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화. 재와 증기, 그리고 망각

습기와 기름때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낡은 작업등의 희미한 불빛이 춤을 추듯 흔들렸다. 삐걱거리는 천장에서는 녹슨 증기 파이프가 간헐적으로 뜨거운 물방울을 떨어뜨렸고, 그 소리는 이안의 고요한 집중을 흐트러트리지 못했다. 그의 손은 이미 기계의 일부처럼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손이었지만, 다른 한쪽은 황동과 강철로 엮인 매끄러운 의수였다. 의수의 관절이 증기의 미세한 힘으로 부드럽게 삐걱거릴 때마다, 그 안의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둔탁한 심장 박동처럼 울렸다.

작업대 위에는 조립을 기다리는 수많은 부품들이 마치 은하수처럼 펼쳐져 있었다. 정교하게 세공된 황동 기어들, 미세한 증기 압력으로 작동하는 실린더들, 그리고 푸른빛을 희미하게 띠는 알 수 없는 광물 조각들. 이안의 시선은 돋보기 너머로 그 모든 것들을 꿰뚫어 보았다. 눈가에 깊게 패인 주름과 칙칙한 피부는 그가 지난 몇 년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입술 끝이 비틀어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벌써… 3년이군.”

3년 전, 이 도시의 모든 증기 기관이 멈춰 서는 듯한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 그 폭발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안의 인생을 송두리째 집어삼키고, 그를 그림자 속으로 던져 넣은 거대한 배신의 서막이었다. 그날의 불꽃 속에서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사랑했던 연구실, 평생을 바쳐 완성하려 했던 역작, 그리고… 가장 믿었던 친구.

알렉스.

한때는 ‘천재 발명가 콤비’라 불리며 이 도시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 찬사 받던 이름. 이안이 깎고 다듬은 아이디어에 알렉스가 화려한 포장을 더하고, 이안이 잠 못 이루며 고뇌한 기술적 난관을 알렉스가 뛰어난 언변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하며 해결하던 나날들. 그들은 서로의 완벽한 반쪽이었다. 이안은 기술을 창조했고, 알렉스는 그 기술을 세상에 선보였다. 적어도 이안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알렉스는 이안의 빛을 탐냈다. 이안이 완성한 ‘무한 동력 증기 엔진’의 핵심 설계도를 훔쳐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를 등록했고, 폭발 사고를 조작해 이안을 죽은 자로 만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잔해 속에 버려진 이안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그의 오른팔과 한쪽 눈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더욱 끔찍했던 것은, 이안의 이름은 ‘불가사의한 대폭발을 일으킨 광기 어린 과학자’라는 오명과 함께 역사 속에서 지워졌다는 사실이었다.

이안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낡은 창문 너머로는 거대한 증기 기관차의 기적 소리가 도시의 밤을 가르고 지나갔다. 저 너머, 화려한 마천루 꼭대기에는 알렉스의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을 터였다. 세상은 알렉스를 영웅으로 칭송하고, 이안의 기술로 만들어진 모든 것을 알렉스의 업적으로 기억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피비린내 나는 복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교하고 차가운, 기계적인 복수였다. 알렉스가 훔쳐 간 그의 기술을, 그가 만들어낸 도시의 심장을, 역설적으로 그의 손으로 부수는 것. 그것만이 이안이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제… 첫 번째 톱니바퀴가 완성되었군.”

이안은 작업등 아래 놓인 작은 장치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의 장치는 복잡한 황동 뼈대 안에 수정처럼 투명한 유리관이 박혀 있었다. 유리관 안에는 미세한 액체가 소용돌이치며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이것은 이안이 몇 년간의 은둔 생활 동안 알렉스의 기술을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취약점을 찾아내 만들어낸 첫 번째 무기였다.

이름하여 ‘망각의 증기’.

도시의 모든 증기 파이프는 알렉스의 ‘혁신적인 에너지 그리드 시스템’에 의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심장부에는 이안이 만들었던 ‘무한 동력 증기 엔진’의 복제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망각의 증기는 그 엔진의 핵심 부품인 압력 조절 장치를 교란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작지만 치명적인 독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망각의 증기를 자신의 의수 안에 내장된 특수 수납공간에 넣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의수의 팔목 부분이 닫혔다. 이제 그의 의수는 단순히 부서진 육체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복수를 위한 그의 새로운 심장이자 무기였다.

이안은 낡은 코트를 걸치고, 먼지 쌓인 작업실 문을 열었다. 바깥 공기는 차가웠고,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들의 굉음이 도시의 비정함을 웅변하는 듯했다. 그는 헬멧을 쓰고 고글을 내렸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헬멧과 고글 너머로, 이안의 남은 한쪽 눈이 차갑게 빛났다.

“알렉스…” 그의 목소리는 증기의 마찰음처럼 낮게 깔렸다. “네가 내 것을 훔쳐 세운 왕국… 이제 내가 너의 손으로 부수러 간다.”

그는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발자국 소리가 삐걱거리는 금속 계단을 따라 울려 퍼졌다. 낡은 건물들의 그림자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가스등 불빛은 도시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거리는 이안의 과거이자 현재였다. 버려진 것들, 잊혀진 것들이 모여 사는 곳.

그는 이제 더 이상 천재 발명가 이안이 아니었다.
그는 이안의 그림자였다.
알렉스가 지운 존재였고, 알렉스가 망각했던 재앙이었다.

그의 목적지는 도시의 가장 번화한 중심부에 있는 거대한 증기 배관이었다. 그곳은 알렉스가 자랑하는 에너지 그리드의 주요 흐름이 지나는 곳이자, ‘망각의 증기’가 퍼져나갈 첫 번째 통로가 될 터였다.

이안은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발걸음은 쇠사슬처럼 단단했고, 그의 심장은 낡은 증기 엔진처럼 끊임없이 복수를 향해 박동했다. 그의 의수가 달린 오른팔이 마치 사냥꾼의 덫처럼 묵직하게 흔들렸다.

도시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밤은,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망각으로 끝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