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혜명관, 그 고고한 이름만큼이나 고요했던 저택은 한밤의 비명과 함께 혼돈에 잠겼다. 짙은 어둠을 뚫고 도착한 황실 경찰 박 경감은 삐걱이는 대문을 들어서며 싸늘한 한기를 느꼈다. 핏빛 연극의 무대가 될 곳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경감 나으리! 이쪽입니다!”

저택의 집사로 보이는 사내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달려왔다. 사내의 손에 들린 촛불이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박 경감은 바삐 걸음을 옮겼다. 쿵, 쿵, 쿵. 자신의 심장 소리가 저택의 낡은 마루를 울리는 듯했다.

도착한 곳은 서고였다. 정확히는, 정우현 대감의 서재와 연결된, ‘금단의 서고’라 불리던 공간. 당대 최고 지식인 중 한 명으로 추앙받던 정 대감이 은밀히 연구하던 희귀 서책들이 가득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지금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경찰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함께, 해결할 수 없는 미스터리가 뿜어내는 기이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

박 경감의 낮은 물음에 현장 책임자가 다가섰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숨을 골랐다.

“새벽녘, 대감마님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서고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문은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창문은 모두 쇠창살이 박혀 있고, 두꺼운 판자로 막혀 있었고요.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완벽한 밀실입니다, 경감 나으리.”

완벽한 밀실. 박 경감은 그 말에 저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수십 년 경력의 그도 이런 종류의 사건은 늘 뼈아픈 좌절만을 안겨줬었다.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느껴지는 밀실 살인. 이쯤 되면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그분께 연락은 드렸는가?”

“네, 이미 기별을 넣었습니다. 곧 도착하실 겁니다.”

그 ‘분’은 길지 않은 침묵 끝에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이안. 깡마른 체구에 늘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그의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밤하늘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주변을 힐끗 둘러보더니, 아무 말 없이 굳게 닫힌 서고 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의 등장에 웅성거리던 경찰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그 특유의 존재감은 언제나 주변을 압도했다.

이안은 서고 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낡은 문짝에는 묵직한 빗장이 걸려 있었고, 그 옆에는 육중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박 경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문은 대감마님의 아드님이 발견하시고, 저희가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확인했을 때도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이안은 대답 없이 빗장을 만져봤다. 차가운 쇠붙이의 감촉을 손끝으로 느끼는 듯했다. 그의 시선은 빗장과 자물쇠를 따라 문틈, 그리고 문설주를 훑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듯한 정밀한 시선이었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봤다. 두꺼운 판자로 막힌 창문 안쪽에는 굵직한 쇠창살이 어둠 속에 도드라져 보였다. 창살 틈새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조차도 그 견고함을 뚫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이안은 잠시 눈을 감았다. 모든 감각을 집중하여 사건 현장의 공기를 읽어내는 듯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욱 예리해져 있었다. 그는 손짓으로 문을 열도록 지시했다.

경찰들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퀴퀴한 종이 냄새와 함께 피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서고 내부는 어둠침침했고, 중앙에는 낡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 앞에서, 정우현 대감이 쓰러져 있었다. 고요한 밤의 장막 아래, 붉은 피가 검은색 옷 위에 끔찍한 얼룩을 남기고 있었다.

“피해자는 정우현 대감. 흉기는… 날카로운 칼에 찔린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박 경감이 보고했다. 이안은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이미 서고 안으로 들어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시신이 아닌, 그 주변의 미세한 것들을 훑었다.

정 대감은 책상 앞에 엎드린 채 숨을 거둔 모습이었다. 등에는 깊숙이 박힌 듯한 칼자국이 선명했다. 그의 옆에는 깨진 벼루 조각과 엎질러진 먹물이 바닥에 흥건했다. 탁자 위에는 방금까지 쓰던 듯한 붓 한 자루가 뒹굴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찢겨나간 고서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이안은 시신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피 묻은 옷자락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핏자국 주변의 먼지를 유심히 살폈다. 박 경감은 숨을 죽이며 그를 지켜봤다. 이안은 늘 이렇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선은 천장과 벽을 훑었고, 이윽고 책장 가득 꽂힌 책들 사이로 향했다. 수많은 책들 중, 유독 한 권의 책에 그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그것은 『천문비록(天文秘錄)』이라는 낡은 책이었다. 책의 표지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으나, 유독 한 페이지가 살짝 접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안은 몸을 일으켜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접혀 있는 듯한 그 책을 조심스럽게 뽑아 들었다. 책을 펼치자, 낡은 종이 냄새가 한층 더 강하게 풍겼다. 그리고 그 접힌 페이지에는, 붉은색 글씨로 휘갈겨 쓴 한 줄의 문장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죽기 직전,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처럼.

**‘…달은, 그림자를 품고….’**

박 경감은 그 문장을 읽자마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뜻입니까? 달이 그림자를 품다니… 유언치고는 너무 모호하지 않습니까?”

이안은 대답 대신,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서고 문으로 향했다. 문턱에 다다르자, 그는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박힌 낡은 못 하나에 고정되었다. 너무나 작고 흔한 못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법한.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그 못을 만져봤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그 깊은 눈 속에서는 번뜩이는 지성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했다.

“박 경감.”

이안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이곳은… 밀실이 아닙니다.”

박 경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하지만 문은 안에서…!”

“문은 안에서 잠겼을지언정, 이곳은 처음부터 밀실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이안은 시선을 못에서 서고 내부로 돌렸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승리를 예감하는 듯한, 혹은 진실의 무게를 꿰뚫어 본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오만한 미소였다.

“범인은 이곳에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이 서고 안에 있었습니다.”

그의 말이 서고 안에 메아리치며, 모든 이들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밀실 살인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충격적인 선언이었다. 범인이 서고 안에 있었다니? 하지만 정 대감 외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박 경감은 이안의 날카로운 눈을 바라봤다. 그 눈 속에는 이미 모든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듯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안은 박 경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서고의 어두운 구석, 책장과 벽 사이의 좁은 틈새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낡은 그림 하나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낡고 먼지 쌓인 풍경화였다.

“이제부터, 이 혜명관의 모든 것이 우리의 수사 대상입니다. 특히… ‘달’에 관련된 것들 전부.”

그의 마지막 말이 섬뜩하게 서고를 가득 채웠다. 미스터리는 더욱 깊어졌고, 정우현 대감을 둘러싼 혜명관의 비밀은 이제 막 그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참이었다.

다음 화에서 이안은 이 불가사의한 밀실의 진실을 어떻게 밝혀낼 것인가?
그리고 ‘달’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피 묻은 금단의 서고는 여전히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