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독립적인 단편 소설

## 청람의 밑바닥

청람학원은 늘 그랬다. 고요하면서도 웅장하고, 고색창연한 아름다움 아래 거대한 마력이 꿈틀대는 곳. 산자락에 뿌리내린 고풍스러운 교사(校舍)들은 밤이 되면 푸른 달빛 아래 더욱 신비롭게 빛났다. 하지만 유나에게는 그 빛이 때로는 서늘하게 느껴졌다.

유나, 열일곱. 불꽃처럼 붉은 마나를 다루는 드문 재능을 지녔지만, 정작 본인은 늘 주류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들었다. 학원의 지하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미약한 진동,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숨결 같은 것. 다른 학생들은 물론, 심지어 노련한 교수들조차 그저 지맥의 흐름이라거나 학원 설립 때부터 전해오는 고대 마력의 잔향이라고 치부했지만, 유나의 예민한 감각은 그것이 훨씬 더 생생하고, 동시에 훨씬 더 음습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그 얘기야, 유나?”
도서관 구석, 고서(古書) 더미에 파묻혀 있던 서진이 흘긋 유나를 보며 말했다. 그는 학년 수석에 학생회장까지 겸하는, 청람학원이 자랑하는 완벽한 모범생이었다. 그의 냉철한 푸른 마나와는 달리, 유나의 마나는 감정적이고 예측 불가능했다.
“응. 점점 더 선명해져. 마치… 무언가가 끊임없이 고통받는 소리 같아.” 유나는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톡톡 두드렸다. “아니면, 무언가가 억지로 끌려나오는 소리 같기도 하고.”
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지맥의 흐름일 뿐이야. 이 거대한 학원을 지탱하는 마나의 흐름. 네가 예민해서 그걸 다른 식으로 느끼는 거겠지.”
“아니, 달라. 지맥의 흐름은 늘 따뜻하고 역동적이었어. 이건 차갑고… 음습해. 그리고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유나, 쓸데없는 환상에 빠지지 마. 청람은 마법의 정수이자 우리의 미래야. 그 심장이 어둡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유나의 어깨를 툭 쳤다. “내일 시험이나 잘 봐. 그런 망상은 시험 후에 해도 늦지 않아.”

서진은 항상 그랬다. 모든 의문은 논리와 이성으로 재단하려 했다. 하지만 유나의 직감은 그의 논리를 비웃었다. 특히 최근 들어, 지하에서 올라오는 그 ‘숨결’은 더욱 강렬해졌다. 때로는 식은땀을 흘릴 만큼 기분 나쁜 꿈을 꾸게 할 정도였다. 꿈속에서 그녀는 끝없이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고, 수많은 손길들이 자신을 붙잡으려 했다. 그 손길들은 차갑고, 절망에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밤, 유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보름달이 밝게 빛나는 밤이었다. 이상하게도, 학원의 가장 오래된 건물인 ‘결속의 탑’ 부근에서 미약하지만 분명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접근이 금지된 곳이었다. 그곳은 학원 설립 당시부터 존재했다는, 아무도 그 용도를 알지 못하는 신비한 공간이었다. 호기심이 그녀를 이끌었다. 혹은, 무언가가 그녀를 그곳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

결속의 탑은 밤에는 늘 굳게 잠겨 있었다. 고대 문양이 새겨진 육중한 철문은 얼핏 보아도 쉬이 열리지 않을 듯했다. 유나는 주변을 살폈다. 이 시간엔 순찰을 도는 관리인들도 거의 없었다. 으스스한 정적만이 그녀의 심장 소리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마나를 끌어올려 철문에 손을 댔다. 차가운 금속 위로 붉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녀의 섬세한 마나 감각은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마법의 잔향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봉인 마법이 아니었다. 어떤 것을 ‘감추기’ 위한 강력한 주술이었다.

“이건… 함정 마법이 아니잖아.”
유나는 중얼거렸다. 봉인 마법은 주로 침입자를 막기 위해 날카로운 경고나 반격의 기운을 뿜어냈다. 하지만 이 문에서 느껴지는 것은 외부의 접근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더 강했다. 마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듯한.

그녀는 눈을 감고 마나를 집중했다. 철문의 마나 흐름을 역추적하며 그 구조를 파악했다. 복잡하게 얽힌 고대 주술의 매듭이 느껴졌다. 강제로 부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오히려 깨뜨리면 봉인이 더욱 강해질 위험이 있었다. 그녀는 주술의 매듭 사이, 간신히 숨통이 트이는 아주 작은 틈새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곳으로 자신의 마나를 실어 보냈다. 아주 섬세하고도 예민한 작업이었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끝에서 붉은 마나가 가늘게 떨렸다.

끼이이익-
수십 년은 열리지 않았을 것 같은 육중한 철문이 느리게 열리기 시작했다. 안에서는 곰팡이 냄새와 함께 눅눅한 냉기가 훅 끼쳐 나왔다. 유나는 가느다란 손전등 마법을 켜고 내부로 발을 들였다.

내부는 예상과는 달리 거대한 원형 홀이었다. 천장은 까마득하게 높았고, 중앙에는 낡은 제단처럼 보이는 둥근 석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석상 위에는 바랜 핏자국 같은 검붉은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벽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가득했고, 그 상형문자들 사이로 희미하게 옥색 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홀의 가장자리를 따라 아래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마치 심연으로 통하는 통로처럼.

그 순간, 유나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계단 아래에서 자신이 밤마다 느끼던 그 차가운 진동, 그 음습한 숨결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지하에서 숨 쉬고 있는 것처럼. 핏속까지 스며드는 냉기가 그녀를 감쌌다.

“진짜… 있었어.”
그녀는 홀로 중얼거렸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호기심과 알 수 없는 의무감이 그녀를 아래로 이끌었다.

***

나선형 계단은 끝없이 이어졌다. 몇 층을 내려왔는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차가워지고 습해졌다. 벽면에는 푸른 이끼가 눅진하게 피어 있었고, 간간이 불길한 마법진이 흐릿하게 빛났다. 마침내 계단의 끝에 다다랐을 때, 유나는 거대한 통로와 마주했다. 통로의 벽면은 매끄러운 검은 돌로 마감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고대 마법으로 밝혀지는 듯한 희미한 옥색 조명석이 박혀 있었다.

통로를 따라 걷자, 기계적인 윙윙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졌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유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주위에 보호막을 쳤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였다. 이 모든 것이 마치 누군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미궁 같았다.

마침내 통로의 끝에서 거대한 강철 문이 나타났다. 그 문은 단순한 강철이 아니었다. 표면에는 촘촘하게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였다. 문 옆에는 제어 패널이 있었지만, 평범한 자물쇠나 버튼이 아니었다. 여러 개의 구멍이 있었고, 그 위에는 마나 반응을 감지하는 수정들이 박혀 있었다.

“이건… 생체 마나 동조 장치인가?” 유나는 자신의 마나 파동을 조심스럽게 구멍 중 하나에 맞춰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특정 마나에만 반응하는 건가? 아니면…”

그때, 유나의 귓가에 희미한 노랫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아주 오래전, 학원의 전설 속에서만 등장하던 ‘속삭임의 노래’였다. 그 노래는 주로 고대 대마법사들이 마나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때 들었다는, 일종의 환청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유나에게는 그 노랫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들렸다. 마치 노래 자체가 문을 열라는 듯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 멜로디는 슬프고도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섬뜩한 비명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 문은 특정 마나 ‘패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었다. 특정 마나 ‘성질’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노랫소리는… 이 지하에 갇힌 자들의 울부짖음이자, 동시에 그들의 마나를 끌어내는 일종의 공명 주술이었다.

유나는 다시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붉은 마나를 주조하듯 섬세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래의 파동에 맞춰 자신의 마나를 조율했다. 멜로디에 맞춰 마나를 흘려보내자, 놀랍게도 제어 패널의 수정들이 하나둘씩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강철 문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렸다.

문 너머에는 거대한 지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펄떡거리는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수백 개의 투명한 원통형 용기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인간의 형상들이 잠들어 있었다. 모두 헐벗은 채, 기이한 액체 속에 잠겨 있었다. 피부에는 희미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그 마법진을 통해 푸른 마나가 실타래처럼 뽑혀 나와 용기 상단의 파이프들을 통해 한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 한 곳은 바로, 이 학원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곳일 터였다. 학원의 마나원천.

“이게… 대체…”
유나는 충격으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가 밤마다 느끼던 그 차갑고 음습한 숨결의 실체였다. 이들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살아있지만, 동시에 살아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마나를 착취당하며, 영원한 잠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들의 마나는 학원의 영광을 위해,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용기들 사이를 걸었다. 한 용기 앞에서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용기 속에 잠든 여인의 얼굴은 놀랍도록 평화로웠지만, 동시에 깊은 고통이 스며든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여인의 얼굴은, 학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 중 한 명으로 칭송받던 ‘청람의 별’ 아르테미아 였다. 그녀는 수십 년 전, 홀연히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학원 역사 교과서에는 그녀가 마나의 궁극을 찾아 차원 여행을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거짓이었다.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이곳에 갇힌 이들은 모두, 학원 역사에 길이 남을 재능을 가졌던 천재들이었다. 그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기에 갇혀 ‘자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누구냐!”
차가운 목소리가 지하 공간을 울렸다. 유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통로 끝, 열린 문 앞에서 서진이 섬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이글거렸다. 손에는 이미 날카로운 마법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

“서진… 네가… 어떻게 여기에?” 유나는 당황했다.
서진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푸른 마나가 사방에 냉기를 뿜어냈다. “난 네가 또 쓸데없는 짓을 할까 봐 걱정돼서 따라왔어. 하지만 설마… 네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 이 금단의 영역에.”
“금단… 이게 금단이라고? 이건 학살이야!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 아르테미아 님이야! 학원에서 사라진 모든 천재들이 여기에 갇혀 있는 거야!” 유나는 울분에 차서 소리쳤다.
서진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었다. 그의 눈빛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과 동시에 깊은 비극이 깃들어 있었다. “유나, 넌 몰라. 이 학원을 지탱하는 힘이 뭔지. 이 엄청난 마나가 어디서 오는지.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 분들은… 자원하신 분들이야. 더 큰 대의를 위해.”
“자원? 마나를 착취당하며 영원히 잠들어 있는 게 자원이라고? 이건 노예야!”
“말을 함부로 하지 마! 이분들은… 이 희생은… 인류의 마법 문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어. 교장님과 대의원들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아?” 서진의 목소리가 점차 격앙됐다. “너는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는 거야! 우리가 지켜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건 너희들이야! 이런 식으로 유지되는 평화는 가짜야!”
유나는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마법을 발동시켰다. 붉은 불꽃이 서진을 향해 솟구쳤다. 서진은 당황했지만 이내 방어 마법으로 불꽃을 막아냈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마, 유나! 넌 감당할 수 없어!”
서진의 지팡이 끝에서 푸른 서리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지하 공간의 차가운 공기가 더욱 싸늘하게 변했다. 유나는 서리 마법을 피해 몸을 날렸다. 용기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녀의 붉은 마나가 분노로 이글거렸다.

“도망쳐봤자 소용없어! 이곳은 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공간이야!” 서진이 외쳤다.
유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진실과 그 진실을 감추려는 잔혹한 그림자뿐이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달렸다. 그 어떤 마법 공격보다도, 진실을 마주한 서진의 공허한 눈빛이 그녀를 더욱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서진은 이미 이 끔찍한 비밀의 일부였다. 어쩌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진실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나선형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 올라 홀로 돌아왔을 때, 철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서진이 마법으로 잠근 것이 분명했다.

“젠장!”
유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사방은 다시 캄캄한 어둠에 잠겼다. 그녀는 다시 마법을 끌어올려 철문을 열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문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봉인 마법으로 굳게 잠겨 있었다. 그녀가 해제했던 그 틈새마저 사라졌다. 서진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봉인을 강화했던 것이다.

유나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갇혔다. 이 끔찍한 지하 공간에, 비밀과 함께.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거대한 학원의 명예와 영광 아래, 수백 개의 생명들이 갇혀 있었고, 이제 자신마저 그 중 하나가 될 위기에 처했다.
그녀의 눈에 다시 들어온 것은 홀 중앙의 낡은 제단처럼 보이는 둥근 석상이었다. 자세히 보니, 석상의 표면에는 마치 희생자를 눕혀 놓았던 흔적처럼 움푹 파인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검붉은 마나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이곳은 희생의 제단이었다.

그때였다. 발소리가 들렸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홀 안쪽, 숨겨진 벽면에서 돌이 갈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른 통로가 열렸다.
그곳에서 걸어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교장이었다. 백발의 노인, 늘 온화한 미소를 띠던 그의 얼굴에는 지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의 뒤로는 몇 명의 관리인들이 따라 나왔다. 서진은 보이지 않았다.

교장의 시선이 유나에게 닿았다. 차갑고 깊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연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찾았구나, 유나.” 교장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그 어떤 마법 주문보다도 더 강력하게 유나의 심장을 짓눌렀다. “네가 이 진실을 마주할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유나는 뒷걸음질 쳤다. “교장님… 이 모든 게… 교장님이 꾸민 일입니까?”
교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청람의 마나 원천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하게 만들고자 했을 뿐이다. 그리고 너의 그 특별한 마나 감각은… 우리가 새로운 동력을 찾던 중 발견한 뜻밖의 수확이겠지.”

유나는 눈을 크게 떴다. 새로운 동력?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덫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특별한 마나 감각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 거대한 희생의 현장을 찾아내도록,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유도된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 자신이 다음 희생자로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붉은 마나, 그 순수하고 강력한 기운이 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교장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검은 마나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미안하구나, 유나. 하지만 이 거대한 진실은 영원히 묻혀야만 해. 네 재능은, 이제 청람의 영광을 위해 쓰일 것이다.”

유나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붉은 마나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녀는 살아야 했다. 이 끔찍한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 그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하 깊숙한 곳에서, 희생자들의 음습한 숨결이 다시금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듯했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 비극적인 노랫소리가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는 것 같았다.

청람학원의 밤은, 여전히 푸른 달빛 아래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빛 아래 감춰진 어둠은, 이제 유나의 영혼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