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꽃 그림자 (Night Flower’s Shadow)
**장르:** 추리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
**핵심 줄거리:** 평범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살인사건을 추적하던 인간 형사가, 고고하고 신비로운 존재인 ‘밤꽃 그림자’ 종족과 금지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종족의 비밀과 과거의 비극이 얽힌 미스터리 속에서, 서로 다른 세상의 두 존재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한다.
—
**등장인물:**
* **강하윤 (Kang Hayoon):** 30대 초반의 강력계 형사. 날카로운 직감과 집요함으로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 탁월하다. 겉으로는 차갑고 이성적이지만, 내면에는 뜨거운 정의감과 깊은 연민을 품고 있다. 어릴 적 겪었던 미스터리한 사건의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다.
* **류이환 (Ryu Yihwan):**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미모의 남성. ‘밤꽃 그림자’ 종족의 일원. 인간 사회에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으며, 고고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냉철함을 유지하지만, 하윤에게만은 미묘한 감정의 동요를 보인다. 특유의 달콤쌉쌀한 ‘밤꽃’ 향을 풍긴다.
* **김지훈 (Kim Jihoon):** 20대 후반의 하윤의 후배 형사. 낙천적이고 붙임성이 좋지만, 가끔 엉뚱한 추리를 내놓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윤을 존경하며 따르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에는 영 거부감이 크다.
* **서린 (Seo Rin):** ‘밤꽃 그림자’ 종족의 수장 격 인물. 이환의 고모이기도 하다. 종족의 오랜 규칙과 전통을 수호하는 데 목숨을 건다. 인간과의 교류를 극도로 경계하며, 금지된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강인하고 냉철하지만, 종족의 미래와 이환을 향한 애정이 깊다.
**배경:** 현대 서울, 하지만 밤이 되면 오래된 전설과 신비가 드리워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도시의 외곽, 오래된 동네. ‘밤꽃 그림자’ 종족이 인간 사회에 숨어들어 살아가는 공간과, 그들의 존재가 희미하게 드러나는 경계 지역.
—
### **에피소드 1: 붉은 흔적의 서막**
**(시작)**
**SCENE 1: 어두운 골목길 – 밤**
[화면: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어두운 골목길. 낡은 건물들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진다. 거리에 아무도 없다. 정적만이 흐른다. 바닥에는 빗물과 기름때가 뒤섞여 검은 거울처럼 번들거린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조차 빗소리에 묻힌다.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골목을 찢는다. 비명은 짧고 격렬하며, 공포에 질린 목소리다. 비명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그 여운이 빗소리 사이를 파고든다.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여 비명소리가 난 곳으로 향한다. 좁은 골목 끝, 낡은 쓰레기통 옆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빗물에 섞여 붉은 핏물이 마치 그림을 그리듯 번지고 있다. 그의 목덜미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찢긴 듯한 깊고 섬뜩한 상처가 선명하다. 피부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있고, 핏줄이 기묘하게 뜯겨 나와 있다. 남자의 눈은 공포에 질려 크게 뜨여 있고, 빗물이 그의 굳은 눈을 씻어낸다.]
* **음향:** 빗소리, 천둥소리, 날카로운 비명 (짧고 굵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 (강조, 약 3초간), 경찰차 사이렌 소리 (점차 커진다, 멀리서부터 가까워진다)
**SCENE 2: 사건 현장 – 밤**
[화면: 노란 폴리스 라인이 쳐진 낡은 골목. 수많은 경찰차가 불빛을 번쩍이며 현장을 비추고 있다. 비는 여전히 굵게 내린다. 감식반 요원들이 플래시를 비추며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강력계 형사 **강하윤(30대 초반)**이 현장 감식반 옆에서 쓰러진 시신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녀는 감색 정장 위에 방수 외투를 걸치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고 냉정하지만, 눈빛은 어떤 미세한 단서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날카롭다.
옆에는 그녀의 후배 형사 **김지훈(20대 후반)**이 비에 젖은 채 메모 수첩을 들고 서 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함께 사건의 기괴함에 대한 당혹감이 역력하다.]
* **지훈 (한숨 쉬며, 몸을 움츠린다):** “하아… 또야? 이번 달에만 벌써 세 번째잖습니까. 피해자 김민수 씨. 목이 찢겨나간 채 발견된 시신이라니. 이건… 이건 사람 짓이 아니잖아요. 늑대라도 나타난 겁니까?”
* **하윤 (시신을 뚫어지게 보며, 낮은 목소리로):** “사람 짓이 아닐 리가. 김형사,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잔혹한 범죄는 생각보다 훨씬 많아. 미처 상상도 못 할 만큼.”
* **지훈:** “하지만 이건… 상처가 너무 기이합니다. 무슨 짐승에게 물어뜯긴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주변에 짐승의 발자국 같은 건 전혀 없고, 발톱 자국 하나도 없어요. 깔끔하게 찢긴 느낌이랄까.”
* **하윤 (무릎을 굽혀 시신 목덜미의 상처를 자세히 본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상처는 단순한 찢김이 아니다. 마치 아주 날카로운 세 개의 발톱 같은 것이 깊게 파고들어, 혈관이 실처럼 가늘게 뽑아져 나온 듯한 흔적이다. 빗물에 희석되고 있지만, 상처 주변에서 희미하게 검붉은 기운이 스며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혈관이 뜯겨나갔군… 그리고 이 자국… 짐승의 발톱이라기엔 너무 섬세하고 길어. 마치… 특별히 가공된 도구로 파고든 것 같아.”
* **감식반원 (다가오며, 작은 증거 봉투를 들고 있다):** “강형사님, 주변 CCTV를 확인했는데,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보인 건 저녁 8시경, 이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비명 소리가 들렸다는 신고가 들어왔고요.”
* **하윤:** “10분 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이 좁은 골목에서? CCTV 한 대도 없단 말이야?”
* **감식반원:** “네. 그게 좀… 이상합니다. 주변 상점 CCTV도 다 돌려봤는데,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골목 끝은 막다른 길이라 도주로도 마땅치 않고…”
* **하윤 (골목을 둘러본다. 그녀의 시선이 낡은 담벼락에 멈춘다. 빗물에 씻겨나가기 직전의, 희미하고 붉은 흔적. 마치 핏방울이 떨어져 꽃잎처럼 흩뿌려진 것 같기도, 아니면 작고 붉은 꽃잎이 부서진 것 같기도 한 미묘한 문양이다. 빗물에 희미하게 번져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저거… 뭐야?”
* **지훈 (하윤의 시선을 따라 담벼락을 본다. 눈을 찡그리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예?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냥 빗물 자국 아닙니까?”
* **하윤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문양을 쓸어본다. 손가락 끝에 아주 미세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묘하게 달콤한, 그러나 어딘가 쌉쌀한, 설명하기 어려운 향이 코끝을 스친다. 순간, 아주 오래전 맡았던 듯한 기시감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지훈아, 여기 사진 찍어. 그리고 흔적 채취.”
* **지훈 (어리둥절한 표정):** “네? 무슨 흔적 말씀이십니까?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그냥 흙탕물 자국 같은데요.”
* **하윤 (지훈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그녀의 눈빛에 ‘보여야 하는 게 아니야’라는 말이 담겨있다):** “보여야 하는 건 아니야. 그냥 내 직감이 그래. 일단 찍어.”
* **음향:** 빗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하윤의 날카로운 눈빛과 직감에 대한 강조 효과음 (예: 날카로운 금속음 짧게).
**SCENE 3: 경찰서 강력계 사무실 – 다음 날 낮**
[화면: 햇살이 비치는 강력계 사무실. 간밤의 폭우는 그치고 맑은 날씨다. 하윤은 서류 더미에 파묻혀 사건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책상 위 모니터에는 어제 발견한 ‘붉은 흔적’ 사진이 확대되어 있지만, 사진상으로는 그저 얼룩진 담벼락일 뿐이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사진을 응시하다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여전히 그 미묘한 향기가 맴도는 것 같다.]
* **하윤 (혼잣말, 나직하게):** “단순한 빗물 얼룩이라고? 아니… 분명히 뭔가 있었어. 착각이었나?”
* **지훈 (종이컵에 커피를 들고 하윤의 책상으로 다가온다. 그의 얼굴은 피곤함에 절어있다):** “강형사님, 밤새워도 답은 안 나옵니다. 커피 한 잔 하시죠. 국과수 부검 결과 나왔는데, 피해자의 혈액에서 미량의 이질적인 성분이 검출됐답니다. 독극물은 아니고, 뭔가… 자연에서 채취된 약초 성분과 비슷한데, 현대 의학에는 없는 성분이라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피해자의 혈관 내부에만 아주 미세하게 분포되어 있었다고 해요.”
* **하윤 (눈을 번뜩인다. 상념에서 벗어나 순간적으로 집중하는 눈빛):** “약초? 그게 살인과 무슨 관계가 있지? 혹시 마취제 같은 건가?”
* **지훈:** “글쎄요… 부검의 말로는 치명적인 독은 아니랍니다. 다만 혈액의 응고를 약간 방해하는 성질이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출혈이 더 심했던 걸 수도 있다고. 뭔가 범인이 피해자를 약하게 만들고 공격했나? 아니면… 희귀한 병을 치료하다가 의료 사고가 난 건가? 아니면 혹시… 요즘 유행하는 신종 마약일까요?”
* **하윤:** “피해자 김민수는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특별한 지병도 없었고, 원한 관계도 없었어. 마약 전과도 없고. 그리고 그 상처는 약으로 인한 게 아니야. 분명히 뭔가에 찢긴 거야. 그 이질적인 성분… 어쩌면 범인과 관련된 단서일 수도 있겠군.”
* **하윤 (일어서서 화이트보드에 피해자 사진과 현장 사진을 붙인다):** “지난 두 건의 미제 사건과 연결점이 없는지 다시 찾아봐. 피해자의 공통점, 혹은 발견 장소의 공통점이라도. 이번 사건 현장 근처는… 유독 오래된 골목과 낡은 건물들이 많았지.”
* **지훈:** “알겠습니다. 그런데 강형사님, 이번 사건 피해자 집 근처에서 특이한 목격자가 한 명 있답니다. 밤늦게 산책을 자주 하는 분인데, 피해자가 골목으로 들어가기 직전,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걸 봤다고 합니다. 흐릿해서 얼굴은 잘 안 보였다는데, 키가 크고 외모가 비범했다고.”
* **하윤 (흥미로운 눈빛으로 돌아서서 지훈을 본다):** “비범? 어떤 식으로?”
* **지훈:** “음… 뭐랄까.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듯한 분위기랄까요? 증언이 좀 시적이죠. 마치… 달빛을 머금은 사람 같았다고.”
* **하윤:** “인상착의는? 다른 건 없어? 시적인 묘사는 수사에 도움이 안 돼.”
* **지훈:** “정장 차림에, 손에는 은색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이한 향이 났다고. 맡아본 적 없는 향인데,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 **하윤 (어제 골목에서 맡았던 희미한 향, 그리고 그 기시감을 떠올린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향이라…”
* **음향:** 사무실 소음, 키보드 소리, 하윤의 생각에 잠기는 듯한 낮은 음악 (신비로운 분위기), 펜 굴리는 소리.
**SCENE 4: 오래된 한옥 카페 – 낮**
[화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 카페 내부. 은은한 조명과 한적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창밖으로는 작은 연못과 고목이 보인다. 카페 안에는 잔잔한 국악풍의 음악이 흐른다.
**류이환(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미모의 남성)**이 창가에 앉아 다기를 앞에 두고 차를 마시고 있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림 같다. 도자기 찻잔을 잡은 그의 손은 길고 섬세하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대생들이 힐끗힐끗 그를 쳐다보며 수군거린다. 그의 앞에 놓인 찻잔에서는 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그러나 어딘가 아련하고 깊은 향이 피어오른다. 어제 하윤이 골목에서 맡았던 그 향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 **여대생 1 (소곤거리며):** “야, 저 남자 배우 아니야? 미쳤다, 진짜. 사람 맞아? CG 같아.”
* **여대생 2:** “목소리 한 번만 들어보고 싶다… 뭘 마시는 거지? 향이 진짜 특이하다. 어디서 맡아본 적 없는 향인데.”
[화면: 카페 문이 열리고 **하윤**과 **지훈**이 들어온다. 하윤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 묘한 향기를 감지하고 걸음을 멈춘다. 그녀의 시선이 이환에게 고정된다. 이환은 차분히 차를 마시다가,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려 하윤과 시선이 마주친다. 그의 눈빛은 깊고 알 수 없지만, 순간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하다. 하윤은 어딘가 기시감을 느낀다. 동시에 코끝을 스치는 그 향기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 **지훈 (목격자 진술서에 첨부된 흐릿한 몽타주 사진을 보며 이환의 얼굴과 대조한다. 경탄을 금치 못한다):** “저… 저분입니다! 목격자가 말한 그 남자와 인상착의가 너무나도 일치합니다! 저 은색 지팡이! 그리고… 저 분위기! 달빛을 머금었다는 말이 딱 맞네요!”
* **하윤 (지훈의 말을 듣고도 이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천천히 이환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얼굴은 무표정하지만 눈은 그를 꿰뚫어 볼 듯 날카롭다):** “실례합니다. 류이환 씨 되십니까?”
* **이환 (아주 느릿하게 찻잔을 내려놓는다. 그의 손짓은 우아하고 절제되어 있다. 나직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그의 목소리에서도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하다):** “그렇습니다만… 어떤 용건으로 찾아오셨습니까? 제게서… 맡을 수 없는 향을 풍기시는군요.”
* **하윤 (이환의 마지막 말에 순간 당황하지만, 곧 표정을 다잡는다):** “강력계 형사 강하윤입니다. 어제 밤에 일어난 김민수 씨 살인사건과 관련해서 여쭤볼 말씀이 있습니다.”
* **이환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마치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살인사건이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 **하윤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어제 골목에서 맡았던 향과 이환에게서 나는 향이 같다는 확신을 가진다):** “어젯밤 8시경, 김민수 씨가 살해된 골목 근처에서 목격되셨습니다. 혹시 김민수 씨와 대화를 나누셨나요?”
* **이환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는 차갑지만 어딘가 매혹적이다. 그의 눈빛에 알 수 없는 심연이 담겨 있다):** “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가 길을 헤매는 듯하여, 지나가는 길에 알려주었을 뿐입니다.”
* **하윤:** “무슨 길을 헤맸습니까?”
* **이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좁은 골목길을 가리키더군요. 저는 그리로 가면 안 된다고, 돌아가라고 충고했습니다. 그 길은… 인간의 발이 닿아서는 안 될 곳이니까요.”
* **지훈 (놀란 표정으로):** “네? 왜 그리로 가면 안 된다고 하셨죠? 그냥 막다른 골목일 뿐인데요.”
* **이환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그의 시선이 하윤에게 머문다. 그의 눈빛은 경고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깊은 이해를 담고 있는 듯하다):** “그 길은… 밤에는 위험한 길이니까요. 어둠에 갇힌 자들이 좋아하는 곳입니다. 빛을 잃은 자들은… 스스로 어둠을 찾아들죠.”
* **하윤:** “어둠에 갇힌 자들이라니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혹시 범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이환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찻잔 바닥에 붉은색의 미세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어제 하윤이 골목에서 보았던 그 붉은 흔적과 놀랍도록 닮았다. 마치 흩뿌려진 꽃잎 같기도 하고, 붉은 피가 응고된 것 같기도 하다):** “말 그대로입니다. 깊은 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죠. 김민수 씨는… 아마도 그 존재를 건드렸을 겁니다. 혹은… 그 존재에게 선택당했거나.”
* **하윤 (이환의 말에 의아함을 느끼지만, 찻잔의 문양을 보고는 표정이 굳어진다. 그녀의 눈빛이 의심과 확신 사이를 오간다):** “이 문양… 어제 사건 현장에서 비슷한 걸 봤습니다. 아주 희미했지만, 분명히.”
* **이환 (아무렇지 않은 듯 찻잔을 손으로 가린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없다):** “이건 그저 이 카페의 찻잔 문양일 뿐입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니, 흔할 리도 없고요.”
* **하윤 (그의 눈빛에서 뭔가 숨기는 것이 있음을 직감한다. 그녀는 직감을 믿는 형사다):** “이환 씨, 어젯밤 8시부터 10시까지의 알리바이를 말씀해주십시오.”
* **이환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그의 눈동자에 묘한 빛이 스친다. 어딘가 경고하는 듯한, 그러나 동시에 애원하는 듯한 복잡한 눈빛이다. 그의 입에서 또다시 그 미묘한 밤꽃 향이 짙게 풍겨온다):** “저는… 그 시간 동안 달빛을 받으며 서 있었습니다. 이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저의 그림자와 함께.”
* **지훈 (답답한 듯):** “예? 달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니요? 그게 무슨 알리바이가 됩니까? 어디서 뭘 하고 있었냐고 묻지 않습니까!”
* **하윤 (지훈을 제지하고 이환을 다시 응시한다. 그의 비현실적인 외모와 모호한 대답, 그리고 이질적인 향기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뒤섞인다):** “이환 씨. 진실을 말해주시죠. 당신은 김민수 씨의 죽음과 관련이 있습니까? 아니면… 이 모든 미스터리의 중심에 있습니까?”
* **이환 (긴 침묵. 그의 시선은 하윤의 눈에서 떠나지 않는다. 천천히 입을 연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깊고 슬픈 울림을 가진다):** “저는… 누구도 해치지 않습니다. 다만… 지키려고 할 뿐입니다.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내야 하니까요.”
* **이환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창밖을 응시한다. 그의 뒷모습에서 깊은 고독과 함께,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창밖으로 비치는 그의 그림자는, 마치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짐승의 형상처럼 일렁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모습은 찰나에 불과하며, 다음 순간에는 다시 평범한 인간의 그림자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도시의 밤은 너무나도 많은 비밀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밀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강하윤 형사님. 당신의 직감은… 당신을 이끌 것이나… 또한 당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 **음향:** 카페 소음이 사라지고, 팽팽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배경 음악 (현악기가 주를 이루는 몽환적이면서도 불안한 멜로디). 하윤의 심장이 뛰는 소리 (강조).
**SCENE 5: 하윤의 아파트 – 밤**
[화면: 하윤이 샤워를 마치고 나와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그녀는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털고 있다. 노트북 화면에는 류이환의 얼굴이 담긴 목격자 진술서 사진이 띄워져 있다. 그녀의 눈빛은 복잡하다. 이환의 말, 그의 눈빛,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듯한 그 향기. 모든 것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돈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다가, 문득 이환에게서 나던 향을 떠올리고는 컵을 내려놓는다.]
* **하윤 (혼잣말):** “달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고? 어둠에 갇힌 자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없어. 그런데 왜 자꾸 신경 쓰이지? 왜 그 향이… 왜 나에게만 느껴지는 거지?”
* [화면: 하윤이 손가락으로 노트북 화면 속 이환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알 수 없는 슬픔이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그 순간, 문득 그녀의 손목에 있는 오래된 상처 자국이 클로즈업된다. 희미하게 붉은색을 띠는 작은 흉터. 마치 붉은 꽃잎 모양처럼 보인다. 그녀는 그 흉터를 잠시 응시한다. 어릴 적,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생긴 상처였다. 그때도 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향이 났던 것 같기도… 아련한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그 기억의 조각을 잡으려 애쓰지만, 흐릿하다.]
* **음향:** 잔잔한 밤의 소리 (매미 소리,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하윤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한 아련하고 신비로운 음악 (몽환적인 피아노 선율).
**SCENE 6: 도시의 야경 – 밤**
[화면: 높은 빌딩 옥상. 차가운 바람이 불고, 도시의 불빛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그 불빛들을 내려다보는 **류이환**의 뒷모습. 그의 옆에는 거대한 달빛이 쏟아지고 있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깊이 고뇌하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의 손에는 은색 지팡이가 들려 있고, 지팡이 끝에서는 붉은 빛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그 빛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명멸한다. 그는 하윤과의 대화를 떠올리는 듯, 잠시 눈을 감는다.]
* **이환 (나지막이, 바람 소리에 섞여 들린다):** “더 깊이 들어오지 마시오, 강하윤 형사. 이 그림자는… 당신을 집어삼킬 수도 있으니. 나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을지 모르지만, 당신은 아니야.”
* [화면: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붉은빛은 어딘가 하윤의 손목에 있던 상처의 색깔과 닮아 있다.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도시의 밤은 그렇게 또 다른 미스터리와 함께 깊어간다. 이환은 서서히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진다.]
* **음향:** 바람 소리, 도시의 낮은 웅성거림, 신비롭고 긴장감 있는 엔딩 음악 (고조되다가 잔잔하게 마무리).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