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멈춰버린 심장

강철 심장 도시, 코르. 언제나 증기와 금속의 냄새가 뒤섞여 공중에 짙게 배어 있는 곳.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는 도시의 심장 박동처럼 24시간 끊이지 않았고, 하늘을 수놓은 비행선들의 그림자가 지상의 인간 군상 위를 유영하듯 미끄러져 지나갔다. 이곳은 모든 것이 증기로 움직이고, 모든 것이 기계적인 효율을 숭배하는 곳이었다.

도시의 가장자리에, 낡은 주택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 안쪽에, 카인의 작업실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허름한 굴뚝이 달린 평범한 3층 건물이었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차원이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벽면을 빼곡히 채운 것은 고대 문명에서부터 현 시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부품과 기계 장치, 해독되지 않은 서적과 오래된 지도들이었다. 삐걱이는 책장 위에는 먼지 쌓인 태엽 인형들이 눈을 깜빡였고, 작업대 위에는 아직 조립되지 않은 기계 팔이 나뒹굴었다. 한쪽 벽면에는 복잡하게 얽힌 증기 파이프가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주기적으로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며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카인은 그 모든 혼돈의 중심에 앉아 있었다. 돋보기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눈빛은 작은 톱니바퀴 하나에도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듯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에,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은 언제나 제멋대로 솟아 있었다. 그는 ‘발명가’라는 이름보다는 ‘유물 수집가’나 ‘고대 기술 해독가’로 불리기를 선호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잊혀진 과거의 지식을 파헤치고 멈춰버린 기계를 다시 움직이는 데에서 더 큰 희열을 느꼈으니까.

그날도 카인은 거대한 황동 구 안에 박힌 섬세한 시계 장치를 분해하고 있었다. 이 장치는 도시 중앙 박물관에서조차 “기원 불명의 오작동 시계”로 분류되어 진열되어 있던 것을, 카인이 우연히 지나가다 그 미묘한 진동에 이끌려 기어이 해체를 허락받아 가져온 것이었다. 그는 이 시계가 단순한 시간을 나타내는 도구가 아님을 직감했다. 무언가 더 깊고 오래된 비밀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작은 드라이버로 나사를 돌리던 그의 손이 멈췄다. 그때였다. 쿵, 쿵, 쿵. 마치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둔탁한 노크 소리가 작업실 문을 울렸다. 이런 외진 곳까지 찾아오는 이는 드물었다. 게다가 이리도 급한 노크라니.

“누구… 십니까?”

카인이 망설이며 물었다. 노크는 계속되었다.

“카인… 카인 로웬 씨 계십니까…?”

쉰 목소리였다. 간신히 숨을 몰아쉬는 듯한, 노쇠한 목소리. 카인은 도구들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비틀거리는 노인이 서 있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에 낡은 코트를 걸쳤고, 얼굴에는 오랜 고생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꺼져가는 등불처럼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에녹 님…?”

카인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에녹. 한때는 ‘강철 심장 도시의 가장 위대한 탐험가’라 불리며 미지의 유적들을 찾아 헤매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십 년 전, 마지막 원정에서 처참한 실패를 겪고 돌아온 이후로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던 사람이었다. 도시의 사람들은 그가 미쳐버렸거나, 아니면 병에 걸려 죽었을 거라고 수군거렸다.

“카인… 자네였군. 다행이야… 아직 살아있었어…”

에녹은 카인의 어깨를 붙잡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카인은 황급히 그를 작업실 안으로 부축했다. 에녹의 몸에서는 퀘퀘한 흙먼지와 오래된 금속 냄새가 났다. 마치 먼지 쌓인 유적 자체에서 걸어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무슨 일이십니까?”

카인은 그를 낡은 가죽 안락의자에 앉히고, 차를 끓일 준비를 했다. 에녹은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없어… 차 같은 건 필요 없어… 이걸… 자네에게 주러 왔네.”

에녹은 품속에서 묵직한 황동 상자를 꺼냈다. 손때 묻은 상자는 곳곳에 녹이 슬어 있었고, 복잡한 문양의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무엇보다 상자에서는 기묘한 에너지의 흐름이 느껴졌다. 카인이 분해하던 시계 장치와 비슷한, 그러나 훨씬 더 강렬한 기운이었다.

“이게 뭡니까?”

“내 평생을 바쳐 찾아 헤맸던… 단서야. ‘시간의 톱니바퀴 유적’… 그곳의 열쇠이자… 나침반.”

에녹의 눈빛에 잠시 광기가 스쳤다. ‘시간의 톱니바퀴 유적’이라니. 그건 그저 탐험가들의 술자리 농담이나 다름없는, 전설 속의 장소였다. 존재 자체가 의심받는, 고대 문명의 거대한 지하 유적. 시간을 조종하고, 심지어 생명을 창조했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떠돌았지만, 그 누구도 그 실제 위치를 아는 이는 없었다.

“농담이 심하십니다, 에녹 님. 그 유적은… 그저 허황된 이야기일 뿐…”

카인은 상자를 받아들면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상자의 무게는 상상 이상이었다. 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허황되다고…? 하! 젊은 놈이 벌써부터 세상 이치를 다 안다는 듯 말하는군. 나는… 나는 보았어. 유적의 어귀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멈춰버린 심장을….”

에녹은 기침을 심하게 했다. 콜록거리는 소리 사이로 피 섞인 침이 튀었다. 그의 손이 카인의 손을 붙잡았다. 앙상한 손아귀에 생각지도 못한 힘이 실려 있었다.

“이 상자 안에는… 그곳으로 가는 지도가 숨겨져 있어. 그리고… 열쇠가 될 장치가… 너만이… 자네만이 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어, 카인. 자네의 그 천재적인 손재주와… 고대 문명에 대한 지식이라면….”

에녹은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의 얼굴은 빠르게 잿빛으로 변해갔다.

“이 유적은… 그저 평범한 유적이 아니야. 그 안에는… 세상의 운명을 뒤바꿀 비밀이 잠들어 있어. 하지만 위험해… 너무나도 위험해. 거대한 힘이 잠들어 있고… 그걸 지키는 파수꾼들도 존재하지… 놈들은… 놈들은 아직 살아있어….”

“파수꾼이라니요? 대체 무슨…?”

카인이 당황하여 물었지만, 에녹은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고, 희미하게 떨리던 마지막 숨결이 잦아들었다. 에녹의 몸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동안에도 그의 손은 카인의 손에 꽉 쥐인 상자를 놓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그 유적의 비밀을 지키려는 듯이.

밤은 깊어지고 도시의 소음도 조금 잦아들었을 때, 카인은 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에녹의 시신은 이미 도시 경비대에 의해 수습되어 사라진 후였다. 혼자 남은 작업실에는 증기 파이프의 규칙적인 소리만이 울렸다.

상자를 열어야 했다. 하지만 자물쇠는 그 어떤 열쇠로도 열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황동에 새겨진 복잡한 문양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퍼즐 같았다. 카인은 돋보기 안경을 고쳐 쓰고, 상자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특정 부분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진동을 감지했다.

“음… 이건… 기계적인 자물쇠가 아니로군. 일종의… 진동 주파수 인식 장치인가?”

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작업대 위, 조금 전까지 분해하고 있던 ‘오작동 시계’로 향했다. 그는 시계의 내부를 다시 한번 살폈다. 그리고 깨달았다. 시계의 가장 안쪽에 박혀 있던, 육각형 모양의 작은 수정 조각. 그것에서 흘러나오는 진동과 상자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카인은 능숙한 손길로 시계에서 수정 조각을 조심스럽게 분리해냈다. 그리고 상자의 특정 문양에 조각을 갖다 댔다.

쉬이이익-!

정확히 일치하는 순간, 상자의 황동 문양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고, 복잡한 메커니즘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딸깍’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내, 상자의 뚜껑이 천천히 열렸다.

상자 안에는 두 가지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낡고 해진 양피지였다. 펼쳐보니 희미하게 그려진 지도가 나타났다. 지도에는 강철 심장 도시, 코르의 주변 지형이 그려져 있었지만, 끝부분이 끊겨 있었다. 그리고 지도 한가운데에는 붉은색 잉크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톱니바퀴 모양의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마치 심장처럼 생긴 장치였다. 황동과 구리로 정교하게 세공된 그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가운데에는 투명한 수정구가 박혀 있었고, 그 안에는 아주 작은 톱니바퀴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떤 특정한 규칙 없이 불규칙적으로 돌고 있었다. 마치 멈춰버린 심장처럼.

카인은 그 ‘심장’ 장치를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장치는 따뜻했고, 그의 손바닥 위에서 미묘하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 진동은… 그가 분해하던 오작동 시계의 수정 조각과, 그리고 방금 열린 황동 상자 안에서 느껴졌던 것과 똑같은 파동이었다.

“이게… ‘멈춰버린 심장’인가?”

에녹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멈춰버린 심장’.

카인은 장치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리고 장치의 한 면에, 작은 홈이 파여 있음을 발견했다. 육각형 모양의 홈. 정확히 오작동 시계에서 떼어낸 수정 조각이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잊혀졌던 미지의 존재를 향한, 해독되지 않은 퍼즐을 풀어내려는 열망. 에녹의 죽음은 그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웠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안겨주었다.

카인은 숨을 들이쉬고, 망설임 없이 수정 조각을 ‘심장’ 장치의 홈에 끼워 넣었다.

클릭!

조각이 완벽하게 결합되자, 장치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수정구 안의 톱니바퀴들이 일제히 멈추었다가, 이내 규칙적인 리듬을 찾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틱-톡, 틱-톡. 마치 실제 심장이 뛰는 듯한 소리가 작업실에 울려 퍼졌다.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점점 강해지더니, 상자 안에 있던 낡은 지도 위로 정확히 비춰졌다. 지도의 끊겼던 부분이 흐릿하게 밝아지며,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선과 문자들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카인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지도에는 강철 심장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은 광활한 황무지의 깊숙한 곳에, 거대한 나선형 문양으로 표시된 지점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 문양은 마치 땅속으로 파고드는 거대한 톱니바퀴 같았다.

‘시간의 톱니바퀴 유적.’

그것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었다. 실재하는 장소였다. 그리고 이 ‘심장’ 장치가 바로 그곳으로 가는 길을 밝혀주는 열쇠였던 것이다.

카인은 탁자 위의 도구들을 쓸어 모았다. 낡은 가죽 가방을 꺼내 필요한 장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침반, 망원경, 소형 증기 랜턴, 그리고 몇 가지 만능 도구들.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새로운 여정을 위한 준비물이었다.

그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강철 심장 도시는 여전히 증기를 뿜어내며 잠들어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이제 도시 너머의 미지의 세계가 보였다. 에녹의 마지막 말, ‘세상의 운명을 뒤바꿀 비밀’과 ‘파수꾼’. 위험은 자명했다. 하지만 카인의 심장은 이미 고동치기 시작한 ‘심장’ 장치처럼, 새로운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톱니바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좋아, 에녹 님. 당신의 마지막 소원, 제가 이뤄드리죠. 시간의 톱니바퀴 유적… 이제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창밖으로 떠오르는 새벽의 여명 아래, 카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은 잊혀진 고대 유적의 심연으로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