 있다.]
**정화단 병사 3:** ‘정화’의 이름으로, 모든 불경한 것을 뿌리 뽑는다!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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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6**
**배경:** 고대의 방.
**컷 19 (클로즈업):**
[류의 얼굴. 그의 눈동자가 푸른빛과 검은 그림자의 기운으로 일렁인다. 그는 외부에서 다가오는 ‘정화단’의 기척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류 (독백):** 들켰어… 이 힘이… 나를 죽이려는 자들을 불러온 거야.
**컷 20 (미디엄 샷):**
[류의 팔에 휘감긴 검은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촉수처럼 늘어난다. 류는 조약돌을 든 손을 뻗자, 그림자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방안의 잔해들을 들어 올리고 통로 입구를 막아버린다.]
**효과음:** 스스스… (그림자가 움직이는 소리)
**류 (놀람):** (숨을 들이키며) 이게… 내 힘이라고?
**컷 21 (와이드 샷):**
[류가 통로 입구가 막힌 것을 확인한 후, 방의 다른 쪽 벽에 숨겨진 또 다른 좁은 통로를 발견한다. 그곳으로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다.]
**류 (내레이션):** 살아야 했다. 이 힘이 무엇이든,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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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7**
**배경:** 잿빛 구역의 폐허. 밤이 깊어지고 있다.
**컷 22 (클로즈업):**
[폐허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류. 그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범벅되어 있지만, 그의 눈빛은 이전과는 다르다. 두려움 속에 무언가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다.]
**효과음:** 헉… 헉… (류의 거친 숨소리)
**컷 23 (클로즈업):**
[류의 손에 든 푸른 조약돌.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의 팔을 감싼 검은 그림자. 그것은 마치 류의 일부가 된 듯 미묘하게 어른거린다.]
**류 (독백):** 어둠 속에서 발견한 불꽃… 아니, 그림자. 이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컷 24 (와이드 샷):**
[멀리서 잿빛 구역을 수색하는 ‘정화단’ 병사들의 등불이 흔들린다. 그들의 외침이 어둠을 가른다.]
**정화단 병사 (멀리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나! 이 주변을 더 철저히 수색해! ‘부패’의 기운과는 달랐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
**류 (내레이션):** 이제 나는 그들이 ‘다른 것’이라 부르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의 그림자는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지키는 어둠이었다.
**마지막 컷 (클로즈업):**
[류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푸른빛과 검은 기운이 섞인 채 강렬하게 빛난다. 그의 등 뒤에서 그의 그림자가 거대한 날개처럼 펼쳐지려는 듯 꿈틀거린다.]
**류 (내레이션):** 감춰진 힘은… 이제 깨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