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아이기스 시는 언제나 증기와 금속의 냄새로 가득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강철 첨탑들 사이로 거대한 비행선들이 느릿하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지상에서는 톱니바퀴와 증기 기관의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소음마저 예술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곳, 그곳이 바로 류하가 사는 세상이었다.

오늘, 그 익숙한 소음마저 얼어붙게 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도시의 거대한 심장부, 브라스와 구리로 번쩍이는 에드가 경의 저택. 그곳의 서재에서, 에드가 경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났다.

“류하 씨, 제발 와 주십시오! 이건… 이건 인간의 소행이 아닙니다!”

흥분으로 잔뜩 상기된 얼굴의 이든 경위가 류하의 연구실 문을 거의 부술 듯이 두드렸다. 류하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동자는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돌아가는 생각의 흐름을 숨기고 있었다.

“인간의 소행이 아니라면, 경위님께서는 유령이나 악마라도 부르셨습니까? 사건 현장에서 그런 자들은 증거를 남기지 않을 텐데요.”

류하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나른했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지성이 번득였다. 그는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이든 경위의 증기 마차에 올랐다. 육중한 차체가 증기를 뿜어내며 에드가 경의 저택으로 향했다.

***

저택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으리으리한 황동 문을 지나 복도를 걷는 내내, 류하의 귀에는 웅웅거리는 증기압의 소리와 미세한 기계음만이 들려왔다. 서재 앞에 도착하자, 경비원들이 초조한 얼굴로 서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은으로 만든 자물쇠는 아직 부서지지 않은 채 빛나고 있었다.

“자, 류하 씨. 안으로 들어가시죠.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든 경위가 조심스럽게 열쇠를 돌려 문을 열었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참나무 문이 안쪽으로 밀려났다.

서재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육중한 나무 책장들이 벽을 가득 메웠고,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증기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증기로 작동하는 타자기가 멈춰 있었고, 그 앞에는 에드가 경이 얼굴을 박고 쓰러져 있었다. 그의 등에는 화려하게 세공된 황동제 편지칼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류하의 시선은 시체보다는 방 전체를 훑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창문들은 거대한 강철 빗장으로 안에서 굳게 닫혀 있었다. 심지어 벽난로의 굴뚝마저 황동 그물망으로 막혀 있었다. 완벽한 밀실.

“보십시오, 류하 씨. 문은 저희가 오기 전까지 잠겨 있었습니다. 창문도 마찬가지고요. 모든 것이 안에서 잠겼습니다. 공기 순환용 환기구도 너무 좁아서 사람이 드나들 수 없었습니다. 에드가 경을 죽인 범인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이든 경위의 목소리는 절망감에 젖어 있었다.

류하는 말없이 방을 가로질러 갔다. 그의 발걸음은 조용하고 신중했다. 그는 바닥의 미세한 먼지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듯했다. 그는 먼저 에드가 경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편지칼이군요. 살해 도구는 이 방 안에 있었습니다. 즉, 범인은 살해 후 이 방을 나갔다는 뜻이죠.”

“그게 문제 아닙니까! 나갈 곳이 없었다고요!”

류하는 대답 없이 책상 위를 살폈다. 다 식어버린 홍차 잔, 흐트러진 서류들.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에드가 경은 평화롭게 일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때, 류하의 시선이 방 한쪽 벽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황동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복잡한 톱니바퀴와 압력 게이지, 그리고 여러 개의 증기 파이프가 얽혀 있는, 방의 공기 정화 및 온도 조절 시스템이었다. 에드가 경은 기계 기술자였으니, 이런 장치가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류하는 뭔가 다른 것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조용히 황동판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그는 손가락으로 황동판의 이음새를 따라 쓸어 올렸다. 미세한 틈조차 보이지 않는 완벽한 조립이었다.

“흥미롭군요.” 류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방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든 경위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비밀이라뇨?”

류하는 아무 말 없이 방 한가운데로 돌아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째깍거리는 증기 시계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웅성거림, 그리고… 방 자체에서 나는 미세한 기계음들. 희미한 증기 새는 소리, 압력이 오르내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미약하게, 마치 톱니바퀴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듯한 소리.

그는 다시 눈을 떴다. 그의 눈은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아까의 황동판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 옆에 놓인 거대한 책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책장에는 고전 소설부터 복잡한 공학 서적까지, 온갖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류하가 책장 중간쯤에 있는, 유난히 낡아 보이는 한 권의 책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 책이 꽂혀 있던 자리, 그 빈 공간 안쪽을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손끝에 닿는 미세한 돌기. 그것은 일반적인 책장에서는 볼 수 없는 이질적인 것이었다.

그가 그 돌기를 살짝 누르자, 희미한 “쉬익-” 하는 증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벽에 붙어 있던 거대한 황동판의 일부가 마치 거대한 퍼즐 조각처럼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며 옆으로 미끄러져 열리기 시작했다. 안쪽에서는 좁고 어두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의 벽면은 매끄러운 금속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위쪽으로는 희미한 증기 램프가 매달려 있었다.

이든 경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런 곳이 있었다니! 말도 안 돼!”

“밀실 살인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늘 하나뿐입니다, 경위님. 우리가 그 방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류하는 차분하게 말했다. “이 통로는 이 저택의 증기 환기 시스템의 일부였습니다. 에드가 경은 이 거대한 저택의 공기 순환을 위해 복잡한 파이프 라인을 설계했죠. 그리고 이 비상 통로는 그 시스템 안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아마도 그는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장치를 만들었을 겁니다.”

류하는 열린 통로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범인은 이 통로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에드가 경이 이 장치의 존재를 아는 사람 중 하나였거나, 아니면 이 저택의 구조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이 책장 안의 장치는 통로를 열기 위한 간단한 압력 레버입니다. 증기 시스템의 압력을 일시적으로 조작하여 이 무거운 황동 문을 소리 없이 열 수 있었던 거죠. 방 안에서 나는 증기압 소음 덕분에, 이 미세한 개방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책을 뽑았던 건… 우연이 아니었군요?” 이든 경위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우연은 없습니다. 이 책은 다른 책들보다 유난히 낡아 있었죠. 누군가 자주 뽑아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제가 듣던 미세한 톱니바퀴 소리는 이 황동 문이 열고 닫힐 때 나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에드가 경이 생전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습격이 아닌, 익숙한 인물에게 방심했을 가능성이 높았죠.”

류하는 다시 한번 에드가 경의 시체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싸늘한 시선으로 이든 경위에게 물었다.

“이 저택의 구조와 이 비상 통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만한 인물 목록을 저에게 주십시오. 특히, 에드가 경의 재산을 노리던 자들이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이제 범인이 누구인지는 명확해졌습니다. 남은 것은, 그가 왜 에드가 경을 죽였는지, 그리고 살해 후 이 편지칼을 남겨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뿐입니다.”

밀실의 환상이 깨지고, 증거의 연기가 걷히자, 범인의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류하의 탐정 인생에서, 이 도시의 톱니바퀴처럼 얽힌 사건들은 언제나 가장 흥미로운 퍼즐 조각이었다. 그는 다음 단서를 찾기 위해, 망설임 없이 어두운 통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