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이 삼킨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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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1**
[장면: 어두컴컴한 동굴 깊은 곳. 희미한 푸른빛이 번쩍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검은 제단이 보이고, 그 위에는 기괴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제단 주변에는 쇠사슬에 묶인 듯한 인영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내레이션: (나지막이, 울림 있는 목소리) 이 땅은 한때 태양의 축복을 받은 낙원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1.2**
[장면: 제단 위에서 희미한 빛이 솟아오르더니, 비명소리와 함께 인영들이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그들의 몸에서 빠져나온 검은 기운이 제단으로 흡수된다.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진다.]
내레이션: 흑룡 제국. 그들은 강철의 칼날이 아닌, 피와 영혼으로 이 거대한 땅을 지배했다. 그들의 심장은 어둠으로 끓어올랐고, 그들의 권력은 산 자들의 고통으로 유지되었다.
**#1.3**
[장면: 한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은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입이 열리고, 소리 없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내레이션: 그리고 평민들은, 그저 거대한 어둠의 제단에 바쳐질 한 줌의 제물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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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밤이 삼킨 마을]**
**#2.1**
[장면: 해 질 녘, 낡고 허름한 초가집들이 모여 있는 작은 시골 마을. 마을의 한 귀퉁이, 작은 텃밭에서 소년 ‘혁'(12세 정도)이 어머니와 함께 앉아 콩깍지를 벗기고 있다. 햇살은 따스하지만, 마을 전체에 어딘가 모를 침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혁**: (혼잣말처럼) 오늘은 유난히 조용하네요, 어머니.
**어머니**: (혁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그렇지. ‘수확의 달’이 가까워지니 다들 숨죽이고 있는 게야.
**#2.2**
[장면: 혁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빛에 걱정스러운 그림자가 스친다.]
**혁**: …정말인가요? 이번에도 마을에서 몇 명을 데려간다고요?
**어머니**: (한숨을 쉬며) 제국의 감찰관들이 이틀 뒤에 온다고 했으니… 그들이 정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우리 같은 평민은 그저 허락된 만큼만 숨 쉬고 살아야 하는 것을.
**#2.3**
[장면: 멀리 보이는 마을 입구. 어두운 그림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검은 갑옷을 입은 흑룡 기사단 다섯 명과, 그들보다 키가 크고 음침한 분위기의 ‘감찰관’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혁**: (움찔하며 어머니의 팔을 잡는다) …어머니! 저 사람들!
**어머니**: (표정이 굳어지며) …벌써 오는구나.
**#2.4**
[장면: 감찰관과 기사단이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마을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거나 집 안으로 숨어든다. 기사단이 휘두르는 창끝이 날카롭게 빛난다.]
**감찰관**: (차가운 목소리,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진다) 이 마을의 이장 나오라! 그리고 모든 백성은 광장에 모여라! 흑룡 제국의 명이다!
**#2.5**
[장면: 혁과 어머니가 다른 마을 사람들과 함께 광장으로 끌려 나온다. 혁은 어머니의 옷자락을 꽉 잡고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다. 감찰관은 높은 단상 위에 서서 마을 사람들을 경멸 어린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감찰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수확의 달, 하늘에 감사할 시기다. 흑룡 황제 폐하께서는 너희 천한 백성들의 충성을 늘 잊지 않으신다. 너희들의 ‘생명력’으로 이 위대한 제국이 유지되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2.6**
[장면: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일부는 눈물을 훔치고, 일부는 바닥만 바라본다. 감찰관은 손에 든 검은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친다.]
**감찰관**: 자, 그럼 황제 폐하의 은혜를 입을 영광스러운 자들을 호명하겠다. 첫 번째! 늙은 쟁기꾼, 김영감!
**김영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무릎을 꿇는다) 안… 안 됩니다! 저는 이제 일도 제대로 못 하는데…!
**#2.7**
[장면: 흑룡 기사 두 명이 김영감을 거칠게 끌고 간다. 김영감은 저항하려 하지만, 기사들의 완력에 속절없이 끌려간다. 혁은 그 모습을 보며 주먹을 꽉 쥔다.]
**감찰관**: 다음! 아낙네, 박씨!
**어머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혁에게 속삭인다) 혁아, 엄마가… 엄마가 아니다, 저 여인이…
**감찰관**: 다음! 노련한 방앗간지기, 최서방! 그리고…
**#2.8**
[장면: 감찰관의 시선이 혁과 어머니에게 닿는다. 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감찰관의 입이 천천히 열린다.]
**감찰관**: …그리고… 송씨 부인.
**혁**: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어… 어머니…?
**어머니**: (눈물 가득한 얼굴로 혁을 바라본다. 혁의 손을 꼭 잡는다) 혁아… 혁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쳐야 해.
**#2.9**
[장면: 흑룡 기사단이 어머니를 향해 다가온다. 혁은 어머니를 놓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혁**: 안 돼요! 어머니! 가지 마세요!
**어머니**: (혁을 뿌리치고 기사들에게 향한다. 마지막으로 혁에게 미소 지어준다) 살아남아… 꼭…
**#2.10**
[장면: 어머니가 기사들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혁은 절규하며 그녀를 부르지만, 다른 기사들이 혁을 막아선다. 혁은 광장 구석으로 밀쳐지고, 무력감에 주저앉는다.]
**#2.11**
[장면: 광장 중앙에 거대한 검은 돌 제단이 세워져 있다. 제단 주위에는 섬뜩한 룬 문자들이 새겨져 있고,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붙잡힌 마을 사람들은 제단 주위에 쇠사슬로 묶여있다.]
**감찰관**: (비릿하게 웃으며) 자, 그럼 시작해볼까. 흑룡의 축복을 내릴 시간이다!
**#2.12**
[장면: 감찰관이 제단 앞으로 나선다. 그의 손에는 뼈로 만들어진 듯한 지팡이가 들려 있다. 그는 기괴한 언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검은 기운이 더욱 강렬해지고, 제단에서 어두운 빛이 뿜어져 나온다.]
**감찰관**: (주문을 외운다) “어둠의 심장이여, 깨어나라! 이 어리석은 생명들의 불꽃을 거두어라! 흑룡의 영광을 위하여!”
**#2.13**
[장면: 제단이 뿜어내는 어둠의 빛이 쇠사슬에 묶인 마을 사람들을 덮친다. 그들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살갗이 쭈글쭈글해지고, 눈빛이 흐려지며,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다. 혁은 그 모든 과정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혁**: (경악에 찬 표정으로) 으아아…
**#2.14**
[장면: 혁의 어머니가 제단 빛에 휩싸여 천천히 쓰러진다.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온 검은 기운이 제단으로 흡수되는 것이 보인다. 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에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며 흐느낀다. 그의 눈에 맺힌 눈물 속에는 깊은 절망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른다.]
**혁**: (낮게 으르렁거리듯) …어머니…
**#2.15**
[장면: 모든 것이 끝났다. 제단은 잠잠해졌고, 마을 사람들의 시신은 끔찍하게 변해버렸다. 감찰관과 기사단은 만족스러운 듯 깔깔대며 광장을 떠난다. 남겨진 것은 폐허가 된 마을과 싸늘한 시신들뿐.]
**혁**: (비틀거리며 쓰러져 있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의 눈은 텅 비어 있지만, 그 안에는 이글거리는 불꽃이 피어나고 있다.)
**#2.16**
[장면: 혁이 폐허가 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텅 빈 공간. 혁은 벽에 기대어 주저앉는다. 고통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그를 덮친다.]
**혁**: (흐느끼며) …죽여버릴 거야… 저들을… 전부…
**#2.17**
[장면: 혁의 등 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지만, 드러난 입가는 단단하게 다물려 있고, 날카로운 눈빛이 빛난다. ‘연화’.]
**연화**: (나지막이, 그러나 단호하게) 이것이… 네가 본 제국의 민낯이냐.
**#2.18**
[장면: 혁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연화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온다. 혁은 그녀를 경계하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어딘가 깊은 상처와, 거대한 힘을 숨기고 있는 듯한 기운.]
**혁**: (겁에 질린 목소리로) 당신은… 누구세요?
**#2.19**
[장면: 연화가 혁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녀의 눈빛은 복수심에 불타는 혁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연화**: 나는… 너와 같은 고통을 겪은 자. 그리고 그 고통을 되갚아주려는 자. 단순히 칼날만으로는 저 거대한 어둠을 벨 수 없어. 더러운 피에는 더 더러운 불꽃으로 맞서야지.
**#2.20**
[장면: 연화가 혁에게 손을 내민다. 그녀의 손에서 희미한 검붉은 빛이 일렁인다. 혁은 그녀의 손을, 그리고 그 빛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다시금 희망과 함께, 더욱 강렬한 결의가 떠오른다.]
**혁**: (결의에 찬 목소리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저… 저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2.21**
[장면: 연화가 혁의 손을 잡는다. 그녀의 눈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진다.]
**연화**: (낮게 읊조린다) 네 안에 잠든 어둠을 깨우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네가 본 그 끔찍한 진실… 이제는 네가 직접 그 진실을 짓밟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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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3.1**
[장면: 밤이 깊어진 마을. 모든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멀리 제국의 수도 ‘흑룡성’의 높은 첨탑에서 음산한 검은 빛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그 아래, 폐허가 된 마을의 그림자 속에서 혁과 연화의 작은 실루엣이 보인다.]
내레이션: (울림 있는 목소리) 거대한 제국은 산 자들의 생명력을 탐하며 더욱 강력해진다. 그러나 작은 불씨 하나가 모여 거대한 숲을 태우는 법. 어둠 속에서 피어난 이 작은 불꽃이, 과연 저 거대한 어둠을 집어삼킬 수 있을까. 그들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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