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먼지 폭풍 속의 등대
**[장면 1] 폐허가 된 아스테리아 행성 표면**
*화면 가득, 붉은 황토 먼지가 시야를 뒤덮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대지 위로, 과거 거대했던 도시의 잔해들이 유령처럼 솟아 있다. 삭막한 바람 소리가 메아리치고, 녹슨 금속 파편들이 먼지 속에서 간간히 빛을 반사한다. 스크린은 서서히 한 명의 인물을 따라간다. 방진복과 산소 마스크를 착용한 ‘리안’이 낡고 삐걱거리는 금속 탐지기를 들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의 옆에는 거친 숨을 내쉬며 거대한 EMP 라이플을 든 ‘카이’가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둘의 방진복은 온통 붉은 먼지로 얼룩져 있다.*
**리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평선 너머 6구역… 분명 여기서 전력 반응이 잡혔다고 했는데. 이놈의 탐지기가 고장 난 건지, 아니면 이 행성 전체가 고장 난 건지 원…
**카이:** (무전기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형 변화가 너무 심해서 좌표 오차가 클 겁니다. 저기, 놈들의 활동 흔적도 보입니다. (카이는 손가락으로 저 멀리 솟아있는 기괴한 바위 형태를 가리킨다. 자세히 보면, 그것은 바위가 아니라 거대한 생명체가 남긴 껍질이나 뼈의 잔해처럼 보인다) 오래된 것 같지는 않군요.
**리안:** (탐지기를 다시 한 번 흔들며) 알았어. 조심하자. 여기 ‘그림자 벌레’들이 지상으로 올라올 정도면, 이 근방에 에너지가 될 만한 게 있다는 뜻이니까. 우리가 찾는 ‘중력 코어’일 수도 있어.
*그때, 탐지기가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리안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리안:** 잡았다! 신호가… 엄청나게 강해! 이쪽이야, 카이!
*리안은 서둘러 먼지 폭풍 속으로 뛰어든다. 카이는 묵묵히 그의 뒤를 따른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과거의 거대한 채굴 시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의 잔해다. 한때 위용을 자랑했을 거대한 굴착기가 이제는 거대한 먼지 언덕 아래 반쯤 파묻혀 있다.*
**카이:** (주변을 경계하며) 이런 폐허에서 제대로 된 코어를 찾을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이미 놈들에게 흡수당했거나… 아니면 제 기능을 못할 텐데요.
**리안:** (탐지기를 들고 잔해 속을 헤집으며) 가능성은 낮지만, 희망은 이걸로 끝이야. ‘방랑자호’의 동력 시스템이 언제 완전히 멈출지 몰라. 노아 할아버지도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했고, 엘라에게도 안정적인 보급선이 필요해.
*그의 말에 카이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진다. 그들은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리안:** (갑자기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여기… 여기 콘크리트 아래! 이건 인공적인 감지망이야. 아마도… 고도로 봉인된 시설의 입구였을 거야.
*리안은 허리춤에서 휴대용 드릴을 꺼내 들고 콘크리트 바닥을 뚫기 시작한다. 드릴의 날카로운 소리가 삭막한 정적을 깨뜨린다. 몇 분간의 사투 끝에, 단단했던 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어둡고 습한 지하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카이:** (조심스럽게 틈새를 들여다보며) 저 안은… 예상보다 깊은데요. 그리고 뭔가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리안:** (흥분한 목소리로) 상관없어! 분명 중요한 게 있을 거야. 조심해서 내려가자.
*리안은 안전 로프를 꺼내 폐허의 가장 단단한 철골 구조물에 묶고, 먼저 좁은 틈새로 몸을 던진다. 카이가 그의 뒤를 따른다. 둘은 컴컴한 지하 통로로 내려간다. 오래된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리안의 헤드램프가 어둠을 가르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과거의 통제실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부서진 단말기들과 함께, 중심부에 거대한 원통형 장치가 놓여 있다. 그 장치에서는 미약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신호가 감지되고 있었다.*
**리안:** (감격한 목소리로) 찾았어… 드디어 찾았어! 이건… 거의 온전한 상태의 중력 코어야! 이걸 ‘방랑자호’에 연결하면, 적어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야!
*리안이 흥분에 들떠 코어로 다가가려는 순간, 카이가 급하게 그의 팔을 잡아챈다.*
**카이:** 리안, 멈춰!
*카이의 시선은 코어 주변의 어둠 속을 향하고 있었다. 헤드램프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미세한 움직임과 함께 희미한 녹색 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이내, 수십 개의 거대한 눈이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그들을 응시하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거미처럼, 혹은 벌레처럼 보이는 형태들이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온다. 바로 ‘그림자 벌레’들이었다.*
**리안:** (마스크 너머로 경악한 표정) 이런… 놈들이 여기까지 내려왔다고?
**카이:** (EMP 라이플을 조준하며) 놈들에게 저 코어는 최고의 먹잇감일 겁니다. 뒤로 물러서세요!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카이가 방아쇠를 당기자, EMP 라이플에서 강력한 전자기 펄스가 발사된다. 선두에 있던 그림자 벌레 몇 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지만, 나머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돌진해 온다. 그들의 끈적한 촉수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려온다.*
**리안:** (급하게 코어의 연결 단자를 확인하며) 안 돼! 이 코어는 지금 당장 분리할 수가 없어! 보호막이 너무 단단해!
**카이:** (계속해서 총을 쏘며) 그럼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최대한 버티면서 코어를 확보해야 합니다!
*둘은 서로 등을 맞대고, 그림자 벌레 떼와 사투를 벌인다. 카이의 EMP 라이플이 놈들을 잠시 멈추게 하지만, 그 수는 너무 많았다. 놈들의 거대한 이빨이 주변 구조물을 긁어대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리안은 죽을힘을 다해 코어의 보호막을 해제하려 애쓴다. 손이 미끄러지고, 땀방울이 마스크 안으로 흘러내렸다. 가까스로 보호막 해제 코드 몇 개를 입력하자, 코어의 봉인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안:** 됐어! 카이, 이제 움직여야 해!
**카이:** (버티고 서서) 리안, 먼저 올라가세요! 제가… (그림자 벌레 한 마리가 카이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방진복을 찢는다) 윽!
**리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카이!
**카이:** (단호하게) 괜찮습니다! 어서!
*리안은 잠시 망설였지만, 엘라와 노아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내 결심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코어에 연결된 케이블을 끊고, 코어를 뽑아들었다. 코어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지만, 절박함이 그에게 힘을 주었다. 그는 등 뒤에 카이를 남겨두고 필사적으로 안전 로프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카이의 EMP 라이플 소리가 점점 희미해진다.*
**[장면 2] 방랑자호의 내부 – 사령실 겸 거주 공간**
*‘방랑자호’의 내부는 낡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여기저기 땜질한 흔적이 역력한 금속 벽과, 깜빡이는 조명이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어린 소녀 ‘엘라’가 낡은 고장 난 로봇 팔을 가지고 놀고 있다. 그 옆에는 백발의 노인 ‘노아’가 홀로그램 지도를 펼쳐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도는 황폐해진 아스테리아 행성과 그 주변의 위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엘라:** (로봇 팔을 흔들며) 노아 할아버지! 이 팔은 언제 고칠 수 있어요? 리안 오빠가 고쳐준다고 했는데…
**노아:** (어둠이 깔린 얼굴로) 흐음… 이건 부품이 너무 낡아서… 고치려면 아주 귀한 금속이 필요하단다, 엘라. 하지만 네 오빠들이 곧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올 거야. 걱정 마.
**엘라:**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맨날 좋은 소식만 기다리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떠났다고 했잖아요. 우리만 남은 거예요?
*노아는 아무 말 없이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의 눈빛에는 지쳐버린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보는 듯한 애처로움이 담겨 있었다.*
**노아:** 우리도 곧 떠날 수 있을 거야. 리안과 카이가… 분명 길을 찾아줄 거다.
*그때, 무전기에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리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리안:** (무전) 노아 할아버지! 저 리안입니다! 코어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카이가… 카이가 위험합니다!
**노아:** (급히 무전기를 잡으며) 리안?! 무슨 소리냐! 카이가 어째서!
**리안:** (거친 숨소리) 그림자 벌레 떼에게 붙잡혔어요! 제가… 제가 당장 갈게요!
**노아:** (단호하게) 안 돼, 리안! 코어를 가지고 당장 기지로 복귀해! 카이의 위치를 내가 확인하고 지원할 방법을 찾아볼 테니! 지금 네가 코어를 버리고 돌아온다면, 우리 모두 끝장이다!
*리안의 무전은 잠시 침묵에 잠긴다. 노아는 초조하게 무전을 기다린다. 엘라는 할아버지와 오빠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다가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엘라:** 카이 오빠… 괜찮을까요?
**노아:** (엘라를 안심시키려는 듯) 괜찮을 거다. 카이는 강하니까.
*이내 리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고통과 함께 결연함이 섞여 있었다.*
**리안:** 알겠습니다… 코어 가지고… 복귀하겠습니다… (무전이 끊긴다)
**노아:** (안도의 한숨을 쉬며 동시에 자책하는 표정) 리안… 카이…
*노아는 급하게 홀로그램 지도를 조작하여 카이의 위치를 파악하려 하지만, 기지 주변의 심한 전자기 간섭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장면 3] 방랑자호 착륙장 및 격납고**
*착륙장의 자동 문이 열리며, 붉은 먼지를 뒤집어쓴 리안이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중력 코어가 들려 있었다. 그는 코어를 바닥에 내려놓고 산소 마스크를 벗어던진다. 그의 얼굴에는 붉은 먼지투성이에 땀과 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노아:** (달려와 리안의 상태를 살핀다) 리안! 괜찮느냐? 카이는…
**리안:** (고개를 떨구며) 제가… 제가 너무 늦게 나왔어요… 놈들이… 놈들이 너무 많아서…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미안해요, 노아 할아버지… 카이를… 카이를 두고 왔어요…
*노아는 리안의 어깨를 붙잡는다. 그의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했지만, 동시에 굳건했다.*
**노아:** (힘없이) 네 잘못이 아니다. 카이는 자신의 임무를 다한 것뿐이야.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해…
*엘라가 멀리서 달려와 리안의 옷깃을 잡아당긴다.*
**엘라:** 오빠! 카이 오빠는요? 카이 오빠는 어디 있어요?
*리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엘라의 순진한 눈빛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아팠다.*
**[장면 4] 방랑자호 사령실**
*시간이 흘렀다. 중력 코어는 ‘방랑자호’의 동력 시스템에 성공적으로 연결되었다. 이제 깜빡이던 조명은 안정적으로 빛나고, 시스템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사령실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리안은 말없이 조종석에 앉아 있었고, 노아는 여전히 홀로그램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엘라는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세 명의 사람이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노아:** (어두운 목소리로) 카이의 위치는… 더는 잡히지 않는구나. 놈들에게 완전히 흡수당했을 게야. (노아는 한숨을 내쉰다) 우리의 유일한 전사였다.
**리안:** (이를 악물고) 카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반드시 탈출해야 합니다.
**노아:** 그래, 리안. (노아의 시선이 홀로그램 지도의 한 지점에 머문다) 이 중력 코어를 설치하면서, 내가 하나의 단서를 발견했다. 이 코어는 일반적인 채굴 시설에서 사용되던 게 아니었어. 훨씬 더 오래되고…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거더구나. 그리고 이 코어의 제어 시스템에는… 아주 오래된 언어로 기록된 데이터 조각이 남아 있었다.
**리안:** (관심을 보이며) 데이터요? 어떤 내용입니까?
**노아:** (홀로그램 지도를 확대하며) 과거 ‘아스테리아’ 행성을 개척했던 선조들의 기록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이 행성을 떠나면서, 자신들의 마지막 희망을 담은 좌표를 남겼더군. ‘별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 우주의 모든 생명이 시작된 곳이자, 인류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곳이라고…
*홀로그램 지도는 아스테리아 행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미지의 성운 깊숙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은 지도 상에서조차 희미하고 불안정한 공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리안:** (불안한 표정으로) 별의 심장이라구요? 듣기만 해도 위험한 곳 같군요. 지금까지 아무도 그곳을 찾지 못했다는 건…
**노아:**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가는 길은 험난할 거다. 미지의 성운과 붕괴된 항로들… 그리고 우리의 ‘방랑자호’는 전투함이 아니지. 하지만… (노아는 엘라를 바라본다. 엘라는 여전히 해맑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여기서 버틸 수 없어. 이 행성은 완전히 죽어가고 있다. 카이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는 없어.
*리안은 조용히 일어나 엘라의 그림을 들여다본다. 그림 속에는 리안과 엘라, 그리고 카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세 명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리안:** (심호흡을 하고 조종석에 앉으며)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좌표를 입력해 주세요. ‘별의 심장’이 어디든,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가야죠. 우리에게 남은 건 이제 그것뿐이니까.
*리안의 눈빛에는 슬픔과 결의가 공존했다. 그는 조종간을 단단히 붙잡았다. ‘방랑자호’의 엔진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엘라는 그림을 마쳤는지 고개를 들고 리안을 바라본다.*
**엘라:** 오빠! 우리 이제 어디 가요?
**리안:** (엘라에게 미소 지으며) 응. 엘라가 좋아할 만한 아주 멋진 곳으로 갈 거야. 아주 멀리… 별을 찾아서.
*‘방랑자호’의 엔진 출력이 최고조에 달하고, 낡은 선체 전체가 굉음을 울린다. 붉은 먼지 폭풍 속에서, 작은 함선 한 척이 서서히 대기권을 벗어나 미지의 우주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들의 앞에는 어둠과 미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작은 희망의 등대가 있었다.*
**[장면 5] 우주 – 방랑자호의 출항**
*스크린은 광활하고 어두운 우주 공간을 보여준다. 멀리, 붉은 행성 아스테리아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 행성에서 희미한 빛을 내며 작은 점처럼 멀어지는 ‘방랑자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에서, 그들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할지 짐작하게 한다.*
*내레이션:*
*끝없는 절망 속에서 찾아낸 한 줄기 빛. 카이의 희생과 노아의 지혜, 그리고 리안의 결의로 시작된 새로운 여정.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생존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과연 ‘별의 심장’은 그들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일 뿐일까.*
*화면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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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