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기 도시의 그림자
### 에피소드 1: 망각된 설계자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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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배경]**
새벽녘, 증기가 자욱한 ‘강철 심장부’ 구역.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삐걱이며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슬럼가다. 녹슨 철골 구조물들이 하늘을 찌르고, 그 사이로 거대한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칙칙한 회색빛 건물들 사이, 허름한 작업실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창문은 먼지와 증기로 뿌옇다.
**[인물/상태]**
작업실 안. 강혁(30대 초반)은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땀에 전 얼굴로 복잡한 기계 장치에 몰두해 있다. 그의 왼쪽 팔은 정교한 기계 의수다. 오래된 연구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눈빛만큼은 불꽃처럼 타오른다. 작업대 위에는 수많은 도면과 정밀 기계 부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옆에는 증기압으로 돌아가는 듯한 작은 램프가 어두운 공간을 비춘다.
**[효과음]**
끼이이잉-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
쉬이이익- (증기 분출 소리)
탁- 탁- 탁- (강혁이 정밀 부품을 조립하는 소리)
째깍- (강혁이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는 소리)
**[내레이션]**
어둠이 걷히지 않은 강철 심장부. 이곳은 도시의 가장 밑바닥, 버려진 꿈들이 썩어가는 곳이다. 하지만 어떤 꿈은 썩지 않고, 더욱 단단한 강철이 되어 심장을 파고든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강혁]**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드디어… 마지막 톱니바퀴군.
**[인물/상태]**
강혁이 아주 작고 정교한 톱니바퀴 하나를 핀셋으로 집어 들어, 복잡한 기계 장치의 마지막 빈 공간에 끼워 넣는다. 그의 기계 의수가 미세하게 떨린다.
**[효과음]**
딸깍- (톱니바퀴가 정확히 끼워지는 소리)
**[내레이션]**
오랜 세월,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 모든 것을 잃은 채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선 이유.
**[강혁]**
(입술을 굳게 다문다. 그의 시선은 과거를 회상하듯 먼 곳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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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배경]**
과거. 햇살이 잘 드는 깨끗한 연구실. 최신식 증기 기관과 빛나는 금속 부품들이 가득하다. 벽에는 정교한 설계도들이 붙어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밝고 희망찬 분위기.
**[인물/상태]**
젊은 강혁(20대 중반)과 이현(20대 중반)이 함께 설계도를 펼쳐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둘 다 밝은 얼굴로 눈을 빛내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이현은 강혁보다 조금 더 세련되고 쾌활한 인상이다.
**[효과음]**
샤샤샥- (설계도 넘기는 소리)
징- (가끔 기계 작동 소리)
**[이현]**
(흥분한 목소리로) 혁아! 이 부분, 증기압을 좀 더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 자, 여기 이 밸브 구조를 이렇게 바꾸고…
**[강혁]**
(환하게 웃으며) 역시 이현이 너는 그런 부분에서 천재적이야! 하지만 그 압력을 한 번에 감당하려면, 외부 프레임이 더 강해야 해. 아니면… 아예 새로운 합금 소재를 개발해야 할지도 모르지.
**[이현]**
(강혁의 어깨를 툭 치며) 걱정 마, 파트너! 이 세상에 우리가 못 만들 건 없어! 안 그래? 이 위대한 증기 동력원, 우리의 손으로 완성하는 거야!
**[강혁]**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무한의 심장’! 이 엔진이라면 하늘을 나는 도시도 꿈이 아니야!
**[인물/상태]**
두 친구가 서로의 손을 잡고 활짝 웃는다. 그들의 눈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다.
**[내레이션]**
우리는 꿈을 꾸었다. 오직 우리 두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미래를 설계했다. 세상의 모든 동력을 바꿀 위대한 발명, ‘무한의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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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배경]**
과거. 어두컴컴한 실험실. ‘무한의 심장’이 완벽한 모습으로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황동과 강철이 어우러져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형상을 띠고, 내부에서는 푸른빛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듯하다.
**[인물/상태]**
강혁과 이현이 긴장된 얼굴로 ‘무한의 심장’을 응시한다. 이현은 땀을 닦으며 긴장했지만, 그의 눈은 탐욕스러운 빛으로 번득이고 있다. 강혁은 순수한 기대감으로 심장이 뛰고 있다.
**[효과음]**
쉬이이익- 쉬이이익-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인 증기음)
지이잉- (기계에서 미세하게 전기가 흐르는 소리)
**[강혁]**
(숨을 삼키며) 완벽해… 모든 계산이 맞아떨어졌어. 이제 스위치를 올리면…
**[이현]**
(강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래, 혁아. 이제 우리가 세계를 바꿀 시간이야.
**[인물/상태]**
이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강혁은 그 미소의 의미를 눈치채지 못하고 ‘무한의 심장’에 손을 뻗으려 한다.
**[효과음]**
철컥-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강혁의 손목에 차가운 족쇄가 채워진다.)
쿵- (뒤늦게 강혁 뒤로 무장한 경비병들이 들이닥치는 소리)
**[강혁]**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이현…? 이게 무슨…!
**[이현]**
(차갑게 미소 지으며) 미안하다, 혁아. 하지만 이 위대한 발명은… 나 혼자서 빛을 봐야겠어. 네 그림자에 가려지는 건 사양이다.
**[강혁]**
(분노와 배신감으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너…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우리는 친구였잖아! 함께 꿈을 꿨잖아!
**[이현]**
(손짓으로 경비병들에게 강혁을 끌어내라고 지시한다) 꿈? 그래, 아름다운 꿈이었지.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거야, 강혁. 넌 너무 순진했어. 이 시대는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효과음]**
우당탕- (강혁이 저항하는 소리)
퍽- (강혁이 경비병에게 맞는 소리)
**[인물/상태]**
강혁이 경비병들에게 끌려 나간다. 그의 눈은 이현에게 박힌 칼날처럼 날카롭다. ‘무한의 심장’은 이현의 뒤에서 푸른빛을 발하며 꿈틀거린다.
**[이현]**
(끌려가는 강혁을 비웃듯 바라보며) 고맙다, 강혁. 덕분에 나는 이제 ‘무한의 심장’의 유일한 창조자가 될 거야. 그리고 이 도시를 지배하겠지.
**[내레이션]**
배신. 가장 믿었던 손에 의해 모든 것이 파괴되는 순간. 빛나던 미래는 재가 되고,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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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배경]**
현재. 강혁의 작업실. ‘무한의 심장’과는 전혀 다른, 작지만 정교하고 위협적인 기계 장치가 작업대 위에 놓여 있다. 황동과 검은 강철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에는 붉은색 수정이 박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난다.
**[인물/상태]**
강혁이 기계 장치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다. 그의 기계 의수가 부품들을 정교하게 고정시킨다. 강혁의 눈은 더 이상 순수한 빛이 아니라, 차갑고 불타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얼굴에는 과거의 상흔처럼 깊은 주름들이 패어 있다.
**[효과음]**
지잉- (강혁이 기계 장치를 작동시키는 소리)
쉬이이익- (내부에서 증기가 새어 나오는 소리)
위이잉- (기계 내부의 톱니바퀴들이 빠르게 회전하는 소리)
**[강혁]**
(나지막이, 그러나 단단한 목소리로) 이현… 네가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그 순간부터, 나의 시간은 멈췄다. 멈춘 시간 속에서 오직 이것만을 만들었지.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할… 나의 ‘심장’을.
**[내레이션]**
그는 ‘무한의 심장’이라 불렀던 과거의 꿈을 빼앗겼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의 심장. 증오와 복수로 박동하는 강철 심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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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배경]**
밤이 깊은 도시 상층부. 화려한 네온사인과 증기 램프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이현이 지배하는 거대한 기업 ‘에테르 증기 공사’의 본사 건물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건물 꼭대기에는 ‘에테르 증기 공사’의 로고가 새겨진 거대한 증기 시계가 시간을 알리고 있다.
**[인물/상태]**
이현(현재 30대 중반)은 최고급 양복을 입고, 화려한 집무실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무한의 심장’의 미니어처 모형이 놓여 있다. 그는 창밖으로 빛나는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본다.
**[효과음]**
째깍- (증기 시계 소리)
웅성웅성- (도시의 희미한 소리)
딸랑- (이현이 손가락으로 미니어처를 건드리는 소리)
**[이현]**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강혁… 네가 사라져 준 덕분에 이 모든 게 나의 것이 되었지. ‘무한의 심장’으로 움직이는 이 도시는 완벽해. 이제 내 이름을 천 년 동안 기억할 거야.
**[내레이션]**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과거의 그림자는 완벽하게 지워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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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6]**
**[배경]**
강철 심장부의 가장 높은, 녹슨 철골 구조물 위. 강혁이 어둠 속에 서 있다. 그의 옆에는 그가 방금 완성한 기계 장치가 거대한 증기 대포처럼 설치되어 있다. 붉은 수정이 섬뜩하게 빛을 발한다.
**[인물/상태]**
강혁이 기계 장치에 손을 얹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의 얼굴에 강한 결의가 비친다. 이현의 집무실이 멀리서도 뚜렷이 보인다.
**[효과음]**
쉬이이익- 쉬이이익- (강혁의 기계 장치에서 증기가 빠르게 차오르는 소리)
지이잉- 지이이이잉- (붉은 수정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응축되는 소리)
**[강혁]**
(눈을 뜨며, 섬뜩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네가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듯이… 나도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부숴주겠다. 첫 번째 증기는… 나의 인사를 받아라, 이현.
**[인물/상태]**
강혁이 기계 장치의 방아쇠를 당긴다. 붉은 수정에서 응축된 에너지가 맹렬한 섬광이 되어 이현의 회사 건물을 향해 발사된다.
**[효과음]**
콰아아앙-!!!! (엄청난 폭발음)
쩌저적-! (건물이 파괴되는 소리)
쉬이이익- (강혁의 기계에서 증기가 길게 뿜어져 나오는 소리)
우르르쾅쾅- (멀리서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내레이션]**
증기 도시의 밤하늘을 찢는 붉은 섬광. 그것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었다. 잊혀진 설계자가 내미는, 피로 얼룩진 초대장이었다. 복수의 서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강혁]**
(복잡한 표정으로 폭발을 응시하며) 이제… 시작이야.
**[인물/상태]**
강혁의 얼굴에 어둠과 불빛이 교차하며 그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의 기계 의수가 희미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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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