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 7화: 검끝에 스친 농담, 심장에 박히다

천하제일무림대회. 그 이름만으로도 강호 전체가 숨죽이는 이 대전의 열기는, 마치 활화산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무림인들이 운집한 거대한 원형 경기장은 함성과 긴장감으로 터질 듯했고, 그 중심에는 비장하면서도 뜨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대회는 이미 중반을 넘어섰고, 각 문파와 세력을 대표하는 강자들은 오직 ‘천하의 운명’이라는 지상 최대의 명분 아래 피 튀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승자에게는 명예와 함께, 혼란에 빠진 무림의 질서를 바로잡을 절대적인 권한이 주어질 터였다.

오늘, 격돌할 두 명의 선수를 소개하는 웅장한 북소리가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자, 다음 대결! 동방 무림의 고고한 매화, ‘매화검선’ 류설아!”

경기장 북편 입구에서 한 줄기 희고 가는 그림자가 미끄러지듯 걸어 나왔다. 달빛을 머금은 듯한 은빛 비단 도포 자락이 바람에 사르륵 흔들렸고, 허리에는 섬세한 매화 문양이 새겨진 백옥 검집의 가는 검이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시리도록 차가운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두 눈에는 흔들림 없는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매화검선 류설아. 그녀의 검술은 빠르고 정확하며, 한 송이 매화가 눈밭을 뚫고 피어나듯 강인하고 고결했다. 그녀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와 함께 쩌렁쩌렁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젊은 무사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팬클럽이라도 존재하는 듯, 열광적인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류설아는 그 시선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경기가 펼쳐질 중앙의 대련대만을 응시했다. 고요하고 단정하게 대련대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서역 무림의 거친 바람, ‘쾌검무한’ 강하준!”

이번에는 남편 입구에서, 앞선 설아의 등장과는 사뭇 다른, 시끌벅적한 환호와 함께 한 사내가 어슬렁거리듯 걸어 나왔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 큼지막한 체구에 딱 붙는 짙은 남색 무복을 입었지만, 어딘가 느슨해 보였다. 허리에는 검 대신 낡아 보이는 가죽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쾌검무한’이라는 별호와는 어울리지 않는, 마치 낮잠이라도 자고 일어난 듯한 푸념 섞인 표정이었다.

“아, 벌써 내 차례인가. 배고픈데.”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하품까지 쩍 벌렸다. 대놓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를 아는 소수 무림인들의 얼굴에는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그의 ‘쾌검무한’이라는 별호는 결코 허명이 아니었다. 그의 손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그의 주먹은 천하의 어떤 방어술도 무력화시켰다.

류설아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저런 불성실한 태도라니. 천하의 운명이 달린 신성한 대회에서, 저런 자와 겨루게 되다니. 류설아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하준은 대련대에 올라서자마자 설아를 발견하고는, 느릿하게 걸어오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 웃음은 설아에게는 어쩐지 놀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오, 매화검선님 아니신가. 여기서 뵙네요.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더니 허기가 져서 말입니다. 혹시 대련 전에 저와 함께 든든한 국밥 한 그릇이라도…”

“경기에 집중하십시오, 강하준 님.”

설아는 그의 뜬금없는 제안을 싸늘하게 잘라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주변의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했다.

“쳇, 매정하시기는.”

강하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투덜거렸다. 그 모습에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설아는 더욱 불쾌해졌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동시에 강하준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번뜩였고, 느슨해 보였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주변의 무림인들이 그의 변한 기세에 놀라 숨을 들이켰다.

설아는 지체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푸른 검날이 섬광처럼 빛났다. 그녀의 움직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했다.
“매화삼현!”

설아의 입에서 짧은 기합이 터져 나오자, 그녀의 몸이 바람을 가르며 순식간에 강하준에게 쇄도했다. 검은 한 송이 매화가 바람에 흩날리듯 세 번의 궤적을 그리며 그의 심장, 목, 그리고 미간을 노렸다. 빠르고, 우아하며,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강하준은 놀랍도록 차분했다. 그는 검을 뽑는 대신, 그저 가죽 장갑을 낀 맨손으로 설아의 공격을 막아냈다. ‘칭!’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등에 검날이 스쳤지만, 마치 쇠라도 되는 양 검은 튕겨져 나갔다. 이어서 그는 몸을 살짝 비틀어 두 번째 검날을 피하고, 고개를 숙여 세 번째 검날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냈다.

“오오… 빠르시네요, 매화검선님. 아침 식사도 안 하신 분의 검이라곤 믿기지 않습니다만?”

그는 여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능청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예측 불가능한 강맹함이 숨어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마십시오!”

설아는 더욱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검이 강하준의 어깨를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강하준은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검을 피하는 대신, 왼손으로 설아의 검날을 가볍게 잡아챘다. 얇은 가죽 장갑이 검날을 굳건히 붙잡았다. 설아는 놀랐다. 그의 장갑은 평범한 가죽이 아닌 듯했다.

그 순간, 강하준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의 주먹이 마치 보이지 않는 쾌속으로 설아의 옆구리를 노리고 뻗어 들어왔다. 그 속도는 설아가 평생 경험해 본 어떤 무인의 주먹보다도 빨랐다. ‘쾌검무한’이라는 별호가 단순히 ‘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설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왼손으로 잡힌 검을 놓지 않은 채, 몸을 재빨리 틀어 주먹을 피했다. 그녀의 몸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유려하게 휘어졌고, 그와 동시에 잡힌 검을 강하게 비틀어 그의 손에서 빼냈다. 이어진 동작은 더욱 빨랐다. 그녀는 검을 회수함과 동시에 강하준의 팔을 따라 올라가며 그의 목덜미에 검날을 가져다 댔다.

싸늘한 검날이 그의 목에 닿자, 강하준의 웃음이 일순간 굳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침착했지만, 묘하게 흥미로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이대로라면 제 목이 날아갈 뻔했군요. 매화검선님, 검이 그렇게 가까이 오면 심장이… 좀 두근거립니다만.”

그는 검날에 목을 댄 채로 태연하게 말했다. 설아는 그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었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항복하시겠습니까?”

설아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이 상황에서 강하준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녀의 검은 주저 없이 그의 목을 벨 터였다.

강하준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여전히 능글맞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설아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항복은 무슨… 저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습니다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하준의 몸에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기세가 폭발했다. 마치 잠자던 거인이 깨어난 듯, 그의 기세는 경기장 전체를 뒤흔들 정도였다. 설아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검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

강하준의 손이 눈 깜짝할 사이에 움직였다. 이번에는 설아의 검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손목을 노렸다. 그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빨라서, 설아는 반응할 새도 없이 손목을 잡혔다. 악! 하는 짧은 신음이 설아의 입에서 터져 나올 뻔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강하준의 손아귀는 쇠집게처럼 단단했다.

“검선님, 아쉽지만, 이제 이 검은 제가 잠시 압수하겠습니다.”

그는 가볍게 손목을 비틀었고, 설아의 손에서 검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검은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강하준의 손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는 설아의 백옥 검을 자신의 손에 쥔 채, 빙긋 웃었다.

“…내 검을!”

설아는 분노에 찬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검술은 검이 없으면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무장 해제당한 것이다.

강하준은 설아의 검을 감상하듯 빙글빙글 돌려보더니, 이내 검을 대련대 바닥에 꽂아 세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에 꼈던 낡은 가죽 장갑을 벗어 던졌다. 맨손으로, 설아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눈빛은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웃음기 없는, 순수한 강자의 시선이었다.

“자, 이제 진짜 ‘쾌검무한’을 보여드리죠, 매화검선님.”

그는 설아의 검을 뺏고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활짝 펴 보였다. 그 맨손에서 풍겨 나오는 기세는, 오히려 검을 든 설아보다도 훨씬 더 강력했다. 설아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무언가,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모든 감각을 곤두세웠다.

강하준이 한 발자국 내딛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마치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천지를 뒤흔드는 함성 속에서, 설아는 강하준의 잔상이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소름 돋는 냉기가 느껴졌다.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빨라서, 눈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을 뿐.

설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강하준의 맨주먹이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 주먹에는 엄청난 기운이 실려 있었고, 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그녀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터져 나오려 했다. 하지만 주먹이 닿는 대신, 강하준의 손가락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톡, 하고 건드렸다.

*툭.*

너무나도 가볍고, 엉뚱한 접촉이었다.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듯한. 설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녀의 코앞에는 여전히 강하준의 손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주먹은 멈춰 있었고, 손가락 끝이 자신의 이마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후우, 한숨 놓으셨습니까? 매화검선님. 제가 이런 식으로 이마에 톡, 하는 걸로 이기면 분명히 억울해하실 것 같아서요.”

그의 말에 설아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지금, 천하제일무림대회 한가운데서, 천하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신성한 경기에서, 그는 그녀에게 장난을 친 것이었다. 그것도 승리가 확실한 상황에서!

설아의 얼굴이 분노와 민망함으로 붉게 물들었다.
“강… 강하준! 이… 이 무례한 자 같으니라고!”

강하준은 설아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더욱 즐거운 듯 껄껄 웃었다.

“아이고, 화내시는 모습도 아름다우십니다, 매화검선님. 그런데 말입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이마 말고, 다른 곳은 피해야 할 곳이 많거든요.”

그의 손이 설아의 이마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의 시선이 설아의 붉어진 두 뺨, 그리고 살짝 벌어진 입술을 스쳐 지나갔다. 설아는 그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렸다. 묘한 긴장감이, 방금 전의 살벌한 대결과는 다른,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그녀를 휘감았다.

“자, 이제 진짜 끝을 볼까요?”

강하준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 순간, 설아는 그의 눈빛에서 장난기가 사라진 것을 보았다. 그 속에는 맹수 같은 본능과 함께, 알 수 없는 깊은 열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심장을 향해 느리지만 정확하게 뻗어오고 있었다.

설아는 숨을 들이켰다. 이 순간, 그녀의 검도, 무공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직 그의 손끝이 만들어내는 바람만이 그녀의 심장을 조여왔다.
강하준의 손끝이, 그녀의 심장을 향해 다가오는 바로 그 순간, 경기장 전체에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강하준! 밥 먹으라고!!! 국밥 다 식겠다!!!”

난데없는 여인의 우렁찬 목소리가 경기장 위로 터져 나왔다. 강하준은 설아의 심장 코앞에서 손을 멈췄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난처함으로 물들었다.

“아, 이런… 제 누님입니다. 저분 말을 거역하면 오늘 저녁은 굶어야 해서요.”

그는 설아에게 미안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설아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강하준과, 그를 향해 손짓하는 관중석의 중년 여인을 번갈아 보았다. 지금 이 중요한 순간에, 저런 사사로운 이유로 경기가 중단되다니!

“젠장…!”

설아는 다시 한번 이를 악물며 속으로 외쳤다. 자신의 심장과 그의 손끝 사이, 아슬아슬한 틈새에서, 묘한 기분과 함께 경악스러운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강하준은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멈춰 서 있었다. 그의 손은 설아의 심장 바로 위에서, 세상의 운명이 걸린 승부를 잊은 채, 국밥을 향한 간절함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과연 이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이 예측불허의 사내는 매화검선의 마음속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 것인가?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