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둑어둑한 장마철 오후, 눅눅한 공기가 뼈를 파고드는 날이었다. 현우는 낡은 배낭을 고쳐 메고 발길을 재촉했다. 도시의 가장자리,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숲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늘 아래로 잊힌 듯 퇴락한 신사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색이 바래고 칠이 벗겨진 토리이(鳥居)는 마치 핏물에 젖어 말라붙은 상처처럼 보였다.

“젠장, 이런 데 진짜 뭐가 있기는 한 건가.”

현우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남들이 듣지 않는 소문에 귀를 기울였고,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찾아 헤맸다. 이번 목표는 ‘검은 신사’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백여 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폐쇄된 후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현우의 촉은 그곳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잠들어 있을 거라고 속삭였다. 특히, 이곳에 얽힌 기이한 실종 사건과 광기 어린 주술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심장을 더욱 뛰게 했다.

토토리이 아래를 지나자, 이끼 낀 돌계단이 나타났다. 수십 개의 계단을 오르자, 마침내 본당의 형태를 갖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은 반쯤 무너져 내렸고, 목조 벽은 썩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처마 끝에는 거미줄이 마치 흑색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었고, 창문은 먼지와 흙먼지로 뒤덮여 내부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끈적한 침묵이 현우의 발걸음을 집어삼켰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조차도 이 공간에서는 감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듯했다.

“이건 그냥 폐허잖아…”

실망감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묘한 기시감과 함께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싹함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착각, 혹은 확신. 현우는 배낭에서 손전등을 꺼내 들었다. 낡은 나무 문을 밀자, 끼이이익, 끔찍한 비명 같은 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손전등 빛에 드러난 내부는 예상보다 더 처참했다.

먼지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희미하게 감도는 피 비린내 같은 것이 현우의 코를 찔렀다. 본당의 중앙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제단이 있었고, 그 뒤편으로는 검게 변색된 나무 기둥들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바닥에는 부서진 기와 조각들과 썩어가는 목재 파편들이 널려 있었다. 현우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손전등 불빛이 어둠 속을 헤치며 나아갈 때마다, 그림자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때, 현우의 눈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제단 뒤편, 무너진 벽의 틈새로 보이는 희미한 무언가. 그는 주저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썩어가는 나무 잔해들을 걷어내자, 콘크리트 벽돌로 대충 막아놓은 듯한 공간이 나타났다. 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흔적이었다. 현우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드디어 뭔가 찾아낸 것이다.

그는 어깨를 써서 낡은 벽돌들을 밀어냈다. 푸석한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리며 그의 옷을 더럽혔지만, 개의치 않았다. 벽돌 몇 개가 떨어져 나가자, 그 안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튀어나왔다. 손전등을 비추자, 그제야 공간의 내부가 드러났다. 예상했던 비밀 통로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곳은 좁고 퀘퀘한 밀실이었고, 중앙에는 고고하게 자리 잡은 하나의 물건이 있었다.

그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돌덩이였다. 그러나 단순한 돌은 아니었다. 표면은 마치 흑요석처럼 매끄럽고 깊은 광택을 띠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수많은 은빛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알 수 없는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고대 문명에서나 볼 법한 기하학적인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회로처럼 보였다. 섬뜩할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현우는 홀린 듯 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차가운 돌 표면에 닿는 순간, 현우의 온몸에 강렬한 전율이 흘렀다. 동시에 돌 표면의 은빛 선들이 희미하게 녹색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맥박이 뛰는 듯한 빛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 밀실 전체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이게… 뭐지?”

낮게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함께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녹색 빛이 점점 더 선명해지자, 돌에서 희미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동은 이내 현우의 손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 순간, 현우의 귓가에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 귀를 찢을 듯한 절규였지만, 실제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듯한 고통의 외침이었다. 고통과 분노, 그리고 무한한 허기가 뒤섞인 고대의 절규. 현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세상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폐허가 된 신사 전체가 함께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썩어가는 나무 기둥들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먼지 섞인 잔해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주변의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지며 마치 살아있는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착각마저 들었다.

무언가가, 그의 의식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려 하고 있었다. 차갑고 끈적한 존재감이 그의 정신을 휘어잡고, 그 속으로 파고들어 오려 했다. 마치 깊은 바닷속 심해어가 미끼를 낚아채듯, 그의 가장 순수한 자아를 탐하려는 듯한 느낌. 현우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아… 안 돼!”

필사적인 외침과 함께, 현우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은 돌을 내던졌다. 쨍그랑, 하고 돌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 소리는 비명 같은 침묵 속에 묻혀버렸다. 돌이 손을 떠나자, 녹색 빛은 거짓말처럼 빠르게 사그라들었고, 머릿속을 울리던 소리 없는 비명도 뚝 끊겼다. 밀실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압도적인 무게감과 음산한 기운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현우는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광란하듯 뛰고 있었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저 돌, 저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었다. 혹은,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고대의, 금기된 힘을.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검은 돌을 다시 응시했다. 은빛 선들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지만, 그 안에 잠재된 거대한 힘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본능적인 공포와는 다른, 마치 마약처럼 중독적인 끌림이 현우의 정신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때, 아주 희미하게, 마치 바람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그의 뇌리에 울렸다. 분명한 언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우는 그것이 ‘힘’을 갈망하는 그의 내면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원하는가?’*
*‘…모든 것을?’*

그것은 유혹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너무나도 달콤하고 파괴적인 유혹. 현우는 천천히, 다시 검은 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이 돌에 닿자, 그의 눈동자에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욕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폐허가 된 신사, 그 어둠 속에서 고대의 마법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법의 첫 번째 숙주가 현우가 될 것임을 예고하며… 그의 손에 든 검은 돌은 다시금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음산한 녹색으로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